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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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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905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08.11 23:40
조회
4,810
추천
55
글자
9쪽

실습(5)

DUMMY

이상혁은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따라오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누군가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혹시나 해서 다시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는 빠른 발걸음으로 넓은 길 쪽으로 나온 뒤 모퉁이에서 상대를 기다렸다.

들키지 않게 벽에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잠시 기다리니 뭔가가 가까워지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바닥에 슬며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을 보고 바로 모퉁이 쪽으로 몸을 돌려 길 안쪽을 쳐다봤다.

그의 눈앞에 검은 천막 같은 것이 잠깐 펄럭 하고는 바로 사라져버렸다.

이상혁은 머리를 한번 긁적이고 양손으로 눈을 비볐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뭐지?

분명 뭔가 있었는데

이렇게 헛것까지 보이는 거 보니까 능력을 너무 많이 썼나보다.

무기가 생긴 이후로는 능력을 사용해도 그렇게 어지럽지는 않긴 한데 많이 쓰다보니까 이런 부작용이 생겨버리네.

이 정도까지는 아직 괜찮으려나?

살짝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거리를 걷다가 집 앞에 있는 작은 공원에 갔다.

천천히 여유롭게 산책길을 돌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하지만 더위에 질렸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 있는 피씨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살결을 스쳐지나갔다.

더위 때문에 푹 퍼져 있던 얼굴에 생기가 돌아왔다.

입구에서는 귀엽게 생긴 여자 알바생이 살짝 부자연스러운 미소로 인사했다.

그는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빈자리를 찾아들어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 나온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재밌어보였는지 그도 자리에 앉자마자 그 게임을 실행했다.

처음에는 조금 버벅거리면서 지루해하다가 금세 적응하고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한참을 정신없이 게임을 하던 도중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빠르게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통화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휴대폰을 어깨에 갖다 대고 고개를 기울여 귀를 가까이 붙여서 떨어지지 않게 고정시켰다.

그는 다시 양손으로 게임을 하면서 통화를 시작했다.

“여보세요?”

“네 엄마”

“지금 어디야?”

“바로 집 앞이에요.”

“치킨 시켜놨으니까, 조금만 있다가 바로와.”

“네.”

“더우니까 너무 밖에 돌아다니지 말고 얼른 와.”

“네. 지금 바쁘니까 끊을게요.”

“알았다.”

이상혁은 게임에 집중하느라 건성건성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다시 정신없이 게임을 했다.

삼십분 정도 지나고 아까 자신의 어머니가 했던 말을 떠올린 그는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대에 가서 지갑을 꺼냈다.

“32번 자리 꺼주세요.”

“3400원입니다.”

“여기요.”

“네. 안녕히 가세요.”

돈을 받을 때 서로 손이 닿자 알바생은 흠칫 하면서 손을 살짝 뺐다.

그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손을 내밀어 돈을 받았다.

뭔가 썩 기분 좋지는 않았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넘어갔다.

피씨방을 나오자마자 그는 다시 누군가 뒤따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아까처럼 애매한 느낌이 아니라 확실하게 누군가 쫓아오는 느낌이었다.

빨리 걷기 시작하면 뒤쪽에서 들려오는 발걸음소리도 빨라졌다.

갑자기 멈추면 그쪽도 멈춰 섰다.

기척도 제대로 숨기지 못 하고 거의 대놓고 미행하고 있었다.

그는 점점 발걸음을 빨리하다가 모퉁이로 돌아서 숨었다.

그러다가 추격자가 그를 따라 모퉁이를 도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그와 맞닥뜨렸다.

양복을 입은 남자는 이상혁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당황해하며 반대 방향으로 돌아 도망쳤다.

이상혁은 재빨리 추격자의 손목을 잡아챈 뒤 뒤쪽으로 꺾었다.

“으악, 아, 아, 안 도망칠 테니까 놔주세요.”

그는 잡고 있던 손을 놔주고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그러자 남자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입을 열었다.

“저는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 동구청 헌터관리부서에 소속되어 있는 담당공무원입니다.”

“그런데요?”

“제가 딱히 나쁜 의도를 가지고 따라온 건 아니고요. 아까 신고가 들어와서 따라 다녔던 겁니다.”

