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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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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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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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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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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국내 상황(3)

DUMMY

" 첫번째, 전기가 끊어져 공장내 발전기로 돌렸지만 현재는 그것을 가동할 경유가 없소. 지금 회사내 전기 역시 태양광 패널로 겨우 돌리고 있는 실정이오. 둘째, 당신들을 신뢰할 수 없소. 처음보는 사람들이 갑작스레 쳐들어와서 공장을 돌리라니.. 지금 우리는 여유가 없소, 벼랑끝 상황이오. "

간신히 말을 전한 소지성 사장은 눈을 감았다. 지금 현재 자신들의 처지가 너무 비참한 탓이었다. 지금 맞서고 있는 직원들도 몇날몇일을 같은 옷만 입고 있어 거지꼴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씻을 여유도 없었다. 그들과 너무 비교가 되었다.

소지성 사장의 말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여기 모인 공장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의 처지를 대략 짐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어는 그런 그들을 보며 오히려 웃음 지었다. 보는 사람은 그게 웃음인지 위협하는 것인지 헷갈렸지만.

" 흐흐, 그 모든것들을 해결해주지. 그럼 이 공장을 돌릴 수 있겠나? "

당당하게 말하는 문어를 잠시 혼란스럽게 쳐다본 소지성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들이 무슨 짓을 하건 더 이상의 최악은 없을꺼란 생각인듯 했다. 당장 내일 먹을 식량도 떨어진 상태에서 무엇이 두렵겠는가.

문어는 그런 그에서 시선을 돌려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 야, 협상체결이다. 물건들 내려. "

뒤따라온 사내들은 그의 지시에 신속하게 반응했다. 걸렁거리는 말투와 장난끼 어린 모습에 잠시 헷갈렸지만 그런 모습에 그들이 정예병력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승합차에서 내린 물품들은 식량과 함께 경유드럼통 몇통이었다.

그것을 본 소지성은 이미 그들이 자신들의 모든것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런 상황이 올때까지 기다린 것일 수도.

" 오해는 마쇼. 공장 돌리는게 뻔하지. 뭐, 그리고 지금쯤 대부분 쉘터나 조직을 이룬 이들의 식량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거 뿐이니. "

그렇게 말한 문어는 재차 말을 이었다.

" 아, 그리고 몇분은 우리를 따라 목장으로 같이 가줘야 겠어. 그 착유기? 그걸 구했는데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큼.. 그리고 돌아올때 원료를 가져와야 하니까. "

문어의 말에 모두가 서로를 돌아봤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장, 소지성을 마지막으로 바라본다. 과연 누가 그 알 수 없는 곳으로 무작정 따라갈 것인지 그의 입에 달려있는 듯 했다.

" 휴우, 그래. 한번 가보긴 해야겠지. 거긴 나와 이대리, 김주임이 같이가지. "

" 아니, 사장님. 그래도 사장님이 가시는건.. 좀.. "

이젠 나머지 직원들도 빼꼼 고개를 내밀고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중 누군가 소지성이 저들을 따라 간다는 소식에 말리는 소리가 나오자 여기저기서 호응을 했다.

문어는 그런 모습을 보고는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여기 대표가 인망이 있다는 것을 느낀 그만의 제스처였다.

" 모두 조용! 이거 내가 갈수 밖에 없어. 계약도 체결해야 하고 저들의 사업장도 둘러봐야 하니. 너무 걱정들 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차부장이 여길 좀 맡아주게. "

차부장이라 불린 중년인이 얼마남지 않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소지성이 문어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 그럼 가도록 하죠. "

당차게 말하며 앞으로 나서는 그의 양옆으로 두 젊은 남자가 어정쩡하게 따라붙으며 호위를 했다. 나름 자신들의 보스를 지키려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은 문어가 뒤돌아 외쳤다.

" 모두 복귀한다. "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승합차에 오른 부하들을 지켜보며 소지성 사장에게 손짓으로 자신이 타고 온 승합차를 가리켰다.

" 자, 여기에 타시면 됩니다. 그 두분도 같이. "

" 고맙소. "

그렇게 그들을 태운 승합차가 머리를 돌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윗층에서 지켜보던 소지성의 아내와 아들은 두손을 꽉 잡고 기도했다.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한국 특수전사령부가 위치한 경기도 이천시의 한 군부대 지휘관실.

엄숙한 분위기. 가라앉은 공기를 느끼고 몇 명 장성들이 탁자에 앉아서 각자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가장 계급이 낮은 장성의 전투모에 달린 별의 갯수는 두개. 그 위로 최대 4개까지 별을 단 장성의 나이지긋한 얼굴들도 있었다.

