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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타롯 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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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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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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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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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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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아스타롯 2장 2화

DUMMY

“여기가... 어디야?”


아스타롯은 아직 몸을 움직이기 힘든지 누운 채 물었다. 다한도 왼팔이 아프지만 어느 정도 쉬고 나니 움직이기 좀 더 수월해졌다.


“나도 몰라.”


“우리가 아직 살아 있어?”


“어. 그런데... 아니다. 몸은 좀 어때?”


“최악이야. 꼼짝도 못 하겠어. 물... 물 좀...”


다한은 아스타롯을 일으켜 세워 물병에 든 물을 조심스레 입에 가져다 되었다. 아스타롯은 한 모금을 마시더니 사례가 들렸는지 기침을 했다. 하지만 기침을 멎자 물병에 있는 반이나 마셔 버렸다.


“좀 더 쉬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정확히는 모르겠어. 아마 하루 정도 지났을 거야.”


“피곤해.”


“여긴 안전해. 조금 더 자.”


아스타롯은 다한을 향해 그 까맣고 큰 눈으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몇 번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잠들었다. 아스타롯이 잠든 것을 본 다한은 붕대를 풀고 상처를 소독하고 다시 마른 붕대로 감쌌다.


다한은 목이 바싹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스타롯이 입을 댄 물병에 집어서 입에 대려다가 잠깐 멈칫하였다. 간접키스라는 사춘기 얘들 같은 생각이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머쓱한 미소를 짓더니 물병의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아스타롯 곁에서 다한도 잠이 들었다.


다한이 잠에서 깼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용의 계곡은 늘 안개로 덮여 있어서 시간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곁을 보니 아스타롯이 자신의 다친 팔을 감싸 않은 채 잠들어 있었다. 모닥불이 꺼져서 추워서 그런 듯하였다. 그런 아스타롯을 연민과 애정의 눈길로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다 꺼진 모닥불을 다시 살리기 위해 팔을 뺐는데 팔의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 황급히 붕대를 풀어보니 상처가 거의 아물었다. 군데군데 딱지가 좀 있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낫기에는 가벼운 상처는 아니었다. 그리고 움직일 때마다 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고통도 없어졌다.


처음에 든 생각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가’였다. 시간을 전혀 알 수 없었기에 어쩌면 하루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하루가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닥불이 아직 따끈따끈한 것을 보니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지는 않았다.


다한은 아스타롯을, 정확히는 에스텔을 바라보았다. 혹시 에스텔의 치유의 능력이 아직 사라지지 않을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 말고는 자신의 팔이 그렇게 빨리 낫게 된 이유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에스텔의 손길만 닿아도 그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는 기적 같은 능력이 말이다. 생각지도 못할 때 에스텔의 도움을 받게 되자 다한의 기분이 좋아졌다. 그것도 아주 많이.


아스타롯은 한기와 달각거리는 소음에 잠이 깼다. 눈을 뜨니 다한이 막 불을 다시 피우고 있었다.


“몸은 좀 어때?”


“아직 움직이기 힘들어. 여기저기 아파. 그런데 성기사 다한. 궁금한 것이 있지 않아?”


“그래. 깨어나면 물어보려 했어. 하지만 무리해서 말할 필요는 없어.”


아스타롯은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조심스레 이야기를 시작했다.


“괜찮아. 말할 정도는 돼. 그 발밧사로라는... 마족은... 내 형제들 중 하나야.”


“뭐? 근데 왜... 미안 계속 얘기해.”


아스타롯은 다한을 노려보면서 얘기할 때 끊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마왕의 자리는 하나야. 그런데 왕자들은 수십 명이나 되지. 마왕이 되는 것? 간단해. 형제들 중 가장 강한 자가 마왕이 되지. 강한 자의 기준은? 마족들의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지.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최후까지 살아남는 자. 그 자가 마왕이 된다.”


“그럼 형제끼리 서로 죽이고 죽이는 거야? 끔찍하군.”


“끔찍하다고? 너희 인간들도 왕권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끼리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잖아.”


“그건... 그건...”


“할 말이 없지. 단지 왕이 되고 싶다는 욕심에 벌이는 일이니까.”


“꼭 그렇지만은 않아!”


“예를 들어?”


“......”


“그래. 그런 경우가 있다고 치자. 얘기 계속해도 돼?”


“어... 미안. 계속해.”


