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타롯 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6,910
추천수 :
30
글자수 :
527,976

작성
22.06.07 19:30
조회
52
추천
0
글자
13쪽

아스타롯 6장 2화

DUMMY

에스텔은 중년의 체격이 건장한 남자를 따라갔다.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진 거리를 남자는 익숙하듯이 능숙하게 걸어갔다.


아스타롯은 어두운 길에 발이라도 걸려 넘어지지 않으면서 남자를 따라가기 바빠서 남자가 정확히 어디로 가는지 전혀 신경을 쓰지 못 했다. 신경을 쓴다고 하더라도 이 마을이 처음인 아스타롯에게 별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남자는 어떤 커다란 건물에 도착하고 문을 ‘똑, 똑, 또독, 똑, 또독’하고 두들겼다. 아스타롯은 서(西)의 광신도들은 문까지 이상하게 두들긴다고 생각했다. 만약 북(北)이었으면 아스타롯은 그것이 바로 암호 신호라는 것을 단숨에 눈치챘을 것이다. 문이 열리면서 안에서 건장한 체격의 젊은 사람이 나왔다.


“무슨 일이야? 이반.”


이반이라 불리는 중년의 남자는 아스타롯의 손을 붙잡아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건물 안으로 끌고 들어가다시피 하였다. 건물 안은 많은 초가 있어서 밝고 넓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예배당의 모습이 이러한 모습일 거라고 아스타롯은 생각했다.


20여 명에 가까운 젊은 남자들이 건물 한가운데서 모여 있었다. 하지만 아스타롯의 눈길을 끄는 건 한쪽 구석에서 두려움 속에서 벌벌 떨고 있는 여자들이었다. 아스타롯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로 눈치챘다.


“이 개자식! 날 속였구나!”


“퍽!”


“꺄악!”


젊은 남자가 아스타롯의 배에 주먹을 꽂았다. 아스타롯은 고통을 둘째치고 숨이 막혀 끅끅 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구석에 있던 여자들은 둔탁음 소리에 가벼운 비명을 질렀다.


“이반, 이년은 또 뭐야?”


“성녀 에스텔님이다.”


예배당 안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아스타롯에게 집중되었다. 리더처럼 보이는 금발에 눈이 쳐져 실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는 남자가 아스타롯에게 다가갔다. 쓰러진 아스타롯은 얼굴을 살펴보더니 인상을 구겼다.


“이반.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얼굴은 닮았다만 성녀 에스텔님은 금발이다.”


“거짓말이 아니야.”


“그리고 진짜 성녀 에스텔님이라면 다른 계집처럼 주먹 한 방에 쓰러지지 않아. 마음만 먹으면 우리를 순식간에 전멸 시켜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신 분이다.”


그 말에 아스타롯 근처에 있던 성기사들이 슬금슬금 아스타롯 곁에서 떨어졌다.


“지금 촌장님 집에 용사 다한님도 계신다. 용사 다한님의 말로는 마왕의 저주로 성녀 에스 텔님이 모든 힘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더처럼 보이는 남자가 소란을 가라앉혔다.


“다들 입 닥쳐! 이반. 정확히 어떻게 된 일이야.”


“나도 몰라. 브룩의 말로는 오늘 북쪽에서 용사 다한님과 성녀 에스텔님이 왔다는 것 외에는 나도 들은 얘기 밖에 몰라.”


다른 젊은 성기사가 리더처럼 보이는 금발 남자에게 물었다.


“비벨? 어떻게 된 거야? 용사 다한님과 성녀 에스텔님이라니. 설마 십자군이 승리한 거야?”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나도 몰라! 이봐, 이반. 다른 성기사들은 없었어?”


“그래. 두 사람뿐이야. 듣기로는 둘 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고 하더군.”


“두 사람뿐이야?”


“응.”


비벨이라 불리는 젊은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뿐이라는 것은 결국 십자군이 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반의 얘기가 계속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예배당을 공격할 거야.”


“언제?”


“자정 쯤에.”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군. 알았다. 가 봐.”


하지만 이반은 머뭇거리면 가지 않았다.


“약속은 지켜라.”


“알았다니까. 일이 잘 풀리면 네 딸은 풀어주마.”


“지금 풀어줘. 나는 이대로 마을을 떠날 거니까.”


“안 돼. 네놈 말을 어떻게 믿어. 확인한 뒤 풀어주마.”


“성녀 에스텔님이면 충분한 증거가 되지 않나?”


비벨은 바닥에 쓰러진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얼굴은 분명 에스텔이다. 하지만 분위기나 행동은 전혀 에스텔답지 않았다. 정말 성녀 에스텔인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촌구석에 저만한 외모를 지닌 여자는 없었다.


