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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타투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이맛로
작품등록일 :
2017.06.08 23:03
최근연재일 :
2017.09.17 21:14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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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수 :
233,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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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1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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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4화.

DUMMY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때야 발레르는 눈꺼풀을 떴다. 밤 새 잠을 설친 탓에 한껏 찌뿌드드해진 몸과 덜 풀린 피로를 억지로 몰아내며 그는 거실로 나왔다. 에즈라는 이미 학교에 나가고 자리에 없었고 식탁에 음식 먹은 흔적이 있는 것과 아직 냄새가 남아 있는 거로 보아 그는 애런이 식사를 하고 다시 잠들었다고 생각했다. 딱히 할 게 없었기에 다시 잘까 하던 그는 허기짐을 느끼고는 대충 식사를 하고는 졸음도 쫓을 겸 샤워를 하고 나왔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의자를 가져가 앉아서 머리를 말리며 그는 노곤함을 느꼈다. 어쩌면 일찍 일어난 걸 수도 있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할 일이 마땅치 않았기에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산책하는 것 아니면 잠자는 것뿐이었다.


에즈라의 방문 너머로 책들이 보이긴 했지만, 발레르는 굳이 허락받지 않은 곳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가만히 있자니 우울한 생각들이 떠오르고, 다시 잠을 자자니 밤에 정신이 말똥할 것 같아서 그는 결국 또 산책하러 나가야만 했다. 혼자 가기 뭐해 그는 애런을 깨울까 하다 곤히 잠든 그의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그는 혼자 밖을 나왔다.


발레르는 여름 날씨치고 오늘은 아주 덥지 않다는 것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강렬한 햇빛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걸으며 그는 따질 것도 없이 곧장 바다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어제도 그랬지만 그는 바깥과는 다르게 이곳은 바쁠 시간에 오히려 한적한 것이 신기했다.


고립된 마을 특성상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둘째 치고 다들 그리 바빠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걸음 속도도 빠른 사람이 없었고 걸음에 여유가 느껴졌다. 꼬마 아이들만이 이따금씩 친구들과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가게 같은 곳이 없는 걸 보며 발레르는 화폐 같은 걸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며칠 동안 화폐 따위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그는 그것 나름 신기해했다. 그가 느끼기에는 이곳은 섬이었다. 육지와 떨어져 있지 않지만, 그런 거나 다름없었다.


바다로 가는 경계에 쳐진 울타리를 짚으며 그는 에메랄드 바다 위에 작은 배 여러 척이 떠 있는 것을 보았다. 소리까지 들려오진 않았지만, 그들이 매우 활기 넘치게 물고기를 잡고 있는 것이 그에게까지 전해져왔다. 늘 그렇듯 그는 울타리를 방향 삼아 천천히 바다와 그 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얼마간 걷던 그는 그때와 같은 상황을 마주했다. 저 멀리 앞에 사람이 한 명 울타리에 기댄 채 서 있었다. 거리가 좀 있어 누군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됐지만, 그는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걷는 속도를 유지하며 그는 인기척을 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꽤 가까워졌을 무렵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발레르를 바라봤다.


타라. 이름이 타라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며 그는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두 번이나 마주치고 아무 말 없이 지나가야하나 고민하던 발레르는 점점 속도를 늦췄다. 다섯 발자국쯤의 거리에서 멈춘 그는 이제 곧 학교에 다닐 텐데 친구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입을 떼었다. 하지만 그의 말투에는 어색함이 많이 묻어나왔다.


"안녕?"


말을 꺼내자마자 그는 후회했다. 나이가 서로 같다는 건 자신만 알고 있다는 걸 깜빡하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바로 반말을 내뱉어버렸다.


"어? 어, 안녕."


차가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청아한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그녀는 인사를 할 거라 생각 못 했는지, 아니면 갑자기 반말로 인사를 건네서 그런지 당황한 모습이었다. 발레르는 이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친구 없이 지냈던 그는 이렇게 정식으로 인사를 나눌 때는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난 발레르 칼로프라고 해. 저번에... 봤었지?"


"응, 나는 타라 아일라야. 네가 유스터스님의 아들이구나?"


"너도 우리 아버지를 알아?"


동그랗게 눈을 뜨며 묻는 그의 모습에 타라는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나도 부모님께 들은 것밖에 없어."


새삼 발레르는 그녀가 겉과는 다르게 목소리에 활기가 넘친다고 생각했다. 그는 타라의 반짝이는 눈과 약간 격양된 감정에서 어딘가 모르게 대화를 나누게 되어 기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그녀의 나이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혹시 몇 살이야? 난 열여덟."


