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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타투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맛로
작품등록일 :
2017.06.08 23:03
최근연재일 :
2017.09.17 21:14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304
추천수 :
54
글자수 :
233,471

작성
17.06.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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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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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마지막화.

DUMMY

그들은 내내 맑은 하늘을 보지 못했다. 회색빛으로 안개가 잔뜩 낀 하늘은 금방이라도 울 듯 어두웠다. 그들은 멀리서 정찰병을 지켜보고 있었다. 과연 토네토가 말한 것처럼 더글라스 자신의 진영 쪽이라 병사는 많지 않았다.


애런은 뒤에서 화살촉에 뭉쳐진 약초를 덧대고 있었다. 에즈라는 정면을 보다 고개를 돌려 애런을 바라봤다.


“준비됐어?”


“말씀만 하세요.”


호주머니 열어둔 채 그는 자리에 일어나 당장에라도 쏠 듯 시위를 당겼다. 에즈라가 정찰병의 동선을 물끄러미 보고는 그에게 신호를 던졌다.


휙, 날아가는 화살은 그들의 오른쪽으로 멀리 날아갔다.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자 화살에는 불이 붙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허공을 날아가던 화살은 어느 풀숲 사이로 떨어졌고, 순식간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야, 저기 저거 뭐야?”


정찰병 한 명이 옆의 동료를 툭툭 치며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가서 보고 드려.”


불은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가을 특유의 공기가 불의 몸집을 사정없이 찌웠다. 더 내버려 두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정도로 속도는 아주 빨랐다.


소식이 퍼졌는지 안쪽에서 병사들이 물을 담은 양동이나 모래주머니를 이고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많은 인원이었지만, 그것보다 불은 더 거대했다.


“가자.”


말과 함께 에즈라가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애런이 뒤를 받쳤고 발레르는 에즈라 옆에서 같이 뛰는 형태를 취했다. 혼자 남아있던 정찰병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그들을 보고 소리를 지르려다 풀썩 주저앉았다.


목구멍에 박힌 화살에 입에서 피가 솟구친 채로 그는 꺽꺽거릴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튀어나올 듯 커진 눈으로 목을 잡지도, 안 잡지도 못한 채 아등바등하는 모습에 에즈라가 다가가 그의 심장에 검을 내리꽂았다.


남자는 조금의 미동도 없이 그대로 숨을 거뒀다. 뜨거운 피비린내가 그들의 코를 훑고 지나갔다. 에즈라는 더는 바라보지 않고 안쪽으로 뛰어들어갔다.


불에 정신 팔린 병사들은 떨어져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져온 물이나 흙을 불 앞에 뿌렸지만, 그것은 제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덕분에 그들 앞을 가로막는 병사는 거의 없었다. 한두 명씩 나타나는 병사들은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목숨이 끊어져 버려 그들이 안쪽 깊숙이 들어갈 때까지 무방비 상태였다.


“기습이다!”


막사가 쳐진 구역으로 들어갈 무렵 멀리서 그들을 발견한 병사는 입에 손을 가져다 댄 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안에 있던 병사들과 바깥에 있던 병사들이 다가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반원으로 둘러싸인 채 대치상황에서 에즈라는 조급함을 느꼈다. 눈동자를 굴려 더글라스를 찾음과 동시에 숫자를 헤아리던 그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에즈라를 향해 좁혀오는 포위망을 보며 발레르는 등 뒤로 다가오는 병사들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복부를 꿰뚫던 검을 그는 놓칠 뻔했다. 소름 돋게 살을 파고들어 뼈를 자르는 끔찍한 촉감이 그의 손을 타고 온몸으로 전해져왔다. 분수처럼 뿜어져 얼굴을 적신 피를 채 닦아내기도 전에 그는 재빨리 검을 뽑아 자신에게 내려쳐 오는 검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그대로 병사의 손에서 떨어져 나간 검은 뒤쪽으로 날아가 버렸고 발레르는 입술을 꽉 깨무는 것으로 두 눈을 감은 셈 치며 심장 쪽을 겨냥하고서 있는 힘껏 쑤셔 넣었다.


끔찍했다. 달리 그가 표현할 말은 없었다. 오직 그 생각만이 발레르의 머릿속에서 울어댔다.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은 사방에서 다가오는 적들을 베어 넘기면서도 한쪽 구석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는 수업시간에 들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사람을 처음 죽이면 반응은 두 가지라는 이야기. 죄책감에 미쳐버리거나 무덤덤해지거나. 그는 후자 쪽이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결코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거북함이 점점 헐떡이는 그의 가슴을 조여왔다.


발레르가 열댓 명을 고꾸라트렸을 때 정면에 있는 병사들 틈으로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왔다. 투구 사이로 보이는 얼굴을 본 발레르는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봤다.


