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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56,385
추천수 :
674
글자수 :
248,014

작성
14.03.21 16:05
조회
720
추천
10
글자
10쪽

38화 엉망진창 승급심사.(1)

DUMMY

드디어 돌아온 승급심사에 황실 기사단의 기사들은 긴장감 어린 표정으로 총훈련장에 모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상상을 초월하는 총훈련장의 샤랄라한 모습에 경악해야 했다.

설마 레안 님이 이러셨을 리는 없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는 풍선에, 훈련장 테두리에서 터지는 폭죽하며 총훈련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축제날이었다. 그래서 순간 오늘이 승급심사 날이 아니라 축제날이던가 하고 고민에 빠졌지만, 화려한 효과음속 달려 있는 플랜카드에 축, 승급심사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축제가 아닌 듯 했다.

그러니 그건 그렇다고 치고, 도대체 이건 뭔데.

단장들도 이러한 사태에 대해 레안에게 별다른 언질을 받은 게 없었던 듯 그들 역시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크흠, 반가워.”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지는 익숙하면서도, 어색한 유라인의 목소리에 뭔가 싶은 기사들의 시선이 단상 위에 올라와 있는 유라인에게 향했다.

“레안이 휴가를 받아 쉬러 간 관계로 이번 승급심사는 내가 직접 주최하기로 했어. 그러니 잘 부탁해. 자, 이건 승급심사 순서야.”

에엑.

승급심사 날 레안이 없는 것도 놀라울 일인데, 황제가 직접 진행을 한다고?

거기다 황제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승급 심사 내용은 그야말로 상상초월이었다.

“저게 무슨 승급심사입니까!”

그나마 승급심사에 대해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는 부단장, 바론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항의했다.

“나 황제인데. 그리고 황명인데?”

황명이라고 까지 말하는데 대들만한 간 큰 인간은 없었다. 그에 결국 기사들은 황제가 지정한 어이없는 승급심사를 해야 했다.


첫 번째 승급심사를 위한 공간엔 높이 2m의 단상이 놓여 있었고, 그 5m 앞에는 물풍선이 들어 있는 통이 있었다.

그랬다. 첫 번째 심사 내용은 황제 왈, 정확성을 평가하기 위한 물풍선 던지기 였다. 그를 위해 사람 하나를 단상 위에 올려놓은 후, 이 사람을 향해 물풍선을 던져 가장 많이 맞추는 사람이 높은 성적은 얻는 것이었다. 그리고 단상 위에 올라갈 사람은 시험 볼 사람이 지목을 하며, 이때 거절권은 없었다.

“오, 폐하. 혹시 이거 단장들도 참가해도 되요?”

원래라면 레안과의 대련으로 승급심사를 받는 단장 및 부단장들이었지만 레안이 없는 관계로 느긋하게 승급심사를 구경해야 했던 단장, 류가 물었다. 그런 류의 물음에 리엔이 움찔하며 간절한 표정으로 유라인을 바라보았다.

“원한다면.”

리엔의 표정 따위 상큼하게 무시한 유라인이 특별히 단장 우대로 먼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물풍선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사실 둘이 만나서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만, 류와 유라인은 궁합 상 상당히 잘 맞는 콤비였다.

“우음, 누굴 고를까~”

여유롭게 물풍선을 던졌다 잡았다, 빙빙 돌리기까지 하며 류가 고민에 잠겼다. 그에 혹시나 하며 리엔이 기대를 품었지만, 결국 류가 선택한 것은 리엔이었다. 솔직히 고민하는 척 했지만 애초부터 리엔을 고를 생각이었던 류였다.

딱 봐도 하나의 피함 없이 다 맞을 게 뻔한 상황에 리엔이 절대 싫다며 반발하려 했지만, 레안 만큼 무섭지는 않아도 장난 아닌 유라인이 앞에 있었다. 결국 리엔은 황제의 황명을 받아 친절히 단상 위에 올라가야 했다.

거기다 덤으로 상의를 탈의하고, 상체에는 기묘한 그림들을 그린 채로.

“류 경은 단장이니까, 아무래도 핸디캡을 줘야 되지 않겠어? 저 그림들을 지우는 양 만큼 점수를 얻게 될 거야.”

그렇게 말하며 유라인은 친히 리엔의 얼굴에까지 그림을 그렸다, 라기 보다는 그냥 까맣게 색칠했다. 이건 딱 봐도 얼굴만 노려, 라는 황제의 뜻이었다.

