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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유원's story.

황실 기사단 사건일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세유원
작품등록일 :
2013.12.27 14:04
최근연재일 :
2014.03.31 01:4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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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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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
글자수 :
248,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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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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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4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2)

DUMMY

내 집무실이 언제부터 심심할 때마다 아무나 들리는 장소가 된 것이지.

짜증으로 굳은 표정을 지으며 레안이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역시 원인은 유라인인가.

“레안 님은 제가 온 게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 보네요.”

그래도 눈치가 아예 없는 건 아닌지 뒤틀린 레안의 표정을 읽은 이레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죄송해요. 저는 그저 지난 번 일도 있고 해서 사과도 할 겸 친해지고 싶어서.”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이레인의 모습은 가히 한떨기 꽃처럼 여려보였으며, 진심만을 말하고 있다는 듯 진실해보였다.

“그래서?”

“괜찮으시다면, 가끔씩 레안 님을 보러 이곳에 와도 될까요?”

“안된다면?”

여기가 놀이터도 아니고, 오긴 어딜 와.

그녀의 안락한 휴식처이기도 한 집무실에 기어코 찾아와 방해를 하겠다는 이레인의 말에 레안이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그때 일로 아직 화가 나신 건가요?”

그때 일이라고 마치 무언가 있다는 듯 이레인이 말을 하고 있었지만, 실상 별다른 일은 아니었다. 그 당시 레안이 영역 침범을 했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긴 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어차피 이레인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 관심이 없는 레안인지라 그 일 가지고 아직도 화났니, 뭐니 하는 것 부터가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럴 정도로 이레인이란 존재가 레안에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역시 그렇군요. 레안 님이라면 마음이 넓고 배려심 깊을 줄 알았어요.”

한마디로 그걸로 쩨쩨하게 아직까지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니, 속 좁고 배려심 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레안은 그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애초 레안은 이레인이 언급한 마음이 넓고 배려심 깊은 존재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녀는 그녀가 편한 대로 살면 끝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죄송해요, 귀찮게 해드려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꽹꽈리까지 치며 아주 쇼를 하고 있는 모습에 어디까지 하나 하는 마음으로 레안이 팔짱을 끼며 이레인을 바라보았다.

그런 분위기 속 이레인은 엄청나게 상처 받고 서럽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다 한방울 툭 떨어뜨렸다.

바람이 불면 날아가진 않겠지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가녀린 몸의 이레인인지라,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안쓰러움에 다독여주고 싶을 정도로 애처로웠다.

“레안 님.”

그때 때마침 보고를 위해 라힌이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다 울고 있는 이레인의 모습과 입꼬리를 비틀며 웃고 있는 레안의 모습을 발견하곤 움찔했다.

“정말 죄송해요. 다음부턴 조심할게요.”

힘겹게 흐느끼는 목소리로 이레인이 말했다.

“무슨 일, 있던 건가요?”

어찌된 상황일까 싶어 라힌이 이채를 띠며 레안에게 물었다. 그러나 대답을 한 것은 이레인이었다.

“아니에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저 제가 레안 님께 실수를 좀 해서. 그럼 이만 가볼게요.”

눈물 한떨기를 훔치며 일어난 이레인은 좀더 확실한 효과를 위해, 일어나다 비틀거리기를 보였다. 그에 라힌이 기본적인 의무감으로 이레인의 팔을 잡으며 부축했다.

“감사해요. 그럼.”

이레인은 여전히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정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한 모습을 보이며 집무실을 벗어났다. 누가 보면 꼭 나쁜 일이라도 당한 비련의 여주인공 같은 모습이었다.

“꽤나 화려하네요.”

“그렇지.”

“그런데 진짜 무슨 일인 건가요?”

사건에 대해 물어보고 있었지만, 딱히 추궁하는 어조는 아니었다. 그저 생전 처음 생긴 일에 대한 호기심 정도였다. 애초 저 정도에 흔들릴 만큼 라힌은 가벼운 사람도 아닐뿐더러, 레안에 대한 신뢰가 깊었다. 그리고 가장 객관적인 사실 하나를 말하자면 설사 진짜 레안이 어떤 큰 잘못을 해서 이레인을 울렸다고 해도 라힌에게 있어 레안에게 뭐라고 할 권리나 능력은 없었다. 심지어 황제도 함부로 못 하는 것을, 어찌 라힌이 할 수 있겠는가?

“일인 쇼. 보는 재미가 있네.”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고, 혼자 울고, 혼자 상상하고. 별 쇼를 다하네.

