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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56,379
추천수 :
674
글자수 :
248,014

작성
14.03.26 16:00
조회
743
추천
8
글자
10쪽

45화 가끔 이런 사랑도 있다.

DUMMY

“이, 이거 어떡하지?”

의도치 않게 흘러 들어간 마물의 근거지에서 덜컥 새끼를 주워버린 리엔이 하륜을 보며 걱정 어린 질문을 던졌다.

원래 자신은 절대 여기까지 데리고 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니, 여기뿐만 아니라 데리고 간다는 생각 자체를 한 적이 없었다.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리엔은 얌전히 도망을 갔으니까. 그냥 봐도 잘나가는 마물의 근거지인 게 분명한데 새끼든 뭐든 건드리지 않고 무사히 제자리 찾아 가는 것이 현명할 터였다.

안그래도 맨날 임무만 나갔다 하면 사고 친다고 얼마나 구박을 받고 있는데.

그러나 세상사 원래 그런 거라고 힘겹게 도망친 리엔의 다리 밑에는 그 새끼 마물이 맴돌고 있었다. 뭔가 싶어 검을 들고 공격을 하려고 했지만, 새끼 마물은 그 늑대의 형상으로 낑낑 거리며 자신을 올려다 보았다. 그에 결국 포기.

그럼 버리자, 라는 생각에 구석에 던져 주고 왔지만 용케 여기까지 따라 붙어 기어코 황성까지 데려오게 된 것이었다.

아니, 도대체 왜.

근심에 찌푸려진 리엔과는 달리 새끼 마물, 일명 SA급 늑대는 리엔이 좋은지 낑낑 거리며 리엔의 품에서 부비적거리고 있었다.

“글쎄. 말을 해도, 안 해도, 안 될 것 같은데.”

결국 어쩌라고!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리엔이 벌컥 성을 냈다. 그러나 그에 반응한 것은 하륜이 아니라 품 안의 늑대였다. 화가 난 리엔의 기분을 인지한 것인지 늑대는 규르릉 거리며 리엔의 뺨을 핥았다. 침이 덕지덕지 묻는 느낌에 리엔이 늑대의 목덜미를 들고 눈을 치켜떴지만 늑대는 그저 가련한 시선을 보내며 다시 안아 달라며 손을 뻗었다.

“우선 숨겨야겠지.”

가장 좋은 것은 레안에게 이실직고해서 순순히 맞고, 늑대의 존재를 인정받아 혹시 모를 류의 괴롭힘에서도 벗어나는 것이었지만, 인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지금 말했다간 제대로 아작이 날 터였다.

어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로 기분이 아주 바닥이다 못해 그냥 땅끝까지 파고 들어간 레안의 상태인데.

결국 카엘을 포함하여 하륜은 리엔이 데리고 온 늑대를 방에다 숨기기로 결정했다.


뀨우뀨우. 끼잉끼잉.

리엔도 없이 혼자 방에 버려진 늑대가 자신의 어미, 리엔을 애타게 부르며 문을 긁었다. 갓 태어난 새끼라고 해도 SA급 핏줄을 이어받은 마물이었기에 늑대의 손톱은 매서웠다.

결국 귀여운 으르렁거림과 달리 날카롭게 문을 부셔 박차게 나간 늑대는 순간 당황해야 했다.

여기가 어디지?

그러나 늑대는 자신의 감을 믿기로 했다. 우선 가자. 리엔을 찾으러.


이건 뭐냐.

무언가 발에 턱 걸리는 물체에 아래를 내려다보던 레안의 눈에 늑대 새끼가 보였다. 마물다운 살기도 없고, 조그만 발가지고 겨우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태어난 지 얼마 안 될뿐더러 무리와 어울린 적도 없는 것 같았다.

“너 뭐냐.”

도대체 어떻게 기어들어온 것인가 싶은 마음에 레안이 늑대의 앞발 하나를 들고 들어 올리며 물었다. 딱히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용족인 레안인지라 의도치 않게 늑대의 대답을 알아들은 그녀였다.

얘는 어떻게 하며, 리엔은 어떻게 할까.

딱히 리엔의 죄라고 보기에도 애매하고, 애완 마물 금지, 라는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레안이 고민하는 듯한 모습으로 들어 올려진 새끼 늑대를 바라보았다.

