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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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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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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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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타롯 4장 2화

DUMMY

임관식 준비는 대부분 견습 신관들이 담당한다. 신관들은 성기사들에게 축복을 내리기 위해 임관식 전까지 휴식을 취한다.


임관식은 정오에 시작한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대신 델루로스에 모인 수많은 견습 성기사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적당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아무나 선택해도 상관은 없지만 나는 아무나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뭔가 느낌이 온 성기사를 고르고 싶었다. 내 느낌은 비교적 잘 맞기 때문이다.


드디어 임관식이 시작되었다. 임관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신관 관계자 뿐 아니라 왕족, 귀족, 권력자 그리고 이 축제같은 임관식을 보기 위해 몰려든 수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대신관님의 간단한 말씀이 있은 후 곧 신관들의 축복이 내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솔직히 나도 많이 긴장을 하였다. 올해 신관이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견습 성기사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것도 처음이다. 긴장으로 몸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잘하는 것까지 바라진 않았다. 실수만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견습 성기사 한 명이 절도 있지만 긴장된 발걸음으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금발에 순진하고 맑은 푸른 눈을 가진 견습 성기사였다. 키가 크고 얼굴은 어른스러운 듯하면서도 어려 보였다. 입은 꾹 다물었지만 그 끝이 올라가 있어 미소를 지은 듯하였다.


왔다! 느낌이 왔다. 이 성기사다. 첫 성기사지만 바로 이 성기사가 나를 호위할 성기사이다라고 나는 확신했다. 그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어? 웬 어린애가?”


그 견습 성기사의 한마디에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창피해졌고 동시에 화가 났다. 방금 전 느낌은 빛처럼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무례하다. 감히 견습 성기사 따위가! 나는 애가 아니야! 신관 에스텔이다!”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저 해프닝으로 웃는 거겠지만 비웃음처럼 들렸다. 햇빛에 그을린 견습 성기사의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나에게 다가온 뒤 무릎을 꿇었다. 나는 창피함과 분노로 목소리가 떨렸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그 견습 성기사에게 축복을 내렸다. 물론 침착하게 말했다는 건 내 생각이지만.


그 견습 성기사도 더듬더듬 신의 맹세를 말한 뒤 일어서서 자리로 돌아갔다. 그 순간까지 주변에서 키득되는 웃음소리가 멎지 않았다. 이제 정식으로 성기사가 되었지만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돌아간 그의 뒷모습을 보니 왠지 그가 안 되어 보였다.


그 견습 성기사에게도 임관식은 평생에 한 번뿐일 테고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것이 주변의 비웃음으로 끝나버렸다. 내가 경험이 있거나 조금만 더 그 상황을 능숙하게 풀어나갔으면 이런 일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그에게 축복이 아니라 저주를 내린 듯한 죄책감을 가졌다. 그다음 축복을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잘 기억도 나질 않았다. 임관식이 끝나고 부끄러움과 죄책감과 슬픔과 분노로 외출을 까맣게 잊어버린 채 방으로 달려갔다. 이제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신관 에스텔님.”


뒤를 돌아보니 나에게 무안을 받았던 그 견습 성기사가, 아니 이제는 정식으로 성기사가 된 그가 있었다.


“아까 전에 제 무례한 행동을 용서해 주십시오. 오늘 임관식이라 제가 너무 긴장을 해서 말이 잘못 나왔습니다.”


사실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다.


“제가 사죄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십시오.”


이렇게 찾아와서 사과까지 하니 내가 더 미안하게 느껴졌다.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 사람들이 모두 우릴 쳐다보는 것 같았다. 이 현장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 나는 아직 정하지 못한 성기사가 생각이 났다.


“그럼 오늘 하루 제 호위를 맡아 주실 수 있으신가요?”


“호위요?”


“네. 제가 오늘 외출해야 하는데 저를 호위해 줄 성기사가 있어야 돼서요.”


“아, 물론입니다.”


“그럼 30분 뒤 주(主)신전 입구에서 봬요. 성기사...”


“성기사 다한입니다.”


“성기사 다한님.”


성기사 다한이라... 많이 들어 본 이름이다. 우선 대신관님에게 같이 갈 성기사를 보고하였다. 대신관님 미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다음 방에 들러서 외출할 복장을 갖추어 입고 밖을 나서는데 누군가 뒤에서 껴안았다.


“요, 앙큼한 기집애 같으니라고.”


“우앙, 뭐야. 사라?”


로렌이 없으니 사라는 굳이 어른인 채 하지 않았다.


“너 호위할 성기사로 성기사 다한님으로 결정했다면서?”


“그... 그걸 어떻게?”


“소문 퍼진 것 몰라. 주(主)신전에! 쫙!”


“엑! 어째서?”


