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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56,392
추천수 :
674
글자수 :
248,014

작성
14.03.20 16:05
조회
640
추천
11
글자
9쪽

36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1)

DUMMY

창밖에 흩날리는 춘풍의 원인은 레안이던가. 대륙의 찬공기는 몽땅 끌고 와 유라인에게 흩뿌리고 있는 것 마냥, 유라인이 방문한 레안의 집무실은 그야말로 전설 속에 등장한 시베리아 한복판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요 며칠 흑마법사인지 뭔지 하는 것 때문에 짜증이 잔뜩 솟아있었건만 또 흑마법사인지 뭔지가 사고를 쳤다니. 그러고 보니 저번에 레안까지 나서야 했던 그 산적들 사건도 흑마법사가 원인이라지?

듣자 하니 그 흑마법사하고 이번 노예 매매를 하고 있는 흑마법사하고 같은 놈이라고 하는 것 같긴 한데, 평소 보기 힘든 흑마법사를 연달아 두명이나 처리하게 생겼으니 레안의 기분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레안, 오늘따라 까칠하네~”

일부러 딱딱한 분위기를 풀고자 능글맞은 청년의 분위기를 풍기던 유라인이 더욱 싸늘하게 굳어져버린 레안의 표정에 움찔하며 서둘러 집무실을 나갔다. 그와 동시에 유라인이 나간 문에 무언가 묵직한 물건이 부딪히며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또다시 레안과 함께 임무 수행을 나서게 된 리엔의 얼굴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도대체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다고 맨날 이안이나 류 아니면 레안과 임무를 하러 가야 하는 건지. 셋 중 한명도 편한 사람이 없기에 리엔의 불만은 더욱 컸다. 물론 셋 다 성격이 어떻든 실력 하나만은 좋은 지라 적어도 그들과 같이 임무를 수행하러 간 이상, 위험한 일은 없다지만, 그들과 같이 다니며 리엔은 마물에게가 아니라 그들에게 위험을 느껴야 했다.

정말 딱 지난 번 임무가 좋았어, 라며 하륜과 카엘, 셋이서 임무를 갔던 일을 떠올리다 움찔했다. 이 경우 인물 구성은 훌륭했으나, 그야말로 임무가 뭐 같았던 경우였다.

진짜 이렇게 신에게 버림을 받아 불행할 수도 있나.

그런 생각에 암울한 리엔과 달리 하륜은 비교적 잦아진 레안과의 임무에 꽤 기분이 좋았다. 그닥 티는 나지 않았지만, 작게 자리잡은 미소에 하륜과 오래 같이 지낸 카엘은 그의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레안 때문이라는 사실도.

워낙 눈치 없고 둔한 리엔은 그런 하륜의 속내를 모르고 있겠지만.

“전 왜 가야 하는 겁니까!”

“불만이야?”

“아니, 레안 님이 같이 가시는데 굳이 제가 갈 필요가..”

레안의 살벌함에 바론이 높아진 목소리를 줄이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내 맘이야. 꼬우면 네가 총단장 하던가.”

원한다면 기꺼이 너에게 총단장직 물려주고 떠날 의향이 아주 많다며 레안이 답했다. 그에 바론은 어쩔 수 없이 레안의 임무 수행에 따라가야 했다.

그렇게 레안과 동행하게 된 바론은 이때 더 강력하게 반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해야 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데요.”

문제의 장소에 도착하기 전 레안은 친절히 기사들에게 임무 수행을 위한 전략에 대해 설명을 해줬고, 그 얘기를 들은 리엔이 크게 반발했다. 그리고 리엔 덕에 묻혀지긴 했지만 바론 역시도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는 너야말로 짖지 말고 말을 해.”

순식간에 말이 아니라 짖게 된 리엔의 얼굴이 분노로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하륜은 피식 웃었다. 다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묘하게 레안의 말발이 세지고 있었다. 전이었다면 그냥 바로 주먹이 날아갔을 일이건만, 그전에 말로 한방 먹이는 일들이 잦아지고 있달까.

