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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왕과 붉은 무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영업이
작품등록일 :
2022.11.12 03:01
최근연재일 :
2022.12.28 20:05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342
추천수 :
30
글자수 :
140,646

작성
22.11.14 12:15
조회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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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포효가 일어났다.



가슴에서부터 미어터지는 듯.

고막을 뚫고 뇌를 강타하는 거대한 울음소리.


괴성은 그대로 감옥 전체를 뒤흔들면서.

소리를 들은 이들은 모두 몸을 떤다.



‘또야.’


‘오늘도 그놈이 눈을 떴어.’



지상으로부터 약 20Km 밑.

거대한 지하 공동을 메우는 건 무수한 발소리였다.



인간.


악마.


짐승.



종류를 가리지 않고 생물들은 ‘그것’을 피해 도주한다.


도망쳐봤자 소용없다는 걸 모르는 걸까.

그도 아니면 도망치지 않고선 못 배기는 걸까.


어느 쪽이든 부질없는 짓이다.


그 짐승을 상대로 도망칠 수 있을 리 없다.

이 지하 감옥은 ‘저것’에게 있어 홈그라운드나 다름없으니까.


그렇잖아?


감옥에 갇힌 수감자인 주제에.

순수한 힘과 광기만으로 입장을 뒤집어 버린 게 저 괴물이니까.



간수인 인간들은 도망치는 데 급급하다.


짐승들은 꼬리를 말고 숨어드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악마들조차도 저 괴물에게는 머리를 조아려 자비를 구한다.



“■■■■■■■■■■-----!!!”



두 번째 포효와 함께 비명이 쏟아져 내렸다.


도망치려던 이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그 괴물은 너무나 손쉽게 먹잇감을 잡아냈다.


‘살려달라’는 탄원 뒤에는 무언가가 박살 나는 소리가.

‘끼잉, 끼잉’거리는 울음소리 뒤에는 무언가가 짓이겨지는 충격음이.



한참 동안 계속된 광기 어린 폭음은,


살아 있는 이들이 모조리 없어지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



주변에 흩뿌려진 건.

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이와 붉은 피 웅덩이뿐.


모든 것이 새빨갛게 물들여진 바닥 위에.

그 짐승은 홀로 서 있었다.



[오오, 수고했어.

일어나자마자 무작정 싸움부터 하고 본다니. 너도 참!

혈기 왕성한 것도 정도가 있지. 뭐 안 좋은 꿈이라도 본 거니?]



‘나’는 그를 향해 둥실둥실 날아가 말을 걸었다.


저 괴물은 성격이 더러운 데다가

툭하면 으르렁거리는 녀석이지만,

딱히 상관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저건 나를 해치지 못하니까.



애초에 이미 죽었는 걸.



“...”



[모처럼이니까 이야기나 좀 하자.

난 이곳에 오래 있었으니까, 너가 듣고 싶어 하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무시.


검은 짐승은 내 쪽에 눈길조차 보내지 않는다.



말없이 뒤돌아서서는 저벅저벅 자리를 떠나는 괴물 한 마리.


그 뒷모습을 보며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하아... 정 없는 녀석. 모처럼 자아가 남아 있건만 아쉽게시리.]



저주를 받아 짐승이 된 이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저 시커먼 괴물은 도저히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모습이다.


3미터에 달하는 덩치와 근육질의 몸까지는 좋다.


거기까지는 뭐, 응.

두 발로 걷고 있으니 사람 같다고도 할 수 있겠지.


문제는 그 몸통에 붙어 있는 게,

갈색의 갈기를 두른 사자의 머리란 것.


길고 흉측한 손발톱은 낫이나 다름없고.

용을 연상시키는 기다란 꼬리마저 달려 있다.



영락없는 괴물.


해롭기 그지없는 짐승의 모습.



그런데도.

저 괴물은 다른 짐승들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또다시 짐승이 포효했다.

뒤이어 들려오는 건 여느 때와 다름없는 비명들.



그것이 일상이었다.


이 지하 감옥에서 검은 짐승이 반복하는 나날.



황금빛 눈은 항상 적을 찾고자 부라리고 있다.

강인한 두 발은 땅을 박차 사냥감을 추적하고.

눈에 띄는 생물이란 생물은 모조리 찢어발긴다.



[뭐가 그리 미련인 건지.

저래서야 다른 녀석들이랑 다를 게 없잖아.]



눈을 뜨면 싸우고,

그러다 지쳐서 잠이 들고.


이튿날 또 눈을 뜨면 싸우고,

또 잠이 들어.



싸우고



잠들고



싸우고



잠들고



그런 식으로.


저 괴물은 반년 동안 이 쓰레기장을 배회해 왔다.



- 어딘가에 있을 거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곳보다 깊숙한 어딘가에 분명. -



처음 말을 걸었을 때.

저 친구는 그리 답했던가.


저 괴물은 다른 짐승이나 악마처럼 본능에 따라 싸우는 게 아니었다.


그저 무언가를 찾아야만 한다고 느꼈고.

그 와중에 마주친 것들은 방해되니까 모조리 죽였을 뿐.



그런 말을 들으면 한 마디 물어보고 싶어진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그런 짓거리를 반년 동안 계속.

정말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 헤매고 있는 거다.


