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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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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902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08.19 01:08
조회
4,146
추천
49
글자
7쪽

실습(9)

DUMMY

연막이 걷히고 박소현의 모습이 보였다.

왼쪽 어깨에는 선명한 발톱자국이 나있었다.

단순히 긁힌 상처가 아니었다.

살이 꽤 깊게 파여 있었다.

상처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뼈까지 손상된 건 아니라서 하루정도 지나면 바로 회복되지만 당장 밀려오는 고통은 어쩔 수 없었다.

홍예빈은 깜짝 놀라서는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동자를 가만두지 못 했다.

다른 사람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괜찮아요?”

이지연은 바로 달려가 가까이서 상태를 확인했다.

지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상의 밑 부분을 화살촉으로 콕콕 찔러 점선을 만든 뒤 양손으로 잡아 뜯었다.

천 조각이 점선을 따라 쫙 찢겨 나왔다.

그녀는 박소현의 상처 위에 천을 대고 묶었다.

하얀 천 조각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한번 묶어도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오자 다시 옷을 뜯어 상처에 묶었다.

움직일 때마다 나풀거리던 이지연의 옷이 배꼽이 살짝 보일만큼 짧아졌다.

“여기서 좀 쉬었다가 어느 정도 괜찮아지면 마을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괜찮아요. 그렇게 크게 다치진 으으......”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박소현은 오른쪽 발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바로 주저앉아버렸다.

이지연은 양손으로 발목을 쥐며 괴로워하는 그녀를 보고는 바로 신발을 벗기고 바지 밑단을 걷어 올렸다.

발등 전체가 시퍼렇게 멍든 채로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쉬었다가죠.”

“네.”

모두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언제 늑대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무기를 갖추고 경계를 하며 쉬었다.

이상혁은 걱정과 의심이 반씩 담겨있는 눈으로 박소현을 바라봤다.


심하게 다쳤던데 괜찮으려나.......

많이 아프겠다.

저렇게 아파하면서 왜 재생 능력은 안 쓰는 거지?

굳이 감춘다고 해서 득이 될만한 능력은 아닐 텐데 말이지.

아니면 능력에 제한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비록 다치긴 했지만 그녀의 실력은 내가 상상한 것 이상인 듯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친 것만 봐서 잘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하게 봤다.

2초도 안 되는 순간에 늑대 두 마리를 혼자서 처리하는 장면을 똑똑히 봤다.

사실 무리하게 들어간 상황만 아니었다면 상처하나 없이 깔끔하게 혼자서 다 잡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시선은 박소현에게서 홍예빈으로 옮겨갔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등을 돌린 채로 앉아 가끔씩 박소현이 있는 쪽을 흘끗흘끗 쳐다봤다.

이상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못 마땅하게 바라봤다.

앞에서 홍예빈이 고집부리면서 버티는 바람에 괜한 사람만 다쳤다.

그런데도 저렇게 눈치만 보고 있다.

적어도 직접 가서 사과해야하는 거 아닌가?

자기가 잘못한 건 분명 알고 있을 텐데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도가 지나치게 답답하다.

제대로 상황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거 같으니까 내가 가서 한마디 해야겠다.

이상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홍예빈에게 다가갔다.

“홍예빈씨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상혁을 바라봤다.

얼굴이 빨개지고 눈동자가 심하게 떨려왔다.

불안해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시선을 아래쪽으로 향하고 대답했다.

“네.”

“오늘 오전부터 쭉 봤었는데요. 도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

차갑고 낮게 깔린 목소리가 그녀를 쏘아붙였다.

“그게요.......”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셨어요. 물론 뒤에서 계속 이래라 저래라 하니까 기분이 나쁘셨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 말대로 했을 때가 훨씬 잘 됐었잖아요.”

“그래도.......”

“혼자서 사냥하는 게 아니라 팀으로 하는 거잖아요. 자기 맘대로 하면서 다른 팀원한테 피해는 주면 안 되죠. 그리고 그쪽 때문에 박소현씨가 크게 다쳤는데 최소한 사과라도 하는 게 예의 아닌가요?”

“죄송합니다.”

“제가 아니라 박소현씨한테 해야죠.”

처음에는 차분하게 말하던 이상혁은 답답했던 감정이 터져 나왔는지 말할수록 목소리 톤이 점점 높아졌다.

다른 사람이 듣기에는 거의 화내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홍예빈은 움츠러들었다.

시선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뺨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나왔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물고 눈물을 삼키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감정과 함께 터져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그 둘에게 집중됐다.

홍예빈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달려 나갔다.

이상혁은 멀어져가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만 봤다.

뒤쪽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그의 머리를 때렸다.

“바보야, 빨리 따라가. 하여간 너는 참 쓸데없는 일만 골라서 한다.”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던 박소현이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상혁은 그 말을 듣고 홍예빈이 간 쪽으로 최대한 빨리 달려갔다.

이미 상당히 멀어져서 따라잡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꽤 멀리까지 왔다.

홍예빈은 달리다가 지쳤는지 멈춰 서서 상체를 숙이고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그녀는 누군가 쫓아오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봤다.

이상혁과 눈이 마주친 순간 힘든 것도 잊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멈춰요.”

그가 헉헉대면서 부탁했지만 이미 빠르게 달려간 뒤였다.

다시 한참을 달린 그녀는 숨이 한계까지 차올랐는지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상혁은 거칠게 숨 쉬며 그녀를 따라잡았다.

홍예빈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뺨에는 눈물길이 나있었고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위태하게 매달려있었다.

이상혁은 다시 도망가려던 그녀에게 사과부터 했다.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으니까 도망치지 말아요.”

그녀는 일어서다가 다시 앉고 그를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손바닥으로 눈물을 쓸어냈다.

말을 하고 싶어 했지만 훌쩍거리느라고 못 했다.

“아까는 너무 흥분해서 아무 생각 없이 막 말했던 거 같아요. 그건 정말 미안해요.”

홍예빈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봤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사실 상혁씨가 말한 거 다 맞아요. 괜히 부러워서 심술부렸던 거 같아요. 저야말로 정말 미안해요.”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상혁은 안심했는지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일단 돌아갈까요?”

“네.”

두 사람은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가려 했지만 너무 정신없이 뛰어오다 보니 어느 방향으로 왔는지 잊어버렸다.

이상혁은 자기 자신에게 사이코메트리를 쓰면서 자기가 뛰어온 장면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주위 배경이 비슷하고 워낙 빠르게 지나가서 그런지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면서 가야했다.

그럭저럭 잘 찾아가고 있던 중 늑대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무가 우거진 곳 사이에서 갑자기 늑대 두 마리가 그들 앞으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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