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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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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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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7,976

작성
22.05.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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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아스타롯 5장 2화

DUMMY

다한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다한은 온몸의 고통과 상처들이 쑤셨지만 낮에 만큼 고통스럽거나 힘들지는 않았다. 다한은 곁에서 잠들어 있는 아스타롯을 바라보았다.


아스타롯을 살펴보던 다한은 아스타롯의 오른손뿐만 아니라 왼손마저도 화상을 입은 걸 발견했다. 손바닥을 가로지르는 이 검은 화상은 분명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손에 댄 흔적이다. 다한은 자신을 공격한 마족이 죽었다는 아스타롯의 말이 떠올랐다.


“설마...”


다한이 몸을 뒤척거려 잠에서 깬 아스타롯은 다한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큰 눈을 깜빡이더니 다시 다한의 품에 파고들어 잠들었다. 물어보고 싶은 말이 많이 있었지만 다한은 이틀 동안 고통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한 아스타롯을 그냥 두었다.


다음 날, 다한과 아스타롯 둘 다 고통 속에서 깨어났다. 다한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삭신이 쑤셨고 아스타롯은 양손의 고통 때문에 손을 잘라내고 싶었다. 다한은 손을 잘라내고 싶다는 아스타롯의 말에 처음 상처를 입은 오른손을 보았다.


만약 어제 그런 싸움이 없었다면 다한은 아스타롯의 손을 살펴본 뒤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잘라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상처는 어제보다 나빠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아져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뭐가?”


“어제까지만 해도 화상으로 계속 악화되던 상처가 왜 오늘은 나아지고 있는 거지?”


“내가 어떻게 알아.”


“만약 어제까지 상처가 계속 진행되면 손을 잘라낼 생각이었어.”


다한의 그 말에 아스타롯은 흠칫 놀라면서 다한이 살펴보고 있는 자신의 손을 황급히 뺐다.


“당연히 지금은 자를 생각은 없어. 상처가 나아지고 있으니까. 어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제?”


아스타롯은 다한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소환했다. 비록 물을 묻힌 헝겊으로 손을 감쌌지만 겁도 없이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들어 투아난에게 던졌다. 다한 따위를 위해서!


“설마 그 마족놈이 우릴 살려주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아니면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건네준 거야? 목숨의 대가로?”


“설마! 그랬다가는 그 창으로 우릴 첫 희생물로 삼았을 걸.”


“하지만 매그넌스를 소환한 것은 사실이잖아.”


“어... 그게... 저...”


다한은 아스타롯의 왼손을 잡으면서


“이 화상도 매그넌스를 집었을 때 났던 화상이잖아.”


“그래! 어제 매그넌스를 소환했다. 어떻게 용사란 놈이 마족 하나를 상대로 그렇게 쩔쩔매냐. 그래서 내가 대신 해치웠지.”


아스타롯은 차마 다한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다는 얘기를 할 수 없었다.


“니가 아니라 매그넌스가 해치웠겠지. 그 녀석 말로는 매그넌스를 소환하지 않은 너라면 자신을 상대할 수 없다고.”


“웃... 웃기지 마! 내가 더 세. 내가 더 강하다고! 그 녀석 내가 없어졌다고 함부로 지껄이고 다니는 거야!”


“그럼 그때 왜 내 시선을 외면했어?”


“그... 그런 적 없어. 잘못 봤겠지.”


지금 아스타롯은 다한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다.


“하아... 알았어.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치자니, 나는...”


“알았어. 알았어. 어쨌든 내가 지금까지 많은 마족들은 상대해 본 것 아니지만 그렇게 강한 마족은 처음이었어.”


“나는?”


아스타롯은 다한을 흘겨보며 말했다.


“......너를 제외하고. 됐어? 그 녀석도 니 형제야?”


아스타롯은 눈썹을 일자로 만들면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한을 쳐다보았다.


“...... 어. 내 형제 중 1명이야. 이름은 투아난이고.”


“그럼 전에 발밧사로라는니 형제도 그 녀석만큼 강하다는 거야?”


“발밧사로? 풋! 그 녀석은 나보다도 약한 녀석이야. 단지 머리가 비상할 정도로 뛰어날 뿐 이지. 반면, 투아난은 육체적인 힘은 우리 형제들 중에서 최고지.”


“너보다도?”


아스타롯은 또 일자 눈썹을 한 채 다한을 쳐다보았다.


“육체적인 힘은 나보다도 강해. 대신 녀석은 마법을 거의 구사하지 못해.”


