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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삼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왕씨세가 초대가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구삼일생
작품등록일 :
2022.05.25 17:28
최근연재일 :
2022.07.08 1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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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46
추천수 :
731
글자수 :
240,503

작성
22.06.2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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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3 - 용봉지회 최종전(4)

DUMMY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로 혼자서 다 탈락시킬 줄이야.

구경꾼들과 단상 위의 사람들 모두 충격에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특히 남궁제는 부릅뜬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툭 건드리면 피눈물을 흘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공진 또한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져 넋이 나간 얼굴로 비무대 위의 왕운을 쳐다보고 있었다.

종원 역시 놀란 표정으로 왕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종원이 놀란 건 왕운이 혼자서 세 명을 쓰러뜨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종원도 어차피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할 생각으로 왕운과 가위바위보를 했었으니까. 그리고 혼자서 세 사람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 종원이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검과 암기를 정통으로, 아니 솔직히 일부러 맞아 주었는데도 상처 하나 없는 왕운의 단단한 육체. 말로만 듣던 금강불괴(金剛不壞)임이 틀림없으리라.

과연 나의 도법이 왕운에게 통할까?

종원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한편 왕운은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 남궁두를 뒤로 한 채 종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형님과 제대로 싸울 수 있겠네요.”

“실력을 숨기고 있으리라 짐작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소제.”


종원이 물었다.


“혹시 아직도 숨긴 것이 있으십니까?”

“······.”


왕운이 말없이 웃기만 하자 종원도 웃었다.


“소제가 숨긴 것을 다 꺼내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종 형.”


서로 포권을 하며 예의를 갖추고 드디어 용봉지회의 마지막 대결이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기만 할 뿐 몸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왕운은 종원이 펼치는 도법을 먼저 받아보고 싶어서 선제공격하지 않고 있었고, 종원은 그냥 덤벼봤자 소용이 없는 것을 알았기에 손에 쥐고 있는 식칼에 내력을 쏟고 있었다.

종원이 눈에 힘을 주며 자세를 취했다. 푸른색의 실타래 같은 기운이 번쩍이며 종원의 식칼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그것을 본 척영이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하, 할아버지······.”

“그래, 나도 놀랍구나. 설마하니 저 친구가 저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었을 줄이야.”


척영이 검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후, 할아버지 유신이 그녀에게 딱 한 번 보여줬던 기운이었다. 검기가 끝이 아니니 더욱더 수련에 정진하라면서.

지켜보던 구경꾼들도 웅성거리고 있었다.


“뭐야? 저 번쩍거리는 실 같은 것들은?”

“저건 말로만 듣던 검사(劍絲)가 아닌가?”

“뭐라고? 저게 검기(劍氣)보다 한 단계 위의 경지라는 그 검사라고?”

“이 사람아. 저건 검이 아니라 식칼이 아닌가. 그러니까 검사가 아니라 도사(刀絲)겠지.”


단상 위의 사람들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기(絲氣)라고?!!”

“한 사람은 금강불괴의 경지이고 한 사람은 사기를 사용하는 경지라니.”

“이 정도 수준의 대결을 용봉지회에서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소이다.”

“정녕 저 두 사람이 열다섯, 열아홉이 맞는 겁니까?”


검황이 눈을 가늘게 뜨고 살짝 웃으며 무제를 바라보았다.


“자네 정말 책만 읽고 지내는 거 맞나? 어디서 몰래 저런 괴물들을 따로 양성하는 것은 아니고?”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나.”


검황이 비무대를 바라보았다.


“과연 저 아이의 금강불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지켜봐야겠군. 사기마저 맨몸으로 견뎌낸다면 나나 자네 정도 수준은 되어야 저 아이 몸에 상처를 낼 수 있다고 봐야 할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우리도 불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럴지도.”

“그런데 보면 볼수록 놀라워. 감탄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구만. 그저께 개방 제자놈의 항룡장을 손짓 한 번으로 없애버리는 것을 봤을 때만 해도 외공의 수준이 보통은 아닐 거라 짐작은 했었어. 그런데 일류 검수의 검조차 통하지 않을 줄이야. 도대체 외공을 어떻게 수련했길래 저 나이에 저런 경지에 오른단 말인가.”

“말하지 않았나. 저놈이 외공을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수련하는지를. 자네도 직접 옆에서 본다면 혀를 내두를 걸세.”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영호승이 검황에게 물었다.


“사부님, 혹시 저 아이가 호신강기(護身罡氣)를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저 나이에 벌써 강기(罡氣)를 다루는 경지라······ 그건 그것대로 대단한 일이로구나. 하지만 내가 보기엔 순수 외공의 힘이다. 금강불괴가 맞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어째서 그런 판단을 내리셨는지요?”


검황이 깊은 생각에 잠긴 눈을 하며 말했다.


“생각해 보거라. 만약 강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다면 아까 남궁 소가주 녀석에게 팔을 내줄 때부터 세 사람의 합동 공격을 일부러 맞아줄 때까지 꽤나 긴 시간 동안 그것을 유지했다는 말인데······ 그건 내력 소모가 너무 크다. 아무리 저 아이가 내력을 많이 보유했다고는 해도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지. 저 정도 되는 아이가 그걸 모를 리 없어.”


검황이 한탄하면서 말했다.


“아깝구나, 아까워. 만약 저 아이가 검을 다루고 있었다면 내 어떡해서든지 화산으로 데려와 내 직계제자로 삼아서 네 사제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 장문인 자리도 위태로웠겠군요.”


영호승이 사부의 말에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무제가 기가 막힌 듯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


“내가 그걸 가만히 두고 볼 것 같나?”

“자네처럼 까탈스러운 노인네 밑에 있는 것보단 내가 데리고 있는 게 낫지 않겠나?”

