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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취산 님의 서재입니다.

밀레니엄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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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취산
작품등록일 :
2013.10.28 12:07
최근연재일 :
2014.02.28 15:45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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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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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0,503

작성
13.12.0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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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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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
글자
10쪽

제7장. 사문(2)

DUMMY

제7장. 사문(師門)-(2)




인천공항에 털모자와 두꺼운 외투, 마스크까지 하고 나타난 영신은 심양공항, 장백산공항을 거쳐 백두산 어귀의 이도백하(二道白河)에 도착한 다음에는 역용술로 얼굴을 바꾸고 천단문의 마지막 문주 김정명의 기억을 더듬어 중국어를 사용하면서 조그마한 숙박시설에 묵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좀 더듬거리기는 했지만 중국어도 가능하구나. 고구려가 대륙에 세를 떨칠 때인 1600여년 전에 세워진 천단문이다 보니 그 시대엔 백두산을 고스란히 품었을 것이고 당연히 문파도 지금의 중국 땅 드넓은 대륙을 눈 아래로 품었을 것이다.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고구려의 고토(古土)가 중국으로 넘어가면서는 중국과의 왕래가 많아져 자연스럽게 중국어도 익히게 되었겠구나.’

숙소의 창 너머로 멀리 보이는 백두(白頭)의 웅자(雄姿)를 바라보면서 영신의 가슴은 조금 뛰기 시작했다.

‘저것이 우리 온 국민이 반 만 년을 가슴에 품은 백두인가? 우리 민족이면 누구나 아는 천지(天池)의 모습과 애국가 가사에도 나오는 민족의 영산(靈山)!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생명을 구하고 천인(天人)의 힘을 가능케 해준 천단문이 세워진 곳! 무인 김정명의 고향! 멸문의 한이 서린 땅! 500여년의 시공간을 격해 내가 이곳에 왔구나!’

백두산의 모습을 보면서 천단문이 있은 곳을 눈대중으로 확인한 영신은 창문을 열고 침대에 앉아 백두의 기를 내공심법으로 갈무리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때보다 정심한 기가 온 몸을 휘돌았다.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배낭을 등에 메고 가볍게 눈발이 날리고 있는 백두산을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잠시후 인적이 없는 곳에 도달한 영신은 신법을 발휘해 눈이 쌓여 하얗게 빛나는 백두를 오르기 시작했다. 한 걸음에 4,5m를 내딛는 영신의 등산화 자국은 내리는 눈에 이내 흔적을 감췄다.

1980년대에 중국에 의해 발견되어 금강대협곡(錦江大峽谷)으로 이름 붙여진 이곳은 길이가 10km가 넘고 높이는 100m, 폭은 최대 300m에 이르는 대협곡이다. 각종 침엽수와 활엽수가 원시림을 이루고 기암괴석이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는 금강대협곡의 위, 밑으로는 대협곡을 가르는 계곡이 내려다보이고 앞으로는 한 없이 펼쳐진 원시림이 어둠에 가려있는 곳에 영신의 신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이 분명한 것 같은데 흔적을 찾을 수가 없네. 500년이 넘는 시간의 흐름도 그 원인이 겠지만 높이 솟은 침엽수에 의해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어. 흔적이 남았다 한들 눈이 이렇게 쌓인 겨울이니 더욱 그 흔적을 찾기 어렵겠지. 역사는 달빛에 진다더니 천 년을 이어온 천단문의 흔적조차 찾기가 어려구나!’

김정명의 애끓는 심사가 작용한 탓일까?

천단문의 옛터가 보이는 곳의 바위에 앉아 큰 절을 올리고 있는 영신의 표정은 신중하고도 엄숙하기 그지없었다.

절을 마친 영신이 가부좌를 털고 앉아 천단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천단문의 선조 영령들이시여! 멸문의 화를 입은 지 500여년의 시간을 지나 24대 제자가 된 저 김 영신이 이곳에서 천단공을 운기하고 있습니다. 부디 지하에서라도 이를 기뻐해주시고 후배를 지켜주십시오.’

영신이 운기를 시작하자 여태 한국과 미국 어느 곳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기가 충만하게 느껴졌다.

‘과연 이곳에 천단문을 세운 이유가 있었어! 기의 질과 양이 확연하게 다르다. 최소 2배 이상은 되는 것 같아!’

끊임없이 밀려드는 기를 느끼며 기분 좋게 삼매경에 빠지길 몇 시간, 흡족한 기분을 느끼며 가부좌를 털고 일어난 영신이 내려가기 쉬운 자리를 골라 신법을 발휘해 대협곡 밑으로 가더니 계곡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2km 정도를 이동했을 때 달빛을 배경으로 마치 사람이 일렬횡대로 늘어선 것과 같은 형상의 거대 절벽이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딱 7명의 사람이 서 있는 것 같은 형상이었다.

‘역시 있구나! 이곳이 천단문의 조사당이 있는 곳. 그 중 중앙, 그러니까 좌우로 네 번째 바위. 저기다!’

그동안 단련한 안법(眼法)을 이용해 살펴본 결과와 김정명의 기억을 종합해 동선을 예상한 영신이 몸을 날려 암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세월의 영향으로 튀어나온 곳이 조금 더 깎이고 평평하던 곳이 요철을 만들긴 했어도 오르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렇게 60m 정도를 올랐을 때 사람이 올라 설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가진 곳이 있었고 그곳에 서자 세월에 흐려졌지만 기억 그대로의 모습인 장인(掌印)이 나타났다.

