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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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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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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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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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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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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스타롯 5장 4화

DUMMY

그날 저녁, 다한은 모닥불을 피워 야영할 준비를 하였다. 다한은 걷다가 화가 풀렸다. 아스타롯은 마족이다. 원래 마족이란 족속들이란 상대방의 틈만 보이면 공격하는 존재이다. 괜히 흥분해서 감정적으로 대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서먹서먹하게 걸으니 안 그래도 지루한 여정이 더 지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스타롯과 사과를 하려 했다. 하지만 아스타롯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다.


“아스타롯. 낮에 일로 아직까지 삐져 있는 거야?”


삐졌다는 말에 아스타롯은 더 화가 났다.


“삐진 게 아니라 화가 난 거야.”


“팔 좀 봐봐.”


다한이 아스타롯의 팔을 보려 손을 대니


“내 몸에 손 때.”


“그게 왜 니 몸이야. 에스텔님의 몸이지.”


에스텔의 이름이 나오자 아스타롯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지금 내가 있으니까 내 몸이지! 왜 그년 몸이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어쨌든 팔 좀 봐봐. 아스타롯. 부탁할게.”


의외로 다한이 저자세로 나오자 아스타롯은 화가 급류가 흘려 씻겨 내려가는 것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순순히 팔을 걷어 상처 부위를 보여주었다. 아스타롯의 양팔은 시커멓게 멍이 들었다. 다한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에스텔의 몸에 상처를 입혀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괜찮아?”


“그렇게 세게 붙잡았는데 괜찮을 리가 있겠어.”


“어쨌든 앞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할게. 미안.”


다한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자 분노의 찌꺼기마저 사라져 버렸다. 둘은 잠시 말없이 있었다. 서먹한 분위기기 싫어 다한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아무 말이나 꺼냈다.


“그런데 아스타롯. 어떻게 에스텔님의 과거를 알고 있는 거야?”


“나도 몰라. 봉인된 뒤로 가끔 내 기억이 아닌 게 떠올라. 내 기억이 아니니 에스텔의 기억이겠지.”


“그렇다고 그걸 함부로 말하면 어떡해.”


“왜? 그거야 내 마음이지. 그럼 누가 날 봉인하래?”


“그건 에스텔님의 소중한 기억이고 여자들의 기억은 일기와도 같아서 훔쳐봐서는 안 되고 말해서도 안 돼.”


“에스텔이 니 생각하면 자위한 것도?”


“......”


“......”


물론 에스텔이 그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설교를 지껄이는 다한에게 심술이 났고 골려주고 싶어서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은 멍하니 벌리고 충격으로 몸이 떨리는, 마치 가족 중 누군가 운명을 다 했다는 소식을 들은 듯한 다한의 표정을 보고 아스타롯은 장난이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담이야. 신경 쓰지 마.”


“......”


“......”


“...... 이 자식아! 죽고 싶어!”


다한은 방금 전 결심은 엿 바꿔 먹었는지 아스타롯의 멱살을 붙잡고 흔들었다.


“켁, 켁, 다한. 미안. 그냥 니 표정 보니까 농담이 하고 싶어서... 큭.”


하지만 다한은 놓아주지 않고 더 심하게 흔들었다.


“다한! 이 몸은... 에스텔 거잖아.”


방금 전 내 몸이라고 외치던 아스타롯은 위기의 순간에 자신의 의견을 순식간에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이 말은 먹혔고 다한은 멱살을 풀었다.


“두 번 다시 에스텔님의 기억을 엿보지도 말고 말하지도 마!”


사실 아스타롯도 에스텔의 기억에 접근하는 것을 싫어했다. 기억과 함께 그 기억이 가지고 있는 그 당시의 감정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 에스텔의 기억에 접근하면 아스타롯은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싫었다.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아!”


그런데 다한이 얼굴을 붉힌 채 아스타롯의 얼굴을 피했다.


“너 설마... 그 말 상상한 거냐!”


다한은 긍정도 부정도 못한 채 얼굴만 더 붉혔고 아스타롯은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다.


“쿡쿡쿡. 계속 웃었더니 배고 다 고프네. 저녁은 아직은 멀었어?”


빨갛게 변한 얼굴이 더 빨갛게 변한 다한은 머뭇거리더니 물병을 아스타롯에게 건네주었다.


“손에는 아까 전에 뿌렸잖아. 게다가 목은 안 말라. 저녁이나 달라니까.”


“어... 저기... 음... 이게 저녁이야.”


“무슨... 설마!”


아스타롯은 웃음기가 사라진 채 짐을 뒤져 보았다. 짐에는 물병 외에는 어떤 것도 없었다.


“말도 안 돼!”


