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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왕과 붉은 무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영업이
작품등록일 :
2022.11.12 03:01
최근연재일 :
2022.12.28 20:0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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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추천수 :
30
글자수 :
140,646

작성
22.12.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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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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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절 - 방어전 : 베라른 (3)

DUMMY

“전열은 쏘자마자 뒤로 돌아가서 재장전!

후열은 일시 후퇴하는 부대를 엄호사격해라!



겁먹지 마! 발을 움직여!

당하기 싫으면 쏘는 걸 멈추지 마라!!”





요정들의 마을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대로에서

연신 파열음과 비명이 오간다.



쉴 틈도 없이 군인들이 쏴 제끼는 ‘탄환’은 그칠 기세 없이,

장대비마냥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다.



‘뭐냐 이건...’



600명에 달하는 군인들이 모두 천사의 무기를 사용하는 거다.




지형상 600명 모두 일제히 사격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3개로 나눠진 부대가 번갈아 사격하는 것으로,

공격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칠 줄을 모르는 파열음은 숲 전체를 울리며,

닥치는 대로 퍼붓는 사격으로 인해,

이미 대로 주변에 어지간한 장해물들은 박살 나 있었다.






나무들은 구멍 투성이가 되어 쓰러지며,

바위들은 폭발음과 함께 자갈이 되어 무너진다.

지면마저 여기저기가 금이 갈 정도.





주변 환경이 초토화된 것만 보더라도.

틀림없이 지금의 이 공세는 '고화력'이라 칭할 수 있을 터였다.




문제가 있다면 단 3가지.



‘뭐냔 말이다, 이건...!’





집중포화를 처먹인지도 10분이 경과했다는 점.




이쪽의 병력은 줄어드는 반면,

상대는 조금도 기세가 죽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600명의 군대가 대치하는 상대가 단 ‘한 마리’뿐이란 점이었다.



“대체 뭐냔 말이야, 저 괴물은...!!!”



“■■■■■■■■-------!!”



200발 이상의 연사로 인한 폭음조차,

거대한 포효소리에 뒤덮이고 만다.




최전방에 있던 병사들의 목 8개가 단숨에 공중으로 흩뿌려지면서.

그걸 본 일부 군인들이 욕설과 비명을 내질렀다.





"뭐, 뭐야 저건 대체---!"





"천사의 무기가 안 먹혀!! 분명히 악신의 괴물인데---!"





"주, 죽어, 죽어 죽어 죽어어어어-----!"





"---!"






짐승의 꼬리가 근처에 쓰러진 시체를 휘감아 그대로 내던진다.





또다시 폭발적인 파열음이 숲을 뒤덮으며,

공중에 붕 뜬 병사의 시체가 벌집이 된 순간.





"■■■■■■----!!"





시체를 방패막이로 삼은 채 검은 짐승은 크게 도약.



순식간에 군인들의 무리속으로 착지하면서,

노성에 가까운 울부짖음과 함께 온몸을 회전시켰다.



꼬리에 얻어맞은 4명의 늑골이 박살 난다.

손톱에 휘저어진 인간의 몸이 갑옷째로 두 동강이 났다.






단 한 번의 회전만으로 13명 이상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자,

지근거리에서 그걸 본 병사들은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질러댔다.





"재, 재앙이다---!! 이건 악신의 재앙이야---!"





"히이이이익, 살려 줘---!"





“큭... 뭣들 하고 있나! 당장 쏴라!

도망치는 놈들은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쏴제껴!!”




명령 뒤에 이어지는 집중포화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나 다름없었다.

동료들이 갑옷째로 찢겨나가는걸 이미 수십 번이나 본 것이다.



저 괴물이 자신들 쪽으로 오는 순간,

그 꼴이 나는 건 누가 될지 뻔히 알고 있기에.





뒤쪽에 있는 병사들은,

절규나 다름없는 함성을 내지르며 무아지경으로 사격을 퍼붓는다.






"-----!"





고막이 터져 나갈 듯한 파열음 속.

도망치던 병사들이 구멍 투성이가 되어 우수수 쓰러져 가는 가운데.





검은 짐승은 반사적으로 울창한 나무들이 있는 쪽으로 점프.

서둘러 나무들이 즐비한 숲속으로 몸을 숨기면서.





"저기다! 놈이 도망친 틈에----, 뭣?!"





다음 순간.



뿌리째 뽑힌 거대한 나무 5그루가,

연달아 후방에 위치한 군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나무들이 순식간에 군대를 덮쳐 사격이 멈춘 사이.




그 틈을 놓칠세라,

검은 짐승의 거체가 이번에야말로 본대를 향해 질주하면서---



“큭...!!”



'챙'.

커다란 금속음과 함께 걸음을 멈추었다.





본대의 지휘관인 전사,

가일이 혼신의 힘을 다해 도끼로 짐승의 질주를 막아 낸 것이다.



“그으으윽, 괴물 새끼가....!!”



“그르르르르----!!”



검은 짐승과 직접 맞부딪혀 힘겨루기하면서,

가일은 뼈저리게 이해했다.