발레르의 나이를 듣자 그녀는 기분이 좋은지 싱긋 웃었다.


"나도 너랑 같아."


그도 타라처럼 울타리에 몸을 기대다 문득 떠오른 듯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학교는 안 간거야?"


"음, 딱히 의무적인 건 아니기도 하고, 오늘은 별로 가고 싶지 않아서 아프다고 거짓말하고 안 갔어."


들을수록 첫인상과 정반대인 말괄량이인 그녀의 모습에 발레르는 오묘함을 느꼈지만, 그녀가 해맑게 웃을 때마다 왠지 성격과 잘 어울린다고 그는 생각했다. 덕분에 그는 거리감이 조금 준 느낌을 받았다.


"여길 좋아하나 봐."


발레르를 바라보던 그녀는 바다 저 먼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단발머리를 어루만져주었다.


"조용하거든. 사람도 없고 경치도 좋아서 자주 이곳에 오곤 해. 그나저나 학교에 다니기로 했다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대부분의 일이 소문이 퍼진 것에 그는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저 그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아마 내일부터 내 친구랑 같이 다닐 것 같아."


"이름이 애런이었던가?"


"응."


"좋겠네..."


다시 시선을 돌린 그녀의 눈에는 쓸쓸함이 묻어있었다. 무엇이 좋은지 발레르는 알 수 없었지만, 굳이 그것에 대해 묻지는 않았다. 둘은 그렇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열기를 식히며 서로 말없이 울타리 너머의 어딘가를 바라만 봤다.


"이제 그만 가볼게."


울타리에서 손을 떼며 발레르는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자신을 지나치는 발레르를 향해 그녀는 작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잘 가."


"내일 학교에서 봐."


멀어지는 발레르의 모습을 그녀는 며칠 전 그때처럼 하염없이 바라만 봤다. 곧이어 그가 보이지 않게 되자 그녀는 다시 바다를 바라보다가 얼마 안 되어 몸을 돌려 어디론가 걸어갔다.


************************************************


어느 날처럼 여름의 해가 떠올라 더운 아침이 시작되었지만, 에즈라의 집 안에서는 전과 다른 움직임이었다. 아침 일찍 발레르는 세수를 하고 있었고, 에즈라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아직 침대에 누워있는 애런을 흔들고 있었다.


"애런, 학교 가야지?"


"학교를 왜 이리 일찍 열어요."


배게를 끌어안으며 애런은 한탄 섞인 목소리로 잠에 덜 깬 채 중얼거렸다. 에즈라가 억지로 그를 일으켜 세우자 그는 하품을 크게 하고는 늦장 부리며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애런이 꾸물거리며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다행이 학교에는 제시간이 도착할 수 있었다. 선생의 직책을 맡은 에즈라가 걸음 속도를 올려 시간을 줄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에즈라는 학교의 모습에 웃음이 지어졌다. 학교라고 하기에는 많이 엉성한 모습이었다. 작은 건물 하나와 그 뒤에 잘 관리된 큰 뜰만이 있을 뿐이었다. 건물은 입구를 중심으로 좌우로 하나씩 반이 나누어져 있었다. 갈색 벽돌로 지어진 외관은 오래되어 보였지만 그간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은 덕에 나름 모양새는 나쁘지 않았다.


에즈라는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닦아내며 앞장서서 걷던 에즈라는 오른쪽 건물로 들어갔다. 발레르는 뒤를 돌아봤는데 왼쪽 역시 오른쪽과 같이 반은 하나뿐이었다. 인구가 적은 마을 특성을 생각하며 그는 미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로 들어가면 돼. 여기가 너희 나잇대가 쓰는 곳이고 저쪽은 아직 많이 어린 아이들 반이란다. 그럼 이따가 보자."


에즈라는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넨 후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애런은 처음 학교에 온 애들처럼 기분이 살짝 고조되어 있었다.


애런이 연 문 사이로 넓은 교실이 보였다. 큰 공간만큼 자리마다 간격도 꽤 되었다. 얼핏 세어도 서른은 안됐다. 발레르는 제시간에 왔음에도 아직 반도 채워지지 않은 자리에 의아해했다.


반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은 그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남은 몇몇의 아이들만이 그들에게 호의적이면서 궁금함이 담긴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애런은 그들의 시선을 받아내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발레르를 향해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작게 말했다.


"야, 그때 걔..."


애런이 말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챈 발레르는 반 안으로 완전히 들어와서 애런이 보고 있는 방향을 따라갔다. 중간에서 뒤쪽에 타라가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활짝 웃으며 그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애런은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발레르와 타라를 번갈아 바라봤다.