나는 고작해야 구경꾼에 불과하지만.

저리 필사적으로 난리를 피우면 신경도 쓰일 법하지.



[모른다고?]



- 그래. -



어느 날.


대체 뭘 그리 찾고 있는 거냐고 물었을 때.

짐승은 예상대로 그리 답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응, 정말로.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그야 나는 약간의 마법을 쓸 줄 알고,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게 많은 녀석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본인조차 모르는 걸 찾아줄 정도로 만능은 아니다.



[그럼 그냥 관두는 게 낫지 않을까?

슬프긴 하지만 그런 식으로 노력해봤자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여러모로 편해질 텐데?]



그런 내 진심 어린 충고에,


괴물이 꺼낸 답은 딱 한 마디.



- 누가 물어는 봤냐. -



그 뒤로.

검은 짐승은 내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무시하고 있다.



뭐어, 그러거나 말거나 항상 뒤를 쫓으며 관찰하고 있지만.


이유는 여러 가지 있다.


필사적으로 뭔가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무척 애처로워 보여서.

어쩌면 저 녀석이야말로 차기 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음.

솔직히 따로 할 일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매일 같이 둥둥 떠다니며 그 괴물을 구경하다가.



어느 날.


짐승이 지하 감옥에서 사라진 걸 눈치챘다.



[어라?]



서둘러서 기척을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괴물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예의주시하던 대상이 사라져 당황하는 것도 잠시뿐.


몇 시간 전에 일을 떠올려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그러고 보니까 오늘은 그 아이가 이곳에 찾아왔던가.

응, 그런 거라면야 대충 상상은 가네.]



그리 약해서야 어이가 없긴 하지만.

확실히 조건만 본다면야 그 아이도 대상이 되기는 한다.


그래도 설마 그 짐승까지 휘말려 버릴 줄은...

‘의식’에는 아직 내가 모르는 조건이라도 있는 걸까?



[으음... 별난 녀석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운이 없을 줄이야.

아니지, 오히려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여기가 아닌 어딘가.


지금이 아닌 언젠가로 짐승이 여행을 떠나버린 뒤.



무자비한 폭군이 사라진 지하 감옥은 너무나 조용해서.

지난 반년이 하룻밤 악몽처럼 느껴질 지경이다.


이 이변을 눈치챈 간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겠지.


그 짐승은 악마로 변하는 도중.

변이를 버티다 못해 자멸한 게 틀림없다고.



[그 착각은 그리 오래가지도 않겠지만.]



검은 짐승이 있었던 장소를 본다.


이변이 일어난 장소.

이미 무대가 열린 뒤, 덩그러니 남겨진 직원실과 다름없는 공동을.


무대가 열렸다는 표현은 꽤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옛날 옛날, 먼 옛날에~’.

그런 식으로 시작할 법한 동화 속 이야기가 현실로 펼쳐지고 말았으니까.


단---



[동화 같은 건 대부분 이야기에 불과하니까 즐길 수 있는 법이지만.]


작가의말

1. 가능한 월/수/금/일로 이틀씩 연재 예정.


취업 준비도 겸업하느라 안 될 때는 미리 후기로 쓸 듯.




2. 6절까지는 계속 쓸 생각입니다.


그 이상은, 보시는 분들이 있으신가에 따라 갈리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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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6절 - 재앙과 영웅 (2) 22.12.28 6 0 13쪽
25 6절 - 재앙과 영웅 (1) 22.12.26 7 0 7쪽
24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5) 22.12.25 11 1 15쪽
23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4) 22.12.23 13 1 12쪽
22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3) 22.12.21 10 1 12쪽
21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2) 22.12.19 10 1 10쪽
20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1) 22.12.18 10 1 11쪽
19 4절 - 방어전 : 베라른 (7) 22.12.16 11 1 10쪽
18 4절 - 방어전 : 베라른 (6) 22.12.14 11 1 8쪽
17 4절 - 방어전 : 베라른 (5) 22.12.12 11 1 14쪽
16 4절 - 방어전 : 베라른 (4) 22.12.11 15 1 13쪽
15 4절 - 방어전 : 베라른 (3) 22.12.07 10 1 11쪽
14 4절 - 방어전 : 베라른 (2) 22.12.05 10 1 11쪽
13 4절 - 방어전 : 베라른 (1) 22.12.04 10 1 9쪽
12 3절 - 동화의 끝 (4) 22.12.02 10 1 13쪽
11 3절 - 동화의 끝 (3) 22.11.30 9 1 16쪽
10 3절 - 동화의 끝 (2) 22.11.28 10 1 13쪽
9 3절 - 동화의 끝 (1) 22.11.27 12 1 12쪽
8 2절 - 요정 사냥 (4) 22.11.25 10 1 16쪽
7 2절 - 요정 사냥 (3) 22.11.21 12 1 11쪽
6 2절 - 요정 사냥 (2) 22.11.20 12 1 16쪽
5 2절 - 요정 사냥 (1) 22.11.18 16 1 14쪽
4 1절 - 천명의 무녀(3) 22.11.16 15 2 13쪽
3 1절 - 천명의 무녀(2) 22.11.14 20 2 12쪽
2 1절 - 천명의 무녀(1) 22.11.14 24 3 14쪽
» 프롤로그 22.11.14 48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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