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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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수는 혼자서 쉬고 있는 이상혁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지쳐 보이는 이상혁과는 달리 여유로워 보였다.
“어때요? 할 만해요?”
“네. 지금은 조금 정신이 없는데 계속 같이 다니다 보면 익숙해질 거 같네요.”
“뭐 우리 파티가 조금 부산스럽기는 하죠. 안정적인 조합도 아니고 파티장 성격도 침착한 편은 아니니까요.”
“형이 파티장하면 잘 어울릴 것 같긴 한데”
“저요? 에이, 전 그런 거 잘 못해요.”
“그래요? 소질 있어 보이는데요? 성격도 차분하고”
“남 앞에 서는 건 체질이 아니라서 그리고 이 파티는 김진수가 모은 거니까 김진수가 파티장 하는 게 맞아요.”
“어떻게 모였는데요?”
“원래 저랑 지은이는 길드에 들어가기 전까지 사냥을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높은 길드부터 낮은 길드까지 전부 지원해봤는데 다 안 되더라고요, 저는 무기가 비주류라서 서류에서부터 떨어졌고 지은이는 면접에서 전부 떨어진 거 같아요.”
“진수는요?”
“걔는 처음부터 길드에 들어갈 생각이 없던 거 같아요. 바로 파티 찾아서 사냥 다니더라고요.”
“아, 그래서 자기가 제일 경험이 많다고 했구나.”
“그래봤자 얼마 차이 안 나요. 겨우 이틀 먼저 시작한 거예요.”
“아 어쩐지 기간을 계산 해봤는데 조금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길드에 떨어진 다음에 어떻게 만난 거예요?”
“저희 둘 다 길드에 떨어져서 회관에 모집광고 붙어 있는 데에서 침울해져 있었어요. 그 때 쟤가 와서 할 거 없으면 자기랑 사냥가자고 해서 따라 온 거예요. 원래 진수랑 같이 다니던 얘가 있긴 있었는데 걔는 안 맞았는지 어제 나가버렸어요. 그리고 상혁씨가 지금 들어온 거죠.”
“그게 끝이에요?”
“같이 사냥가자고 한 게 다이긴 한데 그냥 쟤 눈을 보면 뭔가 될 거 같더라고요. 이런 저런 조건 때문에 길드에 전부 떨어졌는데 아무 것도 안 보고 그냥 받아줘서 좀 기쁘기도 했었죠.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터무니없어 보이긴 해요.”
“지은이는요? 걔는 평범하지 않아요?”
“능력이 있는데 그걸 숨기다가 면접에서 떨어진 거 같아요. 제 생각에는 숨겼다기보다는 그냥 설명을 못 하는 거 같아요. 능력 중에는 머리로 이해 못 하는 것도 있겠죠?”
“그럼 세 명이서 파티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어요?”
“우리가 시작한지는 삼일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 세 명은 계속 이렇게 갈 거 같아요. 갈 데가 없어서”
“그 짧은 시간에 호흡을 맞춘 거예요?”
“삼일 동안 서로 엄청나게 노력했죠. 그런데 오늘 상혁씨 보니까 벌써 적응한 거 같던데요? 마음만 같으면 계속 데리고 있고 싶은데 우리랑 다르게 무기도 좋고 괜찮은 능력도 가지고 있으니까 곧 있으면 길드에 들어갈 거 같아요.”
얘기를 하면서 박창수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 때문에 분위기는 무거워졌고 이상혁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이를 눈치 챈 박창수는 싱긋 웃으면서 이상혁의 어깨를 톡 쳤다.
“뭐, 그 전까지는 잘 부탁해요.”
“네. 걱정 마세요.”
김진수는 기지개를 쭉 펴면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으아압~ 흐아~ 이제 가 볼까요?”
“그래. 이제 가야지. 상혁씨 능력으로 다음 사냥감 좀 찾아주세요.”
“네.”
이상혁은 주변을 돌면서 능력을 썼다.
오른쪽 길로는 이미 다른 파티가 지나간 게 보였다.
그래서 앞쪽과 왼쪽을 고민하다가 좀 더 익숙해 보이는 앞쪽 길을 선택했다.
이상혁은 앞장서서 걸어갔다.
능력으로 계속 고블린을 찾았지만 한 마리씩 다니는 놈들 밖에 없었다.
굳이 한 마리 잡자고 팀을 이끌고 쫓아다닐 수는 없었기 때문에 한두 마리 정도는 그냥 넘어갔다.