오랫동안 군에 몸담아 온 덕인지 꼬장꼬장한 얼굴에 타협이 없을 것같은 고집이 뭍은 얼굴, 수만 군인들을 지휘한 카리스마까지. 어느 누구도 쉬이 대할 수 없는 기운들이 느껴진다.

" 각하.. 께서는 뭐라고 하던가? "

희끗한 머리를 잘 정돈하며 눌러쓴 전투모를 매만지며 김창수라는 이름표와 갖가지 훈장을 주렁주렁 매단 별 네개의 대장이 입을 열었다.

묵직한 목소리. 연륜이 느껴지는 주름진 얼굴로 두눈을 번뜩이며 장내를 둘러본다.

" 아직 별다른 지시는 없습니다. 사령관님. "

보통 특전사령부 사령관의 직급은 소장, 중장급이었지만 지금 같은 특수상황은 대장 계급을 단 김창수가 관할하고 있었다. 각 공수여단들과 각 육해공 특수여단등을 한곳으로 묶어 어느때보다 많은 힘을 몰아주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이었다.

쾅! 그런 대답을 들은 김창수 대장이 탁자를 치면서 소리쳤다.

" 도대체! 어떻게 된 일들이야! 전방의 군수물자를 빼돌려 팔아먹다니! 제정신이야? "

다른 장성들은 그저 머리를 숙이고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있자 재차 김창수 대장이 소리친다.

" 왜 말이 없어?! 그 머천다이저인가 뭔가 하는 조직들에게 들어간 군수물자만 대충 조사했는데도 몇십톤이 넘어! 그런 사실을 지금까지 현장 지휘관들이 몰랐다고? 말이되나?! "

지금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본래라면 지금까지 몰랐을 일들이 의문의 폭파사고와 자살사건들을 조사하면서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 사고가 인위적이고 누군가의 개입이 있다는 것을 감지한 군 감찰부에서 직권 조사가 들어갔고 그 결과 대략적인 실체가 드러나 이곳에 모인 것이었다.

" 심지어! 무기까지! 예전이었으면 니들 다 총살이야! 알아! "

무엇보다 심각한 사실은 군대 보관중인 총기들이 시중에 풀렸다는 사실이었다. 단순히 식량과 생필품만 있으면 총번이 지워진 불법총기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결과 공공연연하게 민병대 형식의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좀비들에게 당한 군부대에서 흘러나왔을 것이라고 짐작한 사실들이 지금에서는 누군가 총기를 빼돌려 팔고 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곳에 불러 모은 사단장들은 대부분 전방을 막아서고 있는 부대의 사단장들이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실제로도 입이 있어도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아마 그들중에 머천다이저와 관련되어 있는 인물도 있을 것이고 정말 몰랐던 지휘관들도 있을 것이지만 그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군 감찰부에서 정체를 숨기고 머천다이저들과 접촉을 했지만 금세 들통이 났고 그들은 순식간에 지하로 숨어들었다. 그런 그들의 꼬리조차 잡지 못한 결과로 인해 제대로 된 처벌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김창수 대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작정 군 지휘관들을 처벌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38선을 막아내고 있는 군부대에 구멍이 뚫릴 위험때문이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리지도 못하는 현실.

씩씩, 콧바람을 내뱉으며 앉은 장성들을 쏘아본 김창수 대장은 휴우 한숨과 함께 감정을 정리했다. 무작정 화만 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고 말이다.

" 좋아. 그 동안 그 사실을 몰랐다고 치지. 휴우··· 평상시라면 어떻게든 밝혀냈겠지만 말야. 부관 자료 준비해. "

김차수 대장과 가장 가까이 앉아 있던 두스타 장군이 벌떡 몸을 일으켜 브리핑을 준비했다. 그동안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장군들도 슬며시 고개를 들어 그 광경을 지켜봤다.

" 이번 좀비기습 방어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그 결과 그 원인으로 지명되는 사이퍼 한명을 잡을 수 있었지. "

모두에게 주어진 자료에 팔다리중 다리 하나만 겨우 붙어있는 반시체 상태의 여자 사진이 보였다. 어느정도 치료되어 있는것 같았지만 끔찍한 모습이었다.

" 그 여자가 주범이다. 현재 사이퍼 부대에서 압송중으로 연구실로 보내질 것이다. "

그 연구실은 KBL(Korea Biochemistry Laboratory)로 현재 좀비들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전 국방 생화학 연구실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었다. 그곳에는 사이퍼에 대한 연구도 겸하고 있었기에 비밀인가 권한이 굉장히 높은 구역이었다.

