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짐승의 왕과 붉은 무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영업이
작품등록일 :
2022.11.12 03:01
최근연재일 :
2022.12.28 20:0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36
추천수 :
30
글자수 :
140,646

작성
22.12.26 20:05
조회
6
추천
0
글자
7쪽

6절 - 재앙과 영웅 (1)

DUMMY

“이야...

설마 그 난리통에 누구 하나 죽지 않고 살아남을 줄은.


십 년 감수했어.

운빨 하나는 엄청난걸?”




수도 테오티우아칸의 동문 밖.


수도의 대문과 조금 떨어진 초원에서 대기하기를 20분째.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있는 나오미의 무릎 위에서,

하얀 강아지가 기분 좋은 듯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냈다.



“용사인지 뭔지가 나타나자마자,

곧장 도망쳤던 놈이 용케 그리 말하는군.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나?”



“으응~, 그리 말해도 말이지.

난 내 나름대로 꽤 힘썼다고?


너희를 도망치게 하려고 서둘러 계획을 짰거든.

운 좋게 살아남아서 전부 쓸모없어졌지만.”



강아지로 변신한 나우갈을 쏘아 보면서 으르렁거리지만,

나우갈은 태연하게 앞발로 눈을 비비적거릴 뿐이었다.



그러면 그럴 수록 렉스의 심기만 불편해질 즈음,

이를 눈치챈 나오미가 서둘러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도 정말 무사히 끝나서 천만다행이에요.

용사가 나타났을 때는 앞이 캄캄했는데...”



“음, 음.

거기에 무녀 후보자에다가 벼락의 기사까지 있었으니.

정면으로 싸웠다간 얄짤없이 당했겠지.


진짜 식은땀이 다 나더라고.

뭐, 난 유령이라 땀 같은 거 안 나지만.”



서로를 바라보며 나우갈과 나오미가 벌벌 떨자,

조금 전에 일을 떠올린 렉스는 강하게 콧김을 내뿜었다.



“흥. 지레 겁먹지 마라.

그딴 놈들은 몇 마리가 쳐들어오건 문제없어.


다음에 싸우게 된다면 죽이면 그만이니까.”



“아니, 그건 불가능해.”




전의를 다듬는 렉스를 향해.

단칼에 부정하는 말이 들려왔다.



그 말에 곧장 따지려던 때였다.


강아지의 모습을 한 나우갈이,

미소 하나 없이 굳어 버린 걸 보고.



검은 짐승은 눈가를 찌푸리며 입을 다물었다.



“렉스.

너는 세간 일을 잘 모르니 그리 반응해도 어쩔 수 없긴 해.


그래도 아까는 진짜 위험했어.

이 대륙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괴물들이 한곳에 모여있던 거라고?


만약 그 무녀 후보자가 막지 않았다면.

그 순간, 모험이고 뭐고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났을 거야.”



“확실히 묘한 기척을 풍기던 놈이 몇 있었다만,

놈들은 그렇게 강한 건가?”



렉스의 그 질문은 나우갈과 나오미,

양쪽에게 동시에 하는 질문이었다.



자아를 자각한 뒤로 반년.


그동안 줄곧 믹틀란에서 지내 왔던 렉스에게 있어,

바깥세상은 미지나 다름없다.



그걸 알고 있기에,

나오미의 무릎 위에 누워 있던 나우갈은 작게 기지개를 피며 대답했다.



“으음~, 그러네.

출발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괜찮으려나.


렉스, 만약을 위해 확인하는데 넌 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대충이라도 좋으니까.”



“...‘짐승병’인지 뭔지 하는 저주를 흩뿌린 거 아닌가?

아마 내가 이렇게 된 이유인.”



베라른에서 경험하고 들은 말들을 통해 유추해낸다.



그 대답에,

새하얀 강아지의 모습을 한 유령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주신 ‘테스카틀리포카’의 권능과 축복이야.

인간에게 있어선 재앙이지만.


이 대륙은 먼 옛날부터,

그런 식으로 여러 신들이 흩뿌린 축복(재앙)에 의해 고통받고 있거든.


인간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악착같이 살아가고 있는 거지.”



“나 같은 경우 외에도 다른 신들의 재앙이 존재한단 건가?

짐승병에 여러 종류가 있다고?”



다른 신의 짐승병이란 소리는,

날개가 있다거나 색깔이 다르거나 한 걸까.


렉스가 고개를 갸웃하며 상상하고 있자니,

나오미가 고개를 저었다.



“짐승병 같은 저주를 뿌린 건,

테스카틀리포카뿐이에요.



신화에 따르면

테스카틀리포카는 줄곧 인간을 괴롭히는 악신이라,

가장 악질인 저주를 내렸고 그게 짐승병이라고 배웠어요.”



“흐응... 요즘 인간들은 그런 식으로 가르치나.”



“나우갈?”



나우갈이 무릎 위에서 크게 하품하며 중얼거리자,

나오미가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그 말에 답하는 일은 없이.

나우갈은 재차 렉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주신 테스카틀리포카.

용신 틀랄록.

태양신 우이칠로포치틀리.



신화에서 인간들과 적대한 신들은 이 3명 정도려나.

이 중에서 우이칠로는 일단 제외할게.

이 녀석은 조금 특수해서 말이야.



시체가 어딨는지도 모르겠고,

녀석이 남긴 저주가 뭔지도 잘 모르겠거든.


아마 인간들도 잘 모르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나오미를 올려다보는 나우갈.



