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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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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904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08.25 23:25
조회
3,874
추천
40
글자
7쪽

실습(12)

DUMMY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그 상황에서 그런 게 가능 할 리가 없다.

그럼 대체 그걸 한 건 누구지?

조사관이 그린 그림에 따르면 내가 범인이다.

그 곳에 있었던 것도 나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미쳐서 나도 모르게 뭔가 저지른 건가?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곧 조사관이 내 방에도 올 거다.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모른다고 잡아떼야 하나?

아니.

그건 최악의 대응이다.

정말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나도 모르지만 그 상황을 그대로 설명했다가는 의심만 살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넘길 수 있지?

그냥 내가 벤 걸 인정하고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해야 되나?

그래 그게 좋겠다.

홍예빈을 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베었다고 하자.

분명 늑대랑 싸운 흔적이 있었으니까 어느 정도 통할 거다.

흠.......

출혈이 너무 심해서 팔을 묶어 지혈을 했는데 아랫부분 살이 썩어서 잘라냈다고 하면 통하려나.

아, 생각해 보니 말이 안 된다.

재로 변하면 변했지 헌터의 몸이 썩을 리가 없다.

생각해야 한다.

잘못하면 지금까지 쌓아올린 게 모두 물거품이 된다.

단순히 생각해보자.

저들은 지금 상해혐의로 날 가둬두고 있다.

내가 내 의지로 베지 않았다는 것만 설명하면 된다.

실수라고 하자.

늑대를 베다가 같이 베었다고 말하자.

중과실치상으로 어느 정도 처벌이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다.

그래도 앞으로의 활동에 제약이 생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위험요소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일단 이건 한쪽에 치워두고 다른 수를 생각해보자.

어디보자.......


‘덜컹!’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아까 그 조사관이 들어왔다.

이상혁은 딱 봐도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눈을 감고 이미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끝이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저 사람처럼 조사관이나 할 걸.

내 능력도 저 사람 못지않게 쓸데가 많은데 괜히 욕심 부리다가 아무것도 못 하게 생겼다.

일단 모은 정보는 많긴 한데 지금 일로 신뢰가 밑바닥까지 떨어지면 기껏 모은 정보도 팔지 못 한다.

이것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이 다 꼬이게 생겼다.


조사관은 문 앞에 있던 덩치 큰 사내를 데리고 그의 앞으로 갔다.

커다란 남자는 이상혁의 양 손목을 꽉 잡았다.

“무기.”

“네?”

“무기 소환하라고”

그는 시키는 대로 칼을 소환했다.

조사관은 칼날을 손가락의 쭉 훑은 뒤 얼굴을 들이밀고 최대한 가까이서 관찰했다.

덩치 큰 남자가 세게 잡고 있어서 인지 그의 손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됐어. 집어넣어.”

칼은 이미 사라졌지만 덩치 큰 남자는 계속 그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조사관은 새하얀 종이에 수식을 써내려갔다.

절반 정도 채워나갈 때쯤 그의 표정이 복잡해져갔다.

뭔가 잘 안 풀리는 듯 입술을 삐쭉 내밀고 검지로 이마를 톡톡 쳤다.

그는 가방에서 그래프와 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종이를 꺼냈다.

그 종이와 새로 작성한 종이를 몇 번이나 번갈아 가면서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얘 아니야. 놔줘.”

“네?”

“내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말랬지.”

“죄송합니다.”

너무 세게 잡혀 있었는지 이상혁의 손목에는 빨갛게 손자국이 남았다.

그는 살짝 인상을 쓰며 손목을 가볍게 털었다.

이상혁은 그의 행동과 말을 통해 대충 상황을 눈치 챘다.

조사관은 이상혁의 앞을 어슬렁거리며 물었다.

“자네, 누가 그랬는지 봤나?”

머릿속에서 준비했던 답변은 전부 없던 걸로 하고 아는 사실을 그대로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상황이 끝나있었습니다.”

“상황이라면 늑대가 반 토막 나고 홍예빈의 팔이 잘린 걸 의미하나?”

“네.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무기도 못 봤어?”

“네.”

“흠....... 가자.”

“네? 하지만 조사관님 이 남자 말고는 딱히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없는데요?”

“지금 내 판단을 의심하는 거냐?”

“아닙니다.”

“뭐가 아닌데.”

“죄송합니다.”

“됐다. 빨리 가자. 쟤는 범인 아니야.”

“네.”

그들이 나가자 이상혁은 웃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아서 웃는 다기보다는 너무 허탈해서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상상 속에서 그의 인생은 이미 갈 때까지 간 상태였다.

자기가 봤던 것도 믿지 못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사관이 능력으로 범인이 아니란 걸 증명해줬다.

평소라면 조사관의 깔보는 듯한 태도에 짜증을 냈겠지만 지금은 그의 능력에 감탄하느라 바빴다.

이상혁은 신나서 환자실 밖으로 나갔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갈빗대가 쑤셔왔지만 웃느라고 인상도 못 썼다.

복도로 나온 그는 걸어 다니다가 박소현이라고 적혀있는 이름표를 봤다.

잠시 앞에서 망설이다가 노크를 했다.

‘똑 똑’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아직도 상처투성이인 박소현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상혁을 보자마자 오만상을 지으며 말했다.

“나가!”

방에 발을 들이밀기도 전에 뒤로 물러서면서 문을 닫았다.

그는 툴툴대면서 복도를 걸었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가 들려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홍예빈의 환자실이었다.

그녀는 어떤 남자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똑바로 말해봐. 내가 알아서 처리해 준다니까.”

“좀 진정해.”

“지금 여동생 팔이 잘려나갔는데 내가 어떻게 차분하게 있을 수 있어?”

“괜찮으니까, 예전처럼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지금 그 상태가 어딜 봐서 괜찮다는 건데? 실수든 뭐든 간에 너 이렇게 만든 놈 찾아서 두 배로 갚아 줄 거야. 아주 양 팔을 회 썰어 버려야지.”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어떻게 된 건지 아직 하나도 모른다니까. 그리고 그 상황에서는 생명석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았어. 이 정도로 끝난 것도 기적이야.”

“너랑 이러고 있어봤자 아무것도 안 되겠다. 너는 그냥 여기서 가만히 쉬고 있어.”

“아이 진짜 이상한 짓 하면 다시는 안 볼 거야.”

‘쾅!’

이상혁은 그녀의 방에서 나온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째려보고는 회관 쪽으로 가버렸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저 사람은 화문길드의 부길드장이다.

이름은 홍연우이고 성격이 안 좋다는 소문이 있다.

눈매가 약간 닮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홍예빈의 오빠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했다.

알았다면 진작 정보를 잔뜩 빼놨을 텐데 아쉽다.

그나저나 방금 있었던 말싸움 내용이 심상치가 않다.

만약 범인으로 몰렸다면 지금 멀쩡히 걸어 다니지 못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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