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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 님의 서재입니다.

데칼코마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rosr1020
작품등록일 :
2020.05.19 12:45
최근연재일 :
2020.06.19 16:40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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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
추천수 :
36
글자수 :
152,889

작성
20.06.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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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즐거움

DUMMY

믿을 수 없었다. 잠시나마 티르핑이 가짜란 생각도 해보았지만 칼라드를 든 순간 자신을 거부하고 튕겨져 나간 것을 생각한다면 티르핑은 진짜였다.


‘이럴 리가 없는데···’


찬수는 부러진 티르핑만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악마왕의 검이라더니 원래 그렇게 약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찬혁이는 백검을 거두어 찬수에게 다가왔다.


“아니, 뭔가 이상해.”

“칫, 뭔가 이기긴 했는데 찝찝해.”


찬혁이는 더 이상의 싸움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쉬워하는 표정을 드러냈다.


“펑!!!”



순간 테스트실을 막고 있는 거대한 천장 파편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그 뒤로 누군가 걸어 들어왔다.


“야이 미친놈들아!!!!!!!!!!!”


다름 아닌 이연희 협회장과 이철민 본부장이었다. 이연희 협회장은 엉망이 된 테스트실을 보자 절규하기 시작했다.


“아···.아···아!!!!! 이게 다 얼마인데!!!”


수억원을 들여 만들어 놓은 테스트실은 그야말로 다 무너져 내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천장에는 큰 구멍이 뚫려있고 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 벽을 보자니 그 누가 침착할 수 있을까.


“동생 데려가라 했더니 누가 싸움질이나 하래!!!!!!!!!!!!!!!”


이연희 협회장은 단단히 화가 나 보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찬수와 찬혁이는 어쩔 줄 몰라했다.


“너희 이거···. 응?”


이연희 협회장은 말을 잇던 중 찬수가 들고 있는 티르핑이 눈에 들어왔다.


“본부장, 당장 테스트실 봉쇄해.”

“네···?”


화를 내고 있던 이연희 협회장은 어째서인지 진지하고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


“넌 저 자식이 들고 있는 물건이 뭐로 보이냐?”

“그냥··· 부서진 검으로만···”


이연희 협회장은 자신의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이 세상 물건이 아니야, 저건 사탄 그 자체다.”


수년 동안 이연희 협회장을 보좌해온 이철민 본부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던 이연희 협회장의 모습을 보고 있다. 두려움, 이연희 협회장은 지금 찬수가 들고 있는 티르핑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부터 찬수와 찬혁이를 안전하게 집으로 귀가 시킨다. 또한, 절대로 그 어떤 사람도 마주치지 않게 한다.”

“넵!”



*



기사협회 소동이 일어나고 정확히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기사협회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기사협회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찬혁


‘신났네···’


집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 찬수는 화면에 찬혁이가 잡힌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 치천사급의 찬혁이는 그날 이후 사탄들을 사냥하기 바빴고 높은 등급의 토벌 작전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서서 토벌을 성공시켰다.


“이번에도 2등급의 토벌 작전을 쉽게 해냈다고 하는데 심정이 어떠십니까.”

“네, 그냥 뭐 재미···”


찬수는 뻔한 이야기의 인터뷰 내용이 지겨운지 TV를 꺼버렸다.


‘하···.’


찬수는 그대로 소파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날 이후 찬수는 불면증에 시달렸고 가슴에 응어리라도 든 것처럼 답답했다. 토벌 제의도 들어왔지만 지금까지 계속 거절해온 이유도 이 때문이기도 했다.


‘티르핑···’


아직까지도 티르핑이 부서지던 그 모습이 머리에 생생하다. 잠시나마 부서진 티르핑을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찬수의 감정을 지워버린 장본인 이기도 했으니.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 악마의 검이라 해도 찬수는 그런 티르핑을 싫어하진 않았다. 마치 티르핑이 자기 자신이며 자기 자신이 티르핑이기도 했으니까.


“RRRRRR”


그 순간 찬수의 핸드폰이 울렸고 핸드폰 화면에는 찬혁이의 이름이 쓰여져 있었다.


“어.”

“아직도 집에 박혀있냐?”

“용건이나 말해.”

