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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 님의 서재입니다.

데칼코마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rosr1020
작품등록일 :
2020.05.19 12:45
최근연재일 :
2020.06.19 16:40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732
추천수 :
36
글자수 :
152,889

작성
20.05.29 03:44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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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그리움

DUMMY

★그리움★


어젯밤 많은 일들이 있었다. 3년 만에 만난 네르갈은 나에게 다시 나타나 충성을 맹세했고 감정을 읽을 수 있다던 치천사급 주영이는 나에게 슬픈 표정을 하더니 이내 돌아갔다.


“야, 무슨 일 있었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던 찬혁이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일은 무슨···”

“너 어제도 사냥 간 거 아니지??”

“그런 거 아니야.”


찬혁이에게 네르갈의 존재를 이야기 한다면 미치고 팔짝 뛸게 뻔했다.


‘그냥 나만 조용히 있으면 되는 일이야...’


인간계에 나타난 네르갈도 조용히 돌려보냈기에 자신만 아무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찬수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리듯 집 문의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띠로링~”


집 문이 열리고 다급하게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연배였다. 연배는 식사를 하고 있는 찬수와 찬혁이를 번갈아 응시하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하··· 지금 밥이 넘어가냐?”


연배의 대답과 함께 찬혁이는 찬수를 째려봤다. 하지만 찬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아침 식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너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연배는 자신의 안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핸드폰에선 하나의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너 인마, 조용히 살고 싶던 거 아니었어?”


연배는 계속해서 찬수에게 따지듯 말을 몰아붙였다. 연배가 틀어놓은 영상은 검은 후드를 눌러쓰고 빨간 해골마스크를 쓴 찬수의 영상이었다. 영상에서는 사타나키아, 네르갈과의 싸움이 담겨있었고 더욱 자극적이게 편집되어 있었다. 찬수가 네르갈에게 칼을 들이밀며 영상은 끝이 났다.


“뭐가 문제인데요?”


찬수는 잔소리가 귀찮은 듯 강하게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물었다.


“이게 문제가 아니야?!”

“후드랑 마스크 때문에 얼굴도 안 보이는데 저 인걸 어떻게 아냐구요.”


연배는 자신의 손으로 이마를 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미 조회수가 100만이 넘었어!! 댓글들은 네가 누구인지 찾겠다고 난리고, 협회에서도 널 찾으려고 온 힘을 다 할 텐데!! 이게 문제가 아니야??”


연배의 말처럼 영상의 조회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고, 댓글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사탄족과는 싸우고 있지만 찬수도 사탄어를 하고 있으니 적군인지 아군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와··· 개쩐다···”


찬혁이는 영상을 보며 눈치 없이 감탄하고 있었다.


“야, 너 밥 다 먹었으면 학교가라.”

“왜 갑자기 불똥이 나한테 튀어?”

“가라고!”

“예에~”


찬혁이는 급한 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기고는 현관으로 향했다.


“너 솔직히 말해, 가면 벗은 적 있어 없어?!”

“당연히 업..ㅅ..”


당당하던 찬수는 어디가고 찬수의 대답은 끝말을 흘렸다. 아무래도 전날의 주영이가 생각난 게 분명했다.


“있어 없어!!!”

“아, 없어요!”

“저기··· 두 분 싸우시는데 죄송한데···”


학교를 간줄 알았던 찬혁이가 조심스레 끼어 들어와 말했다.


“학교 안 갔어?”

“그게 아니라... 누가 왔는데?”


찬혁이는 현관문을 가리키고 있었고 연배와 찬수가 현관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주영이가 화난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하하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안일했다. 어젯밤 주영이를 보자 마스크를 벗은 자신의 행동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없는 거 확실해?”

“죄송해요···”


연배는 찬수의 대답을 듣자 깊은 한숨을 내뱉었고 찬수는 골치 아픈 얼굴을 하고는 주영이에게 다가갔다.


“여긴 무슨 일이야?”


