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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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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897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08.14 21:06
조회
4,899
추천
48
글자
8쪽

실습(7)

DUMMY

이틀간 훈련장에서 연습을 해서인지 칼이 가볍게 느껴졌다.

숙소 안에서 조심스럽게 한두 번 정도 휘두른 다음 대기실로 향했다.

대기실에는 훈련장에서 오고가며 자주 마주쳤던 홍예빈이 있었다.

첫 실습 때문에 긴장했는지 약간 위에를 바라보면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이상혁이 방안으로 들어갈 때 문이 세게 닫히면서 문소리가 쾅 하고 크게 났다.

그녀는 그 소리 때문에 조금 놀란 듯 보였다.

어깨를 움찔하고는 바로 뒤를 돌아봤다.

굳어있던 표정은 이상혁을 발견하고는 살짝 풀렸다.

안심이 됐는지 얕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많이 긴장되나요?”

“네. 혹시라도 실수하면 큰일 나니까 걱정돼서요.”

“괜찮아요. 교관도 있고 믿을만한 사람도 있거든요.”

“믿을만한 사람이라뇨?”

“실습가보면 알아요.”

이상혁과 대화를 하면서 그녀의 표정은 많이 편안해졌다.

상냥한 말투는 아니었지만 무덤덤하면서 침착한 목소리가 그녀를 안정시켰다.

아까보다는 조금 편안한 자세로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다.

그 다음으로 온 건 박소현이었다.

그녀는 이상혁을 건너뛰고 바로 홍예빈에게 가서 인사를 나눴다.

그도 이제 익숙하다는 듯이 넘겼다.

그녀가 다른 곳을 보고 있을 때면 이상혁은 언제나 그랬듯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지긋이 바라봤다.

하지만 이번에도 특별한 건 발견하지 못 했다.

실습이 시작하기 1분 전 조성현이 들어왔다.

가는 눈으로 대기실 안을 천천히 살피다가 홍예빈에게 시선이 잠깐 멈췄다.

그녀가 못 미더운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는 구석자리로 가서 앉았다.

정확히 시작 시간이 되자 이지연교관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눈을 하고 있었다.

뒤이어 무기훈련 때 교관이었던 허영석이 들어왔다.

이지연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오늘 같이 실습을 도와줄 허영석 교관입니다. 뭐 대부분 알고 있으니 딱히 소개는 하지 않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가죠.”

“하하 뭐 시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죠.”

이지연 교관은 마을 뒤쪽의 언덕으로 가면서 간단하게 위치선정이나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에 대해 설명했다.

저번과 거의 비슷했지만 위기상황에 관한 설명이 조금 더 상세해졌다.

특히 정체가 파악되지 않은 몬스터를 만났을 때의 경우는 전부 멈춰 세운 뒤 땅바닥에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알려줬다.

들판에 도착한 그들은 전투태세를 갖추고 늑대를 찾아 돌아다녔다.

얼마 안 있어 한 쌍의 늑대를 볼 수 있었다.

이지연은 맨 먼저 놈들의 눈 색깔을 확인했다.

털 색깔과 같은 짙은 회색빛이었다.

교관의 공격명령에 홍예빈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재빨리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그녀도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 눈치껏 자기자리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방패병교관이 있기 때문에 이지연은 저번보다 조금 뒤인 조성현과 앞쪽 라인 사이에 위치했다.

덕분에 조금 더 여유롭게 지켜볼 수 있었다.

늑대가 그들을 보고 달려들었다.

허영석 교관은 능숙하게 방패로 첫 번째 공격을 막고 검을 휘둘러 견제했다.

그 뒤 바로 옆으로 빠져서 뒤쪽에 자리 잡은 이상혁이 공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막 뛰어들었다가 밀려난 늑대는 이상혁이 휘두른 칼에 베였다.

다시 날아오는 칼을 피해 뒤로 물러났더니 이번에는 화살이 날아와 다리에 꽂혔다.

놈은 도망치지도 못 하고 그대로 허영석과 이상혁의 칼을 맞고 쓰러져 재가 되었다.

시선이 한 놈에게 몰린 사이 다른 한 녀석이 옆쪽으로 파고들었다.

