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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56,374
추천수 :
674
글자수 :
248,014

작성
14.03.27 18:06
조회
792
추천
8
글자
8쪽

48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2)

DUMMY

이게 뭐야. 안 해 먹어!

자신의 잘못도 있고, 이번만큼은 엄청나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모처럼 얌전 리엔 모드로 들어가 순순히 온갖 잡심부름을 하던 리엔이 결국 분을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짐들을 내던졌다.

아무리 자신이 잘못을 했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노예 대하듯 구는 건 좀 너무하잖아! 거기다 가는 내내 꽂히는 죽을 죄를 지은 놈 바라보듯 보는 시선은 견딜 수가 없었다. 처음엔 그저 죄송할 따름이라 고개도 들지 못하고 연신 사과를 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고 구박을 받게 되니, 이건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나마 카엘과 하륜이 도와주긴 했지만, 그럴수록 심해지는 그들의 횡포에 리엔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세상에. 부엌대기 신데렐라도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으리라.

리엔이 슬금 팔을 들어 눈가를 훔쳤다. 물론 울지는 않았으므로 묻어나오는 눈물은 없었다.

“저게 뭐지? 지금 반항하는 건가?”

용케도 리엔의 행동을 눈치 챈 것인지 잘만 가던 하르시안이 뒤를 훅 돌아보며 리엔을 향해 물었다.

“누, 누가!”

“형님, 그냥 죽이지 그래? 대신 저녀석 목만 들고 가면 되는 거 아닌가?”

진심이 담긴 위협이었다. 안 그래도 죽이고 싶은 것을 강제로 참고 있던 세이렌이었으니.

그런 세이렌의 말에 하르시안이 동의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말없이 리엔을 바라보았다. 그에 리엔은 입을 삐죽거리며 던져버린 짐을 다시 집어 들었다.

“설마 그 더러운 것을 짐이라고 하진 않겠지?”

한마디로 깨끗이 털라는 뜻이었다. 역시나 리엔은 어쩔 수 없이 손수 정성을 담아, 던져버린 짐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었다. 그래도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 속 이제는 덤덤해진 리엔이었다. 말로는 죽이니 뭐니, 살기를 풀풀 풍기고 있으나, 정말 죽이려는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이렌 쪽은 위험하긴 했지만, 레안의 아버지이자 세이렌의 형인 하르시안이 리엔을 죽이는 것에 적극 반대하고 있으니.


리엔의 입은 연신 꿍얼거리느라 닫힐 기미가 없었다. 서러워 죽을 것 같은 기분이라 이렇게라도 해야 속이 좀 풀릴 것 같았다.

처음 길을 나서면서 리엔은 엄청난 구박을 받아야 했다. 나중에는 너 때문에 지금 늦어지고 있지 않냐, 면서 발로 차며 굴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러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용족인 그들이 카엘과 리엔을 데리고 움직이기로 했는데, 안 그래도 험난했던 여정이 그로인해 더욱 격해졌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냥 달리다 숨에 차 죽어도 좋으니 그냥 내 발로 가겠다고 말하고 싶어졌을까.

예전 황실 기사단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그 무렵, 레안에게 들려 옮겨지던 때도 있었지만 그때보다 더욱 격했다. 그때도 위부터 목구멍까지 치솟는 울렁거림과 토기와 뇌가 돌려지는 기분에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래도 그건 정말 엄청난 양반, 아니 굳이 따지면 양반인 수준이 아니라 왕인 수준이었다.

처음에 목덜미를 잡아 옷에 목을 졸리게 하더니, 나중에는 머리 끄댕이를 잡아 머리가 뽑혀질 것 같은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했다. 그러다가 그것도 질렸는지, 발목을 잡고서 거꾸로 들고 가는데, 땅에 머리를 박을 까봐 연신 윗몸 일으키기를 해야 했다. 마지막은 정말 대박이었는데, 이건 정말 가관이었다.

용족에게 끽해봐야 인간인 자신이 무거우면 얼마나 무겁다고, 레안도 멀쩡히 잘 드는 걸 남자인 그놈에게!

아무튼 무겁다는 이유로 자신을 나르던 세이렌은 리엔은 던지면서 갔다. 멀리 던져놓고, 주워서 다시 던져지고. 무슨 공처럼 날러진 리엔이었다.

그렇게 온갖 멀미와 고생을 하고서 겨우 취침 시간을 가지게 된 리엔은 야영을 할 곳을 잡자마자 바로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해야 했다.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 땔감에, 불을 피우고, 물도 떠와 요리도 해. 그냥 모든 일은 다 자신의 몫이었다.

그래 뵈도 걸어 다니는 사고뭉치라 틈틈이 길을 잃었지만, 그런 그를 향한 배려는 없었다. 기다리다 안 오면 그냥 지들끼리 먹고 자고 떠날 거라니! 어차피 넌 걷는 게 아니라 옮겨지는 거니 잠 안 자도 상관없지 않냐는 그 질문에 리엔은 진심으로 욱하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아주 최소한의 배려로, 리엔이 만든 음식을 먹어본 적 있는 일행들의 만류로 요리에 대해서는 다소 여유를 준 세이렌이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 가장 큰 상처는 하륜과 카엘의 배신이랄까! 아무리 하르시안과 세이렌이 도와주지 말라고 했었어도 정말 하나도 안 도와줄 줄이야! 심지어 도와줄까, 라는 말조차 없었다.