"어제 너 자고 있을 때 산책 갔다가 만나서 친해졌어."


혼란스러워하는 애런을 향해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해줬다. 이해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애런은 주변을 둘러보며 어디에 앉아야 하나 고민했다. 아직 자리가 채워지지 않았기에 남는 자리를 알 수 없어 마냥 서 있던 그는 타라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혹시 남는 자리 어딘지 알아?"


"저기, 구석 자리."


그녀는 몸을 돌려 창가의 구석 자리를 가리켰다. 그녀가 알려준 자리로 가려던 그들은 순간적으로 바뀐 분위기를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그들이 아닌 타라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놀라 당황해하더니 이윽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모두 같은 곳을 바라봤다.


그들의 시선은 중앙 앞자리에 있는 아이에게 닿았다. 그는 어떤 책을 든 채 반쯤 몸을 돌리고 있었다. 차분하게 내린 갈색 가르마 머리에 큰 눈. 두꺼운 입술을 가진 그는 모범생의 이미지를 가졌지만, 그 눈빛에는 약간의 이기적인 욕망이 서려 있었다.


그 아이는 밝은 모습의 타라를 보며 동공을 떨었지만, 이내 다시 시선을 거두고는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두껍고 큰 책에 집중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럼에도 여전히 그 아이를 향해 불안한 시선을 던졌다.


애런은 이제 신경 쓰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이며 그녀가 알려준 자리로 걸어갔다. 자리에 앉은 발레르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발레르에게 뭔가 더 말을 걸려 했지만, 왜인지 분위기 때문에 다시 입을 닫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은 다시 처음 봤을 때처럼 무표정의 차가운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


적막이던 안은 다른 아이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깨졌다. 아이들은 들어오자 발레르와 애런을 봤지만, 이내 시선을 돌려 자신의 친구들과 인사를 건네며 자기들끼리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담당 과목 선생이 올 때까지 아이들은 발레르와 애런에게 아는 척을 하거나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타라 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온 친구들이 있으니 소개를 해야겠구나. 코르네 돌베리로 궁술 수업을 맡고 있다."


상당한 근육질과 구릿빛인 체형에 걸맞게 자신을 소개한 코르네의 말투는 시원시원했다. 그는 교탁 앞에서 잠시 고민하더니 가볍게 교탁을 두드렸다.


"이론은 내일 하는 거로 하고, 오늘은 나가서 과녁이나 맞추도록 하자."


시작하기 전부터 지루해하는 표정을 짓던 아이들은 나가자는 말에 생기가 돌며 즐거워했다. 천천히 나가려고 아이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구경하던 발레르는 그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을 보았다. 그가 어떤 씁쓸함을 느끼고 있을 때 그녀가 그들을 바라봤다. 아이들이 대부분 빠져나갔을 쯤, 그녀는 조용히 다가왔다.


"너 활 잘 쏘니?"


애런은 이제 그녀가 더 이상 귀신이 아닌 평범한 동급생인 걸 알고서는 그녀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냈다. 타라는 어둠이 깔렸던 그 날의 일을 잊지 않고 애런이 활을 가지고 있던 것을 기억했다. 애런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보다 잘 쏘는 애 없을걸?"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그의 모습에 다시 웃음을 터트리는 그녀를 보며 발레르는 일종의 동병상련을 느꼈다. 확실한 건 분명 아니었지만, 그는 알 수 없는 확신이 들었다.


밖으로 나온 발레르는 큰 공터의 끝에 네 개의 과녁이 일렬로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과녁 뒤에는 나무판자를 세워놔 화살을 잃어버리지 않게 방지해 놓았다. 주변을 둘러보며 아무것도 없는 걸 본 그는 바깥 수업은 여기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몇 아이들이 활과 화살을 가져와 각 자리에 하나씩 내려놓았다. 밧줄 위에 못을 박아 위치를 잡아놨는데 그들이 서 있는 곳보다 과녁에 가까운 앞쪽에도 그것이 있는 걸로 보아 그건 그들보다 어린 애들이 사용하는 듯싶었다.


"자, 다들 자리 잡고 동시에 쏴라. 마지막 화살 쓰는 사람이 회수해 오는 거 다들 알지?"


익숙한 솜씨로 아이들은 자리를 잡고 줄을 섰다. 애런과 발레르는 그들이 하는 모양새를 보고는 같은 자리에 나란히 섰다.


교관의 구령에 맞춰 가장 앞에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팽팽히 당겼던 시위를 놓았다. 어느 누구 하나 과녁을 빗맞히지 않았다. 다만 한 가운데에 맞추는 아이들은 없었다. 활을 넘겨받은 다음 순서의 아이들도 역시나 빗나간 이들은 없었다. 발레르는 뒤를 돌아봤다.


