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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56,382
추천수 :
674
글자수 :
248,014

작성
14.03.31 01:33
조회
600
추천
12
글자
9쪽

특별편-색다른 결말 버전.

DUMMY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어째서 이런 결말이 되어버린 것일까.

레안은 자신의 눈에 비치는 상황을 바라보며 허무하게 웃었다. 그 전의 시니컬함과 다른 우울한 빛을 띠고 있는 웃음이었다. 이토록 짙은 핏빛이라니. 화려했던 황성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바닥에 내던져진 시체들 중 올곧은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 했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그저 조금 정이 들었다고,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많은 정을 준 것 같았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 한방울을 또그륵 흘려버렸으니.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은 흘리지 않았는데.

그래도, 그래도 한명 정도는 살아 있지 않을까.

무의미한 희망이긴 했지만 작은 희망을 그녀는 버릴 수 없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단 한명이라도 살아 있다면 그래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한명이 누구든.

“유라인..?”

낯익은 이의 뒷모습에 레안이 떨리는 음성으로 불렀다. 평소라면 또 뭐냐, 하고 귀찮다는 듯 툭하니 한 대 쳤을 그녀였지만, 레안은 유라인에게서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왔어?”

돌아서는 유라인의 눈은 광기에 물들어 있었다. 유난히 희었던 그의 얼굴에는 피가 알알이 묻어 있었고, 그런 그의 손에는 피에 물들어 빨갛게 변해버린 검이 들려 있었다.

설마.

레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부정의 의미를 담아 유라인을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널 나만의 것으로 하고 싶었어. 그런데,”

평소의 장난스러움을 지운 채 유라인이 서글프게 중얼거렸다. 물길어린 선명한 푸른빛이었다.

“처음엔 그저 구실이었어. 그때도 싫었지만, 그래도 기사단이 있어 네가 나를 떠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젠 아니야. 넌 내 것이야.”

“나는 네 것이 아니야.”

한번도 진지한 적 없었던 유라인을 향한 분노였다.

어떻게 네가!

레안의 눈에 뚜렷하게 원망이 피어 올랐다.

“널 처음 본 것은 나였어. 널 데려온 것도. 그런데 어째서 왜 내가 아니라 그들이지? 어째서 내가 아니라 그지?”

안타깝다는 듯, 유라인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오며 손을 뻗었다.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그렇게.

그러나 유라인을 마주 보는 레안의 표정은 싸늘했다.

“단지 그런 이유로 그들을 죽인 것인가.”

“그래도 모두는 아니야. 이녀석 하나는 남겨 놨거든.”

흔들리는 유라인의 손에 피투성이가 되어 흐느적거리고 있는 하륜이 들려 있었다. 조그맣게 가슴이 들썩거리는 것으로 보아 아직 죽지는 않은 듯 했지만 흘러내리는 피의 양이 많았다.

“그를 놓아.”

“아니, 안돼. 이녀석은 아주, 아주 고통스럽게 죽을 것이거든. 그럴려고 지금까지 죽이지 않고 살려놓은 거야. 감히 나의 것을 빼앗다니.”

미치도록 화가 났었다.

하륜 따위를 보고 웃는 레안이라니.

그녀의 웃음은 오직 자신만 향해야 했다. 그런데 어째서!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는 하륜을 내려다보며 유라인이 즐겁다는 듯 웃었다. 이제 넌 곧 죽어. 내가 죽일 거니까.

짙어지는 유라인의 광기를 느끼며 레안이 천천히 검을 뽑았다. 단호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레안은 쉽게 검을 뽑을 수 없었다.

“너 역시 나에겐 소중한 자였어.”

때때로 그가 일으키는 귀찮은 사건들에 투닥거리며 화를 내고, 때리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레안은 나름대로 그를 아끼고 있었다. 그랬기에 남아 있었던 것이고.

“단지 소중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나는 너의 유일한 소중한 것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러지 않으면 필요 없어.

유라인이 서글프게 덧붙였다.

차라리 아예 냉정할 것을.

광기에 물든 유라인의 표정에서 슬픔과 상처를 본 레안은 쉽게 검을 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소중한 이들을 죽여버린 유라인에 대한 분노로 손이 떨렸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인간 세상으로 나오지 말 것을.

유라인을 구해주지 말 것을.

레안 역시나 유라인 못지 않은 서글픈 미소를 머금었다.

망설일 수 없었다.

하륜과 유라인 중에 누가 더 중요하다 말할 수 없었지만, 유라인은 많은 이들을 죽였다. 그렇기에 하륜이 더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 이유로 유라인을 죽여야 했다.

“날 죽일 거야? 고작 이런 녀석 때문에?”

이녀석 때문에 넌 너의 피까지 희생했잖아?

그렇게 소중했어?

유라인의 온 마음이 소리쳤다.

어째서 나만 바라봐주지 않느냐는 강한 외침을 담아.

“그 녀석 때문이 아니야. 넌, 나의 소중한 이들을 죽였어. 그리고, 넌 이미 미쳐버렸으니까.”

익숙한 이 기운은 마룡의 기운이었다.

하긴 그러니 저들을 모두 죽일 수 있었던 것이겠지.

“제발, 레안. 어차피 상관없잖아? 죽어버린 녀석들인걸. 그러니까 제발 나만 바라봐. 나와 함께 떠나자.”

간절함을 담아 유라인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레안은 잡지 않았다. 그리고 더 이상의 망설임은 없었다.


레안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도대체 어째서, 바보처럼.

레안의 심장을 죄어오는 고통에 좀처럼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행복했는데, 재밌었는데.

