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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왕과 붉은 무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영업이
작품등록일 :
2022.11.12 03:01
최근연재일 :
2022.12.28 20:0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18
추천수 :
30
글자수 :
140,646

작성
22.11.2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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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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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2절 - 요정 사냥 (2)

DUMMY

베라른의 숲, 동부쪽 외곽.




거목들과 울창한 풀들밖에 보이지 않는 수해에서,

한 소녀가 삭막한 웃음을 짓고 있다.




“...사자씨. 진짜 전혀 안 기다려주네.

항상 그러긴 했지만...”



검은 짐승을 쫓아 숲속을 거닌 게 약 1시간 전.


전력 질주하는 짐승을 쫓는 건,

나오미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본 보폭이나 속도도 속도지만.

문제는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의 유무였다.





나무뿌리나 거친 바위, 풀숲 등.

이쪽은 장애물이 나타날 때마다 사사건건 멈춰설 수밖에 없건만.



검은 짐승은 앞에 막는 걸 죄다 박살 내며 질주하는 거다.

이래서야 쫓아가려 해도 쫓아갈 수 있을 리 없다.





그 거리 차를 극복하려고,

'신력'을 이용해 치트나 다름없는 우회법으로 순간이동까지 했지만---





"끄응... 너무 무리했나. 가슴 땡겨..."





짐승을 쫓고자 남발한 탓에,

체내에 있는 신력이 죄다 바닥난 듯, 몸 구석구석이 아파 온다.





애초에 많이 써봤자 4~5번.

그것도 3, 4미터 정도밖에 이동 못 하는 기술을 그리 써댄 거다.





도중에 현기증이 나서 멈췄으니 망정이지.

더 무리했다간 저승으로 순간이동할 판이었다.




“...짐승병이란 거, 진짜 굉장한 거구나.”



후들거리는 몸을 진정시키려 애를 쓰면서도.

나오미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검은 짐승을 떠올렸다.



3미터를 넘어가는 거구.

사자와 닮은 형태의 머리와 근육질로 이루어진 이형적인 몸통.

그리고 도마뱀처럼 기다랗게 늘어난 꼬리까지.






완전히 괴물이건만.

그러면서도 인간처럼 이족보행하는 짐승.





처음 그 모습을 본 순간.

'아아, 이건 모두가 무서워할 만하다'고 납득했다.






원래는 같은 인간이었다고 해도.

이미 그 모습은 저주로 인해 완전히 변해 버린 다른 '생물'이라고.



그리 이해할 수밖에 없던 모습.






"...그래도 그 '사람'은."




악신의 저주.



인간을 악마로 변모시키는 병.



자아와 이성을 잃고,

그저 생물을 죽이는 것밖에 생각 못 하는 꼭두각시.





이러한 서술에 딱 어울리는 건.

일주일 전에 요정들을 덮쳤던 늑대괴물들일 테지.





이성도 뭣도 없이 생물을 죽이려들던 모습은.

그야말로 누구나 다 아는 짐승병 환자 그 자체다.





하지만----





"그 사자씨는, 달랐지."





지성이 있다.



감정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확고한 이성을 지니고 있다.





검은 짐승은 분명,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괴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행동거지와 말에는 자아가 있었다.



지성을 지닌 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자유가 있었다.





그래.

그는 '사람'이었다.




겉모습이 완전히 변모했다 하더라도.


기억이고 뭐고 전부 잃었다 하더라도.



그 또한 자신과 같은 사람이었는데---





- 너는 내가 무서운 거 아닌가? -





"......"



머릿속에서 조금 전에 들은 말이 메아리친다.




가장 먼저 떠올린 건,

그에게 속내를 들켰다는 부끄러움.



이어서 떠올린 건,

결국 자신은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깨달음.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저 검은 짐승은 겉만 저럴 뿐,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그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했는데.

'같은 처지'로서 유일한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마음속 어딘가에선,

저 사람을 자신보다 밑인 '괴물'이라 여겼던 거라고.





그리 깨닫고 말았다.





"----나, 진짜 쓰레기네."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건.