“······.”


무제는 더는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 검황의 말을 아예 무시해 버렸다.

그런데 아까부터 세 사람의 대화를 집중해서 듣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무림맹주이자 소림의 방장이었던 공진이 불가(佛家)에 몸담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탐욕스러운 눈빛을 한 채 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비무대 위의 두 사람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왕운은 종원이 내보이고 있는 기운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흔히 보던 검기랑은 다르네요. 마치 실처럼 생겼어요.”

“실처럼 생겼다고 해서 사(絲)기라고 합니다. 검기보단 한 단계 위의 경지지요.”

“오오!”


종원의 말에 왕운이 흥미롭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새로운 것, 그리고 더 강한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왕운에게 늘 짜릿한 일이었다.

종원이 말했다.


“이만 공격해도 되겠습니까? 아쉽게도 제가 아직 부족하여 이걸 오래 유지할 내력을 갖추지 못했는지라.”

“언제든지 들어오세요.”


왕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종원이 식칼을 휘두르며 맹렬히 달려들었다. 식칼을 감싸고 있던 실타래 같은 기운이 왕운을 덮쳤다.

왕운이 먼저 선택한 것은 회피였다.

왕운은 불규칙하게 뻗어져 나오는 실타래들을 눈으로 살피며 몸을 요리조리 움직였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주먹을 내질러 권기(拳氣)를 분출했다.

서로가 날카로운 공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공방이 잠시 이어졌다. 그러던 와중에 왕운이 뒤쪽으로 몇 발자국 물러난 후 종원에게 말을 걸었다.


“종 형의 도법도 정말 훌륭하네요.”

“과분한 칭찬입니다.”

“그 기운을 언제까지 유지 가능하신가요, 종 형?


종원이 힘겨운 듯이 말했다.


“일각(一刻 : 약 15분) 정도요.”


그 말은 왕운이 이대로 시간을 끌기만 해도 종원이 내력을 다 소진함으로써 왕운이 이긴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왕운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있겠는가.

자신의 육체가 더 강할지, 아니면 종원이 내뿜고 있는 저 기운이 더 강할지.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 시합을 끝낼 왕운이 아니었다.

왕운이 말했다.


“종 형, 최대한의 내력을 실어 보시겠어요? 정면으로 한번 받아보고 싶네요.”


왕운의 말에 종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가 그런 말을 했다면 종원은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내력을 더 빨리 소진하게 하려는 개수작에 불과했을 테니까.

그러나 종원은 왕운의 꾸밈없는 솔직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종원은 왕운의 말을 믿고 자신의 모든 내력을 식칼에 쏟는 데 집중했다.

얼마 안 있어 우후죽순처럼 불어난 실타래들이 종원의 식칼을 둘러쌌고,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인 채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종원이 말했다.


“갑니다, 소제.”


종원이 왼손의 식칼을 수직으로 가르며 왕운의 오른쪽 어깻죽지를 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오른손의 식칼을 횡으로 가르며 왕운의 왼쪽 옆구리도 함께 노렸다.

엄청난 기운이 양쪽에서 몰려들고 있는데도 왕운은 그것을 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어디선가 척영이 외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무모한 자식아!!!”


왕운은 왼손으로는 옆구리를 향해 가로로 날아오는 실타래 같은 기운을 움켜잡아 버렸다. 그러고 나서는 어깨로 날아오는 실타래에 자신의 오른 주먹을 뻗어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콰직! 콰지지직!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엄청나게 큰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왕운의 오른 주먹과 부딪힌 기운들은 순식간에 소멸되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붙잡은 실타래들도 굉음을 내면서 하나둘 사그라들고 있었다.

놀랍게도 왕운의 손은 약간의 눌린 자국만 있을 뿐 멀쩡한 상태였다.

왕운이 종원이 내뿜은 기운을 움켜잡다 손바닥에 생긴 눌린 자국을 보며 말했다.


“놀랍네요, 종 형. 조금 더 기운이 강했더라면 위험했을지도 모르겠는걸요?”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아 놓고 웬 엄살이십니까.”


종원이 두 식칼을 품속으로 넣은 후에 후련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홍명에게 말했다.


“제 패배를 인정하겠습니다.”


그러자 홍명이 큰 소리로 용봉지회의 우승자를 발표했다.


“종원 기권! 자교서원 이운의 우승이오!!!”


비무대를 향한 사람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지켜보던 유신 일행의 표정은 다들 제각각이었다.

유신은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왕운을 바라보고 있었고, 하엽은 너무나 감격스러운 나머지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는 것처럼 보였다. 사걸은 박수를 치면서도 복잡한 마음이었는지 이상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척영은 나중에 왕운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이 씩씩대는 얼굴로 비무대를 째려보고 있었다.


한편, 단상 위의 사람들은 얼이 빠진 듯한 얼굴로 비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무제는 혼자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검황은 홀로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있었다.

검황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이제껏 봐왔던 용봉지회 중 올해가 가장 수준이 높았구나. 이 자리에 있는 우리 중에 저 아이를 꺾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군.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사람들은 검황의 말을 부정하지 못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몇몇은 정신이 든 듯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왔으나, 몇몇은 심사가 뒤틀렸는지 인상을 쓰고 있었다.

검황이 옆에 있는 영호승에게 물었다.


“혜아도 여기에 데려왔느냐?”

“예, 사부님.”

“그럼 어디선가 이 시합을 보고 있었겠구나.”

“아마 그랬을 겁니다. 이런 대결을 놓칠 아이가 아니지요.”


검황이 빙그레 웃으며 안됐다는 듯이 비무대 위의 왕운을 바라보았다.


“한동안 저 아이가 꽤 귀찮은 일을 겪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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