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끝난 줄 알았지?
황성에 돌아와 상쾌한 아침과 함께 집무실로 향했던 레안은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온 보고에 인상을 찌푸렸다. 제대로 사고 친 리엔이나 굴릴까 했더니. 아주 가관이었다.
단 일주일 뿐이었는데.
황성을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류, 라는 훌륭한 아이의 꼬라지에 레안은 그냥 말없이 미소 지었다. 나름 환한 미소였건만, 어찌나 살벌한 지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슬쩍 들른 유라인이 겁에 질려 슬금슬금 다시 나갔을 정도였다.
“그래, 그동안 재미 좋았나 보네?”
느긋하게 류가 있는 훈련장에 모습을 보인 레안이 류가 미처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전 피식 웃으며 말했다. 드물게 나긋나긋한 말투와 함께 레안은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기가 막히게 무서웠다.
“에헷, 레안 님♥”
괜스레 찔리는 마음에 애써 애교를 부리듯 찡긋한 류였지만 효과는 제로였다.
“그래, 류. 우리 류, 참 착해?”
우리, 라는 단어가 원래 저렇게 살벌했었던가.
“우선 우리, 대화 좀 할까?”
말투는 여전히 나긋했으나, 온 몸에 느껴지는 오싹한 두려움에 류는 절대적으로 거절하고 싶었다. 그러나 레안의 주먹질이 빨랐다. 깔끔하게 명치를 때려 류를 기절시킨 레안이 그대로 류를 업어다가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친절하게도 집무실 문에 관계자 외 출입금지, 매우 바쁨. 들어오면 지옥 될 거임, 이라는 메모를 커다랗게 붙여놓았다.
“레, 레안 님?”
그리 세게 때린 것은 아니었는지, 기절한 지 10분 만에 정신을 차린 류였다. 그러나 자의적으로 깬 것이 아니라 얼굴 위에 쏟아진 얼음들로 인해 강제 기상한 것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보이는 여유롭게 소파에 앉아있는 레안의 모습에 류가 급 정중하게 자세를 취하며 슬금슬금 레안을 바라보았다.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으음, 이미 크긴 했는데요, 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류가 장난기가 넘칠지언정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그, 글쎄요?”
“아마 네 부모님은 생각하고 계실 거야. 네가 커서 인간이 되길. 그러니 내가 특별히 인간을 만들어주지.”
쓸데없이 귀찮은 짓을 하기도 짜증이 났다. 얘가 맞는다고 정신을 차릴 애는 아니었지만, 그건 어중간한 정도일 경우고. 흔히 사람들이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고 생각해서 육체적 고통을 우습게 보는데, 육체적 고통도 크면 정신적 고통을 함께 줄 수 있었다. 진짜 죽을 때 까지 쳐 맞으면 결국 정신도 같이 고통을 느낀다.
그러니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
마치 준비 운동을 하듯 몸을 풀고 있는 레안의 얼굴에는 보는 순간 악몽에 시달릴 만큼 무서운 미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저, 저, 레, 레안 님?”
이렇게 말을 제대로 못하고 더듬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그러나 그것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지금 그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었다.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할 터였다.
“입 닫아.”
네 목소리 듣는 것도 짜증 나니까.
싸늘히 표정으로 말한 레안이 곧바로 발로 류를 찼다. 고통에 끙끙거리기도 잠시 이어지는 무차별 공격에 류는 눈물을 글썽이며 폭력과의 미팅을 시작해야 했다.
“하하, 대박인데?”
오늘은 피곤하니, 내일 집무실로 오라는 레안의 말에 덜덜 떨며 같이 가자고 조르는 리엔 덕에 같이 동행하게 된 카엘이 리엔을 향해 말했다. 그런 카엘의 말에 리엔이 움찔하며 카엘은 흔들리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 어떡하지?”
그래도 오는 동안엔 황성 가면 밀린 일 많을 거라고 우선 가고 보자, 라는 레안의 말로 인해 그나마 편하게 올 수 있었건만. 몇시간 째 계속되는 구타소리를 들으니 심각하게 겁이 났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레안이 나왔다. 그 순간 리엔이 화들짝 놀래며 딸꾹질을 했다.
“뭐야.”
“그, 그게 레안 님이 부르셔서”
“아아. 그냥 돌아가. 나중에 따로 부를 테니.”
우와!
지금은 돌아가래. 드디어 해방이야.
물론 나중이라고는 했지만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리엔이 급격히 안도했다.
다음날, 청룡단의 훈련장 한 구석에는 류가 줄에 묶여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가려움과 아픔으로 인한 고통과. 온갖 괴로움에 범벅된 류의 몰골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기사단의 시선은 싸늘했다. 조금의 동정도 안 생기는 것이. 레안이 없는 동안 류는 정말 엄청났다. 얼마나 치밀하게 사람을 괴롭히고 장난을 치는지. 그동안 겪은 것들만 생각하면. 심지어 이안마저 매달려 있는 류를 향해 툭 때릴 지경이니.
그래도 레안이 돌아옴과 동시에 일그러졌던 기사단의 분위기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활기를 찾았다. 레안이 돌아온 것을 알게 된 기사들이 레안을 보고 어찌나 환호성을 내지르는지. 마치 꼭, 지난해 기사단 그만 두고 떠났다 다시 돌아왔을 때 보다 더 기뻐하는 듯 했다. 그리고 류 신경 쓰느라 리엔은 까맣게 잊은 덕에 리엔은 레안의 구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하르시안의 괴롭힘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여전히 화창한 하루 들이었다.
- 작가의말
의도치 않게 낚시 제목이 되었는데, 끝이 맞아요...
완결이에요...........
그런데 아무도 공지글 안 보고, 아무도 저에게 의견을 제시해주지 않아요. (한분 빼고..)
이러다 특별편은 또 저 혼자 하,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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