결국 리엔은 얼굴과 상체에 낙서 범벅을 한 채로 단상 위로 올라가야 했다. 그리고 단상에 올라선 순간 리엔은 한가지 사실을 깨달아야 했다. 사람 한명만 겨우 서있을까 말까한 공간의 크기에 이 단상은 피하라고 만들어진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그냥 최대한 빨리 던지면 된다는 것을.

슬픈 사실을 깨달은 리엔이 뭐라고 항의를 내뱉기도 전, 유라인의 시작 소리와 함께 리엔은 물풍선에 정통으로 맞아야 했다. 물풍선이 아니라 돌풍선을 던지고 있는 건지, 젖는 것도 짜증나건만 아픈 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이딴 게 어딨어!”

리엔이 욱해서 소리쳤지만, 그 틈을 노리고 정확히 리엔의 입에다 물풍선을 던진 류였다. 덕분에 제대로 물 먹은 리엔은 눈에 쌍심지를 켰지만, 리엔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최대한 열심히 피하는 수 밖에는.

드디어 기나긴 류의 심사가 끝이 나고, 다음은 카렌이 지원을 했다.

그리고 카렌이 선택한 사람은 라이너였다. 최근 자신은 여전히 신혼이라며 놀고 있는 탓에 부단장인 카렌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 독서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불만이 쌓여 있던 카렌이었다.

부단장과 단장의 대결이라는 흥미진진한 상황에 기사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역시나 그들의 기대 만큼 카렌과 라이너의 대결은 긴박감이 넘쳤다. 마치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마냥 날카롭고 빠른 물풍선, 과연 피할 수 있을까 싶은 열악한 공간 속 가볍게 어깨를 뒤트는 것으로 쉽게 피해버린 라이너.

심지어 물풍선을 터지지 않게 잡아챈 라이너가 반격하듯 카렌에게 물풍선을 던졌다. 그에 카렌이 눈에 불을 키며 물풍선을 연속으로 우르르 던졌고, 5연속 콤보에 미처 피하지 못한 라이너가 얼굴을 정통으로 맞아야 했다.

거기다 훌륭한 개인기마저 선보이는 카렌이었으니, 단지 물풍선을 던지는 것으로 만족 못한 카렌이 교묘하게 라이너의 다리 쪽을 노려 라이너가 균형을 잃게 만들었다. 결국 심사의 마지막은 라이너가 단상에서 넘어지며 화려한 낙법을 보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후 둘은 조용히 사라졌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두 번째 승급심사 내용은 두더지 게임이었다. 민첩성을 평가한다는 취지의 심사는 5명의 기사들이 두더지 역할을 하고, 심사를 받는 이가 뿅망치로 때리는 것이 그 방법이었다.

아니, 도대체 이딴 게 무슨 심사라고!

물풍선 맞고 헤롱헤롱한 리엔을 대신하여, 과격한 백호단의 휴가 반발하며 나섰다.

“자, 여기 얘는 고정 두더지.”

그래, 어디 유라인이 만만한 사람이던가. 레안에게 맞으면서도 능글능글의 극을 달리고 있는 사람이건만.

결국 휴는 얌전히 단장들의 손에 이끌려 두더지 굴속으로 들어가야 했다.

“아참, 참고로 정신력 심사도 덤이야.”

굳이 유라인이 이 말을 한 이유는 두더지 굴로 준비되어있는 공간에 물이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었다. 깊이 3m인 공간에 물이 가득 차 있었기에 숨을 쉬기 위해선 발을 열심히 저으며 구멍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쉬기 위해 발을 멈췄다간 그대로 꼬로록. 그리고 안 맞기 위해 내내 숨어 있어도 그대로 꼬로록.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훌륭한 두더지 게임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심사를 받는 기사는 하륜이었다. 이번에도 두더지 역할을 지접 골라야 하나, 하는 생각에 하륜이 망설이자, 친절히 유라인이 두더지를 골라 주었다. 두더지 역할에 선택 받은 이는 처음의 휴를 포함하여 리엔, 바론, 이안, 류이스로 총 5명이었다.

“악악! 작작 때려!”

“이 씨부럴 놈아!”

“카악~!!!!!!!!!!!!!!!!!!”

“꼬로록.”