“상대를 잘못 골랐군요.”

하필이면 건드린 대상이 레안이라니. 정확한 사정을 모르겠지만, 참 바보 같은 짓이었다.


레안에게 가볍게 보고를 마치고 나온 라힌은 훈련을 하기 위해 훈련장으로 향하다 아직까지 본인 방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레인과 마주쳐야 했다. 그래도 카이로 제국의 황녀였기에 라힌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네.”

“전 이레인 르 카이로 라고 해요.”

무성의하게 끊긴 인사에 서둘러 이레인이 자신을 소개하며 대화를 이으려 했다. 그에 라힌 역시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어야 했다.

“전 백호단 단장인 라힌이라고 하지요.”

“아, 그러시구나. 백호단 단장이라니, 대단하시네요.”

“레안 님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요.”

“그래도 백호단의 단장이라면 실력이 좋으시겠어요.”

“뭐, 생각하기 나름이겠지요.”

나름 친해지기 위한 이레인의 칭찬에도 라힌은 여유롭게 웃으며 대응했다. 실제 일부러 거리 두려고 저리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라힌이었다.

그러나 덕분에 자꾸 대화가 끊기는 이레인이었다.

“저기, 의도치 않게 조금 전 그런 모습을 보였지만, 절대 레안 님 탓이 아니에요. 그저 레안 님께 제가 작은 실수를 해서 뭐라고 하신다는 게 그만.”

흐음.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의도가 무엇일까.

라힌이 얼굴에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이레인을 바라보았다.

뭐, 하긴.

아까부터 거슬리고 있었지만, 정말 레안을 생각해서 변호하기 위해 이리 말하는 것은 아닐 터였다. 그렇다고 보기엔 말하는 내용이나, 행동이나 상당히 묘했으므로.

솔직히 인간은 시각적인 부분에 약해서, 그 사정이 어떻든 우선 울고 있는 사람에게 좀더 동정표가 가기 마련이었다. 거기다 위하는 척, 생각하는 척 변호하는 모습이라니.

결국 난 피해자에요, 그리고 쟤가 가해자에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고 뭐겠는가.

“아니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레안 님이 다소 직설적인 부분이 있으시니까요.”

상당히 중의적인 라힌의 대답이었다. 우는 이레인을 이해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레인을 울린 레안을 이해한다는 것인지.

그러나 이레인이 뭐라고 다시 입을 열기 전, 라힌은 바쁜 것을 핑계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며 자리를 피했다.


도대체 자신이 왜 참석해야 하는가.

그래도 기사단의 총단장이라는 직책이 있어 드레스가 아닌 제복을 입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면서도 연회 자체가 짜증의 근원인 레안의 얼굴은 내내 찌푸려져 있었다.

평소였다면 절대 참석하지 않았을 테지만, 굳이 레안을 콕 집어 꼭 참석해줬으면 좋겠다는 이레인의 말에 결국 레안은 연회에 참석해야 했다. 여기서 거절하고 참석하지 않았다간 카이로 제국의 황녀를 무시하는 의사가 되어 두나라 사이의 외교 문제로 번질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석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아주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네는 이레인의 행동에 레안이 피식 웃었다.

당신을 깎아내릴 기회를 줘서 고마워요, 겠지.

“레안 님은 정말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가 봐요.”

“미안하지만, 원래 항상 이런 표정이야.”

또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할 기세의 모습에 레안이 뚱하니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버지인 하르시안 앞에서도 이 표정인 건 맞으니. 평소보다 좀 더 찌푸린 표정은 맞았지만, 근본은 같았다.

“다행이네요. 실은 레안 님이 절 싫어하시는 것 같아 엄청 걱정했거든요.”

정말 고맙다는 듯 이레인이 활짝 웃었다. 그러다 이내 사람들을 소개시켜 달라며 이레인이 레안의 팔을 잡아끌며 걸음을 옮겼고, 실수로 자신의 드레스 자락을 밟은 이레인이 그대로 레안 쪽으로 넘어지며 들고 있던 잔의 음료를 엎질렀다.

“죄, 죄송해요.”

화들짝 놀란 이레인이 서둘러 자신의 옷으로 레안의 제복을 닦았지만, 레안이 짜증어린 표정으로 이레인의 손을 가볍게 쳤다. 자신의 몸에 타인이 닿는 것을 싫어하는 레안인지라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노리고 있던 이레인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죄, 송해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하필이면 이레인이 귀족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 근처에서 넘어진 터라 귀족들은 레안이 이레인의 손을 차갑게 쳐내는 것과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를 하는 이레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후우.”

