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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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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71
추천수 :
674
글자수 :
248,014

작성
14.03.25 16:05
조회
601
추천
7
글자
9쪽

44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3)

DUMMY


한바탕 폭풍이 몰아치고, 마지막 회식 자리에 남은 이는 레안을 포함해 총 8명 뿐이었다. 딱 라힌, 하륜, 하엘, 카렌, 유란, 류, 카엘,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안이었는데, 이쯤 되자 라힌, 유란, 류, 카렌의 표정이 오묘했다. 마치 무슨 작당을 하는 듯한.

“모처럼 이렇게 남았는데, 한번 달려보는 것은 어떤가요?”

슬슬 시동을 건 라힌이 슬쩍 레안에게 물었다.

“하던가.”

레안의 뚱한 허락에 라힌과 그 외 공모자들이 속으로 씨익 웃었다. 그리고 뒤늦게 그들의 음모에 합류하게 된 나머지 이들의 표정 역시 묘했다. 그래도 들키지는 않는 것은 그들이 워낙 표정 숨기는 게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레안 님은 주량이 어떻게 되세요?”

같이 술을 마셔본 적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는지라 유란이 슬쩍 물었다. 혹시 몰라 7명이 릴레이로 레안을 맡기로 하긴 했는데.

“글쎄.”

술을 좋아하긴 해서 자주 마시긴 했지만 세서 마시지도 않을뿐더러 취한 적도 없어 레안이 뚱하니 답했다. 그런 레안의 반응에 의도치 않게 레안 취하게 하기의 계획이 참여하게 된 하엘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종족 특성 상 용족들은 술을 잘 마셨다. 그 중에서 청룡은 특히 술을 잘 마셨다. 알콜이 들어간 물이건만, 그래도 물이라도 아주 잘 마셨다. 그러니 아무리 얘들이 작정하고 덤벼도, 레안을 취하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거기다 설사 취한다고 해도 용족 기운으로 몸의 취기를 몰아내면 끝.

그러나 하엘은 레안이 취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그 모습을. 물론 그 모습을 다른 이들과 함께 본다는 것이 거슬리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황제 폐하와 대작 하시고서 멀쩡하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긴 하군요.”

문득 레안의 주량에 대해 살짝 걱정이 된 라힌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말에 황제에 대해 잘 아는 단장 및 부단장들의 표정 역시 찌푸려졌다. 황제 폐하인 유라인이라고 하면 그 정신 나간 세계를 떠나서, 말술이라고 얼마나 유명하던가. 어쩜 그렇게 술을 잘 마시는지. 아주 접대만 하고 산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 상대 황제인지라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확실히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속으로 다짐하는 단장과 부단장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거의 물 마시듯 표정 한번 찡그리지 않고 마셔버리는 레안의 모습에 카렌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라힌 역시도 좀처럼 취하지 않는 레안의 모습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은근히 기대감 어린 표정을 지었던 하륜과 카엘도 미묘한 실망을 표하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속 하엘이 결단을 내렸다. 아끼는 딸에게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게 아주 많이 찔렸지만, 대중의 기대를 위해서라도. 물론 실상 절대적으로 본인을 위해서 였다.

레안이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하엘이 용케도 레안의 술잔에 무언가를 넣었다.

응?

이번에도 역시나 원샷 하며 가볍게 잔을 비운 레안이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뭐지.

뭔가 아주 느낌이 안 좋은 것이. 하지만 별 거 없겠거니 하는 생각에 레안은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그것이 레안의 치명적 실수였다.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닙니까.”

취하게 만들기로 한 주제에 말리는 게 우습긴 했었지만, 묘하게 술을 마시는 속도가 격하게 빨라진 것이 뭔가 불안했다. 저러다 취하기 전에 쇼크사로 쓰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른 이들 역시도 비슷하게 생각한 것인지 하륜의 행동을 말리지 않았다.

“싫어.”

묘하게 젖어 나른한 목소리로 레안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러면서 뺏길 수 없다는 듯 다시 잔을 가져와 품에 안는 것이 뭔가 좀 평소랑 달랐다. 그러고 보니 들려진 얼굴에 살짝 홍조도 어린 것이.

하륜이 슬쩍 이번 일의 계획자, 라힌을 바라보았다. 레안이 안 취한다며 삐죽거리던 류도 이상한 기류를 느꼈는지 레안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레안 님?”

혹시나 싶은 마음에 류가 툭 레안을 건들이며 불렀다.

“부르디 마.”

또랑또랑 하려고 하는 듯 했으나, 이번엔 확실히 어눌해진 발음이었다.

“술 좋아요?”

“좋아.”

술잔을 두손으로 꽉 잡으며 레안이 베싯 웃었다.

커헉. 저런 웃음이라니!

일동 충격에 굳어 잠깐 움찔하다 시선을 돌렸다. 뭐랄까, 너무 귀여웠다. 모처럼 외양대로 구는 행동에 심하게 귀여웠다. 술에 취해 붉어진 볼로 오물오물 말하며 웃는 모습이라니. 심지어 눈웃음까지 살살 치고 있었다.

“그럼 저는요?”

슬쩍 기대가 담긴 류의 물음이었다.

“싫어.”

역시나 베싯거리는 웃음이 따르긴 했지만, 내용만큼은 가차 없었다. 술에 취해도 레안은 레안인 듯 했다. 그러니 싱글싱글 웃으며 저리 단호한 것이겠지.

“꺄아, 레안 님. 너무 귀여워요!”