네가 있어서, 그들이 있어서 정말 즐거웠는데.

그래서 일부러 길어지는 시간을 느끼면서도 떠나지 않고 머물렀던 것인데.

레안이 슬픔을 머금고 품에 안긴 유라인을 바라보았다.

바보처럼, 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그런다고 자신이 누군가의 것이 되지는 않을 텐데.

레안의 품에 안긴 유라인의 표정 역시도 레안 못지않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슬픔과 아픔을 머금고서.

그러나 죽음의 순간, 그녀와 함께 있다는 것이 기뻤는지 아주 작은 미소도 어려 있었다.

원래 이런 것일까. 그가 말하는 사랑이란, 그가 말하는 소유욕이란 이렇게 잔인하고 무서운 것일까. 아니면 그가 인간이라 그런 것일까.

단 한번도 후회한 적 없던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때의 그 선택이 너무도 후회가 되었다.

이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레안 님.”

익숙한 목소리에 레안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피를 흘리며 레안에게 다가오는 하륜이 있었다.

“그래.”

담담한 듯 레안이 답했지만, 그 목소리로도 느껴지는 울음에 하륜이 암담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레안 님.”

“그래.”

“레안 님.”

“그래.”

몇 번이나 레안의 이름을 부르던 하륜은 힘겹게 몸을 이끌고 레안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평소라면 뭐하는 짓이냐고 뿌리칠 그녀였지만 잠잠했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이냐는 듯 레안이 허무하게 중얼거렸다. 그에 하륜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레안을 품에 안고 토닥일 뿐이었다.

“괜찮습니다.”

“어째서.”

기어코 그녀가 하륜의 품에서 다시 한번 울음을 쏟아냈다. 소리 없이 들썩이며 우는 그녀가 너무도 안쓰러웠다. 그러나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가 그들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그래.”

“절대 죽지 않겠습니다. 절대 레안 님을 아프게 하지 않겠습니다.”

단호한 그 말은 하륜 그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었다.

절대, 그런 일은.

“그래.”

애써 울음을 멈춘 그녀가 이내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가자.”

그녀가 힘겹게 건넨 그 손을 하륜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주 잡았다.

부디 그녀가 다시 행복해질 수 있기를.



눈을 떴다.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어려 있었다.

빌어먹을. 이런 꿈이라니.

아직도 선명한 그 느낌을 떠올리며 레안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작은 노크소리와 함께 하륜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엔 유라인도 있었다.

유라인을 보는 레안의 눈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그 순간, 레안의 손에 책 한권이 들리며 유라인에게 던져졌다.

책에 제대로 맞은 유라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레안을 바라보았다.

“넌 꺼져.”

물론 저 녀석의 잘못은 아니지만, 꿈의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 레안이 싸늘히 말했다.

“저도 나갈까요?”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하륜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하륜을 바라보던 레안이 입을 다물고서 하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를 품에 안았다.

“넌 죽지마. 절대 죽지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고개를 끄덕여줘야 할 것 같았다. 뭔가 그녀의 분위기가 꼭 겁에 질린 것 같았기에.


작가의말

 

이런 결말이라니..

절대 픽션이에요, 절대 가짜에요.

하지만 뭔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오랜만에 써보는 분위기라 신선하네요. 그래도 걸러진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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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에 올리려다 지금 올리네요. 다음날 되었다고 예약이 안되서요..ㅠㅜㅜ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54 레드러너
    작성일
    14.03.31 12:17
    No. 1

    오ㅋ 오오오오오오오오오ㅋ
    미쳐버린 유라인이라니!!!!! 마음에 너무 드네요!!!!
    역시 이런 결말도 있어야 재밋죵ㅋㅋㅋㅋ
    캬~~ 하륜이 부럽다~~~~~~ 안긴것도 모자라서 절대죽지말라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31 15:22
    No. 2

    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뭔가 쓰고 보니 이것도 가능성 있는 결말이라며 혼자 뿌듯했던.. 그렇게 하륜은 레안과..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장한월
    작성일
    14.03.31 14:26
    No. 3

    걸러진 것이군요ㅎㅎ 광인 황제라... 왠지 끌리내요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31 15:23
    No. 4

    뭔가 유라인의 성격에 이런 것도 꽤 잘 어울리지 않아요? 전 어울린다며 혼자 만족을..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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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특별편-만약 그가 동생이라면? +4 14.03.29 647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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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화 리엔은 위대하다. +2 14.03.28 508 9 16쪽
49 48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2) +4 14.03.27 793 8 8쪽
48 47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1) +4 14.03.27 611 13 7쪽
47 46화 그녀가 없는 사이. +4 14.03.26 673 14 13쪽
46 45화 가끔 이런 사랑도 있다. +4 14.03.26 744 8 10쪽
45 44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3) +6 14.03.25 602 7 9쪽
44 43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2) +4 14.03.25 574 17 9쪽
43 42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1) +6 14.03.24 815 10 11쪽
42 41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2) +4 14.03.24 908 12 6쪽
41 40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1) +6 14.03.22 792 17 12쪽
40 39화 엉망진창 승급심사.(2) +4 14.03.22 872 7 9쪽
39 38화 엉망진창 승급심사.(1) +4 14.03.21 720 10 10쪽
38 37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2) +4 14.03.21 735 20 14쪽
37 36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1) +4 14.03.20 640 11 9쪽
36 35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3) +4 14.03.20 690 23 11쪽
35 34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2) +4 14.03.19 685 13 10쪽
34 33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1) +4 14.03.19 652 14 8쪽
33 32화 사랑은 마물을 타고. +2 14.03.18 954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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