자기혐오로 얼룩진 한 마디.





자각은 했지만,

역시 자신은 성격이 썩어빠졌다는 슬픔이 밀려온다.



그리고

그 사실을 저 검은 짐승도 깨달았을 거라는 안타까움도.





아아.

저 사람이라면 혹시나 유일한 이해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여겼건만---




---그럴 리가 없었던 거다.

그렇잖은가.





한껏 친근하게 행동하고,

어떻게든 함께 있으려 해도.


그 속내는 괴물로 여겨 무서워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그저 자기만족을 위해 친해지려고 했다.



저주에 걸려 괴물로 변하고 만 이를 봤음에도.

동정이나 연민보다 기쁨이 앞서고 말았다.



'저 사람이라면 이해해 줄 거라고'



'같은 패배자끼리 나를 위로해 줄 거라고'.







멋대로 상상하고.



멋대로 행동한 채.



멋대로인 환상을 본인에게 들켜 버렸을 뿐인 이야기.





- 나오미. 두 번 다시 제 앞에 얼굴을 보이지 마세요.

무능한 당신에게 저 빛의 창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허튼 생각을 하려거든,

조금이라도 바깥세상에 눈을 돌리는 게 좋을 테지요.’



응. 정말로.

언니에게 들었던 말대로다.





이렇게 무능하고 비겁해서야,

외면당하는 게 당연할 테지.





"---나, 진짜 여기서 뭐 하는 걸까."





멍하니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붉은 소녀는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본다.





무능한 동생.



재앙 밖에 불러오지 않는 멸망의 근원.



비천하기 그지없는 천민의 핏줄.





어느 정도 세상살이에 눈이 뜨이고,

머리가 굵어졌을 때부터 줄곧 그런 말을 들어왔다.





그 시선에 못 이겨 도망치듯이 무작정 거리로 뛰쳐나왔지만.

그러한 대우는 바깥세상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된 순간,

누구나 다 적대적으로 대했다.



던져진 돌에 머리가 깨져서 피가 흐르고.

경비병조차 합심해서 구타하는 모습에 눈물보다 웃음이 튀어나왔던가.






그럴 때면 으레 그러하듯,

‘어차피 나는 쓰레기니까 어쩔 수 없지’라 넘어가려 했지만.


그래도 역시 답답한 건 답답한 거다.






이 현실을 잊어 버리고 싶어서.


이런 나라도 어떻게든 할 수 있단 걸 증명하고 싶어서.



----그리고 엉겁결에 괴물한테 살해당하면,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




반쯤 자살하려는 심정으로.

믹틀란(지하 감옥)에 발을 들여놓았던 건데.



“...정신 차려보니 나도 다른 사람들이랑 다를 게 없었네.”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전혀 다른 장소.

아주 먼 옛날로 찾아왔건만.



결국 이뤄낸 것은 아무것도 없이.

본성만 자각하고 만다.





사회에서 매장당한 거나 다름없는 검은 짐승을 보고 기뻐하며.

나를 위로해주지 않을까 싶어 친해지려 한 주제에.



속으로는 그를 업신여기고 괴물로 여겨 왔다니.

이래서야 수도의 사람들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무심결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괜히 팔뚝으로 거세게 눈을 비빌 때였다.





어느샌가 도달한 공터에서.

소녀는 그 대화를 들었다.





“두목, 정말 여기서 죽치고만 있어도 되는 검까?

다른 상회의 녀석들은 쳐들어간다니 뭐라니 난리인뎁쇼.”



“멍청한 새끼! 대체 몇 번을 말하게 하는 거야?

그딴 식으로 해봤자 요정 놈들의 소굴은 못 찾는다 했잖아.



좆같긴 하다만 정령술이 있는 이상,

녀석들이 우리보다 한 술 더 위라 이 말이야.”



‘!?’



베라른의 숲과 바깥을 구별하는 대지경계선.

그곳으로부터 불과 1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터에 사람들이 있었다.




부랑자마냥 더러운 망토와 로브를 쓰고 있는 사내들이 20명.