“학교 좀 다녀와라, 담임 선생님이 너라도 와야 한다더라.”

“뭐?!”


요 며칠간 토벌 작전과 사탄들의 사냥으로 바빴던 찬혁이는 당연히 학교 출석에 문제가 생겼을 법도 했다.


“가서 사인만 하면 된다니깐 좀 다녀와.”

“알겠어.”


찬수는 순순히 부탁을 받아들였다. 일주일 동안 집 밖으로 한 번도 나가지 않았던 찬수도 몸이 쑤셔왔고 이번 기회에 바람이라도 쐰다면 답답한 마음도 조금이나마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뭐 별일이야 있겠어?’


찬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기곤 밖으로 나왔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5월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이런 평화로운 곳이 밤만 되면 지옥으로 변한다니 믿기 힘들지만 현실이었다.



*



학교에 도착해 차를 주차하곤 자리에서 내리자 체육시간인지 운동장에는 학생들이 보였다.


‘나도 저랬을 때가 있었지..’


체육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을 보자 옛날, 정확히 평범한 인간일 때에 자신이 생각났다. 매일 같이 학교에 등교해서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찬수는 그대로 학교 안으로 들어가 교무실로 향했다.


“저···”


교무실 안으로 들어오자 찬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찬혁이의 담임선생님은 찬수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저번에 본 적 있죠?”

“아, 네.”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찬혁이의 담임선생님은 찬수를 자신의 자리로 안내했고 몇 가지 서류들을 건네줬다.


“출석 문제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청소년의 기사들은 국가에서 많은 서포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출석으로 인정될 거예요.”

‘편리하네···’


학창시절 학교를 빼먹고 놀러 가기 위해 별의별 사건들이 많았던 찬수로서는 부러운 제도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찬혁이는 치천사급 기사라 문제없이 졸업이 가능하실 겁니다.”

“네.”


그렇게 찬수는 받은 서류들에 사인을 끝마치고는 서류를 건넸다.


“근데, 이건 괜한 오지랖일 수 있는데 차라리 찬혁이를 자퇴 시키는건 어떠세요?”

“네?”

“대부분 높은 등급의 기사가 된 학생들은 자퇴를 하거든요. 이미 어린 나이에 높은 연봉과 보장된 미래이기 때문에 학교가 중요하지 않아서요. 그리고 찬혁이는 치천사급 이니깐···”

“아니요, 자퇴는 안 됩니다.”


단답으로 대답하던 찬수는 진지한 말투로 대답했다.


“학생은 교복을 입었을 때가 가장 예쁜 것이고, 그 나이에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게 더 바람직합니다. 사탄들과 싸우는 게 아니라.”


찬수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그러지 못했기에 찬혁이를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 보호자라고 하지만 찬혁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아···. 네! 맞는 말씀이세요!”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찬수는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교무실에서 나와 복도를 걷는데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찬수는 낯익은 사람을 지나치자 뒤를 돌아봤고 그 사람 또한 찬수를 알아봤는지 똑같이 뒤를 돌아 자리에 멈춰 있었다.


“너, 찬수니?!”

“서...선생님?!”


어떻게 보면 길고 어떻게 보면 짧은 찬수의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이 확실했다.


“살아 있었구나.”

“아··· 네 뭐..ㅎ”

“잠시 시간 돼??”


찬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며 찬수와 함께 운동장으로 향했다.


“갑자기 학교는 왜 안 나온거야?”

“개인적인 사정이요···ㅎ”

“기사가 된거니?”

“···..”


찬수는 대답하기 어려웠다. 공식적으로는 기사가 맞지만 자기 자신을 기사가 맞다고 이야기 하기에는 아직 걸리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TV에 너 이름 나오는 거 봤어,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일줄 몰랐네.”

“아··· 네 뭐.”


함께 걷던 중 선생님은 운동장에 배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았고 찬수는 따라 앉았다.


“변한 게 없네요, 여기는...”

“그렇지, 그보다 친구들하고 연락은 하니??”

“아니요···”


전에 주영이가 찾아와 친구들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기사가 된 친구, 일반적인 사람으로 생활하는 친구, 사탄에게 습격당해 죽은 친구. 하지만 찬수에겐 우정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다.


“왜... 매일 같이 사고치고 학교 땡땡이 쳤으면서!”