대부분 좋게 말해서 순박하고 나쁘게 말해서 멍청하게 생긴 시골 아낙네들 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제 마을을 샅샅이 뒤졌기 때문에 확실히 마을 여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근처에 있는 에베, 쿡, 미투카에서 데리고 온 여자도 아니다. 걸어서 왕복 이틀거리에 있는 마을의 여자를 하루 만에 데리고 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굳이 그런 귀찮은 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반을 100% 신용할 수도 없었다. 마을 사람을 배신할 정도면 누구를 또 배신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예배당 밖에 마을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어 모르고 밖에 나가다가 전멸당할 수 있다.


하지만 조그만 생각하면 별로 설득력 없었다. 그래봤자 그들은 평범한 농부들이고 자신들은 비록 견습이기는 하지만 훈련을 받은 성기사이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아니. 안 돼.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나는 성기사다. 약속은 지킨다. 가서 짐이나 싸면 서 기다리고 있어.”


이반은 성기사란 놈들이 인신매매를 하는데 약속 따위 어떻게 믿을 수 있냐는 말을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참기로 하였다.


“그럼, 딸 얼굴이라도 한 번 보게 해 줘.”


“이반. 가. 가라는 말 못 들었어? 시체로 된 딸을 보고 싶지 않으면 시키는 대로 해.”


이반은 불신에 가득 찬 눈으로 비벨을 쳐다봤지만 물러나기로 했다. 나가기 전 여자들이 모여 있는 곳을 둘러보았다. 이반이 나가자 예배당은 다시 한번 소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비벨. 이반의 딸을 돌려줄 거야?”


“미친놈. 정말 일리가 있겠냐. 일이 끝나면 그 녀석도 없애.”


다른 성기사가 아스타롯을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이 여자가 진짜 성녀 에스텔님일까?”


“그거야 직접 물어보면 알겠지.”


비벨은 아스타롯의 얼굴을 손을 잡더니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십자군은 어떻게 됐습니까?”


“꺼져. 이 돼지 같은 자식아.”


비벨을 손을 들어 올렸다. 아스타롯은 질끈 눈을 감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묻죠. 십자군은 어떻게 됐습니까?”


“...... 전멸했어.”


두려움에 아스타롯은 순순히 말했다.


“역시 그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도망친 거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제가 왜 승산도 없는 싸움을 해야 합니까?”


“네놈이 그러고도 성기사야!”


다한이 했음직한 말을 아스타롯 자신이 하니 기분이 묘했다.


“아직 견습입니다. 성녀 에스텔님. 그런데 마왕의 저주가 무섭긴 무섭군요.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적을 일으키시는 분을 그저 평범한 여자아이로 만들어 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러더니 비벨은 뱀 같은 손길로 아스타롯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아스타롯은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가능하다면 비벨의 손을 아작 내고 싶었다. 특히, 그 처진 눈은 더 보고 싶지 않았다. 절망, 공포, 광기 등이 한데 뒤엉킨 그런 눈빛이었다.


“네놈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성녀 에스텔님. 우리는 지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악당이 반드시 벌을 받는 소설이 아니라구요! 모두라고 단정하진 않겠지만 저는 무사할 것입니다.”


“다한이 결코 가만 있지는 않을 거야!”


“아 참, 그 분이 계셨군요. 하지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아무리 용사 다한님이라고 하더라도 20명이 넘는 성기사를 상대로 이길 순 없을 테니까요.”


아스타롯은 비꼬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 말했다.


“성기사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견습이라면?”


비벨은 다시 손을 올렸다. 아스타롯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성녀 에스텔님. 여기 있는 성기사들 중에서 당신에게 환상을 품지 않은 1명도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지 않고 있는 건 제가 그들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스텔님이 계속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저는 저들을 막지 않을 겁니다. 더불어 저 자신도요.”


아스타롯은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만약 비벨이 그들을 막지 못한 일이 생긴다면 아스타롯은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소환해 불에 타 죽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저 역시 소중한 상품에 손상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알겠습니까?”


그렇지만 아스타롯은 불에 타 죽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텔과 대화가 끝났다고 생각하자 다른 성기사들이 비벨에게 다가와 물었다.


“비벨,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당연히 본때를 보여줘야지. 모두 무장해. 조지, 잭, 마크. 너희들은 여기 남아서 여자들 감시해. 특히, 성녀 에스텔님을.”


“헤헤헤. 잘 감시하지. 걱정 말라고. 비벨.”


30대 초반의 약삭빠르고 비열하게 생긴 남자가 징그러운 미소를 띄며 말했다.


“다른 여자들처럼 손대지마. 만약 진짜 성녀 에스텔님이라면 우리가 평생 먹고도 남을 돈을 받고 팔 수 있으니까. 알겠지. 잭. 절대로! 손대지마.”


비벨이 잭이라 불리는 약삭빠르게 생긴 남자를 노려보며 말하자 잭은 그 징그러운 미소를 거두면서 비벨의 눈을 피했다.



“오늘 밤 예배당을 습격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잘 훈련된 성기사들이고 저희들은 그저 농사밖에 지을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용사 다한님께서 저희들을 도와주신다 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입니다. 촌장님. 수적으로 우리들이 유리하니, 기습 공격을 하면 그들을 물리칠 가능성 이 충분합니다. 그럼 각자 집에서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가지고 와 주십시오.”