"생각보다 잘 쏜다, 그치?"


"그래?"


애런의 떨떠름한 표정을 보던 중 발레르의 앞에 있던 아이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저기..."


팔을 뻗어 건네준 활을 받아든 발레르는 고맙다고 말하며 애런을 바라봤다.


"어떻게 해?"


"뭘 어떻게 해."


"나 한 번도 안 쏴봤어."


애런은 눈썹을 긁으며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냥 화살 끼워서 당기고 과녁에 조준하고 쏴."


발레르는 살짝 심술 난 표정으로 그의 말에 따라 활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그대로 있자 뒤에서 손이 뻗어져 와 그의 손을 잡았다.


"거기다 대면 날아가다 바닥에 박히지. 좀 더 위로, 힘 좀 빼 봐. 그래. 오른손에 힘 계속 주고 위치를... 이렇게. 그래 그대로 있어. 손 떨면 안 돼."


과도하게 들어간 힘을 조절하며 겨우 떨리는 걸 멈추었을 때, 코르네의 신호가 들려왔다. 오른손으로 잡고 있던 것을 놓는 순간, 휙, 하며 빠르게 화살이 날아갔다. 저리는 오른손을 내버려 둔 채 그는 날아가는 자신의 화살에 집중했다. 벽에 박히는 소리와 함께 아슬아슬하게 큰 원 안에 그의 화살이 박혔다.


그때 아이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들은 고개를 돌려 근원지를 바라봤고, 시선을 받고 있는 아이는 아까 두꺼운 책을 읽던 아이었다. 화살은 한가운데에서 살짝 빗나간 채 박혀 있었다. 고개를 돌리려던 발레르는 순간 그 아이가 자신을 바라보며 슬쩍 웃는 것을 보았다. 아주 잠시였기에 발레르는 자신이 잘 못 봤다고 생각하며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애런이 발레르의 어깨를 토닥였다.


"잘 쐈네."


활을 건네받고는 무게를 가늠하려 이리저리 휘두르던 그가 악의적인 웃음으로 발레르를 쳐다봤다.


"팔 안 아프냐? 난 처음에 할 때 쥐 나고 그랬는데."


"좀 저려."


"이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어떻게 쏘는지 보여줄게, 잘 봐."


자신만만하게 화살을 건 그는 팔을 아래로 늘어트린 채 조준을 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들어 올릴 생각 없이 마냥 그렇게 있자 코르네는 기다리다 못해 그냥 신호를 던졌고, 그 순간 애런이 팔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공기를 찢는 소리와 함께 빠르면서 아름답게 날아간 그의 화살은 과녁 정 중앙에 정확히 박혔다. 선생 코르네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일순간 침묵과 함께 아이들의 시선이 애런에게로 쏠리며 작은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그의 옆에서 같이 활을 쏜 타라는 그 실력에 헛웃음을 지으며 애런을 다시 봤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애런은 발레르를 향해 그가 했던 말을 되돌려줬다.


"생각보다 잘 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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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새 소설을 절반가량 썼습니다. +2 17.09.17 50 0 1쪽
36 에필로그. +2 17.06.24 240 1 6쪽
35 마지막화. 17.06.24 190 1 17쪽
34 34화. 17.06.24 198 0 15쪽
33 33화. 17.06.23 158 0 15쪽
32 32화. 17.06.22 276 0 15쪽
31 31화. 17.06.21 161 0 13쪽
30 30화. 17.06.20 175 0 13쪽
29 29화. 17.06.20 217 0 17쪽
28 28화. 17.06.19 174 0 13쪽
27 27화. 17.06.19 161 0 15쪽
26 26화. 17.06.19 154 1 12쪽
25 25화. 17.06.18 200 1 15쪽
» 24화. 17.06.18 162 1 17쪽
23 23화. 17.06.18 182 1 19쪽
22 22화. 17.06.17 202 2 14쪽
21 21화. 17.06.17 191 0 12쪽
20 20화. 17.06.16 223 2 13쪽
19 19화. 17.06.16 247 1 14쪽
18 18화. 17.06.15 233 1 15쪽
17 17화. 17.06.15 222 1 13쪽
16 16화. 17.06.15 220 1 14쪽
15 15화. 17.06.14 200 2 14쪽
14 14화. 17.06.14 234 2 14쪽
13 13화. 17.06.14 236 2 14쪽
12 12화. 17.06.13 263 2 13쪽
11 11화. 17.06.13 287 3 15쪽
10 10화. 17.06.13 366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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