하지만 다한은 그런 않은 경우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다한은 생각하는 것이 금방 표정으로 떠오르기 때문에 아스타롯은 다한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다한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면 이번엔 정말로 집중하겠다고 하였다.


“물론 그 많은 왕자들이 그런 살육전으로 죽는 건 아냐. 살육전은 성인이 되긴 전에 많이 일어나지. 마족이나 인간이 거인이나 그 어떤 생물이든지 어릴 때는 약하니까. 하지만 성인이 된 마족은 쉽게 죽지도 않고 쉽게 죽이기도 힘들지.

나 같은 경우에 29명의 왕자들 이 살아남았지. 마왕이 죽으면 홍염의 창 매그넌스는 마왕의 시신을 불태우고 인페르노산이라 불리는 활화산 내부의 미궁 같은 곳으로 소환되지. 규칙은 간단해. 왕자들 중에서 누구든 그 매그넌스를 먼저 차지하기만 하면 그자가 다음 마왕이 되지.”


“왕위 계승은 의외로 간단하네. 먼저 인페르노산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 홍염의 창 매그넌스가 소환되자마자 차지하면 되겠네.”


“규칙은 간단하지. 그렇다고 마왕이 되는 것까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 인페르노산 내부 미궁이 어떤 줄 알아? 확인된 크기만 해도 마왕성 20개 이상이 더 들어가지.

100도가 넘는 열기와 유독한 황산가스로 그곳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인 곳이야. 게다가 바로 옆에 흐르고 있는 마그마가 자신에게 분출하기라도 해 봐. 피하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다른 경쟁자들을 기쁘게만 할 뿐이지.

그리고 지진으로 동굴이 무너져서 갇히는 경우도 있지. 돌덩어리에 깔려 죽는 경우도 있지. 또 지진으로 내부가 1년에 수십 번씩 바뀌는 바람에 인페르노산 내부는 완전한 미궁을 이루고 있지.

게다가 그 넓은 미궁에서 재수 없게 다른 경쟁자라도 만나 봐. 서로 힘든 상태라서 정상적인 싸움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온갖 기상천외하고 비열한 수단이 난무하지. 너희 인간이라면 열기와 황산가스로 1시간도 못 버티고 질식이나 화상으로 죽고 말 거야.”


“니가 마왕이라는 것은 선대 마왕이 죽고 니가 누구보다 먼저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차지 했다는 거네.”


“그렇지!”


아스타롯은 말을 잠시 중단했다. 다른 모든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홍염의 창 매그넌스를 손에 넣고 권좌의 홀에서 도달했을 때를 회상하고 있었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찬란하던 순간이었다.

잊을 수 없다. 권좌의 홀에 원로들과 수백 명의 명문귀족들이 무릎을 꿇고 자신을 복종의 맹세를 외쳤던 그때를.


“하지만 운이 좋아서, 정말 억세게 좋아서 약한데도 먼저 매그넌스를 차지하면?”


“......”


“......”


“상관없어. 먼저 매그넌스를 차지했으니 그가 마왕이 되지. 그리고 운도 실력이야. 운을 무시하지 마!”


“알았어. 왜 화를 내고 그래. 어쨌든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면 운이 없어서 왕자들이 모두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럼 귀족들에게 마왕이 될 기회가 돌아가게 되는 거지.”


“그런 경우가 자주 있어?”


“자주는 아니지만 아주 없지는 않지. 나도 초대마왕인 바알의 직계 후손은 아니니까 한 번 이상은 마왕의 후보들이 인페르노산에서 전멸 당했다는 거겠지.”


“굉장히 살벌하고 야만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지. 가장 강한 자가 최고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너희들의 그 장자에게 계승하는 방법보다는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


“웃기는 소리. 그럼 가장 강한 자가 가장 통치도 잘한다는 거야? 강한 것과 통치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설명해 보시지.”


다한은 드디어 아스타롯에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하였다.


“맞아. 서(西)의 사고방식대로 생각한다면 어떤 상관관계가 없어. 하지만 북(北)의 법이자 규범이자 관습이 뭔지 알아? 너희처럼 복잡하게 법전이 있는 것이 아냐. 바로 약육강식. 강한 자가 모든 것을 취하고 모든 것을 정할 수 있는 것.

