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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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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글자수 :
248,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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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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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1쪽

35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3)

DUMMY

다음날, 레안은 집무실에 찾아온 몇 명의 귀족들을 상대해야 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라 놀랍지는 않았지만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과하시오. 연회에서 그대가 보인 행동은 상당히 무례했소.”

솔직히 그 정도 일로 이렇게 귀족들이 반발하며 기분 나빠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긴 했다. 그리고 잘 따져보면 귀족들이 나설 만한 상황도 아니고. 하지만 나름 똑똑하게도 황녀가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나선 귀족을 편들어 주는 것으로 귀족 역시도 이번 사건에 끼어들게 된 것이었다. 거기다 황녀가 레안의 말에 대해 그건 귀족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두둔하고 나섰으니, 그 당사자가 참고 넘어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황녀 혼자 과대 해석해서 나대는 것이 될 테니.

“그래서?”

“사과를 하라고 했소.”

“그래? 미안하지만, 난 내가 잘못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사과를 안 해서. 정 사과를 원한다면 우선 그럴 만한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먼저 한 놈 죽이고 사과할게, 라고 말하는 듯한 레안의 기세에 귀족들이 움찔했다.

“그리고 언제부터 이렇게 버릇없이 귀족들 따위가 내 집무실에 허락 없이 들어올 수 있으면, 반공대를 하게 됐지? 그쪽이 그럴 만한 위치던가.”

그랬다. 실제 그들의 행동은 레안에 대한 하극상이었다. 물론 이 정도에 대해서 이전 총단장이야 대충 넘어가주었으나, 그건 전대 이야기고 레안은 달랐다. 엄격히 따지자면 여기서 레안이 그들을 처벌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마침 이전에 이런 일 했다가 제대로 혼난 전례도 있고.

결국 귀족들은 움찔하며 조용히 집무실을 나가야 했다.


손님방에 혼자 놓인 황녀, 이레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기껏 준비한 쇼가 별 효과도 없이 끝이 났기 때문이었다. 제이로 제국에선 기사가 귀족보다 계급 상 위라는 사실을 미처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난 일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것이 레안에게만큼 철저한 이점으로 작용되어 이렇듯 귀족들을 개무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기사라서 자신들이 귀족보다 위라고 해도 귀족들에게 대해 호의를 보이며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들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고립시키려고 했건만.

결국 이레인은 어쩔 수 없다는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설마 이것까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는 없을 테지.


귀족들에 이어 이레인의 방문까지 받게 된 레안의 표정은 그야말로 썩고 있었다. 자꾸 집무실에 사람들이 찾아와 기껏 여기까지 피해 왔건만.

딱 점심 시간인지라 텅빈 훈련장에 앉아서 쉬고 있던 레안이었던 지라 표정의 극상으로 일그러졌다.

“또 왜.”

적당히 하고 꺼지라는 의미를 담아 레안이 싸늘히 말했다.

“지난 번 연회에서 있던 일에 대해 사과를 하고 싶어서요. 죄송해요.”

“그래서?”

죄송한데 어쩌라고, 의 의미를 담아 레안이 물었다.

“여전히 화가 안 풀리셨나보네요. 정말 죄송해요. 전 그저..”

이레인이 또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틈만 나면 울어대는 이레인의 모습에 레안이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그때 눈물을 뚝뚝 떨구던 이레인이 사람들의 인기척 소리를 듣고서 자신의 뺨을 스스로 세게 내리쳤다. 동시에 이레인은 뺨을 두손으로 가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에 레안이 순간 얘 뭐지, 하며 고민에 잠겼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그와 함께 점심 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온 기사들이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에에?”

포만감에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던 기사들은 훈련장에 보이는 레안과 이레인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저 모습은 꼭 레안이 이레인을 때린 것 같지 않은가.

“흐윽, 죄송해요. 그렇게까지 레안 님이 기분 나빠하실 줄은 몰랐어요.”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하고서 레안에게 애처롭게 울며 사과를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레안을 무지 나쁜 악녀로 보이게 했다. 뭐, 솔직히 그닥 소용은 없었다. 애초 레안은 악녀 비스무리한 악당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이게 무슨 짓이오!”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에 이레인과 같이 왔던 사신단 중 한명이 훈련장에 모습을 보이며 레안을 향해 소리쳤다.