“갸르릉, 갸아!”

나는 엄마를 찾아야 해!

리엔이 엄마라.

어째 묘하게도 이상한 것들에게 인기가 많은 리엔이었다.

딱히 사람을 죽이려는 살기도 없고, 아직 어린 지라 레안은 우선 봐주기로 했다.

“으, 으엑!”

여유롭게, 가 아니라 류의 괴롭힘 속 힘들게 훈련을 하던 리엔이 새끼 늑대를 데리고 오는 레안을 발견하곤 경악을 내뱉었다.

들킨 건가. 어떻게 들킨 거지. 설마 방에?

아닌데. 설마 그 정도로 막 나갈 리는 없고.

그런 리엔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대충 훈련장을 훑어보던 레안의 시선이 정확히 리엔에게 꽂혀 들었다. 그에 황급히 리엔이 고개를 돌렸지만, 레안이 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 후였다.

“애 아빠는 누구냐.”

불쑥 들려오는 레안의 목소리에 흠칫 놀랐던 리엔은 그 내용에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애 아빠요!”

“네가 낳은 거 아니었어? 너보고 엄마라길래 네가 낳은 줄 알았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레안의 표정은 진지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해서라기보다는 그냥 평소의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지만, 여러 요인과 합쳐져 그렇게 보이게 만든 것이었다.

“어쨌든 무단으로 애를 낳아왔으니, 책임을 져야겠지.”

피식, 하고 비릿하게 웃은 레안이 새끼 늑대를 리엔의 품에 턱하니 안겼다.

“우와, 늑대네요?”

어느새 온 것인지 아주 불길한 초롱초롱함을 담고 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쟤가 낳았어.”

응?

순간 이해하지 못한 류가 살짝 고개를 갸웃하다 레안을 바라보았다. 어째 농담인 것 같긴 한데, 뭔가 변했어. 특히나 리엔을 대하는 레안의 행동은 그야말로 평소에 볼 수 없는 심술 그 자체!

딱 봐도 일부러 리엔을 놀리려고 하는 말이 분명함에 류가 씨익 웃었다.

“죄송해요, 레안 님. 실은 이 아이 아버지는 저에요.”

“어쩐지. 반반 닮았더라.”

단박에 웃기는 헛소리 말라는 말을 내뱉을 줄 알았던 리엔은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레안에 쩌적 갈라지는 효과를 몸으로 보여주었다.

“어쨌든 잘 키워. 아, 아기들은 엄마가 키워야 된다더라.”

주워온 건 리엔이니, 리엔 보고 처리하라고 해, 라는 뜻의 돌려 말하기, 아니, 놀리며 말하기였다.


“그래도 좋게 해결 됐네.”

레안이 뭐라고 말하며 허락을 했든, 결론은 매 맞는 거 없이 잘 해결 됐으니, 좋게 라고 볼 수 있었다. 당사자인 리엔의 표정으로 봐선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지만.

“좋게 해결되긴 뭐가! 지금 내가 뭐라고 불리고 있는 줄 알아?!”

세상에. 어떻게 그런 소문이!

현재 청룡단에서 리엔은 류와 눈 맞아 늑대를 낳은 늑대 엄마가 되어 있었다. 덕분에 류의 졸졸 쫓아 다니는 괴롭힘을 수반하며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원흉인 늑대를 향해 리엔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일부러 짜증을 담아 발로 차지는 못하고 밀어냈지만, 그럴 때마다 낑낑 거리며 리엔에게 달라붙는 늑대였다. 그런 행동에 정말 리엔 자식인가 보네, 하며 소문은 더욱 부풀어졌다.

“뭐라고 불리는데?”

흐갹!

바로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리엔이 화들짝 놀라며 레안을 노려보았다. 애초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은 늑대가 아니라 당신이었어!

“배고파, 엄마, 밥 줘.”

“뭐요?”

“라고 쟤가 말하네. 밥이나 주지?”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멱살 잡고 흔들고 싶건만 그럴 능력이 없어 애써 분노를 참으며 늑대에게 꾸역 꾸역 음식을 집어 들었다.

“줄 거면 채소 말고 고기를 줘. 애 표정이 썩어가잖아.”

괜스레 늑대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리엔을 향해 레안이 말리는 시누이마냥 얄밉게 한마디 했다.