두더지 게임에 임하는 이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심지어 자느라 물에 빠져 익사 직전 까지 가는 이안도 있었으니 참으로 훌륭한 조화였다.

그들의 고통스런 모습에 하륜은 미안함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뭐랄까. 여기서 봐줬다간 하륜 자신이 저 꼴이 될 것 같달까.

결국 하륜의 뿅망치에는 자비가 없었다.

“네가 이러고도 친구야!”

급격하게 체력이 딸리는 것을 느끼며 리엔이 소리쳤다.

“황제 따위! 길 가다 확 넘어져 버려라!”

그래도 황제라 욕을 못 하겠고, 심한 저주도 못 하겠고, 삐죽이며 웃고 있는 황제를 향해 한마디 한 리엔이었다. 그리고 그런 리엔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미션! 저 두더지 5연속 콤보를 부탁하겠네. 강도는 최상으로.”

아무래도 친구인지라 그도 그러고 싶었지만, 황제의 어명이라 어쩔 수가 없는 하륜이었다. 하륜의 힘을 가득 담은 뿅망치가 리엔의 머리로 향했고, 생각 이상의 세기에 리엔은 잠깐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물 속에 가라앉아야 했다. 그러다 정신을 화르륵 찾은 리엔은 이 울분을 표하기 위해 구멍에 고개를 내밀어 뭐라뭐라 말을 하려다 한 대 더 맞아야 했다.

“당신이 이러고도..! 악.”

“이 XX 같은.. 악!”

“안 해, 안 한다고..! 악, 악!”

차라리 말을 안 하고 좀 쉬면 덜 맞으련만. 거기다 말하느라 체력이 더 빠지는 리엔이었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같이 화려하게 뿅망치 쇼를 보이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이름하야 휴였다.

“이런 젠장할 놈이.”

친구의 욕이야 친구니 넘어간다지만 타인의 욕까지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아닌 하륜인지라 하륜은 망설임 없이 휴의 머리를 때렸다.

“네녀석! 밖에 나가면 창자를 꺼내서 순대를 만들어..이악! 야, 이 새끼야!”

참으로 훌륭한 쇼였다. 리엔과 더불어 휴가 내는 화려한 비명소리와 욕설의 화음이란. 그리고 사이 사이 자느라 물에 잠기며 내는 이안의 꼬로록 소리도 화음을 맞추는데 도움을 주며 소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작가의말

 

 

뭐, 황제가 그럼 그렇지.

레안이 없으면, 정말 에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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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54 레드러너
    작성일
    14.03.21 16:21
    No. 1

    황제가 그럼 그렇죠... 정상적일리가 없죠...
    역시 저 제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이쁘고, 강하고,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건 역시
    우윳빛깔 레안님밖에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21 20:20
    No. 2

    여기 레안 팬클럽 회장 등장이요~! 아, 회장은 저인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장한월
    작성일
    14.03.22 08:57
    No. 3

    고정 두더지 게임이라는 훌륭한 심사(?)법을 창안한 황제도 보통이 아니군요... 아니 원래 그랬지요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22 13:06
    No. 4

    훗, 황제는 기발합니다. 일 안하고 노는 데도 기발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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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특별편-만약 그가 동생이라면? +4 14.03.29 647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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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7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1) +4 14.03.27 611 13 7쪽
47 46화 그녀가 없는 사이. +4 14.03.26 673 14 13쪽
46 45화 가끔 이런 사랑도 있다. +4 14.03.26 744 8 10쪽
45 44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3) +6 14.03.25 602 7 9쪽
44 43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2) +4 14.03.25 575 17 9쪽
43 42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1) +6 14.03.24 815 10 11쪽
42 41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2) +4 14.03.24 908 12 6쪽
41 40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1) +6 14.03.22 792 17 12쪽
40 39화 엉망진창 승급심사.(2) +4 14.03.22 872 7 9쪽
» 38화 엉망진창 승급심사.(1) +4 14.03.21 721 10 10쪽
38 37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2) +4 14.03.21 735 20 14쪽
37 36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1) +4 14.03.20 640 11 9쪽
36 35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3) +4 14.03.20 690 23 11쪽
35 34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2) +4 14.03.19 685 13 10쪽
34 33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1) +4 14.03.19 652 14 8쪽
33 32화 사랑은 마물을 타고. +2 14.03.18 954 1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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