제복이 젖고 얼룩진 것을 떠나, 그냥 이런 상황을 겪었다는 것 자체가 짜증난 레안이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이레인이 겁에 질린 듯 움찔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크흠, 아무리 레안 경이라도 너무하지 않소.”

역시나 상황 상 이레인을 겁주고 있는 레안이 되어버리자, 슬쩍 정의감 넘치는 귀족 하나가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

안 그래도 레안에게 불만이 많은 귀족이니 이것은 아주 좋은 기회였다.

“내가 뭘?”

“아무리 화가 났다 해도 황녀의 호의를 그리 차갑게 뿌리치며 거절하다니요. 그것은 황녀에 대한 모욕입니다.”

호오라. 누가 보면 네가 황녀의 호위 기사인 줄 알겠다?

레안이 비릿하게 웃으며 귀족을 바라보았다. 그 차가운 시선에 귀족이 움찔하며 아주 살짝 뒤로 물러났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제 실수인 것을요. 정말 죄송해요.”

“지랄을 하고 있네.”

아주 서로 위로를 하며 도닥이는 모습에 레안이 차갑게 말했다.

“그 무슨!”

“사과하세요. 제 실수에 대해서 저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괜찮아요. 하지만 이 분은 상관없으시잖아요. 그런데 이분을 향해 그런 험한 말이라니요.”

귀족의 말이 잇기도 전 황녀의 당찬 목소리가 더 빨랐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레안 님과 같은 제이로 제국의 귀족이시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으세요.”

그러나 레안은 이레인의 말에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런.. 정말 죄송해요.”

귀족에게 안기듯 흐느끼며 이레인이 정말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연신 사과했다. 그 모습을 아니꼽다는 듯 바라보던 레안은 말없이 연회장을 벗어났다.


작가의말

 

뻔한 수작이 통하는 건 뻔한 상대 뿐.

레안은 네가 알고 있는 그런 애가 아니야.

 

과연 결말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54 레드러너
    작성일
    14.03.19 17:58
    No. 1

    올ㅋ 사람들의 마음은 흔들지만 레안과 절대 충성인 라힌의 마음은 흔들지 못하는군요ㅋ
    어디서 쪼렙 마법사가 만렙 기사한테 덤비는거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19 19:16
    No. 2

    그렇지요, 레안을 아는 누구라도 절대 저런 수작에는... 그러니까 말입니다. 어디 감히 초보가 고수한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장한월
    작성일
    14.03.20 00:24
    No. 3

    X랄을 하고 있네 라니ㅋㅋㅋㅋ역시 덕담(?)은 레안이 해야 찰져요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세유원
    작성일
    14.03.20 13:47
    No. 4

    훗, 레안의 훌륭한 입담이란. 아주 입에 착착.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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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특별편-만약 그가 동생이라면? +4 14.03.29 647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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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화 리엔은 위대하다. +2 14.03.28 508 9 16쪽
49 48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2) +4 14.03.27 793 8 8쪽
48 47화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1) +4 14.03.27 611 13 7쪽
47 46화 그녀가 없는 사이. +4 14.03.26 672 14 13쪽
46 45화 가끔 이런 사랑도 있다. +4 14.03.26 743 8 10쪽
45 44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3) +6 14.03.25 602 7 9쪽
44 43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2) +4 14.03.25 574 17 9쪽
43 42화 특명, 그녀를 이겨라.(1) +6 14.03.24 814 10 11쪽
42 41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2) +4 14.03.24 907 12 6쪽
41 40화 우리가 연애를 할 수 없는 이유.(1) +6 14.03.22 792 17 12쪽
40 39화 엉망진창 승급심사.(2) +4 14.03.22 872 7 9쪽
39 38화 엉망진창 승급심사.(1) +4 14.03.21 720 10 10쪽
38 37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2) +4 14.03.21 735 20 14쪽
37 36화 어서와, 이런 노예는 처음이지?(1) +4 14.03.20 640 11 9쪽
36 35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3) +4 14.03.20 690 23 11쪽
» 34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2) +4 14.03.19 685 13 10쪽
34 33화 악녀도 악녀 나름이다.(1) +4 14.03.19 652 14 8쪽
33 32화 사랑은 마물을 타고. +2 14.03.18 954 12 15쪽
32 31화 그녀가 결혼했다.(3) +2 14.03.18 1,118 25 12쪽
31 30화 그녀가 결혼했다(2) +4 14.03.17 962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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