“저는 딱히 그쪽한테 미행당할 만큼 잘못한 게 없는데요? 그리고 설령 잘못한 게 있더라도 그쪽이 뭔데 경찰 놔두고 이런 짓거리를 하고 있나요?”

“그게 법이 지금 복잡해져서요. 그리고 요새 분위기 아시잖아요. 최근 사건도 있고 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요?”

“최근 사건 때문에 사람들이 헌터만 발견하면 불안해서 신고를 합니다.

그런데 그 헌터가 범죄도 안 저질렀는데 경찰에 신고하면 자기까지 피곤해지니까 그냥 계속 이쪽에 민원을 넣는 거예요.

뭐 예전에는 그냥 무시하고 그랬는데 요새 여론도 안 좋아지고 위쪽에서 보는 눈도 있으니까 신고가 들어오면 이렇게 해야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 참 진짜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저기 마지막으로 진짜 죄송한데 여기 서류에 사인 좀 해줄 수 있나요?”

공무원은 휴대전화 화면을 켠 뒤 터치펜과 함께 이상혁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에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위험한 짓 안하겠다는 서약서 같은 건데 그냥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별 거 없어요.”

그는 스크린을 빠르게 내리며 대충 내용을 훑어본 뒤 터치펜으로 사인을 하고 휴대폰을 넘겨줬다.

그러는 도중 도대체 누가 신고했는지 궁금해져서 휴대폰에 능력을 사용했다.


세 시간 전 쯤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쐬며 서류정리 업무를 하던 공무원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콜센터에서 넘어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그는 전화기 옆에 놓인 메모지에 이것저것 적고 나서 보고서를 작성한 뒤 상사에게 제출하고 대충 옷을 챙겨 입고 나왔다.

그는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피씨방까지 걸어왔다.

알바생과 몇 차례 대화를 나누고 안쪽에서 기다리다가 이상혁이 나오자 따라 나왔다.


이상혁은 아까 공무원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소리를 떠올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였다.

분명 옆자리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게임을 하던 대학생들 중 한명의 목소리였다.

옆에서 너무 큰소리로 얘기하길래 조금 조용히 해달라고 했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엿 먹이려고 신고한 것 같다.

다시 찾아가서 자기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신고를 하냐며 따지려고 했지만 일을 복잡하게 하기 싫어서 그냥 한 번 참았다.

그 대학생들 때문에 심각해진 이상혁의 표정을 본 공무원은 눈치를 보면서 휴대폰을 받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밖에 나올 때는 모자를 써주시기 바랍니다.”

이상혁은 대꾸도 하지 않고 공무원을 보냈다.

대학생들한테 신고 당한 일과 등을 축축하게 적신 땀 때문에 굉장히 찝찝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갔다.

이제 막 배달 왔었는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고소한 치킨 냄새가 계속 풍겼다.

그는 방금 전의 기분 나쁜 일은 잠시 묻어두고 치킨 먹을 생각에 들떠서 집에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오자마자 바로 식탁으로 달려가는 그에게 어머니가 잔소리를 했다.

“손은 좀 씻고 먹어라.”

그는 화장실에서 손에 물만 묻히고 나와서 식탁 앞에 앉았다.

여동생은 이미 손에 양념을 묻힌 채로 치킨을 뜯어먹고 있었다.

치킨박스 안을 조금 뒤적거리던 그는 살짝 인상을 쓰고 동생을 노려봤다.

“야 다리 어디 있냐?”

“몰라.”

“그럼 니 쪽에 놓인 그 길다란 다리뼈 두 개는 뭐냐?”

“몰라. 그냥 아무거나 먹지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굴어.”

“야 양심이 있으면 남겨 놔야지.”

“너네는 그 나이 먹고도 먹을 걸로 싸우고 있냐? 제발 철 좀 들어라.”

“어후~ 내가 참아야지.”

그는 짜증을 내면서도 열심히 치킨을 뜯었다.

저녁을 다 먹고는 방에 들어가서 계속 휴대폰만 봤다.

모처럼의 휴식인데도 전혀 편하지 않았다.

이쪽에 있는 사일동안 그는 동생이랑 싸우고 부모님한테 잔소리 듣고 또 밖에 나오면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지냈다.

원래는 느긋하게 하루 정도 더 쉬다가 넘어갈 예정이었지만 예정을 앞당겨서 바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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