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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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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899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06.27 02:31
조회
5,690
추천
61
글자
8쪽

실습(3)

DUMMY

오십대 중반 정도의 남성이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있다.

머리 곳곳에는 희끗희끗하게 흰머리가 나있다.

그는 서랍에서 펜 하나를 꺼내 읽고 있던 보고서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밑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치며 자세히 분석한 뒤 안주머니에 펜을 넣었다.

그는 인상을 쓴 채 턱밑에 조금 자라난 하얀 수염을 쓰다듬었다.

옆에 있던 비서는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협회장님 바로 회의 소집할까요?”

“그 전에 이거 쓴 교관부터 만나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비서는 밖으로 나가 혼자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지연 교관을 불렀다.

그녀는 피곤한지 멍한 표정을 하고 비서를 따라갔다.

헌터 협회장 사무실에 도착한 그녀는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협회장을 본 이지연은 전혀 반갑지 않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회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오랜만에 뵈니 좋군요.”

“쓸데없는 인사는 생략하고 바로 묻겠네. 현장에서 직접 전투할 때 뭘 느꼈는가?”

“지금까지 본 늑대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마치 저희의 싸움 방식을 아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어떤 식으로?”

“저희들의 실력과 저희가 짠 진영 자체를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놈은 맨 먼저 방패병을 노렸습니다.

맨 앞에 있으니 당연히 먼저 노렸겠지만 제가 견제하는 바람에 좀처럼 뚫고 지나가지 못 했죠.

그래서 높게 뛴 다음 진영 한 가운데로 들어가 방패병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무너진 진영을 파고들어 저를 노렸죠.

생각보다 다른 훈련생들이 잘 대처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저도 크게 다쳤을 겁니다.”

“자네가 교관 생활을 얼마나 했지?”

“회장님과 사냥 나가서 생명석을 하나 잃은 뒤부터 계속 해왔으니 거의 6개월이 넘었죠.”

그녀의 대답에 회장은 씁쓸한 표정을 짓고 다시 질문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비슷한 일이 있었나?”

“아니요. 처음입니다. 있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보고가 들어갔겠죠.”

“알았네. 조금 이따가 회의 때도 참석하게나.”

“네.”

회장은 비서를 시켜 대형 길드의 길드장들을 불렀다.

맨 먼저 다원길드의 길드장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그는 비서의 안내대로 책상에 놓인 보고서를 자세히 읽어봤다.

“이게 뭡니까? 이런 게 실제로 있습니까?”

다원 길드의 길드장이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거기에 적힌 대로 일세. 자세한 건 다들 모이면 듣도록 하세나.”

잠시 뒤 양쪽 눈동자에 하얀 십자가 문양이 있는 여성이 들어왔다.

볼레로 길드의 길드장인 그녀는 자리에 앉자마자 빠르게 서류를 읽어내려 갔다.

그녀의 눈동자 안에 있는 십자가가 조금씩 회전하기 시작했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보고서를 10초 만에 읽은 그녀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마지막으로 덩치 큰 사내가 들어왔다.

“안녕들 하십니까?”

그의 호탕한 인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볼레로 길드장은 그를 째려봤다.

화문길드의 길드장인 그는 부산스럽게 움직이며 자리에 앉았다.

보고서를 읽으면서도 몇 번이나 자세를 바꿨다.

“자 다들 읽은 것 같으니 본인한테 직접 설명을 듣도록 하겠네.”

이시연 교관은 밋밋한 어조로 본인이 겪은 일을 다시 한 번 길드장들에게 설명했다.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게 지루해보였다.

“그러니까 그게 실습도중에 일어났다는 거죠? 그것도 뒤에 있는 들판에서”

“네. 맞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협회장은 안주머니에서 펜을 꺼내어 필기를 준비하며 말했다.

길드장들은 저마다 각자의 생각을 말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실습훈련 장소를 고블린이 거주하는 숲 입구 쪽으로 바꾸는 건 어떻습니까?”

“그 숲은 지도에 기록 안 된 부분도 많고 또 잘못하다가 거대 고블린이라도 마주치면 어떡해요?”

