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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bless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메트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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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imbless
작품등록일 :
2016.06.06 00:46
최근연재일 :
2018.01.01 05:09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341,921
추천수 :
3,520
글자수 :
711,425

작성
16.08.16 23:11
조회
4,323
추천
45
글자
7쪽

실습(8)

DUMMY

잠시 동안의 휴식이 끝나고 오후실습이 시작됐다.

얼핏 보기에는 오후도 오전실습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사냥이 계속 될수록 조금씩 꼬이기 시작했다.

홍예빈은 더 이상 박소현이 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이 배운 방식으로 싸우려고 했다.

그러다가 버티기 힘들다 싶을 때만 박소현에게 의지했다.

그녀는 정해진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계속 버티면서 메이스로 견제를 시도했다.

굉장히 정석적인 싸움법이지만 아직은 힘겨운 방식이었다.

게다가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보니 뒷사람까지 생각해주지 못 했다.

처음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사람 분을 해내기엔 조금 부족했다.

물론 그게 잘못된 방식은 아니었기 때문에 박소현은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뒤에서 지켜보면서 불안해하고 답답해했다.

매끄럽게 풀리던 사냥이 조금씩 늘어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교관들도 단순히 실습생들의 체력이 떨어져서라고 판단했다.

바로 옆에 있던 이상혁도 오후에는 조금 지쳤는지 그 둘의 상황을 알아채지 못 했다.

다행히도 실습은 아무 사고 없이 끝났다.

이전에는 해질 무렵까지 진행됐었지만 이전의 사건 때문인지 조금 더 빨리 돌아가기로 했다.

그들은 회관까지 가서 다음 일정을 듣고 오늘 실습을 마무리 지었다.

이지연 교관은 반쯤 풀린 눈으로 책상 앞에 앉아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실습생들은 아직 뭔가 남아있나 싶어서 그녀를 쳐다봤다.

“아, 여러분들은 이만 돌아가도 됩니다. 저는 아직 할 게 남아서”

그 소리를 들은 실습생들은 서로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안녕히 가세요.”

“네.”

홍예빈은 박소현이 건넨 인사에 차갑게 대답하고는 쌩하고 지나갔다.

박소현은 무덤덤하게 넘기고 이상혁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그걸 본 이상혁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변화에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사건을 관찰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능숙했지만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는 일은 서툴렀다.


다음날 실습시간이 가까워지자 다들 대기실에 모여 있었다.

맨 마지막에 온 홍예빈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웃으면서 인사하고는 박소현에게 딱딱하게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박소현은 살짝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줬다.

이지연과 허영석 교관은 실습생들을 데리고 언덕으로 갔다.

언제나처럼 간단한 브리핑을 하고 시작했다.

상황은 어제 오후 훈련보다 안 좋아졌다.

둘 다 어떻게든 혼자서 해결하려고 했다.

오른쪽으로 공격해오는 늑대들을 제때제때 처리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하니까 자꾸 사냥이 질질 끌렸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체력적으로 부담이 갔다.

이상혁은 옆에서 홍예빈의 그런 태도를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일단은 상황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상황이 좀 안 좋다는 걸 깨달은 허영석 교관은 중간휴식시간에 따로 홍예빈을 불렀다.

“혹시 실습하면서 뭔가 문제가 있나요?”

“아니요. 딱히 그런 건 아닌데요.”

“뭐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제 보다 오른쪽 진영이 많이 불안정해졌어요. 사냥도 느려졌고요. 저는 별로 안 힘든데 이상혁씨랑 조성현씨가 조금 힘들어 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그게 그러니까.......”

“괜찮아요. 혼내려는 거 아니에요. 문제가 있다면 교관이 알아야죠. 같은 방패병으로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줄게요.”

홍예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뱉고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최대한 안전하게 하고 싶어서 자리 지키는 걸 우선적으로 하는데 박소현씨는 그런 제가 답답한가 봐요.”

“뭐, 좀 보니까 공격적으로 하려는 거 같긴 해요. 그래도 스타일이 다르더라도 서로 얘기를 하면서 조금씩 맞춰가는 게 어떨까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했는데 제가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서”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

말끝이 조금씩 흐려졌다.

울먹이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허영석은 그녀가 울 것처럼 말하니까 당황해서는 머리를 긁적였다.

“일단은 제가 이지연 교관님한테 따로 말해 놓을게요.”

그는 한쪽에서 쉬고 있는 이지연 교관에게 가서 상황을 대충 설명했다.

이지연은 약간 고민하더니 박소현을 따로 불러서 부탁하는 식으로 말했다.

하지만 말이 전해지고 전해지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버렸다.

박소현은 졸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잘 못 하는 동료를 무시하고 자기방식대로 밀어붙이는 사람인 것처럼 돼버렸다.

항상 미소를 유지해 오던 그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계속 듣다가 어이가 없었는지 홍예빈이 있는 곳을 째려봤다.

홍예빈은 불안한 얼굴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가 박소현과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두 사람의 감정이 맞물리는 곳에 작은 돌멩이 하나가 끼었다.

사소한 것이었지만 굉장히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

사냥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더욱 더 어긋나기 시작했다.

박소현은 더 이상 홍예빈의 몫까지 나서지 않았다.

그녀가 힘들어 하는 것을 봐도 자기 차례까지 기다리며 정석대로 움직였다.

진영은 조금 안정이 됐지만 홍예빈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훨씬 커졌다.

늑대가 적을 때는 그녀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마리가 동시에 덤벼드는 건 그녀에게 많이 버거웠다.

네 마리의 늑대 중 두 마리는 왼쪽에 가고 나머지 두 마리는 한꺼번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원래 이런 경우에는 박소현이 방패 앞으로 나와서 한 놈을 처치하고 나머지 한 놈은 둘이서 같이 처리 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뒤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결국 홍예빈은 끝까지 버티다가 힘이 다해 늑대가 휘두른 앞발에 방패를 놓쳐버렸다.

방패를 다시 소환 할 시간도 없이 날카로운 발톱이 그녀를 향해 날아왔다.

발톱이 닿기 직전 박소현은 전속력으로 달려들어 오른 손으로는 홍예빈을 옆으로 밀면서 나머지 한손으론 늑대의 이마에 창을 찔러 넣었다.

창을 뽑기도 전에 남아있는 한 녀석이 달려들었다.

그녀는 오른쪽 발을 뒤로 뺐다가 놈이 바로 앞까지 오는 순간 머리를 후려 찼다.

동시에 발차기를 하는 회전력을 이용해 박혀 있던 창을 뽑고 마저 돌면서 오른손으로 바꿔 잡았다.

그리고 한 바퀴를 다 채워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순간, 땅을 강하게 밟으면서 그녀의 발에 맞고 뒤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늑대의 몸뚱이에 창을 던졌다.

모든 동작이 한 바퀴 도는 짧은 시간에 진행되었다.

바로 옆에 있던 이상혁도 너무 빨라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못 봤다.

2초 만에 늑대 두 마리가 잿가루가 되어 공중에 흩날렸다.

뿌연 잿가루 연막 속에서 어깨를 부여잡고 괴로워하는 그녀의 실루엣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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