고도(古道)에 들어선 지 이틀 째에 식량이 다 떨어진 것이다. 아직 갈 길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른데 말이다. 고도(古道)는 마델 고원보다 더 적막한 곳이다. 가끔가다 개울이나 샘은 있지만 먹을 것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니 말대로라면 내일이면 서(西)에 도착할 테니 하루 정도만 참아봐.”


“다한. 우리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너는 어떻게 확신하는데?”


“무슨 소리야. 니가 이 길이 서(西)와 연결되어 있다면서.”


“나는 확신하지는 않았어. 서(西)와 이어지는 고도(古道)가 있다고만 할 뿐이었어. 게다가 나는 이 길이 외길인 줄 알았어. 설마 갈림길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너는 우리가 그 갈림길에서 제대로 왔다고 어떻게 확신하는데?”


다한은 갈림길에 대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하루만 굶고 버티자는 다한의 작은 고민이 큰 고민으로 바뀌었다. 다한은 놀란 얼굴로 아스타롯을 바라보았지만 아스타롯의 얼굴에 해결 방법은 적혀 있지 않았다.


다한과 아스타롯은 어제 저녁부터 물 외에는 음식이라고 혀끝에도 대 보지 못했다. 배는 고프지만 아사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신적 압박과 심신이 지쳐 걷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졌다. 이렇게 기운 없이 똑같아 보이는 길을 걷던 다한은 심심해서 아스타롯에게 말을 걸었다.


“네 형제는 도대체 몇 명이야?”


“몰라.”


“모른다고?”


“당연하지. 형제들이 다 같이 사이좋게 왕궁에 사는 것도 아니고 형제이기에 우리들은 서로 적이기에 서로 알고 지낸다던가 교류 같은 것을 하지 않아.”


“그럼 발밧사로나 투아난이 형제인 것은 어떻게 알았어?”


“그 녀석들이 강력한 마왕 후보자 중 한 명이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지. 거의 모든 마족들이 다 알고 있는데.”


“그럼 너희들은 키우는데?”


“당연히 어머니가 키우시지.”


아스타롯은 별 이상한 것도 다 묻는다는 듯이 다한을 쳐다보았다.


“마족들도 여자가 있어?”


아스타롯은 더 황당한 표정으로 다한을 노려보았다.


“그럼 마족들은 땅에서 솟아나는 줄 알았냐! 생각을 좀 해 봐. 어떤 종족이 남녀로 안 나누어져 있는지.”


“여자 마족이라니...”


다한은 상상이 안 갔다. 투아난의 그 덩치에 가슴이 달려 있는 마족을 상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한은 기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다한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스타롯은 눈치챘다.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생기지 않았으니 괜히 이상한 상상하는 것은 관둬.”


“하지만 난 여자 마족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어.”


“나도 인간 여자를 본 것은 이 에스텔이 처음이다.”


“아니... 나는 북(北)에 있었어. 그러니 한 명쯤 볼 수 있는 것 아냐?”


“정확히 너는 북(北)에 없었어. 마델 고원에 있었지.”


“우리가 전투를 벌인 곳이 마델 고원이었어?”


“정확히는 마델 고원 근처야. 북(北)의 경계선에서 약간 벗어난 곳이지.”


“나는 마왕성 근처에서 싸우는 줄 알았어. 그럼 멀리서 보이던 시커먼 탑들은 뭐지? 마왕 성을 탑들의 성이라고 하잖아.”


“그건 그냥 관문이야. 문이라고. 융스-리테 산맥에서 쳐들어오는 몬스터들을 막기 위해 세워진 관문과 감시탑들이야.”


다한은 멀리서 보인 탑들이 감시탑인 줄도 모르고 정말 마왕성답게 공포스럽고 오싹한 탑이라고 생각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물론 니가 북(北)에 왔다고 하더라도 여자들은 볼 수 없어.”


“아니, 왜?”


“다들 집안에 꼭꼭 숨어 있는데 어떻게 볼 수 있겠어.”


“외출을 안 해?”


“외출을 안 하면 어떻게 먹고 살겠어? 단지 바깥 활동을 안 하는 것뿐이야.”


“왜 바깥 활동을 안 하는데? 법으로 금지되어 있어?”


“아니. 생각 좀 해 봐. 여자들이 무슨 일을 하는데?”


“어...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게 없지만 이것저것 많지 않아?”


“예를 들면?”


“물건을 판다든지.”


“물건 팔다가 누가 칼을 목에 겨누고 협박하면?”


“건물을 짓든지.”


“여자들이 100kg의 돌을 어떻게 나를 수 있는데?”


“아니면 다른 귀족들의 병사가 된 다든지.”


“병사가 될 정도였으면 차라리 물건을 내다 팔겠다. 다한. 여자 마족들은 약해. 물론 인간 여자보다는 강하겠지만 남자 마족들에 비하면 턱없이 약하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집안일을 하거나 애를 낳거나 농사짓는 일밖에 없어.

