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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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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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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수 :
527,976

작성
22.05.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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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아스타롯 4장 1화

DUMMY

다한과 아스타롯은 저녁이 되어서야 도시 반대편에 도착했다. 더 빨리 도착할 수도 있었지만 고통에 겨워하는 아스타롯 때문에 빨리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홍염의 창 매그넌스 덕분에 더 이상 어떤 거인들의 공격을 받지 않았다.


드디어 도시 끝, 산봉우리 아래에 도착했다. 하지만 다한은 아스타롯이 말한 고도(古道)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거인들이 사는 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그제야 마음이 놓인 다한은 아스타롯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피는 멎었지만 곧 곪을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하지만 에스텔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성녀이다. 비록 아스타롯이 깃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한의 팔을 손을 댄 것만으로 하루 만에 낫게 하는 기적을 보여 주었다. 심각한 상처이긴 하지만 아마 하루나 이틀이면 상처는 흉터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낮에 너무 갑작스런 사태에 신경을 쓰지 못 했지만 힘도 마법도 모두 잃은 아스타롯이,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소환한 것이다. 스스로 힘으로 거인을 거꾸러뜨리고 마왕을 능가하는 힘을 가진 창을 말이다.


다행인 건 아스타롯은 창에 손을 대지 못 했다. 오히려 손에 심각한 화상만 입혔다. 분명 지금 몸의 주인이 성녀이기에 마의 힘의 정수인 매그넌스를 잡을 수 없는 거리라. 만약 아스타롯이 그 창을 마음대로 다루는 방법을 찾는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아스타롯은 분명 자신을 죽이고 마왕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봉인을 해제하는 법을 찾아낸 다음 에스텔마저 죽일 것이다. 죽이면 다행이지만 고문하고 노예로 만드는 것은 더 참을 수가 없다.


지금 아스타롯이 고통 때문에 아무 생각도 못 하고 있지만 몸이 낫고 나면 분명 그 일에 대해 생각할 것이고 결국 머리가 비상한 아스타롯은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에스텔의 몸으로도 다루는 법을 알아낼 것이다.


“다한...”


“응, 왜?”


돌무더기에서 쉬고 있는 다한에게 아스타롯이 다가왔다.


“상처가 점점 더 아파져.”


“어디 봐봐.”


상처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도 상처가 하루아침 만에 나을 리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다한은 에스텔의 치유의 기적을 생각하고 말했지만 아스타롯은 ‘너한테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니까짓게 뭘 알겠어’라는 표정을 짓고 돌아갔다. 다한은 순간 울컥했지만 부상자를 상대로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여 관두었다.


고도(古道)는 다음 날 찾기로 하고 다한과 아스타롯은 일찍 잠들었다. 하지만 밤새 아스타롯은 고통 때문에 계속 신음을 흘렸다. 걱정된 다한은 아스타롯을 살펴보았다. 몸이 차갑게 식어가고 상처는 더 넓어져 있었다.


‘도대체 에스텔님의 치유력이 어떻게 된 거지? 왜 상처가 더 퍼진 거야?’


다한은 혼란스러웠다. 아스타롯만큼 지식이 방대한 것도 아니고 지금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간호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밤새 아스타롯을 간호했지만 별다른 차도가 없었다.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었다.


다음날 아스타롯의 오른손은 검게 변했다. 하루 만에 썩을 리는 없겠지만 꼭 썩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최악의 경우 다한은 에스텔의 오른손을 잘라 내야 한다. 손을 잘라 내야 한다고 생각이 들자 다한은 절망에 빠졌다.


‘내가, 내가... 에스텔님의 손을... 손을...’


다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했다.



아스타롯은 새하얗고 웅장한 건물에 있었다. 처음 봤지만 이곳이 어딘지 알고 있다. 주(主)신전이다. 오늘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새로운 성기사들을 임관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주(主)신전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고 활기가 찬 몇 안 되는 날 중 하나다.


신관으로 발탁되었지만 신관으로서 생활은 지겹기 그지없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 기도를 드리고 낮에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고 오후에는 신학 공부를 해야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저녁 기도 후 대신관님의 말씀을 들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지겨운 것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가끔 대신관님이 아파서 좀 넘어갔으면 했다.