특히나 리엔을 대함에 있어 유난히 눈을 빛내며 괴롭히고 있는 모습이 레안 역시도 리엔이 꽤나 마음에 든 듯 했다. 그렇게 본인의 의도 전혀 없이 나름 잘 나가는 이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는 리엔이었다. 다만 그 관심이 다들 괴롭힘으로 가고 있어 본인에게는 심한 스트레스겠지만.

“저와 리엔, 바론 님이 일부러 노예 매매단에게 잡히고, 레안 님이 카엘과 함께 귀족으로 분장해 노예를 사러 온다. 노예로 분장한 저희는 감옥에 있으면서 흑마법사를 찾아내고, 그와 관련된 이들을 파악한 후 레안 님이 저희를 사는 것과 동시에 노예 매매단을 소탕한다, 가 계획의 전부 맞습니까?”

“맞아.”

“굳이 이렇게 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이 매매단에 흑마법사 뿐만 아니라 귀족들도 연관되어 있거든. 괜히 대놓고 덮치다 귀족들 명단이 적힌 장부 들고 한놈이라도 튀면 곤란하니까.”

“근데 왜 하필 제가 노예 역할입니까!”

계급 사상 상으로는 서열 2위인 자신이 레안의 호위를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호위 기사치곤 넌 싸가지가 없어. 이따구로 뭔 말만 하면 말대꾸하면 반항하는데, 누가 호위기사라고 생각해.”

윽. 틀린 말도 아닌 지라 바론이 움찔하며 물러났다.

“그렇다면 어째서 카엘입니까.”

딱히 불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아쉬워서 하륜이 말했다. 자신이 호위 기사 역할을 한다면 모처럼 레안과 단 둘이 있을 수 있을 테니까.

“네가 봤을 땐 저 놈들만 덜컥 보내도 될 것 같아? 그나마 네가 사고 안치게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하긴 그랬다. 그나마 멀쩡히 임무 수행해서 사고 안치는 놈들이라곤 카엘과 하륜 정도로 잡을 수 있는데 카엘은 바론의 직속 수하라 바론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결국.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네들의 그 모습은 영락없는 기사라 여장해야 될 것 같다.”

이왕 납치당해야 할 거라면 남자의 모습보다는 여자의 모습이 편할 테니까. 거기다 남자 한명도 아니고 세명인데, 누가 감히 납치를 하겠는가.

“미쳤어?”

여장이라는 말에 지난번 축제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리엔이 벌컥 외쳤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순간 반말로 말한 리엔이었다.

“네가 드디어 정신을 놓았나보네.”

살벌한 레안의 말에 그제서야 리엔은 자신의 실수를 느끼곤 움찔했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장이라니.

“싫으면, 간단한 방법이 있어.”

“뭐, 뭐. 어떤 거요.”

딱히 좋은 방법일 것 같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리엔이 물었다.

“그냥 여자로 만들어주지. 물론 방법은 알지?”

피식 웃으며 말하는 레안의 말에 리엔이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그리고 같이 반발하려던 바론 역시 순순히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혹시나 들킨다던가, 그래서 실패한다던가 하면 황성에 돌아가 근위 기사단을 포함한 모든 기사가 모인 앞에서 여장 모습을 보이게 한 후 스트립쇼를 열게 할 테니 각오 하는 것이 좋을 거야. 하륜, 너 역시 연좌제로 같이 그 꼴 당하기 싫으면 알아서 잘 관리해.”

상상을 초월하는 벌에 하륜은 심각한 표정으로 레안의 명을 받아들였다.


“도대체 왜 우리가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데.”