그러니 강한 자가 마왕이 돼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우리로써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 약한 놈이, 지 몸 하나 간수 못하는 놈이, 남에게 이것저것 말할 처지가 될까. 생각만 해도 역겹군.”


“그럼 약자는?”


“별수 있나. 그냥 뒈지던가 아니면 강한 자 뒤꽁무니나 빨아야지.”


“하지만 그 약자들 중에서 뭔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가 있으면?”


“그럼 그 자는 이미 약자가 아닌 거지. 너 바보냐. 내가 말한 강함은 육체적인 강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냐. 물론 육체적인 강함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긴 하지만 두뇌, 재력, 기술, 운 등등, 이 모든 것을 포함해서 남들보다 뛰어나거나 잘 하거나 하는 것들이 바로 강함이야. 넌 우리들한테 재정을 담당하거나 토목을 담당하는 마족들이 하나도 없는 줄 알았냐?”


사실 그렇다. 다한은 마족들이란 그저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야만족정도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몰랐었지만 분명 북(北)에도 도로가 있고 다리고 있고 건물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땅에서 솟아나지 않은 것이 분명하기에 다른 누군가가 만들었을 것이다. 그럼 누가 만들었겠는가. 마족들이 사는 땅이니 당연히 마족들이 만들 것이다.


“그럼 정말로 약자들은?”


“말했잖아. 그냥 뒈져야지. 우리에게 약함은 악이고 죄야. 재주가 없으면 기술이라도 익혀야지. 아니면 도적질이라도 하던가. 대개 도적질을 하는 것 같지만.”


“만약에 약자들을 보호한다면 도적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 아냐?”


“발생은 하겠지만 수는 줄겠지.”


“그럼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냐?”


“왜?”


“어, 그래야 도적들이 안 발생...”


“성기사 다한, 뭔가 착각한 것 같은데 우리들은 도적들을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싫어하지 않아. 그 머저리 약자 집단을 사냥하는 재미를 넌 아마 모를걸.”


다한은 알고 싶지도 않았다. 같은 마족끼리, 그저 동물을 사냥한다, 정도 의미의 사냥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보고 말이다. 순진하고 청초한 에스텔의 입에서 말이다. 다한은 속이 메스꺼워 더 이상이 화제를 가지고 대화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화제를 돌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왜 우릴 쫓고 있는 거지?”


“......”


그렇다. 그들은 아직 에스텔 몸에 아스타롯이 봉인 된 줄 모르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자신의 왕국을 침입한 적들을 결코 살려서 보내지 않겠다는 애국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런 이득도 없이 결코 이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발밧사로뿐 아니라 다른 형제들까지 자신들을 쫓는데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스타롯은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사실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니면 적당히 거짓말을 섞어 얼버무릴까 고민했다.


“여기서부터는 추측이니까 확실한 것은 아냐. 그들은 에스텔 몸에 내가 봉인되어 있다고 알아채지 못 했어.”


“그러고 보니 그 사이드라는 마족인 우리들 보고 성기사 다한과 성녀 에스텔이라고 했지?”


“그래. 나도 그렇게 말한 것을 듣고 추측한 거야.”


“우리가 십자군의 핵심 인물이라 인질로 붙잡으려고 한 걸까?”


“인질? 우리 마족들은 그런 시시한 짓은 하지 않아. 차라리 죽이면 죽였지 인질은 안 키워.”


“그럼 우릴 죽이려고!?”


“내 말 끊지 말랬지! 그냥 죽이려고 했으면 자기들끼리 피터지게 싸우진 않겠지. 아마...”


다한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하려 하다가 아스타롯이 노려보고 참았다.


“아마도 홍염의 창 매그넌스 때문일 거야.”


“그 마왕의 상징이라는 홍염의 창 매그넌스?”


“그래. 마왕이 죽으면 그 시신을 불태우고 인페르노산에 그 모습을 나타낸다고 얘기했지? 봉인이 된 것은 매그넌스가 죽음으로 인식하지 않은 것 같아.

십자군과의 전투에서 마왕은 사라졌어. 그런데 매그넌스는 인페르노산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 계승권을 가진 자. 즉, 자식이 없는 내가 죽으면 계승권은 자연스레 내 형제들에게로 돌아가지.

어쨌든 그들은 궁금해 미치겠지. 마왕은 사라졌는데 왜 매그넌스가 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그러다가 융스-리테 산맥을 넘어 도망치는 인간 둘을 발견하였지. 그것도 십자군의 핵심 인물인 성기사 다한과 성녀 에스텔.”