덕분에 이번 일에 대하여 황제까지 소환되었다.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황녀입니다. 고작 그런 일을 가지고 이런 짓을 하다니요!”

사신의 말에 유라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저는 괜찮아요. 괜히 저 때문에 두 나라 간의 사이가 안 좋아지면 그렇잖아요. 그리고, 이걸로 레안 님 화가 풀렸다면 그걸로 전 됐어요.”

이레인의 말에 사신이 어쩜 성격이 저렇게 좋을 수 있을까, 하는 감동받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분위기 속 레안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크큼, 정말 레안 경이 이레인 황녀의 뺨을 때렸소?”

나름 사신까지 있는 공식적인 자리라 애써 위엄 있는 표정으로 유라인이 레안에게 물었다. 그에 사신이 거칠게 반발하며 나섰다.

“여기 증거가 있지 않습니까. 설마 황녀 마마께서 스스로를 때리기라도 했단 말입니까!”

“못할 건 뭔데? 난 안 때렸으니, 스스로 때렸든 바람이 때렸든 했겠지.”

“뭣이!”

레안의 뻔뻔한 말에 사신이 분기탱천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쯤 문이 열리며 기사단의 단장 세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희들 역시 레안 님이 황녀 마마를 때렸다고 생각하기는 어렵군요.”

“흥, 기사들이라고 레안 님 편을 드는 것이오!”

“뭐, 솔직히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소만.”

“그 무슨!”

사신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유라인을 바라보았다.

“본 국에서는 이번 일에 대해 가볍게 넘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뭔가 착각하고 있군.”

차가운 라이너의 말에 사신의 시선에 그를 향했다. 미묘한 분위기에 피해자인 이레인 황녀 역시 흔들리는 시선으로 라이너를 바라보았다.

“레안 님이 때렸다면 저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옳소. 레안 님께 맞으면 기본이 뼈에 금이 가든, 멍이 들든 하는데 그런 것 치곤 너무 멀쩡해.”

“그리고 레안 님은 정말 손바닥을 쓰지 않는답니다. 차라리 주먹으로 때렸다면 모를까. 마지막으로 레안 님은 얼굴은 잘 때리지 않지요. 보통 발로 복부를 차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변호였다. 그리고 아주 정확한 설명이었고.

설마 이런 식으로 변호를 할지 몰랐기에 사신이 멍때리는 표정을 지었고, 이레인은 조그맣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미안한데, 난 황녀를 때린 적이 없어. 흑마법사라면 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지만.”

흑마법사, 라는 말에 이레인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게 무슨. 지금 황녀 마마께서 흑마법사라고 말하는 것이오!”

말도 안 된다는 사신의 반응에 레안이 조그맣게 창문을 향해 눈짓했고, 그와 동시에 조그맣고 귀여운 소녀를 품에 안은 류가 멋지게 창문을 깨며 등장했다.

“잇힝. 청룡단 단장, 류. 무사히 카이로 제국의 황녀이신 이레인 르 카이로 마마를 데리고 귀가했습니다!.”

류의 말과 함께 소녀가 조심스럽게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동시에 레안이 기운을 흘리며, 흑마법사가 사신에게 건 최면을 깼다.

“이, 이런.”

사신은 자신의 실수에 당황하며 유라인을 향해 죄송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정체가 발각됨에 이레인, 아니 흑마법사는 조금 전의 가녀린 분위기를 갈아엎고 흉흉한 기세를 내뿜었다. 그러나 흑마법사가 미처 다른 이들에게 정신 조종술을 걸어 이용하기도 전, 흑마법사는 레안이 던진 소파에 맞아 장렬히 기절해야 했다. 이후 그녀는 눈을 안대로 가리고 몸을 꽁꽁 묶어 기사단에게 단체 구타를 당한 후 감옥에 갇혔다.



2.35.1

:누구에게나 귀여운 것은 있다.


드디어 제대로 모습을 선보인 카이로 제국의 황녀, 이레인은 정말 레안의 말대로 수줍음이 많고 귀여운 소녀였다. 그리고 황제의 피를 이어 받아 레안을 무지 좋아하고 있었다.