물론 반인륜적인 연구가 아닌 말그대로 사이퍼들의 생체 작용과 좀비 생태 연구등이 주목적이었다. 만약 사이퍼부대가 신설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흘러갔을지 몰랐을 곳이기도 했다.

" 그녀의 이름은 삐에로, 특성은 정신계열로 38선 사수와 국토에 남은 좀비 정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이퍼 부대장 수고했다. "

김창수 대장의 칭찬에 몸을 일으키며 거수경례를 한 그는 준장에서 소장으로 광속 진급을 한 이선우였다. 몇일동안 수염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는지 까글까글한 수염이 덮수룩하게 자라나 있는 그는 눈빛이 살아 있었다.

만약 이번 좀비 후방 습격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면 지금 그들이 여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조차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사이퍼 부대원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그의 진급속도와 비 육사출신이라는 그의 출신때문에 대부분 장성들의 눈초리에 축하만 담겨있지 않았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이선우는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아 경청을 했다.

" 그 이후 38선 공세가 다소 약화됐다는 정보를 전해들었지. 하지만 방심하지 말도록, 어쩌면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일수도 있으니 말야.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것은 합참의장님의 전언이다. "

" 네! "

" 그럼 본격적으로 우리 사령부에서 전방 부대 지휘부를 불러모은 진짜 목적을 말하도록 하지. 먼저... "

제법 길게 브리핑이 이어졌다.

한줄로 요약하면 특전여단들은 당분간 38선 지원에서 빠져 각 기반시설 탈환에 그 역량을 총동원한다는 것과 서울은 무리지만 중소도시를 순차적으로 정리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그동안 육군 소속 공수특전여단 7개와 공,해군의 특전부대, 특임대대원까지 오만여명의 인원이 가장 위급한 38선 방어 사수를 위해 투입되었다. 지금 그것을 뺀다는 통보에 가장 전방에 위치한 사단장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 사령관님. 그건 무립니다. 지금 병력만으로 넓게 퍼진 지역을 다 사수할 수··· "

" 그렇습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

" 그뿐만 아니라 사이퍼부대도 잠시 빠져 우리의 작전을 돕는다. 그 반대로 향토사단들을 위로 올려서 사수작전에 투입시킨다. "

단호한 김창수 대장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한 사단장들이 고개를 들었다.

" 단순히 인원을 밀어넣어 막으라는 말씀입니까? 많은 군인들이 희생될 겁니다. "

누군가 부정적인 말을 슬며시 꺼냈다. 김창수 대장도 수긍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좌중을 훝어봤다.

" 맞아. 하지만 후방에 배치되었던 가용가능한 기계화부대, 공군, 해군까지 참전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지. "

그 동안 대한민국의 군병력 대부분이 38선 사수를 위해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고 하지만 향토방위부대는 각 자방의 주요시설과 기점등을 지키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건 한반도 유사시 기본적인 대응전략지침이었고 약속된 전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좀비사태는 전쟁을 통한 침략이나 방어전술따위가 의미없었고 그것을 깨닫고 시행에 옮기기까지 굳어버린 장성들의 머리를 일찍 일깨울 계기가 없었다. 지금에서야 그걸 깨달은 지휘부가 새로운 전술을 마련한 것이다.

김창수 대장의 몇마디 말에 사태를 파악한 장성들은 부끄러움이 가득 묻은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들도 그동안 굳어버린 머리로 고작 생각한 것이 그동안 수많은 작전을 훈련하면서 타국의 침략에 대비한 방위전략만 생각했지 스스로 고정관념을 깨고 참신한 생각을 하지 못했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좀비들이 배를 타고 상륙을 하거나 전략을 써서 침공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들이닥치는 것도 아니었기에 잠시 생각을 하던 한 사단장이 입을 열었다.

" 그렇다면 현재 지키고 있는 각 도시의 방위는 누가 담당을 하게 되는 겁니까? 어떻게 알았는지 세계, 아니 동남아, 일본, 중국의 난민들이 각 항구로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순히 지방도시를 지키는 문제만이 아닙니다. "

탈환한 도시의 치안, 행정, 통제등 수많은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 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 오던 군부에서도 이 문제를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계엄령을 통한 통제였지만 그것도 먹고 살 수 있는 환경하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기본적인 식량문제, 주거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어떤 통제도 효과가 없는 실정이었다. 거기에 더해 주변국에서 배를 타고 난민으로 흘러들어오는 인구 숫자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탈환한 항구도시는 군산, 목포, 부산, 포항정도였다. 대부분 해군기지와 가깝고 주변 부대가 밀집한 지역이라 쉽게 탈환이 가능했지만 그 덕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아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밀려드는 난민들까지 그 네곳의 항구도시는 지금 말그대로 개판오분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외곽지역을 군대가 잘 틀어막고 좀비감염에 대한 방어 및 처신이 잘되어 있어 갑작스런 좀비감염이 퍼지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지 못했으면 이미 그곳들도 좀비천국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반대로 말하면 좀비대비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나머지 민원, 문제해결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사실을 이미 일고 있는 김창수 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 알고 있다. 지방 도시들의 관리는 자율적인 관리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더 이상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 각 사단장들은 후방 걱정보다 38선 사수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이상! "

