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ration Faust - 작전개시 - 18
"하아······."
이른 아침 소련군 여자 저격수의 입에서 입김이 하얗게 만들어졌고 그녀는 눈쌓인 나무 사이에 위장복을 입은채 앉아있었다. 나무가 울창하다보니 먼거리에서 하는 일반적인 저격으로 상대를 맞추기엔 조금 맞지않는 지형이었으나 파악 가능한 범위내에서 독일군의 정찰병이나 부대이동을 감시하고 가능하다면 저격도 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던 금색 단발의 그녀는 소련군의 방한모인 우샨카를 쓴채 가능한 먼곳을 응시하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깜짝놀라 반자동 소총(SVT-40)에 스코프를 장착한 저격총을 겨누며 뒤돌아 섰는데 그곳엔 자신과 같은 저격수인지 소련제 볼트액션 소총(모신나강)에 스코프를 단 저격총을 가지고 있는 남성이 서있었다.
방한모에 얼굴까지 완전히 천으로 둘러싼 그 모습에 소련군 여자 저격수는 잠깐 당황했다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동무, 소리도 없이 다가오지 마요. 깜짝 놀랬단 말이에요. 다음엔 그러다 총 맞을지도 몰라요."
"겁을 줬다면 사과하겠소 여성동무."
"여긴 제 담당구역입니다. 교대조라도 되나요? 전혀 들은바 없습니다만."
"혼자 있으면 심심하니까 같이 좀 있자는 거랄까 뭐···그런거 같소만."
"근데 어떻게 인기척도 없이 제 근처까지 접근 할수 있었던 거죠?"
그 말을 들은 남성 저격수는 천으로 가려진 얼굴로 빙그레 웃더니 독일어로 말했다.
"사냥감이 대놓고 눈치채게 접근하는 맹수가 어딨겠나?"
"······."
잠시의 정적이 흐르다가 여성 저격수가 저격총을 치켜들려고 하기도 전에 남성 저격수가 개머리로 여성 저격수의 머리를 적당한 힘으로 후려쳤고 순간 정신이 아찔해진 소련군 여자 저격수는 눈이 쌓인 바닥에 쓰러지면서 땅을 짚으며 비틀거렸고 그런 그녀의 허리를 발로차서 눕힌 남성 저격수가 빤히 내려다 보자 여성 저격수가 외쳤다.
"이, 이게 무슨 짓이야! 당신···도대체 뭐······."
"이거 보이나?"
남자는 자신의 품속에서 나치 친위대 군번줄을 꺼내들더니 여성 저격수의 눈앞에서 흔들어보였다.
"이게 뭔지 넌 잘알테지. 네가 머리를 꿰뚫은 자들의 가슴속에 언제나 품어지고 있던거니까 말이야."
"파시스트 새끼······."
상대가 소련군으로 위장한 나치 친위대임을 깨달은 여성 저격수는 허리춤의 수류탄으로 자폭하려고 재빨리 손을 대었으나 그것을 발로 걷어 차버리며 제지한 친위대원이 말했다.
"미안한데 나랑 좀 같이 가줘야겠어. 내가 소련 여자를 엄청 좋아하거든."
그러곤 얼굴을 천으로 가린 친위대원이 히죽 웃더니 여성 저격수의 양팔을 묶고 입에 재갈을 물린 뒤에 다리를 붙잡고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소련 저격수는 격렬히 저항했으나 그 친위대원에게는 별 의미없는 버둥거림일 뿐이었고 곧 어느정도 그녀를 끌고가던 친위대원이 소련 군복 상의 자체를 아예 벗어 던져버려서 상의 탈의 상태로 저격총만 2자루 둘러메면서 여자 저격수를 바라보았는데 그에 저격수는 경악을 하는 눈빛을 지었으나 친위대원은 능글맞게 소련말을 할뿐이었다.
"사샤, 걱정마. 난 최소한 이런 숲이 우거진 곳에서 널 상대하진 않을거니까. 지금 매우 쾌적한 침실이 있는 방으로 가는 중이거든."
"으으으음! 으음!!"
저격수의 이름은 사샤가 아니었지만 친위대원은 멋대로 그렇게 부르며 저격수의 다리를 붙잡고 다시 끌고가기 시작했고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독일군의 2차 참호선 이었다. 눈이 쌓여있을 날씨에 소련군복 바지만 입고 상의를 완전 탈의한채 소련여군을 끌고 오는 희대의 말도 안되는 상황에 경계중이던 척탄병들은 경악하며 총을 쏘지 않았고 친위대원은 그걸을 바랬다는 듯이 자신의 군번줄을 들이대며 말했다.
