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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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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32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20 06:00
조회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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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23쪽

38선(1)

DUMMY

휘이잇! 콰아앙~! 투투투투!

폭탄이 터지고 화약연기가 사방을 가리고 있는 이곳은 철원의 한고지였다. 전투복에 백골부대 마크를 단 병사들이 참호와 진지를 뛰어다니며 고지 아래 방향으로 연신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하늘에는 고폭탄 날라가는 피리소리가 쉴 틈없이 울려퍼지고 지원나온 아파치헬기의 모터돌아가는 소리까지. 여기는 전쟁의 중심이었다.

다이아몬드 한 개 혹은 두개를 단 장교들은 연신 목이 터져라 병사들을 독려하며 소리지르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좀비무리들이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도달하려고 발악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생자가 아닌 죽은자들의 군상. 이미 수많은 총알과 폭탄파편, 혹은 지뢰등에 걸려 생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모습. 허리 아래가 없는 상태로 두팔로 기어서라도 도착하려는 그들의 발버둥.

저들은 무엇을 위해 저리도 필사적인가? 하지만 다리가 없는 좀비들은 뒤에서 밀려오는 좀비들의 발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그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필사적인 염원의 결과로 좀비들은 병사들과 불과 몇십미터 사이까지 도달을 했다. 병사들은 그런 모습에 더욱 더 미친놈처럼 방아쇠를 당겨 탄창을 비워갔고 심지어 앞뒤없이 수류탄을 던지는 병사들까지 저 좀비들보다 더 필사적이었다.

그나마 이성적인 장교들은 좀비가 코앞까지 온 상황을 미칠것 같은 마음과 떨리는 눈으로 보면서 교범대로 거리를 재고 있었다. 이제 불과 십미터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 잠시후 쉰 목소리로 터질듯 고함을 질렀다.

" 크레모아 발사! 발사! "

사방에서 울리는 소음을 뚫고 그 지시소리가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전방에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흙과 바위가 비산하고 병사들의 얼굴로 뜨거운 바람이 불어닥쳤다. 매설된 수십개의 클레이모어가 동시에 터져나가며 발생한 후폭풍을 맞은 것이다.

잠시 고막이 나갔는지 삐익-! 소리가 전장을 가득 채웠다. 누군가 입을 벌려 말하지만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잠시후 다시 전쟁터의 소음들이 귓가로 들려왔다.

" 전차부대가 왔다. 힘내라! 모두 공격! "

한 병사가 눈을 돌려 내려다 본 곳에서 전차부대가 무한궤도를 돌리며 산등성이를 넘어 좀비들의 옆을 치고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수십개의 클레이모어 폭발로 전방 수십미터는 이미 좀비시체 육편이 사방에 널려 있고 일순 앞이 뻥뚫린 듯 했지만 그 자리는 금방 새로운 좀비들로 가득채워지고 있는 중이었다.

타타탕-! 쾅! 쾅!

다시 한번 전장의 방향이 기울었다. 고지에서 내려다보며 쏘는 총소리와 전차의 폭격음, 기관총의 난사음까지 새로운 하모니를 이루어 전장에 울리고 있었다.

고폭탄과 각종 유탄들이 땅을 헤집고 터져나갈때 약하게 흔들리는 지면의 느낌, 나중에 휴유증이 남을 것은 같은 고막과 성대를 걱정하는 것은 사치였다.

오늘 아주 작정을 한듯 좀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도대체 어디서 저 많은 좀비들이 숨어있는지 알 수 없지만 병사들의 눈을 가득 매운 좀비떼들은 이젠 일상처럼 느껴졌다.

" 씨발, 왜케 많아? 입은 옷가지로 봐서는 일반인인데.. 저거 나이키아냐? 어? 외국인은 왜 저기에 섞여 있는거야. 아주 다국적 좀비네. "

지원화기인 MG42 기관총의 사수, 박병장이 고지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한차례 쏟아부은뒤 화기를 식혀줘야 하는 타이밍이라 잠시 쉬고 있었다. 전황은 아군측이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여느때처럼.

그때 본부에서 무전을 받았는지 소위와 중사들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쉰 목소리로 외쳐댔다.

" 사격 중지! 알파팀 투입! 사격중지! "

그런 노력때문인지 전장을 울리던 총소리가 잦아들었다. 하지만 아직 정신을 놓고 있는 신병 몇몇은 연신 방아쇠를 당기는 모습이었다. 그들에게 다가간 소대장들이나 고참들이 하이바를 군화로 걷어차고 구타를 하고나서야 완전히 총소리가 멎었다.

그런 모습을 고지대에서 내려다본 박병장이 피식거렸다.