찬수는 아무렇지 않게 주영이를 대했지만 주영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아까의 그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미··· 봤구나···. 일단 들어와.”


하지만 주영이는 머뭇거리고 있었다.


“···.”

“할 말 많을 거 아니야, 들어와서 이야기 하지?”

“남자들만 사는 집에 여자한테 들어오라고??”



*



찬수와 주영이는 하는 수 없이 가까운 공원으로 왔다. 이른 아침 시간이었지만 제법 사람들이 많았고 찬수의 눈에는 한 아빠와 아들이 공놀이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련해?”


주영이는 그런 찬수를 보며 물었다.


“아니.”

“겁나 아련한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

“그럴 리가.”


정답이었다. 감정이 없는 찬수는 아련한 눈빛은커녕 아련하다는 것이 뭔지도 몰랐다.


“부모님한테는 가봤어??”

“아니.”


주영이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찬수의 행동에 놀란 듯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찬수 앞에 섰다.


“아니, 6년 만에 돌아와 놓고 어떻게 부모님을 안 봐?? 당장이라도 가봐야 되는 거 아니야??”

“진정하고 앉아.”


찬수는 담담하게 대답했고 주영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벤치에 앉았다.


“너도 봤듯이 내가 평범한 인간으로 보이냐?”

“아니, 넌 그 무시무시한 사탄족을 이겼잖아.”

“네르갈, 그 무시무시한 사탄족 이름이 네르갈이야.”

“이름은 어떻게 알아??”


주영이의 질문에 찬수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걔랑 같이 살았었으니까...”

“뭐?!?!?!?!?”


주영이는 놀란 듯 찬수를 바라봤다. 단 한 번도 주영이에게 거짓말을 한 적 없던 찬수의 말이 처음으로 거짓말 이길 빌었다.


“그럼 너도 사탄족이란 거야?!”

“그건 모르겠는데 인간은 아닌 것 같아.”

“무슨 소리야 그건···”

“흠···”


찬수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뱉었다.


“사탄들은 데코의 세계에서 여기로 넘어오는 거야, 뭐 대충 지옥이라 생각해도 되겠다. 난 그곳에서 살았어, 3년이지만...”


지금까지 사탄들은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한 글들을 많이 봐왔지만 전부 가설일 뿐 실제로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주영이의 눈앞에 그곳을 다녀온 사람이 있으며, 그 사람이 자신의 오래전 남자친구라는 사실에 눈물이 흘러나왔다.


“왜 울어??”


찬수는 울고 있는 주영이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우.. 울긴 누가 울어!!”


주영이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물었다.


“어쩌다가 그곳에 간 거야??”

“사탄족의 왕은 총 7명인데 그중에 한 왕이 내가 자신의 아들이라며 날 데려온거더라고.”

“무슨 소리야, 너는 인간···?!?!”


주영이는 말을 하던 중 뭐라도 떠올랐는지 눈동자가 커지며 찬수를 바라봤다.


“맞아, 우리 아빠는 사탄족이었고, 엄마는 왕국의 공주였어.”

“아버님···”


주영이는 지난 찬수의 아버지를 생각해내며 조용하게 말했다. 늘 주영이를 유독 따뜻하게 대해주시던 찬수의 아버지가 사탄족이라는 말을 믿기 힘들었다.


“그렇게 데코의 세계에서 3년 살다가 전쟁이 일어났고 그 후로 너희들에게 힘을 빌려주고 있는 버뮤다 왕국으로 가서 3년 살다가 이곳에 다시 온 거야.”

“힘을 빌려?”

“너희가 사용하는 힘은 전부 다 버뮤다 왕국의 기사들에게 빌려오는 힘이야. 이제 빌려오는 힘으론 앞으로 나올 사탄족들을 이길 수 없어.”


주영이는 어젯밤 자신을 붙잡고 슬픈 표정으로 더 이상 사탄족들과 싸움을 그만두라고 말했던 찬수가 떠올랐다.