아스타롯은 얘길 잠시 중단하고 다한을 쳐다보았다.


“아무 말도 안 했어.”


“나도 알아! 목 마르니 물이나 갔다 줘.”


다한 투덜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한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아스타롯은 몸을 움직여 보았다. 아프고 쑤셨지만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었다. 몸은 깨어날 때부터 움직일 수 있었다. 굳이 몸을 움직이는 것을 보여줘 다한이 경계하도록 할 필요는 없었다. 다한은 금방 물을 가지고 돌아왔다.


“여기 물.”


“일으켜 줘.”


다한은 의외로 순순히 아스타롯을 일으켜줬다. 아마도 아스타롯이 다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한은 아스타롯의 손에 뭐가 있는지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물병 이리 줘. 내가 마실게.”


“하지만 몸이...”


“물 정돈 혼자 마실 수 있어.”


아스타롯은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바로 뱉어 버렸다.


“푸웃. 이게 뭐야? 물맛이 왜 이래?”


다한이 아스타롯이 물을 뱉어 내는 모습에 정신이 팔렸을 때 아스타롯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물병 속에 집어넣었다.


“쓰고 시고 똥맛이 나.”


똥맛이라는 상스러운 표현에 다한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럴 리가. 방금 전에 끓인 물이야. 이리 줘 봐.”


다한은 아스타롯이 마셨던 물병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뭔가 미끌거리는 것이 입안이 들어왔다. 혀가 얼얼하게 느껴졌다. 다시 한 모금 마셔보고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아스타롯이 말한 것처럼 쓰거나 시거나 똥맛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맛도 안 났다. 아니면 못 느끼는 것이든가.


“므어가... 으상헌...”


다한은 컵을 떨어뜨렸다. 혀가 구부려졌는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손을 무릎에 올려두고 일어서려 했지만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몸을 움직일 수 없다던 아스타롯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 성기사 다한. 마족을 상대 할 때는 언제나 경계를 했어야지.”


“느어.. 으 저슥. 다다채...”


“마비초라는 독풀이지. 10g만 있어도 최소한 3시간을 움직일 수 없을 거야.”


“느어... 느어...”


“안녕. 성기사 다한.”


다한은 그대로 고꾸라졌다. 만약 기회만 있다면 다한을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짐한 아스타롯은 주위에 있는 커다란 돌을 다한의 머리 위로 쳐들었다.


“쿵!”


돌은 다한의 머리 옆에 내던졌다. 아스타롯은 자신의 팔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내려다 보았다. 다시 한 번 시도 하려 했지만 이상하게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 아니,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다. 괜히 애꿎은 돌만 들었다 놨다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아스타롯은 자신은 다한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 깨닫게 되었다.


“에스텔의 의지인가? 내가 정신을 완전히 지배했다고 생각했는데. 무의식의 영역은 아직 그녀의 영역에 있는 건가... 젠장, 성기사 다한. 성녀 에스텔에게 고마워해라. 그녀가 너의 목숨을 살렸으니까 말야.”


아스타롯은 그렇게 죽이고 싶어 하던 다한을 죽이진 못했지만, 이상하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아스타롯은 다한을 내버려둔 채 발걸음을 옮겼다. 임시 거처를 나온 아스타롯은 급류를 보고 여기가 어딘가의 계곡쯤 생각했다. 위를 보니 자신이 떨어졌던 절벽이 어마어마한 높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위의 모습은 마치 지붕이 반으로 쪼개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 틈새로 빛이 새어들어 오고 있었다. 마델 고원 옆에 있고 이 어마어마한 깊이의 계곡이라면 하나밖에 없다. 용의 계곡.


“!!!!!!”


아스타롯은 의미 모를 괴성을 질렀다. 아스타롯은 절벽을 기어 올라가려 했지만 곧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적어도 400m 높이의 절벽을, 그것도 멀쩡하지 않은 몸으로 올라가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개미지옥이다. 떨어지면 결코 그곳을 헤어날 수 없는 곳.


“아냐. 분명 올라가는 길이 있을 거야.”


아스타롯은 급류를 거슬러 올라갔다. 상류 쪽으로 가면 절벽을 벗어나는 게 좀 더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러지 않겠지만 아스타롯에게는 희망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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