겉보기에는 험악한 인상 외에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문제는 그들의 무장이다.




‘뭐야 저건...? 전쟁이라도 하려는 거야?’



반사적으로 수풀에 몸을 숨겨 목만 빼꼼히 내놓던 도중,

나오미는 소리 없이 경악했다.



공터의 왼켠에 커다란 수레와 짐차가 각각 세 대씩 놓여 있다.

그것도 병기구로 가득 찬 짐차들이.



“알겠냐? 각하의 명령은 일단 지키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이거야.

눈치가 있어야지, 눈치가. 응?


다른 상회 놈들은 그걸 몰라.

공적을 세우는 건 좋아, 좋다 이거야!


하지만 사람은 모름지기 머리를 써야지, 머리를.

하여간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이라니깐.”




유달리 삐쩍 마른 남자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히죽거리고 있다.



거리가 있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발밑에 있는 뭔가를 짓밟고 있는 듯하다.



“대정령이 마을을 은폐한 데다가,

자칭 천명의 무녀라는 미친 여자가 있으니까 보통 방법으로는 안 된다고.


그럼 이쪽도 머리를 써야지.

‘이 녀석들’을 써서 말이야.”



“오오, 고객님의 요청이라 생각했는데, 이거 전부 두목님의 독단이셨슴까?”



“당연하지. 마, 이게 머리 좋은 놈이 살아남는 방법이다.

이 요정 새끼들은 복덩어리인 거지.”



‘요정...?’



남자들의 대화에 눈가를 찌푸리다 말고,

나오미는 눈을 가늘게 떠 유심히 남자의 발치를 응시했다.



어떻게든 인식하려던 것도 잠시뿐.

그 정체를 깨닫자마자 붉은 소녀는 서둘러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시체다.


그것도 요정들의 시체.


종족 구분 없이 숱한 요정들이 주변에 흩뿌려져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요정들의 피라고 할 수 있는 황금빛 가루가 공터 위를 장식하며.

시체들을 남자들이 스트레스라도 풀듯이 툭툭 차대고 있다.



"근데 두목, 이렇게 많은데 몇 마리 정도는 가져가도 되지 않슴까?

못해도 한 마리 정도는---"




머리가 새하얘진 것도 잠시뿐.

정신을 차린 나오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살아 있는 요정들이 있다.



'두목'이라 불린 안경 쓴 남자의 뒤쪽,

6마리 정도의 요정들이 사슬로 묶여 있다.



이미 수차례 고문이라도 당한 듯.

황금빛 가루가 몸을 장식해 번쩍거리지만, 아직 살아 있다.



“좀만 참아라 마.

계획에 쓸 놈들을 제외하면 나머진 수도에서 팔아야지.


요즘 그 미친 여자 때문에 시발, 공급이 말이 아니라니깐.

달랑 한 마리라도 이게 얼마냐, 응?"




‘요정 사냥’.



지난 일주일간 계속 들었던 단어가 뇌리를 스쳐 갔다.

역사나 고전문학, 신학서 등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던 내용.




나오미가 살아가던 현대에서 요정들의 수는 극소수였다.




대정령도 먼 옛날에는 20명 이상 있었다고 하나,

최근까지 존재가 확인된 이는 단 3명밖에 존재치 않는다.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로...?'



분명,

'바람의 시대'라고 해서 요정과 대정령의 숫자가 격감하게 된 시대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건 인간들에 의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들도 요정과 같은 피해자들.



악신의 봉인이 일부 풀리면서,

그 여파로 수많은 인간과 요정들이 학살당했다고 배웠다.




'요정 사냥'이란 건 역사 시간에 나온 적이 없을 뿐더러.

인간이 요정을 저렇게 다루었다는 내용은 들어본 적도 없다.





게다가---




'그 바람의 시대도 3대 무녀님 때의 이야기고.

아렌 씨는 2대 무녀라 했으니까...

여기가 정말 그보다 더 이전의 세계라면---'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아아아아아----!!?"



"!!"



"아파! 아픈 거야! 그만두는 거야!"





풀의 요정 한 마리가 울부짖는다.