“흐윽.”

새삼 눈물이 나 앞을 가릴 것 같았다.

“빨리 하는 게 좋은텐데? 늦으면 우리끼리 먹고 자도록 할 거니까.”

야, 나는!

나는 쉬지도 못하냐!

리엔의 억울하다는 시선이 세이렌을 향했으나 세이렌은 냉정했다.

“주제도 모르고 레안을 상관으로 모시더니, 그 귀한 것을 사지로 내몬 주제에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 이 순간에도 레안은 엄청난 저주와 욕을 들으며 마음의 상처를 받고 홀로 울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퍽이나!

물론 같은 용족들이니, 레안도 위험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상처를 받고 운다는 것은 좀 많이 아니었다. 레안 성격에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흉흉한 기세를 내뿜었으면 내뿜었지.

그러나 하르시안은 세이렌의 말에 동감하는지 순간 표정을 굳혔다.

“서, 설마. 우리 레안이 우, 우는 건.”

그도 쉽사리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 의미는 리엔과 완전히 달랐다. 감히 우리 레안 따위를 울리는 용족이 있을 리가, 라는 의미에 가까웠달까.

순간 하르시안의 살벌한 시선이 리엔을 향했다.

“당장 해, 빨리 해! 어딜 노닥거려!”

그나마 세이렌에 비하면 유한 모습을 보인 하르시안이었지만 순식간에 활활 타오른 상태가 되었다. 물론 유하다고는 해도 세이렌에 비해서일 뿐이지 실상 그도 세이렌 못지 않았다. 그냥 정말 죽일 듯한 세이렌의 기세에서, 죽일 듯한 기세만 사라진 정도일 뿐이었다.


“저에게도 인권이 있어요!”

결국 참다 못한 리엔의 진지한 한마디였다. 그러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칼같이 반응하며 차갑게 바라보는 세이렌이었다.

“저에게도 인권이 있다구요!”

“레안에겐 용권이 있어.”

“그리고 우리 아기새 같은 레안이 너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진리이고.”

퉁명스레 내뱉은 하르시안의 말에 이어 싸늘하게 덧붙인 세이렌이었다. 세리엔의 말에 하르시안은 네가 정말 제대로 된 말을 하는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히익! 밥 좀 먹고, 조금이라도 자겠다는 게 힘든 일은 아니잖아요!”

순간 할 말이 없었지만, 이내 다시 항의의 이유를 떠올린 리엔이 당당히 말했다.

“피식. 평생 쉬게 해줄까?”

그새 날카로운 검을 뽑은 세이렌이 차갑게 말했다. 물론 사실 같고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절대 위협이었다.

결국 목숨의 위협 앞에 리엔은 어쩔 수 없이 굴복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리엔의 고생도 드디어 끝이 났으니, 하루를 꼬박 달린 그들의 앞에 드디어 용족들의 구역이 보이며, 그 가운데 원형 돔으로 생긴 용족 회의장이 보였다.


작가의말

 

 

드디어 회의장입니다.

그나저나 리엔아, 너 이번에 당해도 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54 레드러너
    작성일
    14.03.28 00:13
    No. 1

    하아... 결국 원하지 않지만 리엔은 사고뭉치.. 역시 류의 기운을 가득 받아서 그런지 몰라도
    저절로 사고를 치네요ㅋㅋㅋ
    이제 2화 남았는데.. 이렇게 레안은... 설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28 14:34
    No. 2

    그러게나 말입니다. 어쩌자고, 어쩌자고...ㅠㅜ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장한월
    작성일
    14.03.28 08:59
    No. 3

    레안의 용권을 지키기 위한 원정대군요ㅋㅋ별 사고 없이(?) 도착해서 다행이네요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28 14:35
    No. 4

    그러게요, 무려 용권이군요. 과연 그들은 레안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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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특별편-만약 그가 동생이라면? +4 14.03.29 647 11 7쪽
51 50화 끝난 줄 알았지? +6 14.03.28 497 12 6쪽
50 49화 리엔은 위대하다. +2 14.03.28 508 9 16쪽
» 48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2) +4 14.03.27 793 8 8쪽
48 47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1) +4 14.03.27 611 13 7쪽
47 46화 그녀가 없는 사이. +4 14.03.26 672 14 13쪽
46 45화 가끔 이런 사랑도 있다. +4 14.03.26 743 8 10쪽
45 44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3) +6 14.03.25 602 7 9쪽
44 43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2) +4 14.03.25 574 17 9쪽
43 42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1) +6 14.03.24 814 10 11쪽
42 41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2) +4 14.03.24 907 12 6쪽
41 40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1) +6 14.03.22 792 17 12쪽
40 39화 엉망진창 승급심사.(2) +4 14.03.22 872 7 9쪽
39 38화 엉망진창 승급심사.(1) +4 14.03.21 720 10 10쪽
38 37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2) +4 14.03.21 734 20 14쪽
37 36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1) +4 14.03.20 640 11 9쪽
36 35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3) +4 14.03.20 689 23 11쪽
35 34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2) +4 14.03.19 684 13 10쪽
34 33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1) +4 14.03.19 652 14 8쪽
33 32화 사랑은 마물을 타고. +2 14.03.18 954 12 15쪽
32 31화 그녀가 결혼했다.(3) +2 14.03.18 1,118 25 12쪽
31 30화 그녀가 결혼했다(2) +4 14.03.17 962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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