“왜라니? 너 성기사 다한님에 대해 들어 본 적 없어?”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이긴 한데...”


“얘도 참. 어디선가 들어 본 이름이라니. 차세대 성기사단장의 최고 유망주 성기사 다한. 실력도 일품이고 믿음도 흔들리지 않고 무엇보다도 잘 생겼잖아.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은 분명 성기사 다한님을 두고 한 말이야. 하긴, 넌 아직 어려서 외모에 대해 잘 모를... 농담이야. 농담. 볼에 공기 빼.”


“그래. 나 어려서 잘 몰라. 모른다고. 나 이제 외출하러 갈 거야.”


“데이트 잘해. 갔다 와서 보고하고. 그리고 다른 여자신관들이 안심하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고.”


“시끄러!”


나는 사라에게 혀를 내밀고 주(主)신전 정문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 이미 성기사 다한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실수한 것이 있었다. 주(主)신전 정문에는 성기사들과 신관들, 그리고 오늘 임관식을 보러 온 귀족들과 사람들로 북적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다수가 성기사 다한을 바라보거나 손짓하거나 다한을 두고 얘기를 하고 있었다.


“신관 에스텔님. 여깁니다.”


성기사 다한님은 손을 흔들면서 나를 큰소리로 불렀다. 광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쏠리는 기분이었다. 아니, 기분이 아니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성기사 다한님의 손을 잡고 도망치 듯 주(主)신전 정문을 빠져나왔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신관 에스텔님.”


“아니요.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성기사 다한님은 미소만 지은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둘이서 델루로스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시장에도 들러 로렌과 사라의 물건들도 사고 시장 구경도 하였다. 하루 만에 둘러보기에는 델루로스는 너무 컸다.


이제 해가 저물고 있었다. 성기사 다한님과 대로를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기사 다한님은 견습 성기사 시절을 얘기해 주었다. 이야기만으로 성기사 다한님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원래 겸손한 건지 아니면 본인에게는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닌지 모르겠지만 즐거운 일을 말하면서 해맑게 웃으니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사실 신관 에스텔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기적을 행하셔서 어린 나이에 신관으로 발탁되었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사실 견습 성기사들이 이번에 신관 에스텔님을 보기를 많이 기대하고 있었죠. 저도 포함해서요. 굉장한 기적을 행하는 어린 신관이 과연 누군가 해서 말이죠. 그런데 설마 진짜 어린애...”


성기사 다한님은 갑자기 내 눈치를 살폈다.


“아, 신경 쓰지 마세요. 사실 뭐, 어린애 맞으니까요.”


“......”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성기사 다한님은 완전 바보 같은 실수를 또 저질렀네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 어색함을 벗어나기 위해 성기사 다한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저, 내일 트리어로 떠납니다.”


“벌... 벌써요?”


“네. 이미 임관식 전에 결정된 일이죠. 그래서 오늘 델루로스는 혼자서라도 둘러보고 싶었습니다. 백색의 도시 델루로스는 처음이라서요. 그래서 신관 에스텔님이 호위를 부탁하셨을 때 속으로 기뻤습니다.”


“그것 다행이네요.”


나는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다.


“신관 에스텔님을 보면 고향에 있는 제...”


성기사 다한님이 갑자기 말을 끊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 뭐? 뭐야?


“제 여동생이랑 닮았어요. 아, 물론 신관 에스텔님이 훨씬 예쁘시지만 분위기랄까. 아무튼 그런 것이 많이 닮았어요. 제 바로 아래 동생이라 거의 매일 싸우다시피 했죠. 그때는 참 미웠는데 제가 견습 성기사가 되어 마을을 떠나게 되었을 때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마을 밖까지 쫓아와 배웅해 주었지요. 아, 죄송합니다. 혹시 제가 또 말실수를 했나요?”


내 표정이 미묘하게 바뀐 걸 눈치챈 다한님이 급하게 말을 끝냈다.


“아니요. 아무것도.”


“혹시 다른 형제나 자매가 있으신가요?”


“신관님과 성기사님이 제 형제고 자매입니다.”


안 그럴려고 했는데 말투가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하하하. 그렇지요. 신 앞에서 모두 형제고 자매이지요. 종교적인 형제나 자매말고 제게는 3명의 형과 누나, 그리고 5명의 동생들이 있지요. 못 본지 4년이 넘었는데 지금 다들 잘 있는지 모르겠네요.”


내가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데 어느새 주(主)신전에 도착하였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델루로스도 안내해 주시고요. 다음에...”


아스타롯은 손에 통증을 느꼈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비몽사몽간에 아스타롯은 지금 자신이 에스텔인 아스타롯인 헷갈렸다. 다만, 오른손이 아픈 것만이 확실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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