“리비오?”


“잘 지냈냐?”


입만 움직여 웃어 보인 리비오는 자세를 취했다. 발레르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더니 잠시 숨을 고르고는 도로 칼집에 집어넣고 죽은 병사가 떨어트린 검을 집어 들었다.


“날 무시하는군.”


“천만에 동등하게 대해주는 것뿐이야.”


발레르는 얼굴에 덮인 핏자국을 소매로 쓱 닦아냈다.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는 손목을 한차례 돌렸다.


“끝은 봐야지.”


“잘됐네. 그 날 이후로 매일 너를 죽이는 상상을 했다고.”


“영광이군.”


그것으로 시작이었다. 발레르가 먼저 달려가 그의 목을 겨냥해 날카롭게 찔러 들어갔다. 리비오는 몸을 돌리며 그의 검을 살짝 쳐냈다. 재빨리 자세를 고친 발레르는 사선으로 내려치는 검을 흘리며 그의 손목을 찔러 들어갔다.


황급히 지탱하던 발을 밀어 옆으로 한 바퀴 굴러 피한 리비오를 향해 발레르는 있는 힘껏 검을 내려쳤다. 힘에 밀려 검이 내려가던 리비오는 발을 들어 발레르의 복부를 걷어찼다.


“예나 지금이나 밥맛은 여전하군.”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일어난 리비오는 가래침을 바닥에 뱉었다. 발레르는 대꾸 없이 다시 그에게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몇 번의 합이 나누어지며 전세는 점점 발레르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힘 차이로 리비오는 서서히 그의 검을 받을 때마다 손목의 신경이 끊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이를 부득 갈며 리비오는 자신이 밀린다는 생각에 울화가 치솟았다. 있는 힘껏 발레르의 검을 받아 쳐낸 그는 무리하며 발레르의 복부에 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살을 파고드는 촉감은 그의 손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큰 빈틈이 생기자 발레르는 지체하지 않고 그의 손목에 검을 내리쳤다. 뼈가 잘리는 느낌과 동시에 그의 얼굴에 많은 양의 피가 튀었다.


“읍...”


터져나오려는 고통을 억지로 삼켜내며 리비오가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았다. 발레르는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검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엑시타투스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숨을 고르기만 할 뿐 검을 늘어트린 채 리비오를 바라봤다.


“뭐하냐?”


리비오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으며 발레르는 천천히 두어 걸음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는 그렇게 마냥 그를 바라봤다. 사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그는 솟구치려는 피를 막는 리비오의 고통스러운 얼굴만을 바라봤다.


“재수 없는 놈.”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핏줄 가득히 붉어진 얼굴로 씹어뱉듯 말한 리비오는 발레르가 떨어트린 검을 남은 한 손으로 거꾸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발레르를 똑바로 쳐다본 채로 자신의 복부에 쑤셔 넣었다.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로는 모자랐는지 그의 입에서 폭포 같은 피가 흘러나왔다. 흐려지는 시야에서도 리비오는 발레르를 바라봤다. 분노에 찬 눈으로 그는 어떤 고통의 신음조차 내뱉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옆으로 쓰러져 몸을 바들바들 떨다 멈췄다.


얼굴 전체에 묻은 피를 닦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는 순간 정면의 병사들 틈으로 한 무리가 들어오는 것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더글라스...”


그의 입에서 자신이 본 것이 흘러나왔다. 에즈라와 애런을 보던 더글라스의 시선이 그에게 닿았고, 발레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자신을 가로막는 병사들의 검을 쳐내며 미친 듯이 더글라스를 향해 뛰어갔다.


“더글라스!”


벼락같은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에즈라는 한 명을 베어 넘기고 고개를 돌려 뛰어가는 발레르를 바라봤다.


“애런, 발레르를 엄호해!”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애런은 앞으로 나아가며 발레르의 등을 노리는 자들에게 화살을 날렸다. 에즈라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병사들의 검과 맞대어 그들의 검을 떨어트리고 가볍게 목을 베었다. 자신의 옆에서 돌격해 오는 병사가 고꾸라지는 것을 보던 에즈라는 문득 애런의 뒤쪽으로 먼지가 일어나는 것을 봤다.


“뒤!”


뒤를 돌아본 애런은 절망적인 기분에 휩싸였다. 오른쪽 어깨는 이미 과부하가 걸린 듯 뻣뻣하게 굳은 느낌이 그에게 전해졌다. 애런은 자신의 허리에 매달려 있는 호주머니를 뜯어 뒤로 던졌다. 양쪽으로 넓게 던지고 그사이에 하나를 던진 그는 남은 호주머니에 화살 끝을 집어넣었다 빼고는 땅에 떨어진 호주머니에 화살을 날렸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불길이 타올랐다. 가로로 펼쳐진 불은 일종의 벽처럼 뻗어져 다가오던 병사들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게 했다. 시간을 번 애런은 화살을 꺼내며 다시 발레르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달려오는 발레르를 보고 자신의 옆에서 그를 저지하려는 병사들을 손으로 막아 세우며 더글라스는 검을 뽑았다. 몇 발자국 앞으로 나간 그는 방어 자세를 취하며 그가 오길 기다렸다.


