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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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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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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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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수 :
52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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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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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5장 7화

DUMMY

다한과 아스타롯은 하루 종일 쫄쫄 굶은 채 고도(古道)를 걸었다. 다행히 물은 많이 있었다. 물마저 없었다면 다한과 아스타롯은 예전에 쓰러졌을 것이다.


해가 능선을 따라 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서(西)는커녕 길이 끝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얼마 쯤 걷다 다한은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하였다 산불이라도 났나 싶었지만 곧 다른 곳에서도 연기가 피어올랐다.


산불처럼 보이진 않았다. 검은 연기기 피어오르기보다는 내뿜어지는 산불과 달리 지금 보이는 연기는 하얗고 가느다랗고 규칙적으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굴뚝에서 나는 연기처럼 보였다.


“!!!”


다한은 다시 연기를 봤다. 다시 봐도 굴뚝에서 나는 연기가 분명했다. 그렇다는 건 이 근처에 마을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살았다!”


“왜? 왜? 왜? 다한?”


“저 연기 보여?”


“산불이라도 난 거 아냐?”


“아니야. 잘 봐봐. 연기 모습이 달라. 저건 굴뚝에서 나는 연기야!”


“진짜! 진짜야, 다한? 이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어?”


“그렇고말고. 우리가 드디어 서(西)에 도착한 거야!”


서(西)에 도착한다는 말에 아스타롯은 잊고 있었던 두려움이 되살아났다.


‘저곳에 가면 난 확실히 죽는다.’


아스타롯은 기뻐하는 다한과 달리 슬금슬금 뒷걸음을 쳤다. 아스타롯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걱정이 된 다한은 아스타롯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아스타롯은 속마음을 들킨 줄 알고 뒤돌아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앗! 거기서! 아스타롯, 왜 도망치는 거야?”


애당초 도망치는 것은 무리였다. 다한은 순식간에 아스타롯을 붙잡았다.


“놔! 놔! 이거 놔!”


“왜 그래? 갑자기!”


“몰라서 묻는 거야? 난 저기 가면 죽어!”


요 며칠간 그나마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 잊고 있었지만 그는 마왕 아스타롯이다. 그렇기에 그를 주(主)신전에 데리고 가면 주(主)신전은 그를 해하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다한은 그를 주(主)신전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그래야만 에스텔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돼. 그렇게 할 수 없어.”


“마왕성으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야. 어차피 마왕성으로 돌아가는 것은 포기했어. 그러니까 너도 주(主)신전에 가는 것 포기해 주면 안 돼?”


“그럼 에스텔님은?”


“서(西)에도 마법사들이 있잖아. 그들에게 방법을 찾아보는 거야.”


“마법사가 있지만 과연 누가 성기사에게 협조를 해주겠어. 사이가 그렇게 나쁜데.”


“하지만 잘 설명하면 도와줄 지도 몰라.”


“널 실험체로 사용할지도 모르고.”


“...... 다른 방법이 분명 있을 거야.”


“아니. 주(主)신전에 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야.”


“만약 주(主)신전에 갔는데도 봉인이 풀리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


“그럴 리 없어.”


“어떻게 장담하는데?”


“나도 몰라. 하지만 다 잘 될 거야. 주(主)신전이라면 에스텔님의 봉인을 풀 수 있을 거 야.”


“봉인이 풀리면 난 죽어. 안 풀려도 주(主)신전은 에스텔까지 싸잡아서 죽일지도 모르고.”


“...... 너는 몰라도 설마 에스텔님까지 죽이겠어?”


“주(主)신전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걸.”


“그... 그럴 리 없어. 에스텔님은 주(主)신전의 상징이란 말이야.”


“하여튼 난 못 가! 아니, 안 가!”


다한에게 붙잡힌 채 아스타롯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다한은 가슴이 따끔거리는 고통을 느꼈다.


‘설마... 내가 마족을, 그것도 마왕 아스타롯 때문에...’


다한은 자신의 감정 때문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바로 부정했다. 아스타롯 때문이 아니다. 분명 에스텔님의 얼굴 때문에 그런 것이리라.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다한은 더 이상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한 채 아스타롯이 흐느끼는 것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울던 아스타롯은 눈물을 닦고 결심을 한 듯이 다한을 바라보았다.


“알겠어. 주(主)신전으로 갈게.”


“응... 어? 정말? ...... 괜찮겠어.”


“응. 하지만 주(主)신전에서 방법을 못 찾고 나와 에스텔을 함께 사형시키면 넌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


아스타롯의 조용한 협박에도 다한은 물러서지 않았다. 에스텔은 다한에게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이다. 절대 물러설 수 없다. 그것이 주신이라 할지라도.


“고마워. 아스타롯.”


아스타롯은 진심이 담긴 다한의 감사에 기분이 조금 나아졌지만 그래도 주(主)신전에 가야 된다는 두려움은 여전했다. 다한은 해가 지기 전에 마을에 도달하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그때 아스타롯이 다가와 다한의 손을 꼭 붙잡았다. 놀란 다한이 손을 빼려고 하는데 아스타롯이 너무 불쌍하고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손을 놓지 못 했다. 아스타롯의 손은 떨고 있었다. 아스타롯은 겁이 났지만 어쩐지 다한의 손을 잡고 있으니 좀 안심이 되었다.