이런 생활이 매일 반복되니 의례와 의식으로 점철되어 있는 임관식이지만 무척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날은 임관식이 끝나면 신관들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왕국의 수도 못지 않게 크고 웅장하고 훌륭하다는 이 도시를 둘러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견습 신관에게 외출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속 주(主)신전 안에서 생활을 했다.


주(主)신전이 크다고 하지만 출입 금지 된 곳도 많고 1년 동안 살다 보면 구석구석 안 가 본 곳이 없었다. 그래서 오늘 자유시간에 도시에 나가 볼 생각이다. 하지만 대신관님이 못마땅하게 생각하였다.


“에스텔아. 올해 나이가 몇이냐?”


“12살입니다. 대신관님.”


“12살이면 아직 어린애가 아니더냐.”


“그렀습니다. 대신관님.”


어린애라는 말에 기분이 나빴지만 공손하게 대답하였다. 대신관님은 하얀 머리를 길게 기른 현자처럼 온화하고 인자한 외모를 지녔지만 사실 매우 까다롭고 깐깐한 분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을 잘못해서 외출하는 것이 금지되면 울지도 모른다. 아니, 틀림없이 울 것이다.


“어린애가 혼자서 밖에 돌아다니기에는 밖은 너무 위험하다.”


“하지만 여기는 주(主)신전이 있는 델루로스입니다. 신의 축복을 받은 도시에 어떤 위험이 있습니까? 대신관님.”


보통 이런 식으로 말하면 어른들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신관님은 만만찮았다.


“에스텔아. 델루로스가 아니라 이곳 주(主)신전만 신의 축복을 받았단다. 델루로스는 그저 이 축복의 힘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도시니라. 그러니 델루로스에도 위험이 있기 마련이란다.”


“그... 그럼 저는 외출을 할 수 없는 것입니까? 대신관님?”


돌려서 얘기를 하고 있지만 대신관님은 외출을 금지하고 싶은 것이다. 울 것 같았다. 울 수만 있으면 울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신관이기 때문에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되었다.


“정녕 외출을 하고 싶은 거냐.”


“네. 대신관님.”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대신관님은 생각에 잠기시더니 말했다.


“후우... 알았다.”


“네? 네! 정말이십니까? 대신관님!”


“단! 조건이 있다.”


“어떤 조건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대신관님.”


“성기사에게 호위를 받는다면 외출을 허락하마.”


“네? 호위요?”


“그래. 호위. 이 조건을 수락하겠느냐?”


혼자만의 자유를 만끽하려는 내 계획이 와르르 무너졌다. 하지만 외출을 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신관님.”


“그럼 성기사 먼소로를...”


“잠깐...”


혀를 씹었다. 입에서 짭조름한 피 맛이 느껴졌다.


“잠깐만요. 대신관님. 설마 성기사 먼소로님에게 호위를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그럴 생각이다만...”


“대신관님. 저도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호위할 성기사는 제가 결정하게 해 주십시오.”


성기사 먼소로님은 신관과 성기사들에게 존경을 받는 성기사이지만 재미가 없으신 분이다. 늘 무뚝뚝 하고 농담도 안 하시고 무엇보다도 외모가 너무 무섭게 생겼다.


“외출하기 싫은 게냐?”


“아니요. 대신관님. 외출하고 싶어요. 하지만 성기사 먼소로님은...”


대신관님은 견습 신관들이 성기사 먼소로님을 무서워하고 있는 것을 분명 알고 있다. 비록 내가 신관이기는 하지만 나이로는 대부분의 견습 신관보다도 어리기 때문이다.


“...... 알았다. 성기사는 에스텔, 네가 정하거라.”


“아, 감사합니다. 대신관님.”


대신관님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누군가 나를 불렀다.


“에스텔. 너 오늘 외출할 거지?”


“얘, 로렌. 에스텔이 뭐야. 에스텔이. 신관 에스텔님이라고 해야지.”


