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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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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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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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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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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스타롯 2장 3화

DUMMY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게 낮은 분명 아니었다. 몸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아직 마비가 모두 풀린 것 같지 않았다. 다한은 몸을 돌려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있을 거라 생각한 부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검은 공간만 보일 뿐이었다.


몇 번 눈을 깜박이더니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 흐트러진 짐을 대충 쓸어 담고 잘 움직이지도 않는 발을 억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한은 아스타롯이 너무도 걱정되었다. 자신을 이렇게 마비시킨 것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다. 위험한 융스-리테 산맥에서 마족들이 쫓고 있는 이 상황에 혼자서 돌아다닌 것보다 위험한 일이 또 있을까?


어둠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콸콸 흐르는 급류 소리만이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굵은 나뭇가지에 천과 마른 풀을 감싸고 불을 붙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어둠에서 이런 조잡한 횃불이라도 도움을 줄 것이다. 마비가 아직 풀리지 않은 손으로 부싯돌로 불을 붙이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횃불에 불이 붙었지만 정말 한 치 앞만 보였다. 바로 앞에 있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식으로 아스타롯을 찾다간 밤이 지새워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럴 때는 잘 움직이지도 않은 몸을 억지로 움직여 찾는 것보다 푹 쉬고 환하다곤 할 수 없지만 그나마 밝은 대낮에 찾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곁에 아스타롯, 정확히는 에스텔이 없는 상태에서 다한은 푹 쉴 수 있으리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은 깊은 계곡이고 위로 올라가지 않은 이상 갈 수 있는 곳은 두 곳 뿐이다. 상류 쪽이냐 하류 쪽이냐. 아스타롯이 서쪽으로 흐르는 하류 쪽으로 갈 리 없다. 분명 북쪽인 상류로 갔을 것이다. 부지런히 걸으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걷지 않았을 때, 멀리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강한 빛은 아니지만 어두워서 또렷이 보였다. 다가가니 놀랍게도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성검 클레시온 있었다. 그 성스러운 빛으로 다한을 성검으로 이끈 것이다.


절망감에 빠져있던 다한은 가슴속에 무언가 솟아나는 기분을 느꼈다. 성검 클레시온이 다한을 검을 발견하도록 이끌어 듯이 분명히 성녀 에스텔이 있는 곳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희망이 말이다.



아스타롯은 자신이 차디찬 금속 위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스타롯이 마지막으로 기억했던 장면은 검은 물체가 눈앞에서 휙 지나간 것이다. 아스타롯은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둡고 몸이 눅눅한 게 꼭 동굴 안 같았다.


몸을 움직여 보니 금속들이 짤그랑 소리를 내며 주변으로 흘러내렸다. 손으로 한 움큼 쥐고 살펴보니 금으로 된 동전들이었다. 그것도 오래된 옛 금화와 보기 드문 귀중한 동전도 있었다.


순간 동전에 정신이 팔렸지만 곧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검은 물체가 자신을 덮쳐 동굴 안에 넣어 둔 것 자체가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닐 것이다.


뜨거운 바람이 앞에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 바람이 불어 온 쪽을 바라본 아스타롯은 그대로 기절하고 싶었다. 녹색 눈동자를 가진 거대한 존재가 아스타롯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타롯이 알고 있는 한 용의 계곡에 살고 있고 녹색 눈동자를 가진 거대한 자는 오직 한 명뿐이다. 그렇게도 마주치고 싶지 않던 사룡(邪龍) ‘카’였다.


아스타롯은 겁에 질렸다. 다한에게 겁을 먹은 것과 차원이 달랐다. 인간이 보통 공포를 느끼면 몸이 떤다. 하지만 원초적인 공포를 느끼면 몸의 감각이 모두 마비되어 떨지도 못 한다. 지금의 아스타롯이 바로 그 상태이다.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 저주받을 녹색 눈을 피하고 싶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마왕의 육체를 가지고 있을 때에도 과연 저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때 저승에서나 들을 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머리 속에서 울려 퍼졌다.


“인간 계집이여. 이름이 뭐냐?”


화가 나서 큰소리로 묻는 것도 아니었는데도 목소리는 너무 크고 또렷하게 들렸다.


“아... 아...”


“무서워 마라.”