“레안 님. 헤헷.”

다른 이들 앞에선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이레인은 레안을 발견하자마자 종종거리를 발걸음으로 레안에게 달려가 품에 폭 안겼다. 레안이 포스는 있으나, 체구는 작아 누군가를 안아주기엔 심히 부족했으나, 이레인은 레안 못지 않은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어 안길 수 있었다.

“왜.”

말투는 뚱하나 싫지 않은지 이레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레안이 말했다. 그러나 이레인은 그저 좋다며 레안의 품에 안겨 부비적거리며 베시시 웃었다.

그런 모습에 그들을 바라보던 몇 명의 기사가 다소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런 모습의 레안이라니! 당장에 귀찮다고 떨궈내도 이상하지 않는 분인데!

“저, 배고파요.”

“밥 먹으러 가던가.”

레안이 품에서 이레인을 떼어내며 이레인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엔 용케도 자리를 잡고 있는 유라인이 있었다.

“호오, 진짜 귀엽다.”

얼굴은 맹글맹글 하얗고 보드라운 것이 그야말로 귀여움 그 자체였다. 거기다 볼 터치를 한 것인지 분홍색 볼하며.

하지만 유라인의 뚫어질 듯한 시선에 겁을 먹은 이레인은 레안의 뒤에 숨어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흐음, 나, 나쁜 사람 아닌데.”

“쟤, 이상한 놈이니까 가까이 하면 안돼.”

끄덕끄덕.

마치 레안의 말은 무조건 옳다는 듯 이레인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귀엽다는 듯 레안이 피식 웃으며 이레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레안을 보며 유라인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보는 레안의 모습이라 신선하고, 귀엽고, 그렇긴 한데 유난히 친절한 레안을 보니 괜스레 삐죽하니 마음이 솟는 것이.

그러나 유라인이 삐지던 말던 관심 없는 레안은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이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레안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유라인이 이레인에게 다가갔다.

“사탕 줄까?”

유혹하듯 말하는 그 말에 이레인이 고개를 저으며 도도도 도망갔다. 그에 유라인이 다시 이레인에게 쫓아갔다.

도망가도 도망가도 쫓아오는 유라인에 잔뜩 겁을 먹은 이레인이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레안 님. 무, 무서웠어요.”

레안의 등장과 함께 아주 도도도도도도하고 레안에게 안겨든 이레인이 눈물을 글썽였다. 그에 레안은 이레인을 도닥이며 달래주었다. 그러면서 한손으로 얌전히 구석에 있던 물건 하나를 집어 유라인에게 집어던졌다.


작가의말

 

 

실상 이제와서 밝혀지는 내용입니다만, 레안은 귀여운 것을 좋아합니다.

훗.

흑마법사 빠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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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2) +4 14.03.27 793 8 8쪽
48 47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1) +4 14.03.27 611 13 7쪽
47 46화 그녀가 없는 사이. +4 14.03.26 672 14 13쪽
46 45화 가끔 이런 사랑도 있다. +4 14.03.26 743 8 10쪽
45 44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3) +6 14.03.25 602 7 9쪽
44 43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2) +4 14.03.25 574 17 9쪽
43 42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1) +6 14.03.24 814 10 11쪽
42 41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2) +4 14.03.24 907 12 6쪽
41 40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1) +6 14.03.22 792 17 12쪽
40 39화 엉망진창 승급심사.(2) +4 14.03.22 872 7 9쪽
39 38화 엉망진창 승급심사.(1) +4 14.03.21 720 10 10쪽
38 37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2) +4 14.03.21 734 20 14쪽
37 36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1) +4 14.03.20 640 11 9쪽
» 35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3) +4 14.03.20 690 23 11쪽
35 34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2) +4 14.03.19 684 13 10쪽
34 33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1) +4 14.03.19 652 14 8쪽
33 32화 사랑은 마물을 타고. +2 14.03.18 954 12 15쪽
32 31화 그녀가 결혼했다.(3) +2 14.03.18 1,118 25 12쪽
31 30화 그녀가 결혼했다(2) +4 14.03.17 962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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