서둘러 훔쳐보니,

남자들 중 일부가 살아 있는 요정의 배를 산 채로 후벼 파고 있었다.





'저건...!'





피를 채취하는 거라고, 순식간에 이해했다.


요정의 몸에서 나오는 가루를 병에 담고 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요정이 내뿜는 것들은 무엇 하나 귀중한 자원.

그것은 요정의 숫자가 급감한 현대에서도 상식이다.




눈물 한 방울만으로도 별장을 살 정도이니,

그 피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아 존나 시끄러워 시발. 앵앵거리지 좀 마라!"



고통에 몸부림치는 요정을 주먹으로 후들겨패는 걸 보고.

일순,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붉은 소녀는 차마 수풀에서 뛰쳐나가지 못한 채 몸을 떨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돼?



어떡하면 좋은 거야?




"......!!!"





머릿속으로는 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눈앞에서 요정들이 괴로워하는 거다.



지난 일주일간, 사이좋게 지내 왔던 요정들의 모습이 떠올라서.

당장 저들을 구하자고 양심이 호소해 온다.



하지만---





'---저걸 어떻게 이기란 거야.'





숫자는 20명을 넘는데다가 전부 무기를 쥔 사내들.

이쪽은 짐승을 쫓느라 무리해서 권능을 쓴 탓에, 신력이 바닥나 있다.



호신술은 커녕,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정령술도 도저히 전투용이라고는 할 수 없다.





---불가능하다.



이기지 못한다.


저 상황에서 요정들과 함께 무사히 빠져나갈 방도는 없다.



양심과는 달리, 이성이 정확하게 견적을 짜낸다.

본능이 냉정하게 도망치라고 판단을 내린다.





"아아아아아----!!"





재차 들려오는 건 또 다른 요정의 비명.



칼로 눈을 도려내는 적나라한 광경에,

소녀는 다리를 떨며 뒷걸음질 쳤다.





저 칼에 당하는 게 '자신'이 될 거라는 생각에,

공포가 양심보다 앞서면서.



붉은 소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조심스럽게 뒤를 향했다.





"아렌---! 아렌-----!!

살려 줘요, 아렌---!!"





이슬을 비롯해,

아직 살아 있는 요정들이 일제히 '무녀'를 찾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잠시 소녀의 발이 멈칫하지만---





'---아니야.'



그들이 찾는 건 천명의 무녀.

정통한 혈통을 지니며, 능력있고 고귀한 무녀이다.



그래.

그 아렌이라는 여성을 찾는 거다.



저들을 구할 이가 있다면 다름 아닌 그녀다.

그녀처럼 실력 있고, 유능한 누군가일 테지.





"와 진짜 입을 안 다무네 이것들. 야, 재갈 없냐?"




"재갈은 다른 상회 놈들이 빌려가서 없는데... 그냥 혀를 지지면 안 됩니까?

어차피 피만 얻으면 되니."




뒤쪽에서 들려오는 대화를 애써 무시한다.

자신에게 저들을 구할 힘따위 없다.





여기서 뛰어들어봐야 뭘 할 수 있는가?



저들을 후들겨팰 힘이 있나?



그런 무쌍을 찍을 능력이 있나?





'---아무것도 없잖아'




일주일 전, 괴물들을 전멸시켰던 검은 짐승을 떠올린다.

그 검은 짐승과 대등하게 맞서 싸웠던 금발의 무녀를 떠올린다.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



그들은 힘이 있는 자.

누군가를 구할 여력이 있는 이들, 그럴 능력이 있는 이들이다.





그러니 그런 건 전부 그들에게 맡기면 된다.

어차피 아무도 자신을 책망할 수 없다.




"...평소에 너흰 항상 '무능하다'고 욕해왔잖아.

그럼, 여기서 도망쳐도 아무 말 못 하는 거 아니야...!"





눈을 질끈 감은 채.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듯이 붉은 소녀는 읊조린다.





아무도 욕할 자격이 없다고.

여기서 도망쳐도 무엇 하나 문제는 없다고 되뇌이면서.