그 한마디에 아스타롯은 몸이 안정을 되찾았다. 숨을 다시 쉴 수 있었고 몸의 감각들이 다시 되살아났다. 여전히 무섭긴 마찬가지지만. 안정을 되찾자 아스타롯은 고민했다. 아스타롯이라고 진실을 말할지 아니면 에스텔이라 거짓말을 할지.


아니, 에스텔이라고 해도 거짓말은 아니다. 거짓말을 하기 힘들면 진실을 다 말하지 않으면 된다. 분명한 것은 아스타롯이라고 말하면 정말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 아니... 저는 에... 에스텔...”


“......”


“성녀... 에스텔...”


“성녀 에스텔?”


아스타롯은 사룡(邪龍) ‘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호의적인 생각은 아닐 것이다. 저렇게 말없이 쳐다보고 있으니 피가 바싹바싹 말리는 기분이 들었다.


“후후후... 하하하하!”


사룡(邪龍) ‘카’의 웃음소리가 아스타롯의 뇌를 뒤집어 버릴 듯했다. 귀를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사룡(邪龍) ‘카’의 목소리는 귀를 통해 들리는 게 아니었다.


“네가 진정 인간의 성녀 에스텔이냐!”


들켰나? 하지만 아스타롯에게는 다른 길이 없었다.


“...... 네.”


“믿을 수가 없다!”


아스타롯은 가슴이 철렁거렸다.


“배짱이 좋군. 감히 나 사룡(邪龍) ‘카’에게 거짓말을 하다니. 정말 네가 성녀 에스텔이란 말이냐! 네 몸을 감싸고 있는 오라는 서큐버스의 오라와 별 반 차이가 없는데도!”


이번에는 명백한 분노다. 목소리에 사룡(邪龍) ‘카’의 감정이 여과 없이 아스타롯에게 전달되었다.


“거... 거짓말... 아니에요...”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아스타롯은 이 상황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발밧사로에게라도 기꺼이 손을 내밀 것이다.


“그건... 저도... 잘 몰라요. 전투가 끝난 다음부터 이상하게 됐어요!”


“거짓말. 너는 지금 나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다. 감히 나에게! 용의 계곡의 지배자에게!”


분노의 감정만으로 아스타롯은 죽을 것만 같았다.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공포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눈물이 왈칵 솟아져 나왔다. 한때나마 자신이 마왕이었을 때 사룡(邪龍) ‘카’를 토벌할 계획을 한자신의 생각이 너무 어리석게 느껴졌다. 아스타롯은 횡설수설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하나라도 맞길 바랐다.


“제발 죽이지 마세요. 저도... 저도 이 사실이 믿어지지 않아요. 하지만... 하지만... 성기사 다한이 증명해 줄 거예요!”


“성기사 다한?”


다행히 하나 맞았다. 하지만 아스타롯은 지금 자신이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 몰랐다.


“네. 이 근처에 성기사 다한이 있을 거예요. 제발...”


아스타롯은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그대로 양손에 파묻힌 채 흐느꼈다. 사실 사룡(邪龍) ‘카’도 십자군과 마왕정규군이 전투를 벌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빛기둥이 보인 채 십자군은 보이지 않고 북(北)은 지금 혼란에 빠졌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영토에 돌아다니는 인간 여자를 보고 노예로 삼으려고 데려왔을 뿐이었다. 피라미인 줄 알았는데 월척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북(北)에 인간 여자가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 것부터가 뭔가 말이 되지 않았다.


호기심이 생겼다. 안 그래도 300년간 지루하던 차였다. 사룡(邪龍) ‘카’는 자신의 둥지에서 벗어났다. 날개를 펼치고 에스텔이라 주장하는 인간 여자말대로 인간 남자, 성기사 다한을 찾기 시작했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깊은 계곡이지만 태양의 손길을 벗어날 수 없었다. 밤새 걸은 피로감과 허기 그리고 아스타롯에 대한 걱정. 아침 태양의 온기라도 느끼고 싶었지만 다른 이유로 다한은 나중에 미루어야 했다. 다한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자신 앞에 30m가 넘는 드래곤이 있으면 지금 하던 것을 미루어야 할 것이다.


다한은 과거 용사들이나 용감한 왕자들이 공주를 납치한 사악한 드래곤과 싸웠던 전설이나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 모두 웃기지도 않은 동화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싸우기는커녕 두려움에 몸조차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용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때나마 그것들이 진실이라고 믿은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성기사 다한.”


