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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왕과 붉은 무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영업이
작품등록일 :
2022.11.12 03:01
최근연재일 :
2022.12.28 20:0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41
추천수 :
30
글자수 :
140,646

작성
22.12.0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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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절 - 방어전 : 베라른 (1)

DUMMY

질주한다.



광할한 숲을 돌파하면서,

검은 짐승은 최고 속도로 주파해간다.



주변 환경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저 앞만 향해 돌진하는 건 흡사 불도저와 같다.





어깨로 나무를 쓰러트리고,

꼬리로 바위를 박살 내면서.





거침없이, 난폭하게,

그러면서도 확실히 마을을 향하여.


검은 괴물은 폭주하듯이 돌진해간다.





(히이이이이이익----!!?)





당연하게도,

그런 무차별적인 질주를 일반인이 견딜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나오미는 필사적으로 사자 머리의 갈기를 붙잡으며,

눈을 질끈 감은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좋아, 거의 다 왔군!

꽉 잡아라, 꼬맹이!"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나오미는 갈기를 움켜쥐는 걸로 대답했다.



그와 함께 짐승은 나무를 박차며 크게 도약.



받침대가 된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가며,

짐승과 나오미는 그대로 20미터 가까이 하늘을 활공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닥치고 있어, 혀 깨문다고 했잖나!!"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는 나오미에게 일갈하면서,

짐승은 착실하게 태세를 바로잡아 추락하듯 착지해냈다.





'쾅'.


하늘에서 바위라도 떨어진 듯한 굉음과 함께,

지면이 박살 나버린다.





"이건..."





"히익, 히익, 히익....!"






어깨줏지로부터 숨이 끊어질 듯한 숨소리가 들리지만 무시.

검은 짐승은 눈가를 가늘게 하며 주변을 탐색했다.





짐승과 나오미가 도착한 곳은,

요정의 마을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대로였다.




천연의 야생이나 다름없는 베라른의 숲에서도,

유일하다시피 정돈된 길이 이곳이다.






숲의 외곽을 경유해,

베라른을 우회할 목적으로 인간들이 멋대로 만든 교역길이었으나,

지난 한 달 동안 이곳에 올 일은 거의 없었다.



요정 사냥꾼들의 목적은 숲 중앙에 있는 요정의 마을.


주변을 빙 도는 것에 불과한 이런 길따위,

아무리 정비되어 있어도 찾아오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대로는 언제나 조용하고 고요했다고.

검은 짐승은 그리 기억하고 있었으나---




오늘만은 달랐다.




“꼬맹이, 각오는 되어 있나.”



“사, 사자씨?”






낯설기 그지없는 냄새가 있다.



땅을 흔드는 울림이 있다.






멀찍이 떨어져 있음에도 느껴지는 지면의 진동.

밤바람에 섞여 풍겨 오는 수많은 내음과 섬뜩한 감각까지.





평소 정적과 침묵으로 가득 차있던 이 길목이.

오늘 밤만큼은 엄청난 소란과 살기로 가득 차 있어서.






검은 짐승은,

온몸의 털을 쭈뼛 세우며 이빨을 드러냈다.





“이건 이쪽이 전적으로 불리한 싸움이다.

정면에서 오는 숫자만 어림잡아 600마리.


마을에는 이미 200마리 넘게 침입했군.”




“그런...!”



검은 짐승은 노려본다.



차가운 냄새가 풍겨 오는 대로의 너머를.

통솔된 발소리가 밤을 어지럽히는 방향을.



근육을 부풀린 채 으르렁거리는 짐승을 보고,

나오미도 어떻게든 몸을 틀어 어깨 위에서 그와 같은 방향을 응시했다.





얼마나 그렇게 바라보았을까.



짐승에 비해 청력과 시력이 그리 좋지 않은 나오미였으나,

어떻게든 시력을 강화시키며 바라본 결과.



'그들'을 보았다.



“뭣!?”



횃불을 드높이며 진군해 오는 건,


동색으로 빛나는 갑옷을 입은 군단.






오와 열을 맞추어 척척 걸어오는 발소리와

절그럭거리는 갑옷소리가 고요했던 숲을 깨우면서.





누구 하나 농담하거나 해이해진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앞장서는 지휘관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진군하고 있다.