그 검은 짐승이, 금발의 무녀가 욕한다 한들.

어차피 나는 쓰레기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한 발짝.



도망치고자 발걸음을 내디뎠을 때.





"----무녀님..."





----그건 자신에게 향한 말이 아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소녀에게 말한 게 아니었다.





그건 정통성 있는 금발의 무녀를 찾는 말.


무능한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단어.





하지만---




"----"




잊을 수 없는 뒷모습이 있다.





언제나 당당하게 서 있던 그녀.



온갖 손가락질과 고난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지팡이를 쥔 채 고고하게 고개를 들던 그녀.



기다란 은빛 머리칼을 나부낀 채.

거리낌 없이 앞으로 나아가던 뒷모습을.





- 기억해 두세요, 나오미.

어떻게 살아갈지를 정하는 건 자기 자신입니다.



내가 천명의 무녀로서 살아가기로 결심했듯이.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하세요. -



그건 멀고 먼 옛날의 기억.



지금처럼 되기 전,

아직 순수하게 동경하던 시절의 추억.




그 뒷모습을 잊을 수 없었기에.

그녀가 자신에게 걸었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기에.



자신은 자살까지 각오하면서,

'지옥(믹틀란)'에 들어왔단 걸 떠올리고---





"좋아, 연장 제대로 쥐고 있어라.


일단 시끄러운 입부터----크읏!?"



"뭐,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작스러운 빛과 함께 요정들의 모습이 온데간데 사라지면서.

남자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그런 요정들과 교대하듯이,

한 명의 소녀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붉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무엇 하나 특별할 것 없는 여자아이.



지팡이를 쥔 손은 가녀리다.

몸집은 성인 남성의 허리에 미칠까 말까 하다.




무리한 순간이동의 여파로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버린 채.

두 다리는 당장에라도 쓰러 질듯 떨리고 있다.




그런데도.


갈색의 눈만큼은 격렬하게 불타고 있어서.





"그만두세요! 이 이상 이 아이들을 괴롭힌다면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그 모습은.


숲을 지키는 천명의 무녀와 닮았다고.



그녀를 본 요정들은 누구나 그리 생각했다.


작가의말

짐승은 완성형, 나오미는 성장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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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5) 22.12.25 10 1 15쪽
23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4) 22.12.23 12 1 12쪽
22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3) 22.12.21 9 1 12쪽
21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2) 22.12.19 9 1 10쪽
20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1) 22.12.18 9 1 11쪽
19 4절 - 방어전 : 베라른 (7) 22.12.16 10 1 10쪽
18 4절 - 방어전 : 베라른 (6) 22.12.14 10 1 8쪽
17 4절 - 방어전 : 베라른 (5) 22.12.12 10 1 14쪽
16 4절 - 방어전 : 베라른 (4) 22.12.11 14 1 13쪽
15 4절 - 방어전 : 베라른 (3) 22.12.07 9 1 11쪽
14 4절 - 방어전 : 베라른 (2) 22.12.05 9 1 11쪽
13 4절 - 방어전 : 베라른 (1) 22.12.04 9 1 9쪽
12 3절 - 동화의 끝 (4) 22.12.02 9 1 13쪽
11 3절 - 동화의 끝 (3) 22.11.30 8 1 16쪽
10 3절 - 동화의 끝 (2) 22.11.28 9 1 13쪽
9 3절 - 동화의 끝 (1) 22.11.27 12 1 12쪽
8 2절 - 요정 사냥 (4) 22.11.25 9 1 16쪽
7 2절 - 요정 사냥 (3) 22.11.21 11 1 11쪽
» 2절 - 요정 사냥 (2) 22.11.20 12 1 16쪽
5 2절 - 요정 사냥 (1) 22.11.18 16 1 14쪽
4 1절 - 천명의 무녀(3) 22.11.16 14 2 13쪽
3 1절 - 천명의 무녀(2) 22.11.14 19 2 12쪽
2 1절 - 천명의 무녀(1) 22.11.14 23 3 14쪽
1 프롤로그 22.11.14 46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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