갈색 머리에 얼굴에 주근깨가 나 있고 15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는 로렌이고 옆에 나와 같이 금발의 키가 큰 여자아이는 사라라고 불리 운다. 둘 다 견습 신관이고 주(主)신전에서 나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이기도 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신관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견습 신관들과는 사이가 좋았다.


“무슨 상관이야. 나에게 에스텔은 에스텔일 뿐이야.”


“너 그러다 대신관님 귀에 그 소리가 들어가다간 너 단식하게 될 텐데.”


“그러니까 대신관님 없을 때만 에스텔이라고 하잖아.”


“사라. 난 상관없어. 너도 아무도 없을 때는 에스텔이라고 불러.”


“하지만...”


“우린 친구잖아.”


사라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텔. 사실 너한테 부탁이 있어서 찾아온 거야.”


언제나 직선적인 로렌은 이번에도 거침없이 용건을 꺼내 들었다.


“너 오늘 외출하지? 그래서 나간 김에 여기 적혀 있는 것 좀 사다 줘.”


“으응...”


“왜 그래?”


“그게...”


나는 둘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뭐? 진짜?”


“응. 도대체 누구에게 호위를 맡겨야지?”


로렌과 사라도 나와 같이 고민을 했다.


“성기사 엘먼조님은?”


“안 돼. 사라. 그럼 내가 물건은 못 사 올 거야.”


로렌이 부탁한 물건들은 순 군것질인데 성기사 엘먼조님은 그런 것을 용납하시는 분이 아니다.


“그럼 성기사 바리에스님은?”


“죽고잡냐. 로렌. 성기사 바리에스님이라면 물건은커녕 걸렸다가는 벌까지 받을 거야.”


“농담이야. 농담. 사라. 진정해. 아! 있다. 에스텔에게 꼭 맞는 성기사가!”


“누구?”


“몰라.”


“지금 죽여주마. 로렌.”


“잠깐, 잠깐, 이름을 모른다고.”


“누군지는 아는데 이름을 모른다고?”


“사실 누군지도 몰라. 잠깐, 사라, 설마 그 주먹으로 날 죽이려는 것은 아니지? 얘기할 테니까 들어 줘. 흠흠. 오늘은 무슨 날이야?”


“무슨 날은 무슨 날이야. 성기사 임관식이지.”


“그럼 오늘 성기사가 되는 견습 성기사들이 무척 많다는 거겠지?”


사라의 얼굴은 희색이 돌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로렌. 넌 천재야.”


“에? 무슨 말이야?”


나는 둘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서 되물었다. 다행히도 사라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에스텔. 성기사면 아무나 상관없이 니가 고를 수 있지?”


“응.”


“오늘이 성기사 임관식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


“응.”


“그럼 오늘 성기사가 된 성기사를 지목하면 되잖아. 불과 몇 시간 전에 견습 성기사가 도 대체 뭘 알겠어. 니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거지.”


“아! 맞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한 로렌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오늘 다른 견습 신관들 얘기를 들어 보면 오늘 온 견습 성기사들 외모가 작년보다 더 좋다고 하더라고. 작년에도 괜찮았는데 올해는 더 좋다니. 맞다, 에스텔. 너 오늘 성기사들에게 축복을 내리지. 한 명 잘 건져 봐.”


“건져서 뭐 하게. 잡아먹게?”


로렌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넌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그냥 기분이라도 내자는 거지. 그러니 니가 여자들한테 인기 가 없는 거야.”


“아, 그러니까 신관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으면 뭐 해. 사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같이 잘...”


“왁! 왁왁! 너 에스텔 앞에서 무슨 소리야!”


사라는 로렌의 멱살을 붙잡으면 말하는 것을 말렸다.


“켁켁. 이거 놔. 뭐 내가 틀린 말 했냐.”


“그러니까...”


나는 싸우고 있는 둘을 나두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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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아스타롯 5장 1화 22.05.30 6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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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스타롯 4장 3화 22.05.28 5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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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스타롯 2장 3화 22.05.18 95 0 13쪽
9 아스타롯 2장 2화 22.05.17 10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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