약간의 강압이 들어간 대장의 목소리에 의문을 접고 모든 장성이 한입으로 대답을 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꽤나 오랫동안 이어진 회의였기에 그들이 돌아간 자리에서 한동안 머리를 짚고 있던 김창수 대장은 옆자리에서 묵묵이 기다리고 있던 부관과 사이퍼부대장 이선우 소장에게 시선을 주었다.

" 이 작전은 이소장의 입에서 나와 대통령각하의 재가를 얻어 시행된 것이야. 알고 있지? "

사이퍼부대장 이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네, 너무 걱정마십시오. 우리 부대원들은 생각보다 그런 일에 적격입니다. "

" 그래, 그래야지.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당신 부대원들에게 명운을 걸고 있어. 명심해. "

대답보다 굳건한 눈빛을 보내는 이소장을 보며 김창수 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이런 인물이 그전까지 하위부대에서 전전했는지 궁금했지만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그도 지금 대한민국 군대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파벌, 꼰대, 서열, 기수문화등 암적인 문제들이 언제 곪아터질지 모를 정도로 썩어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느끼는 것들이었다.

지금도 그것들이 터져나와 머천다이저등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고도 서로 감싸주기 급급한 그들. 그렇다고 모두 쳐내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종양이었다.

' 흠, 이럴때 일수록 대통령각하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그 세계단일정부 관련 회의는 언제쯤 끝이 날런지. 쯔쯧.. "

지금 세계는 대공황상태였다. 유일하게 정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고작 수십여 나라. 그들 중 십여나라에서 뉴질랜드 모처에 모여 세계단일정부 협상에 들어갔다.

단순히 UN처럼 연합의 성질이 아닌 경제, 정치, 군사적인 통합을 이뤄내 하나의 단일정부로 일사분란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최후의 논의였다. 당연스럽게도 그 주체는 미국과 러시아였고 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이런 내용은 국내에서 몇몇 인물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번이 네번째 통합회의 였고 그 중요한 자리에 빠질 수 없는 대통령은 여객기를 타고 날라가 참석하고 있는 중이었다.

' 그만큼 중요한 자리지.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자.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하니.. '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김창수 대장은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 근데 후방 좀비 습격을 막아낸 인물 중에 대단한 사이퍼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혹시 알고 있는 자인가? "

그 질문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이소장에게 향했다. 그런 말에 슬그머니 눈을 뜬 이소장은 조금 곤란한 얼굴로 대꾸했다.

" 음, 그게··· 갑작스레 나타나 연기처럼 사라져버려서, 미처 이야기할 틈이 없었다고 합니다. "

" 그곳 지휘관의 말로는 우리측 사이퍼부대원이 아닌 사이퍼들도 여럿 나타났다는 보고를 들었네만, 혹시 그들이 만월회 소속 사이퍼들인건가? "

" 일단은 그렇게 추측하고 있지만 확실치 않습니다. 그들이 그 삐에로라는 사이퍼를 사로잡아 줬기도 했고··· "

차마 능력이 모자라 추궁할 수 없었다라는 말은 할 수 없는 이소장이었다. 자신들의 휘하 병력들의 무능함을 알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일단은 아군으로 봐야겠군. 근거지는 서울이라는건 확실한 건가? "

" 네, 일단 온 방향과 돌아간 방향상. 서울이나 그 근교가 확실할껍니다. "

" 어쨌건 당분간 그들과 부딪히는 일은 없겠군. 서울의 자율 자치부에 만월회를 임명하는게 맞는걸까? 지금도 그들의 힘을 짐작할 수 없는데 말야. "

" 지금은 어쩔 수 없습니다. 서울에 남아있는 수백만이 좀비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자치조직은 오직 만월회뿐입니다. 그들을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

김창수 대장 역시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듯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을 따름이었다. 단지 그런 사실이 불편한건지 미간을 찌푸린채로 말이다.

여전히 가라앉은 공기가 풀릴 여지가 없는지 침묵이 길게 흐리는 이곳은 대한민국 특전사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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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38선(2) 18.08.21 826 19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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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확장(5) 18.08.08 812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5 23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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