"무장친위대 하이데거 대위다. 대령님께 내가 왔다고 전해라."
척탄병들은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쉽게 그 지시에 따르지 못했는데 소란을 느껴서 참호에서 나온 브란더 대위가 하이데거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며 말했다.
"뭐야 저 미친놈은!?"
"아, 브란더 대위가 자네인가. 난 하이데거 대위라고 하네만. 반갑소."
한손으로는 발버둥 치고 있는 소련군 여자 저격수를 질질끌고 오면서 다른 손을 내미는 하이데거를 보며 브란더는 기겁을 하며 물러섰다.
"뭐야! 너! 소속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거야!? 첩자 아니냐?"
"너무 하구만."
하이데거는 잠시 저격수를 내려놓더니 팔짱을 끼며 말했다.
"이거 대령님의 요청과 친위대 수장님의 허가로 모두다 서쪽으로 후퇴하고 배타고 도망갈때 나만 역으로 거슬러서 동쪽으로 진출하다못해, 그 뭐냐···오면서 주변 분위기도 한번 봐달라는 말도 듣고해서 시내까지 쭉 둘러보고 왔건만. 오자마자 문전박대라니."
"아니, 댁이 이 상황을 봐보라고."
브란더 대위는 의심쩍어하는 눈빛을 가득 보내며 말했다.
"댁 같으면 소련군복 입고와서 한손엔 여군을 질질 끌고 오면서 웃통 벗고 있는 놈을 믿고 안으로 보내주라고?"
"대령님께 연락이나 해보시지."
"헤, 그래 여기서 얼어죽지말고 기다리고 있어. 너 같은 놈이 나타난다는 말 난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구. 이런 일이 있을건데 내게 한마디도 안해주실 분들이 아니란 말이다."
브란더는 통신을 하러갔다가 잠시 할말을 잊더니 어버버버거리며 밖으로 나와 말했다.
"쾨니히스베르크에 온것을 환영한다. 하이데거 대위, 난 브란더 대위라고 지금은 전방 참호에 있지만 꽤나 중요한 일을 계속 해오던 사람이라는것 정도 알아두도록."
"참고하지."
뭔가 멋쩍어진 브란더는 자신의 코트를 벗어서 하이데거에게 둘러주며 말했다.
"초면엔 내가 잘못 인식해서 뭐라고 한점 미안하다.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본국에서 여기로 지원이 올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아르덴 대공세에 조력한다고 잠시 서부전선에 갔다왔는데, 이거 뭐 연료도 없고 제공권도 없으니 답이 없더라고."
"그래도 살아서 돌아왔네."
"물론이지. 난 동부전선이 더 좋거든. 서부에서 죽을 순 없다는거야."
"왜···동부전선이 더 좋은건가?"
브란더는 이 지옥같은 동부전선을 굳이 선호하는 하이데거를 보며 의문을 표했고 하이데거는 씨익 웃더니 바닥에 엎어져있는 소련군 여자 저격수의 턱을 한손으로 움켜잡으며 말했다.
"소련 여자가 좋거든."
"······."
브란더 대위는 할말을 잃고 가만히 서있었다.
"언젠가 민간인들을 총살 하려고 쭉 세워놨을때였었지···인데 이런 얘기까지 하기엔 대령님께 가는게 우선이겠군. 만나서 즐거웠어 브란더 대위. 나중에 한번 더 보자고."
"어, 음···어······."
"코트는 잠깐만 빌려쓸게. 소련군복을 입고 다녔다간 바로 총 맞아도 할말이 없으니까 말이야. 나중에 돌려줄테니 걱정말고."
"아니, 그냥 자네가 써도 괜찮아."
"어~ 좋네. 나 주는건 사양 안하거든. 뺏어도 부족한 마당이라 말이지."
그리곤 또 다시 저격수를 질질 끌고가는 것을 바라보며 브란더가 중얼거렸다.
"상황이 이러니 저런 미친놈도 반갑네."
그리곤 여자 저격수는 신경도 쓰지않고 다시 자신의 참호 속으로 들어가버렸는데 저격수는 보통 잡히는 그 즉시 총살하는 경우가 많았을 정도로 연합군과 추축군 양측 모두가 서로의 저격수들을 증오했었기 때문에,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