특별히 레안이 직접 고른 드레스를 입고 레안이 직접 만들어준 머리스타일을 한 리엔이 분을 참지 못해 입을 삐죽였다. 그러나 리엔이 화를 내던 말던 완성된 리엔의 여장 모습은 꽤나 앙증맞았다. 근본이 남자인지라 여자치곤 매우 큰 키와 좀 넓은 어깨가 미스이긴 했지만, 레안의 화려한 스타일링으로 완전히 무마될 수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엔의 모습은 분홍색 아기자기한 미니 드레스에 리본이 달린 머리띠, 양 갈래로 땋아서 돌돌 만 머리, 어깨쪽 날개쪽에 매달린 커다란 빨간 색 리본, 목젖을 가리기 위해 목덜미에 리본을 매달고 있었다. 그리고 나름 미남인 리엔인지라 그 패션을 무난하게 소화해 귀여운 여인이 되어 있었다.

다음으로 하륜은 남색의 차이나풍의 드레스를 입었는데, 풀어헤친 머리가 목선과 어깨선을 가리고 있었다. 그와 함께 기가 막힌 화장법으로 하륜은 차가우면서도 병약한 미소녀의 이미지를 풍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최대의 난관, 바론은 덩치가 있지만 건강미 넘치는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일부러 크나큰 덩치를 숨기기 위해 최대한 레이스 줄줄 달리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혔으며, 그래도 드러나는 덩치로 인해 강제로 코르셋을 통해 덩치를 줄여야 했다. 그리고 짧은 머리를 삔으로 꽂아 한곳으로 고정시키며 검은색 레이스가 달린 리본을 달았다. 동시에 진한 스모키 화장으로 그나마 큰 눈에 시선을 집중시키며 강렬한 이미지를 풍기게 했다.

이런 화려한 변화에 그들은 새삼 레안의 놀라운 변신 능력에 감탄해야 했다. 맨날 가벼운 기사 제복 차림만 하고 다니기에 이런데 관심 없는 줄 알았더니.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실패하면 알아서 해라.”



작가의말

 

은근 다방면 능력자 레안입니다.

과연 그들의 노예 생활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54 레드러너
    작성일
    14.03.20 17:31
    No. 1

    저 셋이 남자노예로 잡혀와도 참... 관리하기 힘들텐데...
    걸걸한 목소리로 여자목소리까지 내고 있으면.,.
    전그냥 노예 해방해주렵니다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20 19:21
    No. 2

    ㅋㅋㅋㅋㅋ 뭐랄까. 진정성이 느껴지는 말이군요. 하지만 저는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훗, 제가 이래뵈도 사람 갈구고 굴리는데 일가견이.........(어머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장한월
    작성일
    14.03.21 00:03
    No. 3

    그냥 여자로 만들어주지...라니ㅋㅋㅋㅋㅋ 그 어떤 말보다 효과가 있네요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21 20:20
    No. 4

    강렬한 한마디지요. 역시 레안이란!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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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화 리엔은 위대하다. +2 14.03.28 509 9 16쪽
49 48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2) +4 14.03.27 793 8 8쪽
48 47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1) +4 14.03.27 611 13 7쪽
47 46화 그녀가 없는 사이. +4 14.03.26 673 14 13쪽
46 45화 가끔 이런 사랑도 있다. +4 14.03.26 744 8 10쪽
45 44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3) +6 14.03.25 602 7 9쪽
44 43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2) +4 14.03.25 575 17 9쪽
43 42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1) +6 14.03.24 815 10 11쪽
42 41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2) +4 14.03.24 908 12 6쪽
41 40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1) +6 14.03.22 793 17 12쪽
40 39화 엉망진창 승급심사.(2) +4 14.03.22 873 7 9쪽
39 38화 엉망진창 승급심사.(1) +4 14.03.21 721 10 10쪽
38 37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2) +4 14.03.21 735 20 14쪽
» 36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1) +4 14.03.20 641 11 9쪽
36 35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3) +4 14.03.20 690 23 11쪽
35 34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2) +4 14.03.19 685 13 10쪽
34 33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1) +4 14.03.19 653 14 8쪽
33 32화 사랑은 마물을 타고. +2 14.03.18 954 12 15쪽
32 31화 그녀가 결혼했다.(3) +2 14.03.18 1,118 25 12쪽
31 30화 그녀가 결혼했다(2) +4 14.03.17 962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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