이건 지금까지 숨통을 끊어왔던 일반 괴물들과 차원이 다르다.




그야말로 예외 중의 예외.

악신의 저주가 한데 모여 형태를 이룬 듯한 악마나 다름없다.



천사의 무기를 수십, 수백 발 처맞고도 멀쩡한 거다.



이제껏 저주로 괴물이 된 놈들따위,

3~4발이면 피를 토하며 소멸했건만.






이 괴물은 그런 탄환을 수 백발 이상 처맞고도

거리낌 없이 폭주하고 있다.



“크오오오오옷....!?”



근육의 힘줄이 끊어진다.



‘천사’가 남긴 병기 중 하나인 특수한 도끼가 연기를 뿜으며 부서져간다.




특별제작된 정령의 갑옷마저 삐걱거리며,

짐승의 힘을 버티지 못한 채 금이 가기 시작한다.



“거슬린다!

잠자코 뒤져라, 쓰레기!!”



온몸에서 피를 흘린 채,

그러나 그 무수한 상처마저 초고속으로 회복되면서.



검은 짐승은 흉악하기 그지없는 손톱을 밀어붙여,

더더욱 가일의 목을 향해 전진시켜갔다.



이길 수 없다고.


가일은 직감했다.



온몸을 지탱해가던 정령의 갑옷이 부서져간다.

짐승의 맹공을 버티는 도끼가 끄트머리부터 망가져 간다.




“이게... 짐승의 왕... 이란 건가...!?”



‘짐승의 왕’.



신화에서 악신과 3명의 신이 전쟁을 벌였을 때,

악신의 오른팔로서 활동해 신들을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였다는 괴물.



그 존재를 방불케 하는 흉악한 짐승을 앞에 두고,

가일이 눈을 질끈 감았을 때였다.








푸른빛이 일순 번개라도 친 듯이 번쩍하며,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짐승의 몸이 뒤로 크게 나가떨어졌다.




"큭---!?!"




“저격병인가...!!”



대량의 피와 함께 짐승이 지면을 구르는 걸 보고,

가일은 순식간에 이해했다.






지원군.


대섬멸을 위한 후속 부대가 도달한 거라고.




후속 부대가 쓰는 ‘천사의 무기’는

본대가 쓰는 주무기보다 숫자가 적고,



그 크기로 인해 행군할 시 크게 불리하지만

그만큼 위력과 사거리는 절대적.






본대에 따라잡자마자 상황을 이해해 바로 쏜 것이 틀림없다고.



그리 이해한 가일은 숨을 헐떡이며 짐승 쪽을 바라보았다.




“오오...!!”



단 한 방으로,

10미터 이상 떨어져 나간 짐승은 피를 토해내며 숨을 고르고 있다.







직격으로 얻어맞은 왼쪽 어깨는 심각한 부상이다.



팔이 떨어져 나가지 않은 게 기적일 만큼 너덜너덜해져,

근육이 몽땅 파열해 안쪽에 뼈마저 보일 지경이었다.





심지어 초고속으로 재생하던 회복 능력마저 떨어진 듯,

왼쪽 어깨의 부상은 좀처럼 낫지 않고 있다.





"됐다...!"




가일은 확신했다.



저건 분명 ‘짐승의 왕’과 같은 특별한 개체일지도 모르지만,

아직 성장이 채 끝나지 않았다고.




본대의 무기로는 녀석의 재생능력을 뛰어넘을 수 없지만,

후속 부대의 ‘주포’라면 토벌이 가능하다고 직감한다.



“시급히 쏴라!! 이 호기를 놓치지 말고 쏴!!

지금이 아니면 저 괴물은 죽일 수 없다!!”



지휘관의 지시를 저 멀리 뒤쪽까지 전달할 수단이 있는 걸까.


그도 아니면 애초에 처음부터 쏴죽이겠다고 마음먹었던 걸까.



흥분과 고양감이 섞인 냄새를 맡으면서,

검은 짐승은 가까스로 옆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직후.



방금 전과 같은 폭발음과 뇌명이 울리며,

‘빛의 레이저’가 그대로 오른쪽 다리를 관통했다.



“...!?”



이제까지 견뎌 냈던 것들과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




한줄기 빛처럼 날아오는 일격은 일부라도 몸에 닿은 순간,

감각 자체가 증발하듯이 사라져 버린다.




(다리가 잘렸나...!)





왼팔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면서,

관통당한 오른쪽 다리는 아예 존재한다는 실감이 존재하질 않는다.






입에서 재차 대량의 피를 쏟아 내며,

짐승은 이빨을 빠득 갈았으나 감상에 젖을 틈은 없다.



저 멀리 제대로 보이지조차 않는 먼 거리에서,

강렬한 빛줄기 4개가 동시에 날아오는 걸 포착했다.



“■■■■■■■■---!!”



자신을 고무하기 위해 포효하며 짐승은 더욱더 몸을 움직인다.



왼쪽 다리만으로 땅을 박차 간신히 첫발을 피해내고,

그대로 오른쪽 손을 주축으로 삼아 몸을 회전시켜 두 번째, 세 번째를 회피.