그쪽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던 홍예빈은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공격을 잘 받아냈다.

다만 힘에서 밀렸는지 뒤쪽자리까지 밀려났다.

적당히 무기를 휘둘러 더 못 오게 해야 하지만 처음이라서 그런지 거기까지 해내지는 못했다.

앞쪽으로 공격할 길이 막힌 데다가 방패병이 자기 자리까지 밀려나자 박소현은 답답하다고 느꼈다.

조금 더 지켜보다가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는 자리를 벗어나 옆쪽으로 빠졌다.

몸을 낮추고 빠르게 접근해 밑에서부터 꿰뚫어 올린 뒤 힘으로 밀어붙였다.

놈은 순식간에 파고들어온 공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배를 드러낸 채 땅에 쓰러졌다.

박소현은 늑대의 머리를 발로 밟으면서 목에 깊게 박힌 창을 양손으로 뽑아냈다.

사냥이 끝나자 이지연교관은 마나석을 챙기고 항상 그랬듯이 실습생들을 불러 모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딱히 크게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박소현에게 조금 더 조심히 공격하라고 했다.

원래대로라면 홍예빈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라고 한 소리 했겠지만 오늘 처음인 것도 있고 최근 사건 때문인지 안전을 우선으로 둔 것 같다.

박소현은 태연하게 지적을 받아들였다.

오히려 불편해 보이는 사람은 홍예빈이었다.

자기 때문에 혼나는 것 같아 미안해했다.

브리핑이 끝나고 계속해서 실습이 이어졌다.

늑대의 수가 적을 때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네다섯 마리 정도 돼버리면 그녀가 있는 오른쪽 진영이 불안해졌다.

저번 사냥 때는 방패병이 김도현 혼자이긴 했지만 무기훈련을 오래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 버텨줬다.

거기다가 이지연 교관이 앞에서 잘 커버해줘서 괜찮았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고 왼쪽에 자리 잡고 있는 허영석은 자기 앞에 있는 것만 집중하느라 옆을 봐주지 못 했다.

결국 진영이 불안해질 때마다 박소현이 나서서 해결했다.

앞에서 버티기 힘들어 보일 때면 공격하기 힘든 타이밍이라도 그냥 나오라고 하고 자기가 파고들어서 적을 처치했다.

어떨 때는 방패로 막기도 전에 살짝 옆쪽에서 위치해 있다가 빈틈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뒤에서 볼 때는 제대로 진영을 유지하면서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박소현이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는 거였다.

홍예빈도 아직 미숙하고 자기도 버티기 힘들다보니 그녀가 시키는 대로 곧잘 따랐다.

다른 사람들이 적만 보고 있느라 잘 모를 때 평소에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이상혁은 바로 알아챘다.

그는 다시 한 번 그녀의 실력에 대해 감탄했다.

박소현이 활약한 덕분에 오전 실습은 아무 사고 없이 끝났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기 전 이지연 교관이 오전에 있었던 사냥에 대해 전반적인 브리핑을 했다.

“모두들 자기 역할을 잘 소화해 줬습니다. 홍예빈 씨도 처음인 것 치고는 꽤 잘 해주었습니다. 다만 조금만 더 침착하게 공격 타이밍을 잡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여러분들의 안전입니다.”

언제나의 잔소리가 끝나고 모두 휴식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교관들은 한쪽으로 가서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홍예빈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땅을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이상혁은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녀는 지친 표정을 살며시 미소 지은 얼굴로 바꾸면서 그를 바라봤다.

“어때요? 할 만해요?”

“네? 아, 네. 조금 불안하기는 한데 하다보면 될 거 같아요.”

“그래도 뒤쪽이 든든하지 않아요? 제가 말했던 대로 믿을 만 하죠?”

“네. 많이 도움 받고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 친절하고 실력도 뛰어나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저희들이랑 훈련 받고 있을 레벨은 아닌 데 왜 여기서 같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게요.”

“잘 보면 배울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저야 미움 받고 있는 것 같아서 직접 배우는 건 무리지만 예빈씨는 알려달라고 하면 잘 알려줄 거예요.”

“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홍예빈의 부드러웠던 미소는 조금씩 딱딱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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