‘이거다! 천단문의 고유 내공인 천단공 이상의 내공심법을 운기하고 밀어야 열린다는 조사동의 장인(掌印)! 이게 아직까지 남아 있었구나!’

즉시 천단공을 극성으로 운기한 영신이 장인에 손바닥을 대고 밀자 틈도 보이지 않았던 절 벽에 틈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장인이 새겨진 가로 세로 30cm의 돌이 안으로 밀려들면서 그 옆으로 그그긍! 소리와 함께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시커먼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헉! 간 떨어지겠네. 미리 알고 있는데도 이러니 모르고 닥친 상황이면 놀라서 낙사하겠어.’

절벽이 옆으로 밀려나고 통로가 생기자 영신은 망설이지 않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젠 다시 안으로 튀어나온 돌을 밀어 입구를 막아야 하는데 그러면 안이 안 보이게 될 테니 랜턴을 꺼내자.’

등에 멘 배낭에서 랜턴을 꺼내 왼손에 든 영신이 천단공을 운용해 입구를 막았다.

그그긍!

‘애고! 완전 암흑천지네. 랜턴!’

랜턴을 켜고 앞을 비추자 폭2m, 높이 3m 정도의 통로가 이어졌고 다시 10여 미터를 더 들어가자 갑자기 확 트인 공간이 나타났는데 그 넓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여기가 조사동!’

랜턴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조사동을 살펴보니 조사동 제일 깊은 곳 중앙엔 여러분의 위패가 돌벽을 파고 들어가 붙어 있었고 그 앞 석대 위에 옛날엔 향을 피웠을 돌향로가 보였다. 그리고 우측 공간으로는 역시 돌로 된 침대 같은 것과 책을 펼쳐 놓으면 책상이 될 돌 탁자와 돌 의자가 랜턴에 비춰졌다. 그리고 좌측으로는 석실 비슷한 곳이 벽을 파고 들어가 있었는데 문은 없고 안에는 헉!

“누, 누, 누, 누구십니까?”

너무 놀란 영신의 손에서 여태 수련한 기가 반사적으로 쏟아질 뻔 했다. 그러나 아무리 당황하고 위급한 상황이라도 허연 수염을 신선 같이 하고 앉은 노인들을 향해서 장풍을 날릴 정도로 막 돼 먹은 영신이 아니다. 노인들? 그렇다. 무려 세 명의 노인이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었던 것이다.

후다닥 거리를 벌린 영신의 입에서 다급한 말이 마구 터져 나왔다.

“누구시냐고요? 할아버지들! 대답 안 하십니까? 그, 그럼 여기 계신 것 보면 천단문과 연관이 있으신 분인 것 같은데 저도 천단문의 제자거든요? 그러니 저를 공격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제가 죽으면 겨우 이은 천단문의 맥이 끊깁니다!”

그래도 대답 없이 눈을 감고 있는 노인들을 보며 영신은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 할배들이 사람 말을 뭐로 알고 눈은 꼭 감고서 대꾸도 않는 거야?’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다소 진정이 된 영신이 조심스레 랜턴을 이용해 노인들을 비추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미동도 않고 눈은 감은 채 묵묵부답인 노인들이 보였다.

‘어, 그러고 보니 상당히 오래 전에 입었을 것 같은 장포를 두르고…….아! 저거 옛날 그 시대 김정명 할배가 입고 있던 옷과 같은 옷 같은데? 누구지?’

“저, 저는 김 영신이라고 하는데 24대 문주이신 김 정명님의 진전을 이은 사람입니다. 살아계시면 누구신지 말씀을 해야 관계 설정을 하지 않겠습니까?”

…….

‘어? 살아있으면? 혹시 무협지에서 많이 보던 대로 오래전에 돌아가셨는데 생전의 공력이 심후해 육체를 보전하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이?’

아무리 봐도 숨을 쉬는 것 같지 않아 용기를 낸 영신이 살금살금 다가가 코에 손을 대보니 숨을 쉬는 호흡이 느껴지지 않았다.

‘휴우! 진짜 돌아가신 분들이었어. 근데 언제 돌아가셨기에 이렇게 생생한 모습으로 앉아 계시는 거야? 좌우지간 천단문의 조사당에 계시는 걸로 보아서는 나보다 항렬이 높은 것 같으니 절이라도 하자. 엉? 그게 아닌가? 나는 23대 제자면서 24대 문주가 된 김정명님으로부터 사사를 한 24대 제자니 내가 항렬이 높을 수도 있잖아? 아, 헷갈리네. 일단 위폐를 모신 조사들에게 먼저 신고식부터 하고 보자.’

일단 죽은 사람들인 것을 알고 나서는 안심이 된 영신의 머리가 팽팽 굴러갔다.

중앙 석대를 향한 영신이 1대 조사부터 20대 조사까지 위폐가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배낭을 뒤져 챙겨온 향을 꺼내 돌 향로에 지피고 종이컵에 소주를 부어 석대에 올린 후 구배지례(九拜之禮)를 올리기 시작했다.

“천단문 23대 제자 김정명의 뒤를 이어 24대 제자가 된 김영신이 조사님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정성을 다해 구배지례를 마친 영신이 찬찬히 조사동을 둘러보기 위해 먼저 돌로 된 책상에 가까이 다가 간 순간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책이 그제야 보였다. 한 자 두께는 되는 돌로 된 책상에 한 10cm 정도는 파고 들어간 움푹한 공간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종이를 묶은 책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허! 대박! 이게 글로만 듣던 그 무공비급은 아닐까?’

그 책을 들자 밑에 또 다른 책이 더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먼저 든 책의 제목이 보이는 순간 밑의 책은 뇌리에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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