0.3초 차이로 날아오는 4발째를

몸을 비틀어 간신히 급소만 피해내.





다음 순간.



오른쪽 허리의 일부분이 소멸했다.



“....!!”



그 뒤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검은 짐승은 무아지경으로 본능에 맡겨,

연달아 날아오는 빛의 연사를 피해 갔다.



그러나 이미 왼쪽 팔, 오른쪽 다리를 잃어.

허리의 반쪽마저 날아간 상태.





지금까지처럼 완벽하게 회피할 수 있을 리 없이,

짐승은 피를 흘리며 엉망이 되어 간다.



어깨가 찢겨나가 오른쪽 팔이 움직이지 않는다.

빛의 파편이 머리를 스쳐 시야의 왼쪽이 보이질 않는다.






팔을 잃고, 다리를 잃어,

한쪽 눈마저 잃어 버린 채.





그런데도.



저 멀리서 대규모 저격은 쉴 새 없이 쏟아져서.




“......!”



무자비하리만치한 폭격이 온몸을 범했다.




빛의 세례를 연달아 몸으로 얻어맞으며,

검은 짐승은 고통에 겨워 울부짖었다.






몸의 상처로부터 오는 격통이 아닌,

존재 자체가 찢겨지고 지워지는 고통.





이건 글렀다고.

사라져가면서 판단했다.






여기가 끝이라고.

증발해가면서 깨달았다.






팔이 찢기고.

다리가 잘려 나가.





머리의 반쪽은 깨져.

몸 전체가 산산조각이 난다.



이래서야 뭘 어떻게 싸우란 말인가.





“...‘짐승의 왕’이라는 특별한 괴물이라 해도,

결국에는 성장이 덜 된 새끼.


천사의 무기는 못 이기나.”



언제 폭격이 멈췄던 걸까.




몸이 사라져 버린 무감각 속.

‘짐승이었던 파편’은 그런 말을 들었다.




몸의 대부분이 증발해 버려,

갈기갈기 찢겨나간 고기 파편만 남은 와중.



그나마 희미하게 남아 있는 의식이 그 말을 들었다.






이 지경이 되었음에도 ‘의식’은 남아 있는 건가 하는 놀라움조차,

급속도로 어둠 속에 잠겨 옅어져 간다.



온기가 모조리 빠져나가는 차가움.


자신이 사라져간다는 두려움.


그리고 이제야 겨우 쉴 수 있다는 안도감 속,



검은 짐승이었던 의식은 천천히 사라지면서.




마지막으로.

‘사상자의 수습이 끝나는 즉시 마을을 토벌하러 간다’는 말을 들었다.






(-----)






그 말을 듣고 떠오른 건,


한 달간 지내 왔던 요정들의 마을과 금발의 무녀.




그리고 방금 전 그 마을로 달려갔던 붉은 소녀였다.






어째서 지금 그걸 떠올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발버둥 치면서----







그러나 그런 자그마한 저항조차 용서받지 못한 듯.





짐승이었던 고기 파편은 그대로 잘게 조각나,


의식은 완전히 소멸했다.


작가의말

다음은 일요일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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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6절 - 재앙과 영웅 (2) 22.12.28 6 0 13쪽
25 6절 - 재앙과 영웅 (1) 22.12.26 7 0 7쪽
24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5) 22.12.25 11 1 15쪽
23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4) 22.12.23 13 1 12쪽
22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3) 22.12.21 10 1 12쪽
21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2) 22.12.19 10 1 10쪽
20 5절 - 수도 테오티우아칸 (1) 22.12.18 10 1 11쪽
19 4절 - 방어전 : 베라른 (7) 22.12.16 10 1 10쪽
18 4절 - 방어전 : 베라른 (6) 22.12.14 11 1 8쪽
17 4절 - 방어전 : 베라른 (5) 22.12.12 10 1 14쪽
16 4절 - 방어전 : 베라른 (4) 22.12.11 15 1 13쪽
» 4절 - 방어전 : 베라른 (3) 22.12.07 10 1 11쪽
14 4절 - 방어전 : 베라른 (2) 22.12.05 10 1 11쪽
13 4절 - 방어전 : 베라른 (1) 22.12.04 9 1 9쪽
12 3절 - 동화의 끝 (4) 22.12.02 10 1 13쪽
11 3절 - 동화의 끝 (3) 22.11.30 9 1 16쪽
10 3절 - 동화의 끝 (2) 22.11.28 10 1 13쪽
9 3절 - 동화의 끝 (1) 22.11.27 12 1 12쪽
8 2절 - 요정 사냥 (4) 22.11.25 10 1 16쪽
7 2절 - 요정 사냥 (3) 22.11.21 12 1 11쪽
6 2절 - 요정 사냥 (2) 22.11.20 12 1 16쪽
5 2절 - 요정 사냥 (1) 22.11.18 16 1 14쪽
4 1절 - 천명의 무녀(3) 22.11.16 15 2 13쪽
3 1절 - 천명의 무녀(2) 22.11.14 20 2 12쪽
2 1절 - 천명의 무녀(1) 22.11.14 24 3 14쪽
1 프롤로그 22.11.14 4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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