지금까지 봤던 건달들과는 확연히 다른 훈련도.


그 규모와 수준만으로도 놀라우나,

나오미가 가장 경악한 건 그들 전원이 어깨에 들쳐메고 있던 어떤 ‘무기’였다.



“‘천사’...! 말도 안 돼!!

어째서 천사의 무기를 저 사람들이...!?



교회에서도 이단 심문관만 다루는 무기를...!

그것도 하필 교회의 상징인 무녀를 향해서!?”



칼이 아니다.



창이 아니다.



그렇다 하여 날붙이도 아니다.



길이는 대략,

성인 남성의 팔 하나와 맞먹을 길이.




각종 부품들이 자잘하게 모이고 조립하여,

‘신의 힘’을 풍겨 오고 있는 저 무기는 틀림없이---



천사들이 인간에게 선사했다고 교회에서 가르쳤던,

‘천사의 무기’들이었다.



“!!”



가장 앞열에 서 있던 군인들이 어깨에 들쳐메던 무기를 들어,

기묘한 자세를 잡았다.



거치대를 어깨에 대고.


한쪽 무릎을 꿇어.


오른쪽 눈을 무기에 바싹 댄 채 짐승을 향해 ‘조준’을 맞춘다.



“사자씨, 피해요!!”



그녀의 외침과 숲을 울리는 파열음.

땅을 박차는 소리는 거의 동시였다.






검은 짐승이 서 있던 자리에서 ‘뭔가’가 박혀나감과 동시에,

땅에 놓여 있던 자갈들이 박살나서 비산한다.



0.5초도 안 될 간발의 차로

‘뭔가’를 피해낸 짐승은 지면에 착지해,


곧장 어깨에 들쳐멘 나오미를 등 뒤로 던져냈다.



“뛰어라, 꼬맹이! 이놈들은 내가 맡는다!”



“하지만---”



지면에 내동댕이쳐진 충격에 아파할 틈도 없이,

나오미는 벌떡 일어나 짐승의 등을 올려다보았다.




이길 수 있을 리 없다고,

도망쳐야 한다고 말하려 했다.




저것이 정말로 현대에서 ‘천사의 무기’라 불리는 이단 심문관의 그것이라면,

이 검은 짐승이 이길 리가 없다.



그들의 주요 업무는,

‘짐승병’에 의해 폭주한 병자들의 체포와 사살.




악신의 권속이 된 검은 짐승에게 있어,

천적이나 다름없는 무기인 것이다.



“닥치고 달려! 가서 아렌이랑 합류해!

이놈들을 전부 마을에 들여보냈다간 진짜로 끝이다!



여기서 어떻게든 막아----”



말이 채 끊어지기도 전에,

연달은 파열음들이 숲을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검은 짐승의 몸이 작게 뒤흔들려,

그의 몸으로부터 피가 방울져 떨어졌다.





"----"




검은 짐승은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아까 전처럼 간발의 차로 피할 수 있었을 텐데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선 채,

10발이 넘는 사격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 피를 흘린다.





어째서?



그런 건 말할 것도 없다.





".......!! 사자씨, 조금만 싸우다가 도망쳐요!

알았죠?!

저 무기들은 아마 사자씨한테 천적일 테니까...!"





그 말만을 남긴 채,

붉은 소녀는 뒤돌아 마을 쪽을 향해 달려갔다.




등 뒤로에서 익숙한 냄새가 멀어진 걸 느끼고.

검은 짐승은 묵묵히 몸 안에 파고든 동그란 ‘뭔가’를 손가락으로 후벼 파냈다.




그사이.

인간들의 군대가 10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도달하면서.




소란스러운 갑옷소리와 함께 행군이 멈췄다.




"설마 그 건달 놈들의 목격담이 진짜였을 줄은.


네 자식이 그놈인가?

각하가 말씀하셨던 '짐승의 왕'이라는 괴물은."




가장 최전열에 서 있는 지휘관이,

몇 발자국 앞으로 나오며 말을 걸어왔다.





다른 인간들과 비교해 두터운 갑옷을 입고,

등 뒤에 도끼와 '천사의 무기'인지 뭔지를 짊어지고 있으나.



단지 그것뿐이다.