“그 정도로 강한데 마법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면 진짜로 최강이겠는데.”


“아. 진짜...”


다한이 끝까지 투아난의 강함을 어필하자 짜증이 났다. 하지만 투아난이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들지 않은 자신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고 다한도 자신의 말을 믿는 눈치는 아니라서 그냥 사실대로 말하기로 하였다.


“그래. 그 녀석 강해. 진짜로 강하지. 마법 따윈 그 거대한 철창으로 박살내 버릴 만큼 강해. 그는 형제들 중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였고 가장 유력한 마왕 후보자 중 한 명이었어. ‘그’를 제외하고는.”


“‘그’?”


아스타롯은 아차 싶었다. 굳이 다한에게까지 ‘그’를 언급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서 말할 수 없었다. 아니, 말하면 안 된다.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긴. 완전 표정이 실수했다는 표정인데.”


“쳇! 이 여자는 왜 이렇게 표정 관리를 못 하는 거야.”


다한은 그 말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암튼 ‘그’에 대해 알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어. 마족들 중에서 가장 저주받은 자니까. ‘그’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재수가 없고 저주받을 수 있어. 그러니 ‘그’에 대해 묻지 마.”


아스타롯이 너무 떨리는 목소리로 진지하게 얘기해서 다한은 더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 어제 네가 매그넌스를 소환한 뒤, 그 창으로 투아난을 쓰러뜨렸다는 거야?”


“응. 운이 좋았어. 홍염의 창 매그넌스가 갑자기 소환되자 투아난놈, 완전히 얼이 빠져 버렸거든. 설마 내가 소환할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을 테니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창을 그자식한테 던져버렸지.

만약 피했으면 죽어 있는 것은 우리였겠지만 그 녀석이 자신의 힘을 너무 과신해서인지 몰라도 그 창을 막으려고 하더라구. 그게 그렇게 쉽게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매그넌스가 그 녀석을 꿰뚫어 죽여 버렸지.”


“너 검도 제대로 들지 못하는데 그 큰 창을 집어서 던졌다고?”


“호호호. 바보야. 매그넌스는 그냥 창이 아냐. 마창(魔槍)이지. 주인이 원한다면 무게 따윈 아무런 의미도 없어. 의지만으로 무게 따윌 조절할 수 있고 거인이 던지는 힘과 같은 힘으로도 던져 질 수 있지.”


“그럼 의지를 가지고 휘두를 때 거인 100명의 의지를 가지고 있으면 그 정도 힘을 낼 수 있다는 거야?”


“당연하지.”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러니 내 형제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찾으려고 하는 거지.”


다한은 아스타롯과 싸울 때 그가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소환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하지만 너 손이...”


“내가 너냐. 학습 능력이 없는 바보도 아니고 같은 실수를 또 하겠어. 그래서 물을 헝겊에 적히고 손을 감싼 다음에 던졌지.”


“그렇게 해도 화상을 입었잖아.”


“화상으로 끝났으니 다행이지. 만약 맨손으로 잡았으면 지금 내 두 손은 불타 사라졌을 거야.”


“그래도 너무 무모했어.”


“투아난에게 얻어터지고 있는 놈이 말이 많네. 난 너 죽은 줄 알았다고.”


“어... 설마... 내 걱정한 거야?”


“무... 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너 따윌!”


아스타롯은 얼굴을 붉힌 채 소리를 질렀다.


“깜짝이야. 소리 지를 것까지는 없잖아.”


“시끄러. 니가 헛소리 하니까 그렇지.”


“그래도 심하게 화상을 안 입어서 다행이다. 아스타롯. 그 몸의 원래 주인은 성녀 에스텔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


에스텔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아스타롯은 기분이 팍 나빠졌다.


“나도 이딴 몸 필요 없어! 없다고!”


알았어. 알았어. 미안.”



다한은 자신이 왜 사과를 하는지 몰랐다. 그냥 조건 반사처럼 튀어나왔다. 그보다 아스타롯이 삐진 것처럼 보여 대화를 돌리기로 했다.


“그보다 손이 더 악화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야.”


“흥. 그렇겠지. 에스텔의...”


그때 아스타롯이 어제 일이 기억이 났다.


“그러고 보니 너 어제 마법을 쓰기 전에 물에 빛을 불어 넣었지?”


“아, 그거. 성수를 만드는 거였어. 그리고 그건 마법이 아니라...”


“아, 됐고. 지금도 그 성수라는 것 만들 수 있어?”


