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승리할 준비
56.승리할 준비
웃음 반 진지함 반 나름 무거운 분위기 속 네옴마레 생존자들이 서로 의논 중이었다. 30분, 한시간이 지나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자 새로운 리더 마카나는 침대에 대자로 누워 한숨만 푹푹 쉬어댔다.
“하아.... 희망은 없는 걸까.....”
“아에르에게 연락해 봤는데 죽은 단원들의 혼을 인공 육체에 실어 부활시킬 생각이라고 하더라구요! 꽤 걸리겠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지 않을까요?”
“아르센!”
“네! 그러니 너무 우울해하지 마셔요....”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나, 리더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 같아서.....”
“그건 지금부터 하면 되죠!”
“맞아! 갑작스런 폭발에 누구도 완벽히 대응할 수는 없었고..... 또....ㄴ....나 또한 그랬으니까!!”
리리슨도 마카나를 위로했다.
“아, 잠깐만.”
“왜 그래? 센슈카?”
“전력이 복원되는 동안 우리는 뭘 하면 되는 거지?”
“맞아.... 그저 마카나의 성 안에서 숨어 기다기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저 그것 뿐??”
발라카도 센슈카에게 동의하며 마카나에게 물었다.
“엣.... 그....그건...”
갑작스런 기습 질문에 당황한 마카나에게 발라카는 이번에야 말로 카리스마 있게 리더 역할을 하라며 기대 반 실망 반으로 일갈했다.
“히...히잇....! 미....미안!!!”
“이렇게 소심하고 겁이 많은데 조직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런지 참.....”
“그렇다고 해서 너무 한숨 쉬지 말아줘....!!”
“지금 ‘리더‘가 아닌 아에르에 의해 상황이 진행되는 것 같은데? 너가 잘 이끌어야 하는 거 아니야?”
“미.... 미안해....발라카....”
“너무 그러지마..... 누구나 처음이 있듯 마카나도 리더가 처음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안 그래?”
“맞...맞아.... 리더가 된 것도 너무 갑작스러웠고 또 처음이니 아직 미숙할 수도 있잖아....?”
리리슨과 센슈카가 막아서자 아르센도 고개를 끄덕이며 발라카를 진정시켰다.
“칫.... 너무 편든다니까!”
“자자, 진정하고!”
“너의 답답한 심경 모르는 건 아니야...... 발라카....”
덕분에 마카나는 압박감 추가와 함께 자존감이 한층 더 낮아졌다. 마카나는 무거워진 표정으로 에일린을 떠올렸다. 에일린이라면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갔을까, 단원들을 어떻게 지휘하며 이끌어 나갔을까, 이런 경우 어떤 방법을 생각 해냈을까 등등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누나를 그리워했다.
마카나가 누나를 그리워하며 머리를 싸매고 있는 사이 아에르는 네옴마레 사망자들의 혼을 건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인 ‘혼채’를 가지러 스피리타 마을에 와 있었다. 그녀는 마을에 도착 전 루미노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녀에게 사전 연락을 해둔 상태였다. 만나기로 한 장소는 루미노의 집. 로라의 소개로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연락처 교환을 해둔 것이 이제서야 진가를 발휘한 것이었다.
“여어- 아에르!”
“오! 루미노오오오오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
“하아....하아...... 언덕이.....진짜....”
“대신에 월세가 저렴하거든!”
“그나저나 네 옆에 있는 사람은?”
“모르스! 로라의 친구인데 사정이 있어서 내가 협회에 허가 받고 새 인공 육체를 만들어 주었지. 그 후로부터 내 집에 지내면서 내 조수로 일하고 있어!”
“그래? 그럼 잘 됐네!”
“그치?”
“.................”
루미노에게 이야기를 미리 전해 들은 모르스는 언제 끝날지 모를 철야 야근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등꼴이 오싹해졌다.
“모르스~ 괜찮지......?”
루미노가 씨익 웃으며 모르스에게 물었다. 그녀의 눈에는 루미노의 미소가 마치 악마의 미소와도 같아 보였다.
“괜찮을리가.....없잖아...... 하아.....”
“하하하하핫!!! 너무 그렇게 한숨 쉬지마! 나도 각오하고 있다구?”
루미노의 격려에도 모르스의 한숨은 깊어져 갔다. 그러든지 말든지 루미노는 아에르를 자신의 집안으로 들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으음~ 이 차 향기가 너무 좋네!”
“그치? 그거 로르트미산 고급 홍차야! 차 한잔 하면서 느긋히 이야기 해보자!”