“그 아비에 그 자식이구만.”


쏜살같이 달려온 발레르는 있는 힘껏 위에서 아래로 내려쳤다. 가뿐하게 쳐낸 더글라스는 틈이 드러난 발레르의 가슴팍에 발길질했다. 볼품없이 뒤로 넘어지며 두 바퀴 뒹군 그는 빛을 향해 달려드는 날파리처럼 다시 뛰어들었다.


순식간에 열 번도 넘는 합이 오갔다. 더글라스는 여유마저 부리며 그의 검을 흘려보냈고, 틈을 향해 검을 휘둘러 발레르의 어깨와 허벅지에 상처를 입혔다.


고갈된 체력에 무너지는 균형을 보고 더글라스는 다시 한번 있는 힘껏 발레르의 가슴팍에 발을 뻗어 밀어냈다. 힘없이 뒹구는 발레르는 이제 전보다 훨씬 느리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왼쪽 어깨와 오른 팔목, 그리고 왼쪽 허벅지에 생긴 상처는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발레르는 자꾸만 왼쪽 다리에 힘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더글라스의 몸집이 전보다 커져 보였다.


“발레르!”


절박하게 외치며 그에게 다가가려던 에즈라는 끊임없이 다가오는 병사들을 막느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현저히 느려진 속도로 애런은 에즈라의 뒤를 치려는 병사들에게 화살을 날렸다. 뒤에서는 어느새 불길을 돌아 그들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달달 떨리는 오른손을 오기로 움직여 화살을 꺼낸 그의 머릿속에 좋지 않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뒤를 봐라.”


더글라스는 검 끝을 땅 쪽으로 늘어트린 채 발레르에게 턱짓으로 뒤를 가리켰다. 검으로 지팡이 삼아 짚던 그는 경계하며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나. 오 분? 삼 분?”


“뭘 말하고 싶은 거지?”


“네 쓸데없는 객기 하나로 친구들까지 죽는다는 말이다.”


더글라스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넌 네 아비보다 더한 놈이라고. 알아듣나?”


그가 바란 대로 발레르의 머릿속에 무언가 끊어졌다. 짚던 검을 세운 그는 울컥 치미는 감정을 뿜어내며 소리를 내지르면서 그에게 달려들었다.


“입 닥쳐!”


고통도 잊은 채 달려간 발레르는 온몸에 피어오른 분노를 담아 그를 향해 두 손으로 쥔 검을 내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발레르의 검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검신을 덮어 피어오른 불은 더글라스의 검과 부딪히자 그의 검에게까지 옮겨붙었다.


“무슨···.”


화상의 고통도 잊은 채로 더글라스는 눈부시게 빛나는 불을 바라보며 못 박힌 듯 자리에 서서 얼빠진 채 자신에게 내려 꽂혀오는 검을 바라봤다. 죽음을 감지할 생각도 그는 하지 못했다. 그저 그는 그 검에 매료된 채 자신의 머리로 다가오는 것을 지켜봤다.


반으로 잘려진 그의 몸이 서서히 분리돼 엎어졌다. 검이 닿은 곳에는 불이 붙어 끔찍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주변의 병사들은 그의 모습과 발레르의 검을 번갈아 보며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발레르는 자신의 검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동시에 에즈라가 말해줬던 것이 번뜩 떠올랐다. 불길을 일으키고···. 그는 그 자리에 서서 병사들이 있는 쪽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불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뿜어져 나와 앞줄에 있던 병사들에게 닿아 몸을 불태웠다.


뒤에서 목숨을 부지한 그들은 풀려버린 손에 검을 놓치고는 방향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친 듯이 도망쳤다.


“엑시타투스···.”


하나둘, 그리고 이제 모두가 전투 의지를 상실한 채 도망쳤다. 에즈라는 입이 벌어진 채 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글에서만 봤던, 과장된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그는 지금 역사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전투가 일어났었다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주변이 고요해졌다. 살아있는 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 멀리 도망쳤고, 말 없는 시체들은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주변과 모든 사람들에게 피가 묻지 않은 곳이 없었다.


에즈라는 검집에 검을 집어넣으며 발레르에게 다가갔다. 애런 또한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으며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발레르는 아직 자신의 검에서 타오르는 불을 바라봤다. 전혀 뜨겁지 않았다. 생명이 있다는 듯 연기처럼 움직이는 불은 그가 작게 휘두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꺼져버렸다. 그는 검을 집어넣으며 다가온 그들을 바라봤다.


