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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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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914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08.23 23:03
조회
3,988
추천
41
글자
7쪽

실습(11)

DUMMY

이상혁이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마을의 환자실이었다.

그는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이마를 만져봤다.

생명석 세 개가 그대로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몸 구석구석에서 통증이 느껴졌지만 참을만한 수준이었다.

발톱에 긁힌 상처들은 이미 다 나았지만 늑대와 부딪칠 때 금이 간 갈비뼈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는 계속 침대에 누워있기 답답했는지 몸을 일으켰다.

누워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몸을 일으키는 순간 금간 곳이 심하게 쑤셔왔다.

다친 곳이 많이 아팠는지 얼굴이 구겨졌다.

충격이 안 오도록 최대한 천천히 움직이며 문까지 걸어갔다.

문손잡이를 돌려 앞으로 밀었지만 뭔가가 앞에 있어 완전히 열리지 않았다.

힘을 줘서 밀려고 했지만 힘을 주려고 하면 다친 곳이 아려왔다.

문 반대편에서 서있던 사람은 뭔가 뒤에서 툭툭 부딪치는 것을 느끼고 돌아서서 문을 활짝 열었다.

커다란 덩치에 짧은 머리를 한 남자가 이상혁의 앞에 서있다.

한손에는 커다란 도끼가 들려있었다.

남자는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여기 있기 답답해서 밖에 좀 나가려고요.”

“안 됩니다.”

“왜죠?”

“지금 이상혁씨는 상해혐의로 조사 중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상해요?”

“이제 곧 전문 조사관이 와서 조사를 할 겁니다. 혐의가 풀릴 때까지는 여기서 한발자국도 나가실 수 없습니다.”

“전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기억이 없는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혐의가 풀릴 때까지는 여기서 나가실 수 없습니다. 상처도 아직 안 나았을 텐데 얌전히 침대에 누워계시지요.”

말은 나긋나긋했지만 남자의 표정은 무서웠다.

거기서 한마디만 더 대꾸하면 한 대 얻어맞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이상혁은 침대로 돌아가 조심조심 몸을 눕혔다.

당황해서 그런지 심장이 세게 쿵쾅거렸다.

아무것도 모른 채 갇혀있자니 억울했다.

속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흥분해봤자 해결되는 것은 없기 때문에 일단 차분하게 머리를 식혔다.

천천히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몸에 손을 대고 능력을 발동시켰다.

한계까지 시간을 돌려본 순간 깜짝 놀랐다.

24시간이 끝이었는데 어느새 범위가 30시간까지 늘어나있었다.

되돌려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긴 했지만 능력이 발동하는 시간은 같았다.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30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 왔다.

들어오는 정보는 많아졌지만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범위였다.

천천히 있었던 일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앞의 25시간은 직접 경험한 것들이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알고 싶은 것은 눈앞에 검은 것이 일렁이고 난 뒤의 잠깐의 순간과 쓰러지고 난 뒤의 일들이다.

홍예빈을 쫓아가서 다시 데려오다가 늑대와 만나 싸운 것까지는 기억한 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녀는 늑대에게 맞아 날아가고 나 혼자서 계속 공격당하고 있었다.

그 때는 정신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이렇게 보고 있자니 안쓰러울 정도로 심하게 당하고 있었다.

기억 속의 나는 계속 버티다가 슬슬 위험한 단계까지 도달했다.

홍예빈이 다가오는 게 보였지만 제때 도착할 것 같지는 않았다.

공격당하기 직전 내 앞에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게 보였다.

아지랑이는 갑자기 진해지더니 순식간에 퍼져 주변을 깜깜하게 만들었다.

빛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능력을 통해서 보고 있는 나도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됐다.

어둠은 잠깐 동안 머물러 있다가 한순간에 걷혔다.

남은 것은 공중에서 반 토막 난 늑대 두 마리와 팔이 잘린 채 쓰러져 있던 홍예빈이었다.

그녀의 팔은 칼로 잘린 듯 깔끔하게 잘려져 나갔다.

반쯤 풀린 눈으로 서있던 나는 비틀거리다 쓰러졌고 홍예빈은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다가 기절했다.

그 상태로 15분 정도 지났다.

팀원들은 우리가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그들은 지금 상태를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나마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이지연 교관이 우리의 상태를 확인하고 바로 마을로 데려왔다.

환자실에 옮겨진 홍예빈의 상처를 본 협회 직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어디론가 달려갔다.

잠시 뒤 무테안경을 쓴 키 작은 남자가 지금 내 방 앞에 있는 남자와 함께 환자실로 들어왔다.

검은 가운에 달려있는 금빛 배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는 뒷짐을 진 채 팔이 잘려나간 부분을 살펴봤다.

이리저리 살펴보고 주변 부분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보더니 종이와 연필을 꺼냈다.

한눈에 봐도 복잡한 수식을 종이에 적으면서 그 옆에 그림을 그려나갔다.

프린터로 인쇄하는 듯한 빠른 속도였다.

그의 그림은 재생되기 전의 단면과 거의 일치했다.

워낙 정교하게 묘사돼서 그런지 조금 징그러웠다.

완성된 그림 옆에는 그래프를 그렸다.

그래프 옆에 다시 수식을 적고 계산을 하더니 새로운 종이에 뭔가를 다시 그렸다.

칼날이었다.

같은 모양의 칼날을 다양한 각도에서 본 그림을 계속 그려나갔다.

어떻게 봐도 내 무기다.

조금 다르긴 했지만 거의 일치했다.

가운을 입은 남자는 가지고 온 서류를 보고는 나를 가리켰다.

덩치 큰 남자가 한쪽에 눕혀져 있는 나를 들쳐 맸다.

박소현은 덩치 큰 남자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용했다.

그녀만 계속 항의를 했다.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무시당했다.

끈질기게 달라붙자 검은 가운을 걸친 남자가 경고를 했다.

그녀는 분한 듯 바라봤다.

왜 그런지는 이해가 안 되지만 뭔가 필사적이었다.

남자는 나를 데리고 지금 누워 있는 침대에 나를 내려놨다.

아무렇게나 막 내려놨지만 정신을 잃은 상태라서 아무 반응 없었다.

그 뒤로 나는 계속 누워 있다가 일어나서 지금 상황까지 왔다.

저 남자는 분명 헌터 조사관이다.

그것도 최상위급 능력을 가진 특급 조사관이다.

그리고 어떻게 봐도 내가 그녀를 베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기껏 차분해졌던 심장이 다시 요동친다.

머리가 핑 돌면서 헛구역질이 난다.

침착하자.

분명 다 괜찮아질 거다.

제대로 조사를 해보면 내가 아니라는 걸 알거다.

홍예빈이 깨어나서 제대로 말만 해주면 이 상황도 끝날 거다.


이상혁은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자신을 진정시켰다.

단순히 처음 마주하는 상황이라 당황한 것뿐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차분해져 가는 그의 머리에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만약 진짜로 내가 홍예빈을 벤 거면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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