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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취산 님의 서재입니다.

밀레니엄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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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취산
작품등록일 :
2013.10.28 12:07
최근연재일 :
2014.02.28 15:45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682,339
추천수 :
19,647
글자수 :
160,503

작성
13.10.28 13:14
조회
28,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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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글자
8쪽

제1장. 전생(1)

DUMMY

제1장. 전생(前生)


2008년의 11월, 늦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마지막 남은 단풍잎을 떨구고 있는 어느 토요일 늦은 저녁, 고 2 재학생 김 영신은 수학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중이었다.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영등포의 골목길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던 영신이 횡단보도의 신호를 무시하고 진입한 트럭에 받혀 쓰러진 것은 충격적 인생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시발점이었다.

끼이이익!

“어! ……으아아악!”

텅! 하는 소리와 함께 급하게 정지한 1톤 트럭 봉고차에 치여 횡단보도에 쓰러진 영신의 입에선 곧이어 끔직한 비명소리가 절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안 그래도 어려운 형편에 오늘도 일당을 채우지 못하고 귀가하던 정씨는 홧김에 평소에 즐겨먹던 돼지껍데기를 안주로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운전대를 잡은 중이었다.

잠깐 졸았을까?

중년의 정씨는 뒤 늦게 횡단보도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영신의 비명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린 정씨가 후다닥 봉고 차문을 열고 튀어 나왔다.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지르는 사람은 우선 덩치가 큰 남자였는데 책가방 같은 걸 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학생으로 보였다.

아프다고 연신 비명을 질러대는 걸로 봐서는 죽을 정도의 심각한 부상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대책이 없는 현 상황에 정신줄이 다 달아나고 있었다.

“학생! 괜찮아? 어디? 어딜 다쳤어?”

“다리! 다리가……”

영신이 부르짖는 소리에 정씨가 급히 다리를 쳐다보니 청바지를 입고 있는데도 뼈가 바지를 뚫고 튀어 나온 것이 보였다.

‘아! 완전 좆 됐네.’

“학생! 빨리 병원으로 가자.”

덩치 큰 학생을 부축해 일으키는 중에도 튀어나온 뼈로 인해 비명을 질러대는 영신을 보자 정씨는 문득 겁이 나 주변을 슬쩍 둘러 봤다.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도 불구하고 늦은 시간인데다 외진 곳이라 주변에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하루하루를 벌어먹고 사는 자신의 처지와 음주운전인 상태에서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냈으니 치료비는 말할 것도 없고 당장은 구속감이다. 게다가 악다구니를 질러댈 마누라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해져 연신 비명을 질러대는 학생을 버리고 도망 치고 싶은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 본 사람이 없으면 괜찮지 않나? 아냐! 이 학생은 어쩌고! 차번호라도 기억하면 어떡해! 혹시나 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아 미치겠네! 일단은 사람들이 보기 전에 차에 태우고 보자.’

고통을 호소하는 영신을 부축해 트럭에 태운 정씨는 병원을 찾는다는 핑계로 차를 몰며 자신의 양심과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정신이 없어서 차번호를 보지 못했을 거다. 근데 병원에 데려주고 떠나면 차번호를 볼 수도 있고 병원에도 CCTV 때문에 흔적이 남을 건데 어떡하지? 그냥 어두운 데 버리고 가면 되지 않을까? 아냐, 그러다 들키면 뺑소니로 가중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어. 어떻게 하지?’

사고를 치고 난 공포와 함께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사악한 생각에 갈피를 잡지 못한 정씨가 이 골목 저 골목을 돌며 시간을 지체하고 있는 동안 찢어져 나온 자신의 다리를 보는 공포와 함께 뇌를 후벼 파는 듯한 끔찍한 고통을 연신 호소하던 영신은 본능적으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되었다.

‘뭐야? 이 아저씨, 아파 죽겠는데 왜 병원을 빨리 못 찾고 이러지?’

“아저씨, 아파 죽겠다고요. 빨리 병원에 데려다 주세요.”

“어, 그래. 지금 병원 찾고 있다.”