“다 끝났어요.”


발레르가 힘 빠진 채 활짝 웃어 보였다.


“발레르...”


“죄송해요, 가지고 있었다고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


그는 칼집 채로 에즈라에게 건네주었다.


“돌려드릴게요.”


아무렇지 않은 듯 얘기하는 그를 보며 에즈라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지금 발레르가 엑시타투스를 가진 것보다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 태연한 반응을 보이는 그가 더 놀라웠다. 입술이 움찔거렸고 머릿속이 하얘져 그는 멍하니 발레르를 바라봤다.


화를 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칭찬을 해야 할까. 에즈라는 물끄러미 그가 내민 검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그를 지나쳐 더글라스에게 다가가 그의 손에 들려진 검을 빼냈다.


“선생님...?”


“난 아무것도 못 봤단다.”


더글라스의 검을 칼집에 넣으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네 검 멋지구나.”


발레르는 반짝이는 눈으로 손을 뻗은 자세 그대로 에즈라를 바라봤다. 자기도 모르게 피어오르는 미소를 지으며 애런은 자신의 어깨를 주물렀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게 바로 내 옆에 있었네.”


“어깨 다쳤어?”


놀란 얼굴로 발레르가 그의 어깨로 손을 뻗었지만, 애런은 밀어냈다.


“그냥 뻐근해서 그래. 별거 아냐.”


“자, 이제 우리는 돌아가자꾸나.”


발걸음을 떼려던 그는 발레르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다시 그를 쳐다봤다. 발레르는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여기 남을게요.”


“뭐? 그게 무슨 소리냐.”


“티보 아저씨한테 가려고요. 애런 너도 그게 낫지?”


“아무래도 그게 좋겠지.”


에즈라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팔에 손을 뻗었다.


“아저씨는 괜찮을 거란다. 일단 우리 먼저 몸을 추스르고 그때 가자.”


그의 손을 바라보던 발레르는 그의 손을 천천히 밀어냈다.


“죄송해요.”


“발레르, 제발!”


그의 어깨를 부여잡고 간절하게 외치는 모습을 보며 애런은 자신의 목에 끼워져 있는 목걸이를 풀더니 에즈라에게 건네줬다.


“나도 아빠 얼굴 좀 봤으면 해요.”


“애런...”


“걱정 마요. 대단하신 분이랑 같이 가니까 안전은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에즈라는 하늘을 바라보며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는 이번에도 역시 그를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발레르의 마음을 그는 자신이 바꿀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더글라스라는 고리에 묶여 있던 그는 누군가가 말해서 풀려날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에즈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애런 보다 더한 고집쟁이구나. 남의 속 타들어 가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는 더글라스의 검을 편하게 다시 고쳐 잡았다. 아쉬움과 걱정이 가득 섞인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가는 길은 아는 거니?”


“네.”


에즈라는 순간 어색함의 향기가 맡아졌다. 마음 같아서는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돌아가야 했다.


“그래... 조심히 가고 나중에 또 보자꾸나.”


억지로 발걸음을 떼 뒤돌아 걸어가는 그에게 발레르가 다가갔다.


“에즈라 선생님, 돌아가시면 타라에게 제가 해넌 가문 근처 마을에 있겠다고 전해주시겠어요?”


에즈라가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래, 알겠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었다. 에즈라는 먹먹함에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허리를 세워 힘 있게 걸어갔다. 점점 작아지고 결국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그들은 에즈라가 떠나가는 것을 말없이 배웅해주었다.


“우리도 그만 가자.”


잿빛이었던 하늘에서 서서히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한줄기에 불과했던 빛은 점점 범위를 넓혀가 세상을 밝히려 하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떠난 자리는 이제 작은 소리조차 없이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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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에필로그. +2 17.06.24 240 1 6쪽
» 마지막화. 17.06.24 191 1 17쪽
34 34화. 17.06.24 198 0 15쪽
33 33화. 17.06.23 158 0 15쪽
32 32화. 17.06.22 276 0 15쪽
31 31화. 17.06.21 161 0 13쪽
30 30화. 17.06.20 175 0 13쪽
29 29화. 17.06.20 217 0 17쪽
28 28화. 17.06.19 174 0 13쪽
27 27화. 17.06.19 161 0 15쪽
26 26화. 17.06.19 154 1 12쪽
25 25화. 17.06.18 200 1 15쪽
24 24화. 17.06.18 162 1 17쪽
23 23화. 17.06.18 182 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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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17.06.17 19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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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17.06.16 24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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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17.06.13 263 2 13쪽
11 11화. 17.06.13 287 3 15쪽
10 10화. 17.06.13 366 2 16쪽
9 9화. 17.06.12 315 2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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