사룡(邪龍) ‘카’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다한은 온몸이 짓눌리는 압박감을 느꼈다.


“당신은...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는 ‘카’. 이 용의 계곡의 주인이자 수호자이다. 너는 성기사 다한인가?”


“...그... 그렇습니다.”


그러곤 사룡(邪龍) ‘카’는 다한의 허리춤에 찬 성검 클레시온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한이 보기에는 화가 나서 자신을 노려보는 느낌이었다. 마치 자신의 영토를 침범해 화가 난 것처럼 말이다.


다한은 발작하는 몸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카’라는 드래곤의 이름을 생각해 보았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이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이름이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위대한 드래곤. ‘카’여. 만약 제가 당신의 영토에 무단으로 침범해서 분노했다면 용서해 주소서.”


“그 검은 성검 클레시온인가?”


“아, 그렇습니다. 성검 클레시온입니다.”


“그럼 용서한다. 인간의 아이여. 나는 성검 클레시온의 가진 자를 해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나를 두려워 말라.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 했던 다한은 숨을 머금은 내뱉지 못 했다.


“그 외의 인물에게는 나에게 자비를 구해야 할 것이다!”


그 외의 인물이라면 혹시...


“성녀 에스텔님말입니까?”


“......”


“......”


침묵이 흘렀다. 다한은 초조해졌다. 설마 벌써 해친 것은 아닌가? 아니면 아스타롯이 봉인되어 있는데 눈치챈 건가?


“정말 그 계집이 성녀라 불리는 에스텔이냐?”


아직 알아채지 못한 것 같다.


“그렇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하라.”


다한은 거짓말을 해야 할지 아니면 진실을 말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에스텔의 안전을 위해서 적당히 거짓말을 꾸며야만 했다. 하지만 거짓말이 통할 상대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역효과만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게다가 거짓말을 꾸며내기엔 다한은 너무 진실된 사람이었다. 설사 아스타롯처럼 거짓말이 입에 붙은 사람들도 과연 사룡(邪龍) ‘카’ 앞에서 거짓말을 생각할 겨를이나 있을까 의문이다. 차라리 진실을 얘기하고 자비를 구할까? 그래. 진실을 말하고 이 드래곤에게 지혜를 구해 보자. 아니야. 예전부터 드래곤은 사악하기 때문에 오히려 약점이 잡힐 수 있다.


만약 지금 사룡(邪龍) ‘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한이 알고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룡(邪龍) ‘카’는 그냥 지금 북(北)의 상황과 십자군의 상태가 궁금할 뿐이었다.


궁금한 내용만 충족되면 다한을 멀리 내쫓고 에스텔은 예정대로 노예를 삼을 생각이었다. 만약 다한이 성검 클레시온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다한도 노예로 만들었을 것이다.



혼자 남겨진 아스타롯은 동굴을 둘러보았다. 온갖 찬란한 금은보화들이 마왕궁의 금고보다 더 많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금은보화 위에 있던 아스타롯은 동굴 구석에 온갖 몬스터들의 뼈들이 뒹굴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아스타롯은 동굴 입구로 다가 갔다.


동굴은 컸다. 한참을 걸어서야 동굴 입구에 도착한 아스타롯은 허탈한 기분을 느꼈다. 동굴은 적어도 계곡 바닥에서 200m높이 절벽에 만들어졌다. 기어서 올라가자니 200m는 넘게 올라가야하고 내려가자니 까딱하다간 200m아래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악! 아악!”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 왜! 왜! 그리고 원로에서는 왜 날 찾지 않은 거야! 빌어먹을! 내가 마왕이 되었을 때 형제들을 다 쓸어 버렸어야 했어!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십자군은 왜 쳐들어온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만약 다시 힘을 되찾으면 서(西)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어! 제일 나쁜 것은 바로 에스텔이야! 바로 이 몸. 미친년! 빌어먹을년! 오라질년! 그년은 날 봉인시키는 것이 아니라 죽였어야 했어! 젠장! 젠장!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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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스타롯 2장 5화 22.05.20 88 0 11쪽
11 아스타롯 2장 4화 22.05.19 93 0 9쪽
» 아스타롯 2장 3화 22.05.18 95 0 13쪽
9 아스타롯 2장 2화 22.05.17 100 0 17쪽
8 아스타롯 2장 1화 22.05.16 95 0 9쪽
7 아스타롯 1장 6화 22.05.13 10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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