“좋아 좋아~”
“근데 로트라데 그 녀석이 긴 시간 진심으로 몸 담갔던 그 조직이 사실 심각한 블랙 기업일 줄이야..... 고생 많았겠네.....”
“나도 그 조직의 우두머리가 예상치 못한 개쓰레기였음을 전혀 몰랐지 뭐야..... 인생 제대로 손해 봤어!”
“응응.... 나도 이해해.... 너도 고생 많았어!”
“그런 망할 쓰레기놈이 드디어 죽었다니! 속이 다 시원하네!!”
“뭐? 죽었어? 진짜??”
“그럼! 죽을 거면 빨리 죽을 것이지!”
“그래도 죽은 게 어디야~ 다행이네!”
“그러게~ 아 맞다, 그거 준비해뒀어?”
“물론이지! 내가 아는 지인이 혼채 가게를 하는데 그 지인에게 미리 말해뒀으니 빌려가면 돼. 그리고 너도 알고 있지? 인공 육체 준수법 그거 말이야.”
“물론이지! 스피리타 일족이 아닌 자가 인공 육체를 사용할 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 아니야?”
“그래 그거! 너 오기 전에 내가 미리 협회에 가서 허락을 받으려고 갔더니 증거가 없어서 안 믿어주더라...... 그리고 너한테 들은 그 사실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부 알리고 있는데 증거가 없어서 다들 믿지는 않더라..... 협회랑 스피리타 마을 사람들 전체가 네옴마레 편이 되면 참 좋을텐데.....”
“음? 잠깐만.”
“?”
“증거?”
“응응. 증거. 왜?”
“나 지금 좋은 아이디어가 또 떠올랐어! 잠시만.”
“에?”
아에르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거실 밖으로 나가 아르센에게 바로 전화하였다.
뚜루루루-
딸깍.
“여보세요?”
“나 아에르인데 방금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전화했어!”
“으....으응?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라니..... 그건 또 뭔데.....?”
“있잖아..... 힘이 있는 누군가가 우리 편이 되어 준다면 어떨 것 같아?”
“뭐어? 지금 장난할 때 아니야. 회의 중이기도 하고..... 농담은 나중에 하고 끊을게.”
“잠시만! 내 얘기 좀만 더 들어봐!!”
“뭔데 또오오-”
“리리슨의 능력으로 라이오레아가 잘못 되었음을 알 수 있는 증거들을 수집해서 마그누스에 제출 하는 거야! 세뇌가 풀린 지금 충분히 가능 할 거야!”
“..........그 말은 즉슨....”
“그래! 마그누스처럼 힘이 있는 자들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거야! 녀석들이 쓴 수법과 거의 비슷한 방법이지! 그리고 이건 좀 복잡한데.......”
“괜찮아. 말해 봐!”
“인공 육체 준수법 때문에 스피리타 일족이 아닌 자는 사용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거든.... 그걸 위해서라도 증거는 반드시 필요해!”
“그렇구나... 알았ㅇ ㅓ......”
“야! 그냥 네가 리더해라 그냥!”
전화기 너머에서 발라카가 아에르에게 진심을 담은 말이 들려 왔다. 아에르는 그만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고맙다! 하지만 내가 그러기엔 이미 임자가 있는 자리잖아?”
“마카나는 아에르 좀 보고 배워어어어어!!!”
“히이이이이이이익!!!!!!”
또 발라카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 왔다. 그러자 그녀 주변에 있던 그들이 작작 좀 하라며 말렸다.
“아무튼 나중에 또 전화 할게!”
“응! 좋은 아이디어 고마워!!”
뚝-
전화가 끊났을 때 쯤, 루미노가 무슨 일이나며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에르의 뒤에 서 있었다.
“이런 진퇴양난 속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말이야! 저 녀석들 전력이 대부분 손실 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래? 그런 거였어? 괜찮은 거 맞지....?”
“물론이지!”
“신경 안 써도 돼!”
“그렇다면.... 다행이네!”
드디어 승리의 가능성이 보이는 것일까. 아르센들은 아에르의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길 준비를 시작하였다. 리리슨만 잘 해낸다면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한 문제이기에 모든 기대가 그녀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리리슨! 할 수 있지?”
“이건 거의 너에게 달렸어!”
“미안... 나도 너에게 좀 기대할 수 밖에 없어....”
“전력 재구축을 하는 동안 리리슨이 증거들을 수집해야 하는 건가.... 어쩔 수 없군..... 부탁할게!!”
“으으윽.....”
부담 백배로 어깨가 무거워진 리리슨은 잘 해낼 수 있을까. 그저 모든 가능성을 그녀에게 걸고 기다릴 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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