좀처럼 괜찮은 사냥감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혼자 다니는 놈이었다.
벌써 열 번째다.
열한 번째 녀석을 발견했을 때 이상혁은 뭔가를 알아채고 이전의 영상들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아까 사냥터에서 여기까지 오면서 모은 짧은 기억들을 퍼즐을 맞추듯 하나씩 이어 붙였다.
머릿속에서 큰 숲이 그려졌다.
지나온 길들의 위에서 본 모습이 보였다.
약간 희미해지긴 했지만 한명씩 돌아다니던 고블린들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확실해졌다.
오는 방향은 전부 달랐지만 모두들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략 그 수는 열에서 열세 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수는 좀 있었지만 몸집도 별로 안 크고 무기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아마 제대로 된 전투병들은 아닐 거다.
이상혁은 지금 멤버로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하고 고블린들이 향한 곳으로 파티를 끌고 갔다.
가는 도중에도 계속 능력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처음에는 혼자였던 고블린들이 한 둘씩 모이더니 무리를 짓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아까 봤던 녀석들이 다 모여 있었다.
이상혁은 파티를 멈춰 세웠다.
“아마 이 근처에 있을 거예요. 열한 마리 정도 모여 있는데 그렇게 까다로워 보이는 녀석들은 아니니까 수가 많아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열한 마리라, 그렇게 많은 수는 사냥해 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요?”
“형 괜찮아요. 작전만 잘 세우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정 안 되면 그 때 도망치면 되죠.”
“작전이 뭔데?”
“그건 일단 적을 발견하고 나서 세워보죠.”
“알았어. 일단 가보자.”
조금 더 가니 나무에 둘러싸인 넓은 장소가 보였다.
그곳에서는 고블린들이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상혁과 팀원들은 놈들을 발견하자마자 뒤로 물러나서 커다란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고개만 좀 내밀어 상황을 지켜봤다.
다른 놈들보다 몸집이 더 크고 훨씬 좋은 칼을 가진 놈이 바위 위에 올라가서 큰 소리로 악을 쓰고 있었다.
나머지는 바닥에 앉아서 팔을 들어 흔들면서 호응을 해줬다.
바닥에 앉아있는 고블린들 중 뒤쪽 다섯 마리는 궁병이었고 나머지 여섯 마리는 검사였다.
그들은 무기를 옆에 놔두고 있었다.
“그래서 작전이 뭔데?”
“빠르게 기습해서 빠르게 다섯 마리 정도 죽이는 거예요. 그러면 결국 대 여섯 마리 정도만 남아서 평소랑 똑같아지잖아요. 안 그래요?”
박창수는 턱 끝까지 올라온 한숨을 참았다.
이상혁은 나무 옆에 툭하고 삐져나온 나뭇가지를 꺾어 지금 상황을 간략하게 땅바닥에 그렸다.
“이건 제 생각인데요. 적 무리가 이렇게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옆쪽 방향으로 있죠?”
“네.”
“이 방향으로 그대로 들어가면 적 검사들도 바로 대응 할 수 있고 궁병들이 뒤로 빠질 시간을 줘버리니까, 이렇게 무리 뒤쪽으로 돌아서 궁병쪽을 먼저 기습하는 거예요.”
“그거 괜찮네.”
“궁병들은 아무래도 화살을 거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바로 대응 못 할 거고 검사들이 앞으로 나오느라 진영이 좀 무너질 텐데 그 때를 노려서 궁병부터 다 제거하죠.”
“오 역시 배운 얘는 뭐가 좀 다르네.”
“그리고 진영은 원래 진영에서 약간 대각선으로 해요. 진수가 왼쪽 위 라인, 가운데 중간 라인이 창수형 그리고 제가 오른쪽 위라인인데 진수보다 살짝 아래에 위치할게요.”
“그건 왜?”
“저 우두머리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야? 우리가 대각선으로 가면 저 우두머리는 제일 먼저 널 노릴 건데 너는 궁수라서 상대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벌어 줄 수 있잖아.”
“네. 맞아요. 마지막으로 지은이를 왼쪽 뒤쪽에 위치시키면 진수가 우두머리랑 대치할 동안 지은이가 저격하기 쉽겠죠.”
“네. 그럼 저는 그쪽으로 가 있을게요.”
“그럼 이 작전으로 갑시다!”
“들키니까 조용조용 말하자.”
“아, 맞다. 이 작전으로 가요. 지금 바로 움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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