“그럼 한 조당 실습교관을 두 명씩 투입하면 되겠네.”

“아니. 교관들이 넘쳐나는 것도 아닌데다가 기존의 헌터들이 벌어먹고 있는 곳에 실습훈련을 보내면 안 되죠.”

“맞아요. 거기다가 들판에 서식하는 늑대 개체수를 안 줄여놓으면 예전처럼 무리지어서 마을로 넘어올 수도 있어요.”

“그러면 기존에 고블린 숲에서 사냥하던 헌터들을 들판으로 보내고 훈련생들을 숲으로 보내면 되죠.”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하세요.

그 많은 헌터들을 어떻게 다 들판으로 보냅니까?

거기다가 저희 대형 길드들이 사냥영역을 넓히려면 입구 쪽에서 경험 있는 헌터들이 고블린들을 정리해줘야 돼요.

뒤쪽 들판이랑 마을은 산으로 둘러 쌓여있어서 바깥으로 나가는 길은 저 숲밖에 없어요.

저희가 이 근방에만 계속 있을 것도 아니고 좀 생각한 다음에 말하세요.”

“아니. 브레인스토밍 몰라요? 회의를 할 때는 일단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건 내뱉고 그 다음에 생각하는 거예요. 잘못된 내용이라도 검토하는 과정에서 좋은 게 떠오를 수도 있잖아요.”

“그쪽이 계속 필터 안 거치고 말하니까 회의 내용이 산으로 가잖아요. 안 그래도 피곤해죽겠는데 쓸데없는 내용 듣고 있으면 화나죠.”

“자자 진정들 좀 하세요. 너무 곤두선 거 같습니다.”

“저 사람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그러죠.”

“그래서 계속 그렇게 공격적으로 쏘아 붙일 겁니까?”

“아닙니다. 회장님.”

“볼레로 길드장이 말했던 대로 들판 말고는 훈련생들을 실습시킬 장소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회의에서 제가 여러분한테 원하는 것은 저 들판에서 안정적으로 실습시킬 수 있는 방법입니다.

주제에 벗어나는 내용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주세요.”

“보고서를 봤는데 결국 진영파괴 된 원인은 앞쪽 라인이 약해서 그런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실습 교관들은 전부 방패병이나 검사로 바꾸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뇨. 그건 아닙니다. 직접 전투를 하면서 느낀 건데 교관이 방패병이었다고 해도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늑대는 거의 거대 고블린 수준의 몬스터였습니다. 말했다시피 운이 좋았기 때문에 그 정도로 끝난 겁니다.”

“자네가 거대 고블린 수준이 어떤지 어떻게 아나?”

“직접 잡아봤으니까 알겠지요.”

“어차피 대부분의 실습교관은 방패병입니다. 그녀가 좀 특이한 케이스죠.”

“그런데 이 붉은 눈을 한 늑대가 처음 발생한 거잖아요.

들판이 그렇게 넓은 것도 아니고 원래부터 있었으면 진작 발견했을 텐데 이렇게 늦게 발견된 거 보면 아마도 밖에서 흘러들어온 거 같아요.

그러니 그냥 평소처럼 하되 좀 더 주의하는 방향으로 하면 될 거 같아요.”

“네.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대신에 혹시 그 종류의 늑대가 있을 수도 있으니 일주일간 조사를 좀 하죠,”

“그럼 일단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른 방안은 일단 조사를 하고 생각해 보죠.”

길드장들은 피곤한지 회의를 마무리시키려고 의견에 동의했다.

협회장도 딱히 방법이 없는 것 같아서 회의를 끝냈다.

회장은 비서에게 뒷정리를 시키고 회의실을 떠났다.

비서는 회장이 필기한 종이와 펜을 챙겨 아래층에 위치한 사무실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간단하게 서류를 작성한 그는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앞으로의 훈련일정을 듣기 위해 회관을 방문한 이상혁은 사무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직원을 기다리던 중 습관적으로 사무실 물건에 능력을 사용했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펜에 사이코메트리를 쓴 그는 어젯밤 회의 내용을 전부 볼 수 있었다.

당분간 훈련이 없다는 걸 안 그는 미리 게이트 이용 신청서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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