“...... 만들 수 있지만 지금 물이 없잖아. 그리고 그건 완전한 성수가 아니야. 제대로 만들려면 물에다 일정 비율로 소금을 넣고 축복을 내리면 성수가 되지. 내가 만든 것은 임시 방편에 불과해. 없는 것보다 그나마 나아서 쓴 것뿐이야. 고등 신관이 만든 성수는 훨씬 뛰어나고 제대로 된 성수야. 구울 따위는 한 방에 정화시킬 수 있어. 근데 그건 왜?”


“어제 그 물을 적신 헝겊을 화상 입은 손에다가 대니 고통이 완화가 되어서. 혹시 그것 덕분이 아닌가 해서.”


다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일단 불완전해도 성수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지금은 물이 없으니까 걷다가 샘이나 개울이 나오면 바로 만들어줄게.”


그렇게 말하곤 다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기 타는 냄새와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거리를 유펠렌은 걷고 있었다. 아직도 불타는 건물들이 있고 병사들이 잔존 거인들을 제거하기 위해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거인들의 생명력은 대단했다. 그렇게나 운석에 두들겨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수천 마리의 거인들이 살아남았다.


거인들 대다수가 패닉상태에 빠져 피아 구분 없이 공격을 하거나 미쳐 날뛰어서 제압하는데 상당한 애를 먹었다. 밤새도록 되는 전투로 살아남은 거인들 대부분이 죽임을 당했다.


하지만 아군의 피해도 상당하였다. 거인들에게 죽은 자만 수백 명에 달했고 무너진 건물에 깔리거나 갑자기 땅이 무너져 죽은 자도 수십 명에 달했다.


유페렌은 폐허가 된 도시를 바라보며 어떠한 성취감도 느끼지 못 했다. 만약 자신의 병사나 동맹군에 의해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다면 유펠렌은 분명 승리감에 도취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한 것은 ‘그’이다. 그는 마족이 아니다. ‘그’는 광기고 공포고 절망이다. ‘그’는 저주받은 자이다. 이 ‘거인들의 도시’도 그 저주로 인해 멸망한 것이다.


어쩌면 ‘그’는 홍염의 창 매그넌스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거인들의 도시’를 멸망시키는 것이 목적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유펠렌은 몸에 한기가 돈 듯 소름이 돋았다. 이런 식으로 하나둘씩 멸망시키다가 결국 북(北)을 멸망시키는 것은 아닌지. ‘그’를 막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원로군과 정규군을 수도로 회군하십시오.”


검은 망토의 ‘그’의 부하가 소리도 없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는 안부나 감사, 위로의 말들을 일절 하지 않는다. 오직 내용만을 그대로 전달할 뿐이다.


“아니, 벌써 회군하라니?”


“‘그’분의 명령이십니다. 이곳에 지원병을 남겨 둔 채 회군하십시오. 지원병의 총지휘는 모사이님에게 맡기십시오.”


“모사이에게? 그는 군대를 지휘해 본 경험이 없소. 해보고 싶어 하지도 않고. 그는...”


“압니다. 그분께는 다른 명령이 있습니다. 유펠렌님은 수도로 회군하십시오.”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검은 망토는 소리 없이 떠났다. 모사이는 원로 중 하나로 군대의 지휘관을 해본 적이 없다. 그는 전사 출신의 원로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로로서 그의 주된 임무는 도시계획이다. 도시를 건설하거나 파괴하거나 재건설을 할 때 필요한 인물이다.


어째서 그를 총지휘관으로 맡기는지 ‘그’의 알 수 없었다.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을 바라보듯 어둠컴컴하기만 했다. 만약 이곳에 다시 도시를 건설하려는 생각이라면 유펠렌은 ‘그’가 미쳤다고 단정 할 것이다.


여기에 도시를 건설해봐야 수십 년이 지나면 제2의 ‘거인들의 도시’가 되거나 아니면 그냥 버려진 도시가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모사이를 총지휘관으로 정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아마도 이 ‘거인들의 도시’를 철저하게 파괴할 생각인 것 같다. 마치 이곳에 도시가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도시계획은 꼭 건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시를 파괴하는 것도 도시계획에 속한다. 그러한 경우가 잘 없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는 왜 이렇게까지 ‘거인들의 도시’를 파괴하고 싶어 하는 걸까.


앞에서 말했듯이 그의 의중은 알 수 없다. 수도 칼리커스로 가면 알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펠렌은 칼리커스에 더욱 충격적인 것이 기다리고 있는 줄 꿈에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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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스타롯 2장 3화 22.05.18 95 0 13쪽
9 아스타롯 2장 2화 22.05.17 10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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