그나마 농사짓는 일도 여자들 중에서 체력이 좋은 여자들이나 하지. 아마, 내가 배운 것이 틀리지 않았다면 서(西)의 여자들도 별로 북(北)의 여자들과 마찬가지 그런 일을 할 텐데.”


“하지만 에스텔님은 신관이야.”


“여자 신관이 많이 있어?”


“......”


“그리고 신관이 직업이었어?”


“......”


“우리들도 사제들이 있어. 다 여자로 구성되어 있지. 왜냐하면 우리들이 모시는 신이 여신 이기에 남자들이 모실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모시고 싶어 하는 남자 마족들도 없지만.”


“지금은 생각이 안 나지만 분명 여자들이 하는 바깥 일들이 많이 있어.”


“알았어. 알았어. 나중에 생각나면 말해줘.”


“여자들이 약하면 누가 그들을 보호해주는데?”


“당연히 남자들이 보호해주지.”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면 그냥 보호해주는 것 같지는 않은데. 착취하는 것 아냐?”


“능력만 되면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그러는 경우는 거의 없어.”


“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도 여자들은 보호해야 한다는 기사도 정신은 살아있나 보지?”


“설마. 내가 말했잖아. 여자들이 농사를 짓는다고. 그리고 남자 마족이라도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느니 여자들이 농사를 지은 것을 거래하는 거지. 식량의 대가로 돈을 지불하거나 일을 해주거나 보호를 해주거나 하지.”


“그냥 약탈하면 되잖아.”


“매력적인 방법이긴 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 우선 여자들은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고 있어. 10명, 20명이 아니라 적어도 300명 이상의 여자들이 뭉쳐서 살지. 아무리 여자들이라도 그 정도면 꽤 위협적이지.

그리고 공동체는 식량을 가지고 있고 식량이 많이 있다는 것은 곧 돈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그 돈으로 용병을 고용하거나 아니면 귀족과 의탁해 귀족의 병사에게 치안을 맡기지.”


“그래도 만약 어떤 마족이 어떻게 해서 수백 명의 병사를 모은 뒤 공동체를 공격하면?”


“너 생각하는 게 점점 마족을 닮아간다. 아, 농담이야. 농담. 그 표정 좀 짓지 마. 음음. 다한. 니 말대로 그런 경우가 종종 있긴 해. 힘 있는 도적 떼들이 약한 공동체를 공격해서 돈과 식량을 약탈한 일들이. 하지만 어쩌겠어. 지들이 약해서 털린 건데.”


“그럼 그들을 내버려 둔단 말이야?”


“당연히 아니지. 좀 생각을 하고 말해라. 그 공동체는 북(北)의 가장 중요한 많은 세금을 거두어들이는 곳인데 그렇게 약탈 당하게 놔두진 않지.”


다한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 북(北)이 그렇게까지 타락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동기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혹시라도 강한 여자 마족이 나타나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경우는 없어?”


“없어.”


“대답이 너무 빠른데? 한 명도?”


“한 명도. 대단한 일을 하려면 강해야 하는데 여자 마족들은 약해. 그러니 대단한 일을 할 수 없지. 이 간단한 것을 왜 너는 모르는 거야? 서(西)에는 흔한가 보지?”


“흔한 건 아니지만 한 명도 없지는 않아.”


“그럼 대단한 일을 한 여자가 누구인데?”


“너도 알고 있는 사람이야. 에스텔님.”


“뭐? 이년이 뭘 했는데.”


이년이라는 말에 다한은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무궁무진하지. 주(主)신전을 통틀어 그렇게나 많은 기적을 일으킨 사람은 에스텔님이 처음이야. 게다가 덤으로 마왕 봉인했잖아. 안 그래? 아스타롯?”


“시끄러. 운이 좋았을 뿐이야. 그 외에는 없어?”


“내가 기억하는 사람만 해도 20명은 훨씬 넘지. 다 말해 줄까?”


“아니. 사실 별로 듣고 싶지 않아. 여자들이 한 일 따위는.”


“네 신하나 병사들 중에 여자 마족은 한 명도 없어?”


“한 명도 없어. 특히, 여자 병사라니. 그 여자 마족이 나만큼 강하지 않다면 강간당한 채 일주일 만에 시체가 될걸.”


다한은 괜한 걸 물어봤다고 생각했다. 계속 듣다가 어떤 끔찍한 말이 튀어나올지 몰라 다른 얘기를 꺼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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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스타롯 2장 5화 22.05.20 89 0 11쪽
11 아스타롯 2장 4화 22.05.19 94 0 9쪽
10 아스타롯 2장 3화 22.05.18 95 0 13쪽
9 아스타롯 2장 2화 22.05.17 10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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