“이 골목 안에 병원이 어디 있어요? 대로로 나가야 있지요.”

“아, 그렇지. 지금 내가 정신이 없어서…….”

영신의 재촉에 허둥대며 대로로 나온 정씨가 여전히 결정을 못 내리고 눈앞에 있는 병원을 지나쳐 계속 빙빙 도는 것을 본 영신은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아저씨, 방금 병원 지났잖아요. 차를 돌려서 저 병원에 내려주세요.”

“…….”

찰칵!

정씨가 도어 록을 누르자 더 큰 위기감을 느낀 영신이 다급하게 애원조의 말을 쏟아냈다.

“아저씨! 왜 이러세요? 저 이제 고 2에요. 내년에 시험 쳐 대학 가야 한다고요. 살려주세요! 우리 집에 자식이라곤 저 하나, 외동아들입니다, 제발요! 다리 하나 부러진 건데 병원에만 데려주시면 되잖아요? 아저씨도 자식이 있을 것 아니에요. 제발요!”

“…….”

정씨가 아무런 대꾸를 않자 영신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입술이 말라왔다.

“저 아무 것도 못 봤어요. 병원에 내려만 주시면 되잖아요. 아니 그냥 사람들이 없는 데 아무 곳이나 세워주세요. 저 눈 가리고 내리게 하면 아저씨 차번호도 못 보잖아요. 이제 18살입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살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에 뱉은 말이 양심과 싸우고 있던 정씨에게 돌파구를 찾게 했다.

‘그래, 지금 병원에 데려주다가 음주사고로 운전을 못하게 되면 우리 가족은 누가 먹여 살려! 그렇다고 이만한 일로 애를 죽일 수도 없으니 사람들이 없는 골목에 내려주고 가는 게 낫다. 차번호만 못 보게 하면 되고, 최악의 경우에 나중에 잡히더라도 다리 골절 뺑소니밖에 더 되겠어!’

계속되는 영신의 애절한 호소를 들으며 정씨가 트럭의 헤드라이트와 미등을 비롯한 모든 등을 끈 상태에서 으슥한 골목에 영신을 내려준 것은 사고가 난 후 한 시간이 더 지난 후였다.

“차 번호판을 보면 산에 데려가 묻어버리겠다!”

186cm의 건강한 키를 가진 영신을 부축해 차에서 내리게 한 정씨는 영신을 연신 협박해 차번호를 보지 못하게 하면서 기역자로 꺾어진 골목길을 돌아 십여 미터를 더 간 후에야 길에 영신을 내려놓았다.

혹시나 마음이 변해 자신을 해칠까 잔뜩 겁이 난 영신은 다리에서 오는 끔찍한 고통을 어금니가 부러져라 꽉 물고 아무 말도 않고 있었는데 정씨는 미안한 마음을 추스르며 독하게 말했다.

“절대 뒤를 보지 마라. 만약 번호판을 보면 차로 너를 갈아버린다. 차가 떠나고 나서 10분 정도 있다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라. 그럴 정신이 없었겠지만 혹시라도 번호판을 봤다면 잊어라. 이 정도 사고로 감옥에 가 봐야 1년도 안 돼 출감한다. 네 말대로 대학가서 연애도 하고 재밌게 살아야지 평생을 불안에 떨면서 살 필요는 없지 않겠냐? 그냥 오늘 재수가 안 좋았다고 생각해라. 너는 목숨 건져서 좋고 나는 사고 자체를 없던 일로 해서 서로 좋은 일 아니겠냐?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거라.”

“절대 돌아보지 않을게요!”

영신을 두고 황급히 떠나는 트럭 소리를 듣고서야 영신은 살았다는 생각에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지만 이빨을 꽉 깨물고 참아야 했다.

‘씨파! 하필 이럴 때 핸드폰이 없어!’

학원을 가려고 나설 때 밧데리가 다 떨어진 걸 확인하고 충전하기 위해 집에 놓고 온 핸드폰이 간절히 생각났지만 핸드폰 대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야 했다.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불이야!”

“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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