“너무 늦은 것 같아서요.”

“아...많이 변했네, 찬수는.”


선생님은 찬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겨우 6개월 뿐이었지만 그래도 웃음기 많고, 친구도 많고, 주영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학생이었는데···”

“하하···..”

“지금은 근심 걱정 가득한 사람으로만 보이네, 무슨 걱정 있어?”


따뜻했다. 햇살이 아닌 선생님의 말씀은 찬수에게 따뜻하게 다가왔다. 인간세계로 오고 난 후에 싸움 이외에는 없었던 찬수에겐 어째서인지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가 따뜻하게 전해오고 있었다.


“그냥··· 싫어하던 친구가 막상 사라지니깐 신경이 좀 쓰이네요.”

“음··· 그 친구랑 되게 즐거웠구나?”

“네..?!”


즐거움이라니 그럴 리가 없었다. 감정이 없는 찬수에게 즐거움은 없었고 티르핑을 사용할 때 즐거웠다는 말은 가능할 리가 없었다.


“6개월동안 다닌 학교생활을 생각하면 어떻니?”

“음··· 그냥 선생님 말대로 웃음이 가득했고, 재밌었고 그렇네요..ㅎ”

“그게 즐겁다는 거지, 그 친구랑 함께 있을 때 웃음이 가득하고 재밌지 않았니??”


생각해보니 그랬다. 찬혁이와의 싸움에서도 티르핑을 꺼냈을 때의 찬수는 미소를 짓고 있었고 티르핑을 휘두를 때마다 그의 힘에 재미가 가득했다.


“아무리 싫어하는 친구여도 즐거웠다면 된 거 아니니? 친구란게 뭐 있겠니, 같이 있으면 재밌고 즐겁고 또 늘 좋을 수는 없으니까 싸우기도 하는 거고.”


찬수는 지금까지 답답하던 마음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찬수는 티르핑을 사용할 때 분명 즐거움을 느끼고 있던 게 확실했기에.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적인 친구는 휠씬 더 가까이 해야겠지??”


찬수는 선생님 말을 듣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벌써 가게···.??”

“네, 싫어하는 친구 좀 구해주려고요.”


선생님은 찬수의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고 찬수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자신의 차로 빠르게 뛰어갔다.


“야.”


찬수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찬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너 백검 전부 다 사용할 수 있는거지?”

“거의??”

“그럼 당장 집으로 와, 오늘 밤 버뮤다 왕국으로 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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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데코의 세계로 20.06.19 18 0 12쪽
32 대한민국 토벌 종료 20.06.19 23 0 13쪽
31 마몬 VS 벨제붑 20.06.19 11 0 12쪽
30 시작된 환영기사단의 토벌 20.06.18 22 0 12쪽
29 오늘의 아군이 내일의 적군이다 20.06.18 23 0 10쪽
28 돌아온 찬수 일행 20.06.18 15 0 9쪽
27 사사 20.06.18 14 0 10쪽
26 D-2 20.06.18 12 0 10쪽
25 레오나르도 20.06.18 11 0 10쪽
24 찬수의 시험 20.06.18 15 0 10쪽
23 마지막 희망 20.06.18 22 1 12쪽
22 왕의 귀환 +2 20.06.18 22 1 10쪽
21 슬기로운 왕국생활 20.06.18 22 1 10쪽
20 결단 20.06.17 17 0 9쪽
19 작별 20.06.17 22 0 10쪽
18 가짜왕 20.06.17 14 0 10쪽
17 버뮤다왕국 20.06.15 15 0 9쪽
» 즐거움 20.06.15 19 0 10쪽
15 찬수 vs 찬혁 20.06.15 14 0 10쪽
14 기자회견 20.06.13 27 3 10쪽
13 제안 20.06.13 38 0 10쪽
12 이연희 협회장 20.06.04 20 0 11쪽
11 백검 20.06.03 18 1 10쪽
10 전멸 20.06.01 24 0 9쪽
9 토벌 20.05.29 38 0 9쪽
8 그리움 20.05.29 27 1 10쪽
7 전쟁과 감정 20.05.28 40 3 10쪽
6 네르갈 +2 20.05.27 24 0 9쪽
5 슬픔 20.05.23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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