검은 짐승에게 있어 상대가 무슨 복장이고 뭘 가지고 있는지,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하아아아아...."





‘자아’를 자각한 뒤로 대략 반년.






눈을 뜬 뒤로 수많은 싸움을 반복했다.

괴물을 죽이고, 인간을 죽이며, 무수한 악마를 죽여 왔다.





그렇게 싸워왔던 이유는 딱 하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소음'을 없애고자 했기에.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번만큼은 다르다.





"아아아아아■■아■■■-----!!”





아가리를 쳐들어 포효한다.



전신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꼬리로 사납게 지면을 후려쳐 박살 낸다.





이번만큼은 충동에 사로잡혀,

허무함을 잊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닌.


다른 이유를 위해 싸우기로 마음먹으면서.





검은 털로 뒤덮인 괴물은,

황금색 눈을 부릅 떠 눈앞에 있는 '사냥감'들을 노려보고.



이를 본 군인들 사이에서,

짧은 비명과 함께 적잖이 동요가 흘러나왔다.




"당황하지 마라!!


상대는 저주에 의해 미친개새끼 한 마리뿐!

겁먹을 필요가 어디 있나!"




심상치 않은 살기에 대항하듯이.

지휘관이 고함을 지르며 부하들을 고무시킨다.



허리춤에 칼을 뽑아 하늘 높이 치켜들면서.

지휘관의 거친 목소리가 대로를 가득 채운다.



“1소대에서 3소대까지, 사격 준비!!



목표는 전방에 괴물 한 마리, 준비된 소대로부터 발사한다!!”




도약을 위해 짐승의 발이 지면을 파고든다.


요격을 위해 지휘관의 칼이 공중에서 미세하게 흔들린다.




양쪽 진영이 서로 대치하는 짧은 시각은,


무척이나 길면서도 짧게 느껴지면서.




“쏴라!!”



“■■■■■■■■...!!”




짐승이 포효하는 것과 동시에,


격렬한 파열음이 밤하늘에 울려 퍼지며.



숲의 존망을 건 교전이 시작했다.


작가의말

전쟁 시작



일단 보는 사람 유무 관계없이 6절까지는 쓸 건데, 


그 이상은 반응 없음 쓰기 힘들 듯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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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6절 - 재앙과 영웅 (2) 22.12.28 6 0 13쪽
25 6절 - 재앙과 영웅 (1) 22.12.26 7 0 7쪽
24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5) 22.12.25 11 1 15쪽
23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4) 22.12.23 13 1 12쪽
22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3) 22.12.21 10 1 12쪽
21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2) 22.12.19 10 1 10쪽
20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1) 22.12.18 10 1 11쪽
19 4절 - 방어전 : 베라른 (7) 22.12.16 11 1 10쪽
18 4절 - 방어전 : 베라른 (6) 22.12.14 11 1 8쪽
17 4절 - 방어전 : 베라른 (5) 22.12.12 11 1 14쪽
16 4절 - 방어전 : 베라른 (4) 22.12.11 15 1 13쪽
15 4절 - 방어전 : 베라른 (3) 22.12.07 10 1 11쪽
14 4절 - 방어전 : 베라른 (2) 22.12.05 10 1 11쪽
» 4절 - 방어전 : 베라른 (1) 22.12.04 10 1 9쪽
12 3절 - 동화의 끝 (4) 22.12.02 10 1 13쪽
11 3절 - 동화의 끝 (3) 22.11.30 9 1 16쪽
10 3절 - 동화의 끝 (2) 22.11.28 10 1 13쪽
9 3절 - 동화의 끝 (1) 22.11.27 12 1 12쪽
8 2절 - 요정 사냥 (4) 22.11.25 10 1 16쪽
7 2절 - 요정 사냥 (3) 22.11.21 12 1 11쪽
6 2절 - 요정 사냥 (2) 22.11.20 12 1 16쪽
5 2절 - 요정 사냥 (1) 22.11.18 16 1 14쪽
4 1절 - 천명의 무녀(3) 22.11.16 15 2 13쪽
3 1절 - 천명의 무녀(2) 22.11.14 20 2 12쪽
2 1절 - 천명의 무녀(1) 22.11.14 24 3 14쪽
1 프롤로그 22.11.14 4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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