남편이 라이너 버리고 여태까지 남아있기를 잘했다는 표정으로 유란이 레안을 확하고 안았다. 그에 드물게도, 아주 희귀하게도 레안이 유란을 마주 안았다. 거기다 얼굴까지 부비부비.

“꺄아, 레안 님. 제가 좋아요?”

유난히 엉겨드는 레안의 행동에 유란이 슬쩍 물었다.

“응. 유란은 좋아. 근데 쟨 맨날 사고 쳐서 싫어. 나빠.”

투정부리듯 웅얼거리는 레안이었다. 진짜 얄밉다는 듯 류를 흘기는 그 시선이 어찌나 앙증맞은 지. 거기다 체구가 작아 유란의 품에 딱 안겨 있는 지라 더욱 귀여웠다.

“레안, 레안. 나는?”

생전 처음 보는 귀여운 모습에 순간 존칭도 있고 물어보는 하엘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모든 이들의 관심이 레안에게 향하고 있었기에 그 사실을 알아채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하엘. 좋아. 엄청 좋아.”

더욱 환하게 베싯하고 웃은 레안은 조심스럽게 유란의 품에서 빠져나와 하엘에게 다가가 볼에 쪽하고 뽀뽀를 했다. 그리고는 머리까지 쓰담쓰담 하는 것이. 정말 예뻐하는 것을 드러내는 행위였다. 그 모습에 처음 보는 레안의 모습이 신기하고 좋으면서도, 또 괜히 마음에 안 드는 하륜이었다.

“정말 취했나 보네요.”

가능할까 싶었는데.

라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거기다 저런 모습이라니. 그동안의 시크함으로 무장한 평소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완전히 날 것 그대로 놓인 레안의 모습은 그야말로 갓 태어난 아기 마냥 신선하고 풋풋했다.

레안이 항상 나쁜 말만 하며 괴롭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칭찬을 해도 뚱하니 했던 레안이었기에 이런 순수한 감정 그대로 뱉어내는 레안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마냥 황홀한 광경이었다.

“하하. 설마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카엘 역시나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하륜을 건들이며 말했다. 그에 레안의 시선이 슬쩍 카엘과 카엘 옆에 있던 하륜에게로 향했다.

“술 마셔.”

잔을 들고 이번엔 하륜쪽으로 뽈뽈뽈 걸어간 레안이 당당히 잔을 권했다. 나름 괜스레 우울해진 하륜의 기분을 배려한 레안의 행동이었다. 그에 슬쩍 웃으며 하륜이 잔을 부딪히며 술을 마셨다.

“넌 좋은 애야.”

마치 위로하듯 건네는 말이었다. 쌩뚱맞을 수도 있는 말이었지만, 레안이 그리 말하니 하륜은 더없이 기뻐지는 것을 느꼈다. 어째 취해도 이런 건 안 변하네. 항상 이렇게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 건.

“레안 님.”

왠지 분위기 상 자신도 불러봐야 될 것 같은 느낌에 카렌이 레안을 불렀다.

“너도 좋은 애야. 다들 좋은 애들이야. 이래로도 나쁘지 않아.”

마지막의 말과 함께 레안은 행복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술잔을 두손으로 쥐고 입에 대고서 홀짝이며 좋다는 듯 연신 베싯거리는 모습은 재롱부리는 아이 같았다. 한모금 마시고 베싯, 두모금 마시고 베싯.

거의 조소 아니면 실소를 짓던 레안이었건만 그야말로 수줍음과 기쁨이 담긴 미소를 연달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기사들의 환호도 오래가지 못했다. 이내 졸려운 듯 끼잉 거리더니 레안이 조심히 뽈뽈 걸음을 옮겼기 때문이었다.

“어디 가십니까?”

“방에, 자러. 안녕. 잘 자.”

마치 너도 잘 자라는 듯 레안이 자신의 팔을 잡은 하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곤 이내 비틀거림 없이 뽈뽈뽈 홀을 벗어났다. 그런 레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남겨진 이들의 표정은 참으로 묘했다.



작가의말

올레!

이런 귀여운 레안이라니! 앞으로도 종종 먹여야겠습니다.

그보다 하엘 나이스! 너의 희생이 돋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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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2) +4 14.03.27 792 8 8쪽
48 47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1) +4 14.03.27 611 13 7쪽
47 46화 그녀가 없는 사이. +4 14.03.26 672 14 13쪽
46 45화 가끔 이런 사랑도 있다. +4 14.03.26 743 8 10쪽
» 44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3) +6 14.03.25 602 7 9쪽
44 43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2) +4 14.03.25 574 17 9쪽
43 42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1) +6 14.03.24 814 10 11쪽
42 41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2) +4 14.03.24 907 12 6쪽
41 40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1) +6 14.03.22 792 17 12쪽
40 39화 엉망진창 승급심사.(2) +4 14.03.22 872 7 9쪽
39 38화 엉망진창 승급심사.(1) +4 14.03.21 720 10 10쪽
38 37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2) +4 14.03.21 734 20 14쪽
37 36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1) +4 14.03.20 640 11 9쪽
36 35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3) +4 14.03.20 689 23 11쪽
35 34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2) +4 14.03.19 684 13 10쪽
34 33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1) +4 14.03.19 652 14 8쪽
33 32화 사랑은 마물을 타고. +2 14.03.18 953 12 15쪽
32 31화 그녀가 결혼했다.(3) +2 14.03.18 1,118 25 12쪽
31 30화 그녀가 결혼했다(2) +4 14.03.17 961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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