연기가 좀 더 가까이에 보였다. 이제 저 모퉁이만 돌면 마을이 보일 듯하였다. 다한은 들뜬 마음에 걸음이 빨라졌다. 길모퉁이를 돌아선 다한은 망치로 머리를 세 대 정도 맞은 느낌이었다. 거대한 벽이 그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이게 뭐야!”


벽은 정체는 산사태로 무너져 길을 막았던 흙이었다. 이 흙은 오랜 세월 지나면서 굳어져 천연의 벽을 만든 것이다. 이제 한 걸음만 더 가면 서(西)가 있다. 그런데 닿을 수 없었다.


서(西)를 지척에 두고 벽에 가로 막히자 다한은 절망했다. 절벽에 둘러싸인 길에 이런 벽이 가로막혀 있으니 우회할 길도 보이지 않았다. 무조건 저 벽을 넘어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벽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왠지 다한 혼자서라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높이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아스타롯이었다.


“이제 어떡하지?”


아스타롯은 내심 기뻐하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면서 얘기했다. 다행히 다한은 온갖 생각과 절망으로 아스타롯의 속마음을 알아채지 못 했다. 만약 알아챘으면 둘은 또 한바탕 싸움을 벌였을 것이다.


다한은 고민을 했다. 돌아가려고 해도 투아난과 싸운 다리에서부터 길은 계속 절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즉, 외길이다. 다른 길도 없었고 길을 만들어갈 수도 없었다. 다한은 다시 한번 절벽을 바라보았다. 절망감이 다한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건 다한의 인식을 바꾸었다. 10m가 넘어 보이는 벽이 5m처럼 보이는 요술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올라간다.”


“그래. 어? 에!”


아스타롯은 아까 전에만 해도 안심을 느꼈던 손을 뿌리치더니 소리쳤다.


“싫어! 난 싫어! 넌 미쳤어. 다한. 죽으려면 혼자 죽어!”


“날 믿어. 난 해낼 수 있어.”


“너희들의 신도 못 믿는 판국에 널 어떻게 믿어!”


강제로 업고 갈 수도 있지만 더 위험했다. 그렇다고 계속 윽박지르면 싸움만 벌어진다. 설득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설득이라는 방법은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왠지 마족에게는 어울리지 않아서 쓰지 않았고 쓰고 싶지도 않은 방법이다.


하지만 투아난과 싸움이 있은 후 아스타롯은 뭔가 분위기가 달라졌다. 꼭 인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한은 숨을 크게 들이킨 다음 천천히 내쉬었다.


“잘 들어. 아스타롯. 우리에겐 지금 이 방법 밖에 없어.”


“니 머리로는 이 방법 밖에 없겠지.”


윽. 진정해. 다한. 다시 심호흡 크게 하고.


“후우. 너는 어떤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지나온 길은 모두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그리고 절벽은 저 벽보다도 더 높아. 다시 돌아가는 방법? 잊었어. 다리가 무너져서 돌아 갈 수도 없어. 게다가 우리들에게 더 이상 식량도 없고. 올라가서 떨어져 죽나, 여기서 굶어 죽나, 죽는 건 마찬가지야.”


“분명 다른 방법이...”


“이게 최선이야. 아스타롯. 제발. 날 믿어봐.”


“......”


아스타롯은 절벽을 둘러보고 지나왔던 길을 바라보았다. 다한의 말한 방법 밖에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인정하기가 싫은 뿐이다.


“알았어. 어차피 죽는 것. 주(主)신전에서 죽나 여기서 죽나 그게 그거겠지.”


“고마워.”


다한은 벽을 바라보았다. 산사태로 생긴 벽이라 지면과 완전한 직각을 이루진 않았다. 약간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었다. 게다가 군데군데 구멍과 돌출된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벽을 타고 올라가는 일이 그렇게 불가능하게 보이지 않았다.


아스타롯은 다한의 등에 업혔다. 다한은 윗옷을 벗어 아스타롯이 행여 떨어지지 않도록 자신과 묵었다. 아스타롯의 체온 때문인지 에스텔의 치유의 능력 때문인지 다한은 몸 깊숙이 없던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껴졌다.


다한은 돌출된 부분을 단단히 붙잡고 첫발을 내디뎠다. 무사히 첫발을 내디디는 다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한발한발씩 벽을 타고 올라갔다.


중간쯤 올라왔을 때 다한이 붙잡은 돌출된 부분이 부셔지면서 다한은 자세를 잃었다. 아스타롯은 눈을 감으며 비명을 질렀고 다한은 아스타롯의 비명소리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한 손으로 버틴 뒤 자세를 바로 잡았다.


온몸이 식은땀이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이대로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다시 천천히 벽을 타고 올라갔다. 계속 입으로 기도문을 중얼거리면서 신에게 기도했다. 자신이 죽더라도 에스텔은 무사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말이다.


신이 그 기도를 들어줬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다한은 마침내 벽 꼭대기에 올라섰다. 다한은 꼭대기에 올라서자 힘들어 그대로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온몸에 감각이 없고 팔은 마비가 된 듯 움직일 수 없었다. 긴장과 벽을 탔을 때 흘린 땀으로 몸이 떨렸다.


아스타롯은 벽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아찔한 모험을 했는지 몸서리쳤다. 한참을 쉬던 다한과 아스타롯은 자리에서 일어나다. 다한의 눈에 마을의 풍경이 비쳤다. 감격으로 코끝이 찡하고 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드디어, 드디어 서(西)에 도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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