“그게 성공한다면 그렇겠지요.”


갑자기 촌장 집 문이 열리더니 성기사들이 들이닥쳤다. 생각지도 못한 기습에 마을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움직이지 마!”


하지만 다한은 망설임 없이 성검 클레시온을 빼 들고 맨 앞에 서 있던 성기사를 베어버렸다. 바로 이어서 공격에 들어갔지만 뒤에 있던 성기사는 가까스로 다한의 검을 막았다.


“비벨?”


다한의 검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자 비벨은 다한을 밀쳐냈다.


“반신반의 했습니다. 진짜 성기사 다한님일 줄이야.”


“탈영... 탈영했다는 성기사가 너였어?”


다한은 비벨을 처음 보았을 때가 생각났다. 자신이 처음으로 맡은 견습 성기사이다. 주(主)신전에서 다한의 실력을 고려해 견습 중에서 우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자를 다한에게 보냈다. 그 견습 성기사가 바로 비벨이다.


다한이 보기에도 비벨은 뛰어났다. 자질뿐 아니라 동료들과 유대감도 뛰어날 뿐 아니라 신앙심도 다한 못지않았다. 유일한 단점은 아직 젊어서 감정 조절이 안 되었다. 하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이번 십자군에 참여했다는 것은 들었지만 죽은 줄 알고 있었다. 다한은 살아있는 비벨은 보니 기쁘기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탈영했다는 것이 어쨌다는 겁니까. 살고자 하는 욕망은 누구나 똑같지 않습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욕망을 억누르고 정의를 위해 싸웠어. 너처럼 도망치지 않고!”


“그 대가가 뭡니까? 죽음 아닙니까.”


“그게 우리들의 소명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악과 싸우는 것이!”


“그러는 다한님도 지금 살아있지 않습니까.”


“그건...”


비벨은 다한의 말을 끊었다.


“그건 다한님도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아니면 자신은 악과 맞서 싸워 죽지 않을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까? 그리고 전 아직 견습입니다.”


“견습이라도 그 소명에는 차이가 없어. 그런데 넌 탈영도 모자라 인신매매까지 하는 거냐!”


“탈영한 시점에서 저희들은 극형을 면할 수 없죠. 그러니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고 여기서 쓸만한 건 여자들 밖에 없으니까요.”


“비벨. 왜 정신까지 썩어 버린 거야! 넌 원래 이렇지 않았잖아!”


“다한님도 재미있는 말을 하는군요. 원래라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세상이란 모두 변하기 마련이지요. 성녀 에스텔님처럼 말이죠.”


에스텔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다한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 너... 설마...”


“네. 성녀 에스텔님은 저희가 대신 맡고 있습니다. 그분의 안전이 걱정되시면 그 성검 클레시온을 저한테 넘기시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스타롯 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아스타롯 6장 4화 22.06.09 57 0 11쪽
34 아스타롯 6장 3화 22.06.08 53 0 15쪽
» 아스타롯 6장 2화 22.06.07 53 0 13쪽
32 아스타롯 6장 1화 22.06.06 53 0 17쪽
31 아스타롯 5장 7화 22.06.05 53 0 10쪽
30 아스타롯 5장 6화 22.06.04 57 0 14쪽
29 아스타롯 5장 5화 22.06.03 52 0 10쪽
28 아스타롯 5장 4화 22.06.02 52 0 13쪽
27 아스타롯 5장 3화 22.06.01 54 0 12쪽
26 아스타롯 5장 2화 +2 22.05.31 64 1 13쪽
25 아스타롯 5장 1화 22.05.30 61 0 12쪽
24 아스타롯 4장 4화 22.05.29 57 0 16쪽
23 아스타롯 4장 3화 22.05.28 55 0 12쪽
22 아스타롯 4장 2화 22.05.27 61 0 10쪽
21 아스타롯 4장 1화 22.05.26 65 0 12쪽
20 아스타롯 3장 6화 22.05.25 67 0 16쪽
19 아스타롯 3장 5화 22.05.25 69 0 12쪽
18 아스타롯 3장 4화 22.05.24 73 0 12쪽
17 아스타롯 3장 3화 22.05.24 70 0 10쪽
16 아스타롯 3장 2화 22.05.23 74 0 12쪽
15 아스타롯 3장 1화 22.05.23 79 0 12쪽
14 아스타롯 2장 7화 22.05.22 85 0 14쪽
13 아스타롯 2장 6화 22.05.21 83 0 11쪽
12 아스타롯 2장 5화 22.05.20 89 0 11쪽
11 아스타롯 2장 4화 22.05.19 94 0 9쪽
10 아스타롯 2장 3화 22.05.18 95 0 13쪽
9 아스타롯 2장 2화 22.05.17 102 0 17쪽
8 아스타롯 2장 1화 22.05.16 96 0 9쪽
7 아스타롯 1장 6화 22.05.13 106 0 11쪽
6 아스타롯 1장 5화 22.05.13 117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