그런 레안의 모습을 보며 카엘이 슬쩍 하륜에게 시선을 던졌다. 확실히 요즘 레안 님이 리엔 괴롭히는 데 재미 들린 것 같지?

카엘의 조심스런 질문에 하륜이 동의한다는 듯 슬쩍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괴롭힘도 부러운 것이 이거 중증이려나.

“졸리댄다. 안아서 재워. 굿나잇 뽀뽀도 해주면 되겠네.”

“늑대 말이라도 알아들어요? 왜 자꾸 옆에서 이상한 소리 하세요.”

“그걸 이제 알았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난 용족이니까.”

윽. 이해가 되면서도 자꾸 묘하게 긁어대는 레안의 행동에 리엔이 뚱한 모습으로 레안을 노려보고 있자, 늑대가 리엔의 팔을 낑낑 거리며 긁어대며 리엔의 볼을 핥았다.

이내 리엔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볼에다 두 앞발을 착 대고서 애교 부리듯 찡긋 찡긋 거리는 것이 매우 귀여웠다. 리엔이 어쩔 수 없다는 듯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늑대 역시 기분 좋다는 듯 갸르릉 거리며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닮았네.”

단순한 게.

레안의 무심한 한마디에 리엔이 팩 노려보았지만 레안의 뭐, 어쩌라고, 의 시선에 결국 고개를 돌려야 했다.



2.45.1화

:모든 일의 발단.


네 자식이니 함부로 버리지 말고, 잘 키우라는 레안의 말에 결국 아예 합법적으로 늑대를 키우게 된 리엔이 괜스레 불만스러운 표정을 얼굴에 달고 늑대를 쿡쿡 찔렀다. 그러나 그런 리엔의 행동이 늑대에겐 장난으로 여겨졌는지 앞발을 들어 낑낑 거리며 리엔의 손을 잡으려고 하는 늑대였다.

어째 그 모습이 또 나름대로 재밌는 지라 리엔이 일부러 늑대의 볼을 더욱 더 쿡쿡 찌르며 요리조리 피했다.

나중엔 잡히지 않는 리엔의 손에 화가 났는지 늑대가 펄쩍 뛰더니 리엔을 뭉개버렸다. 그와 동시에 의도치 않게 리엔이 멋모르고 주머니에 넣고 있던 구슬 하나가 와장창 부셔졌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슬쩍 주머니를 확인한 리엔이 전에 주운 구슬이 부서진 모습으로 있는 것을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왠지 불길하게 구슬에서 빛이 나는 것이.

하지만 어차피 주운 거고, 주인도 없으니. 대충 넘겨버리는 리엔이었다. 그러나 리엔은 그때 알았어야 했다. 그 구슬이 이 모든 개고생의 원흉이라는 것을. 애초 구슬을 주워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작가의말

 

순식간에 늑대 마물 아빠 된 리엔.

축하드려요. 류와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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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화 끝난 줄 알았지? +6 14.03.28 497 12 6쪽
50 49화 리엔은 위대하다. +2 14.03.28 508 9 16쪽
49 48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2) +4 14.03.27 793 8 8쪽
48 47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1) +4 14.03.27 611 13 7쪽
47 46화 그녀가 없는 사이. +4 14.03.26 672 14 13쪽
» 45화 가끔 이런 사랑도 있다. +4 14.03.26 744 8 10쪽
45 44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3) +6 14.03.25 602 7 9쪽
44 43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2) +4 14.03.25 574 17 9쪽
43 42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1) +6 14.03.24 815 10 11쪽
42 41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2) +4 14.03.24 907 12 6쪽
41 40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1) +6 14.03.22 792 17 12쪽
40 39화 엉망진창 승급심사.(2) +4 14.03.22 872 7 9쪽
39 38화 엉망진창 승급심사.(1) +4 14.03.21 720 10 10쪽
38 37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2) +4 14.03.21 735 20 14쪽
37 36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1) +4 14.03.20 640 11 9쪽
36 35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3) +4 14.03.20 690 23 11쪽
35 34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2) +4 14.03.19 685 13 10쪽
34 33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1) +4 14.03.19 652 14 8쪽
33 32화 사랑은 마물을 타고. +2 14.03.18 954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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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그녀가 결혼했다(2) +4 14.03.17 962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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