“뭐야··· 그럼 어제 내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

“그럴 리가··· 걱정이란 감정이 뭔지도 몰라.”

“왜??”

“···..”


지금까지 잘 이야기 하던 찬수는 주영이의 질문에 답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

“고맙네.”


그러자 찬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궁금한 거 끝났지?? 그만 가볼게.”

“잠깐만!”


주영이도 도리어 자리에서 일어나 찬수를 붙잡았다.


“왜 나한테 부탁 안 해?”

“뭘?”

“왜 어디 가서 이야기 하지 말라고 안 하냐고.”


찬수는 잠시 자리에서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어차피 얼마 안 있으면 조용히 못 있을 것 같아서?”


찬수의 대답은 주영이에게 무섭게 다가왔고 주영이는 찬수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일단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딜?”

“따라오면 알아.”


그렇게 주영이는 자신의 차에 찬수를 태우고는 어딘가로 향했고 그곳은 찬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안치되어 있는 안치소였다.


“영상에서 보면 네가 사탄어를 하는데 유일하게 감정이 느껴지더라고, 그것도 그리운 감정이.”


찬수는 자신의 앞에 안치되어있는 부모님의 유골을 보자 가슴이 따뜻해져오고 포근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따뜻해··· 포근하고..”

“그게 가족이라는 거야. 넌 누가 뭐래도 아저씨 아들이야. 아저씨가 누구든 무슨 상관이야, 너는 너대로 살고 있잖아? 그러니깐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주영이의 판단이 정답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수없이 싸우며 물었다. 자신은 누구의 아들이냐고..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를 찾기 위한 말보단 자신의 자아를 찾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사탄의 왕, 국왕폐하. 더 이상 누구의 아들인지는 중요치 않게 됐다.


“감정이 없으면 다시 되찾으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지금 하나 찾은 것 같은데?”


주영이는 찬수의 얼굴에서 흐르고 있는 눈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게 그리움이라는 거야.”


찬수는 유골함에 손을 갖다 대며 몇 년 만에 느끼고 있는 그리움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



“근데 너 사탄어로 계속 뭐라고 말하는거야?”


안치소에서 나온 둘은 가까운 벤치에 앉았다.


“아니, 영상보니깐 늘 똑 같은 말을 하는거 같은데 뭔지 궁금해서”

“나는 누구의 아들인가”


찬수의 대답과 함께 주영이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뭐얔ㅋㅋㅋ누구의 아들이긴 넌 당연히 아저씨 아들이지!”


주영이는 비웃더니 찬수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난 어느족의 아들이냐는거야”


찬수는 다시한번 담담하게 대답했고 그제서야 찬수의 말뜻을 이해한 주영이는 찬수를 응시했다. 6년간 서로 다른 종족이 자신의 아들이라며 우긴다면 그 누가 정상일수 있을까 마치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넌 누구냐 물으면 결국 미친다는 말과 같은 거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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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찬수의 시험 20.06.18 15 0 10쪽
23 마지막 희망 20.06.18 22 1 12쪽
22 왕의 귀환 +2 20.06.18 22 1 10쪽
21 슬기로운 왕국생활 20.06.18 21 1 10쪽
20 결단 20.06.17 16 0 9쪽
19 작별 20.06.17 22 0 10쪽
18 가짜왕 20.06.17 13 0 10쪽
17 버뮤다왕국 20.06.15 15 0 9쪽
16 즐거움 20.06.15 18 0 10쪽
15 찬수 vs 찬혁 20.06.15 13 0 10쪽
14 기자회견 20.06.13 27 3 10쪽
13 제안 20.06.13 37 0 10쪽
12 이연희 협회장 20.06.04 20 0 11쪽
11 백검 20.06.03 18 1 10쪽
10 전멸 20.06.01 23 0 9쪽
9 토벌 20.05.29 37 0 9쪽
» 그리움 20.05.29 27 1 10쪽
7 전쟁과 감정 20.05.28 4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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