그것이 확인하는 의미인 걸 깨달은 나오미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응.

교회에서도 그 태양신님에 관해선 거의 못 들었어.


악신인 테스카틀리포카랑 용신 틀랄록은,

인간의 편인 에헤카틀님과 천명의 무녀에 의해 봉인되었다고 들었는데---”



“뭐, 그런 거지.


틀랄록의 시체는 서쪽에.

테스카틀리포카의 시체는 수도의 지하에 묻히고,

거기서 끊임없이 저주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말씀.


참고로 ‘수도의 지하’가 어딘지,

렉스 너도 알고 있지?”



“...내가 있던 지하 감옥인가.”



새하얀 유령과 붉은 소녀가 고개를 끄덕여,

렉스는 남몰래 혀를 찼다.



테스카틀리포카.

신과 무녀에게 패배해 지하 깊숙이 봉인된 악신.



---그렇군.

그런 녀석이 묻혀 있다면야,

자기가 그곳에 있던 것도 이해된다.



테스카 뭐시기의 권능은 인간을 자기 부하로 만드는 것.

아마도 그것이 ‘짐승병’이라는 거겠지.



악신이 지하에 봉인되어 있기에,

그 수하가 된(짐승병에 걸린) 이들을 전부 지하에 처박아 두고 감시한다.



말하자면,

그 지하 감옥은 쓰레기 처리장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인간들에게 있어 오물, 찌꺼기를 긁어모아

매립장에 내던지고 흙으로 덮어둔다는 것.



“...그 용사 놈이 사회의 쓰레기라 했던 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나.”



“저... 괜찮으세요, 렉스씨?”



검은 짐승을 보고 나오미가 조심스레 말을 걸자,

그는 곧장 고개를 저어 보였다.



“됐으니까 이야기나 계속해.

그래서 뭐냐.

아까 그놈들이 강하냐는 이야기에 왜 그런 내용이 나오는 거지?”



“어라? 이해가 가질 않아?

이 대륙은 옛날부터 온갖 신들에 의해 범해져온 척박한 땅이야.

그리고 인간들은 거기서 악착같이 살아남았지.


그럼 당연히 존재하지 않겠어?

그 재앙에 대항할 수 있는 초인들이.”



“!”



그건 확실히 듣고 나면 이해가 가는 논리였다.



살아남기 힘든 환경 속에서

이만큼의 문화, 문명을 남기고 번성한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괴물로 변해가는 악신의 저주와,

그에 버금갈 터인 다른 신들의 저주도 있는 와중에.


인간들은 나라를 건국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시스템이 성립하는 배경이 존재할 터.



“그렇군. 그 3명이 그렇단 건가.”



거대한 몸집을 한 중장갑 차림의 용인.

어딘가 특이한 황금의 칼을 가진 시건방진 청년.


그리고 아렌니우스나 나오미와 다른 의미로,

압도적인 분위기였던 무녀.



“주신 에헤카틀과 계약을 맺고,

태초부터 대륙을 수호한 ‘천명의 무녀’.


무녀가 없었던 재의 시대 때부터,

이를 대신해 온갖 재앙을 사냥한 ‘용사 우르크’.


그리고 용신 틀랄록의 저주를 완전히 제어해내,

축복으로 승화시킨 ‘벼락의 기사’.



이 3명이야말로 현재의 대륙을 지탱하는 최강자들.

단독으로 신의 시체와 정면 승부가 가능한 괴물들인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짐승의 왕과 붉은 무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6절 - 재앙과 영웅 (2) 22.12.28 6 0 13쪽
» 6절 - 재앙과 영웅 (1) 22.12.26 7 0 7쪽
24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5) 22.12.25 11 1 15쪽
23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4) 22.12.23 13 1 12쪽
22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3) 22.12.21 10 1 12쪽
21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2) 22.12.19 10 1 10쪽
20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1) 22.12.18 10 1 11쪽
19 4절 - 방어전 : 베라른 (7) 22.12.16 10 1 10쪽
18 4절 - 방어전 : 베라른 (6) 22.12.14 11 1 8쪽
17 4절 - 방어전 : 베라른 (5) 22.12.12 10 1 14쪽
16 4절 - 방어전 : 베라른 (4) 22.12.11 15 1 13쪽
15 4절 - 방어전 : 베라른 (3) 22.12.07 9 1 11쪽
14 4절 - 방어전 : 베라른 (2) 22.12.05 10 1 11쪽
13 4절 - 방어전 : 베라른 (1) 22.12.04 9 1 9쪽
12 3절 - 동화의 끝 (4) 22.12.02 10 1 13쪽
11 3절 - 동화의 끝 (3) 22.11.30 9 1 16쪽
10 3절 - 동화의 끝 (2) 22.11.28 9 1 13쪽
9 3절 - 동화의 끝 (1) 22.11.27 12 1 12쪽
8 2절 - 요정 사냥 (4) 22.11.25 10 1 16쪽
7 2절 - 요정 사냥 (3) 22.11.21 12 1 11쪽
6 2절 - 요정 사냥 (2) 22.11.20 12 1 16쪽
5 2절 - 요정 사냥 (1) 22.11.18 16 1 14쪽
4 1절 - 천명의 무녀(3) 22.11.16 15 2 13쪽
3 1절 - 천명의 무녀(2) 22.11.14 20 2 12쪽
2 1절 - 천명의 무녀(1) 22.11.14 24 3 14쪽
1 프롤로그 22.11.14 47 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