" 요즘 후방에서 올라오는 신병들 상태가 별로네. 새끼들 우리덕분에 좀비 밥 안된것도 모르고 말야. "

" 그러게 말입니다. 박뱀. 근데 알파팀은 오늘도 투입이네요. "

" 뭐, 그 새끼들이야. 그만큼 대우를 받잖아. 씨벌. 우리같이 좆뺑이치고 또 작업하고 하는 말단 병사가 아니라 고급인력이니 말야. "

그 사이에 치누크 헬기가 전장 위에 당도했다. 착륙하지 않은 상태에서 헬기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십여미터 높이를 그대로 뛰어내린다. 그들이 정부의 사이퍼부대, 알파팀이었다.

아직까지 정리하지 못한 좀비들이 제법 많았지만 일곱명의 알파팀원들은 그대로 떨어지면서 각자의 냉병기를 꺼내들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들 중 두명은 각자 화기를 꺼내들고는 달려가며 정확히 좀비의 대가리에 총알을 정확히 꽂아넣는 모습이었다. 놀라운 사격실력이었다.

" 이야, 저게 K2알파버전인가 하는 총인가? 총소리가 하나도 안나네? 저런 총을 빨리 일선부대에 공급해야 좀비들을 빨리 정리할꺼 아냐. 하여튼 국방부 새끼들은··· 쯔쯧. "

막 달리는 와중에 탄창을 가는 알파팀원들과 진형을 짜 좀비들을 압살하는 그들의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 박병장은 고개를 돌렸다. 어짜피 결과는 뻔했고 매번 봐오던 장면이라 별다른 감흥이 없는 탓이었다.

그런 박병장의 눈에 부사수 김일병이 넋나간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알파팀의 유일한 여자인 선화를 동경해 무슨 팬클럽에 가입한 상태였기에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안봐도 뻔했다.

퍽, 쪼인트를 깐 박병장은 정강이를 잡고 팔짝팔짝 뛰는 김일병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시를 했다.

"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그만 쳐다보고 장비나 챙겨. "

" 아니! 이걸 어떻게 혼자··· "

김일병이 정신을 차리고 불평을 할 상대는 이미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달랑 탄약통하나만 들고서. 급하게 화기와 거치대를 분리하고 나머지 장비들을 주섬주섬 챙긴 김일병은 급히 박병장이 사라진 방향으로 뛰듯이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오늘 하루 전투와 함께 해가 저물고 있었다.


" 조상사? 조상사! 무슨 생각하는거야? "

무궁화 두개를 견착한 대대장이 자신과 비슷한 연령의 군인, 조상사를 바라보며 눈쌀을 찌푸리고 있다. 커다란 야전막사안 테이블의 가장 상석에 서서 뭔가를 브리핑하던 대대장의 주변으로 부대대장과 각 중대장들이 상사계급을 단 사내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아, 네! 대대장님. 무슨 질문을···? "

" 하아, 보급말일세. 요즘 아무리 좀비들이 정신없이 몰아치고 있다고 해도 정신은 꼭 챙겨. 이럴때 일수록 지휘관들이 중심을 잡야줘야 해. 알겠나? "

" 네! "

기합이 든 목소리로 우렁차게 대답하는 이들은 철원 3사단 백골부대 2대대 소속된 군인들이었다. 대다수 위관급 군인들과 부사관들이 주를 이룬 이 회의장에서 최근 최전선에 대한 작전이 이뤄지고 있었다.

" 아, 네. 보급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후방에서 제법 신경을 써주는 것 같습니다. 전투식량은 물론, 부식재료도 많이 입고되고 있습니다. "

" 흐음, 알겠네. 병사들의 사기를 생각해서 최대한 먹거리는 아끼지 말도록 하게. 그리고 항상 당부하지만 병사들의 심리상태는 꼭 체크를 해야 할 사항이야. 옆부대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자살한 케이스까지 나오고 있으니 각 중대장들은 소대장들과 병사들의 심리적인 것들을 챙기도록. "

" 네. "

대답은 했지만 아까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목소리의 장교들이었다. 솔직히 시키니까 하는거지, 장교들이 어떻게 병사의 심리까지 챙길 수 있단 말인가? 무슨 정신과 의사도 아니고.. 그런 생각들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대대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 쯧, 그다지 신통지 않은 반응이네. 내가 하는 말은 그냥 병사들과 대화를 많이 하라는 말이야. 지금은 전시상황이고 병사한명 한명이 전우라는 사실을 잊지마! " FM적인 말이고 이론이었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것들이 쉽지 않다는 것을 대다수의 장교들이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까라면 까야하는 군대였다.

" 근데 알파팀이 오늘 작전을 끝으로 이동을 한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그럼 여긴.. "

" 어, 이미 소문이 퍼졌나 보군. 일단 알파팀과 브라보팀은 작전상 잠깐 빠진다. 대기중인 찰리팀이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지만 당분간은 우리의 힘만으로 전선을 유지해야 해. "

" 휴우, 죽어나겠습니다. 안그래도 이번주만 세번의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당장이라도 휴식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참호도 파야하고 경계도 서야하는 입장이라.. "

" 알고 있어. 하지만 어쩌겠나. 지금 당장 몇일만 버티면 된다고 하니 모두 힘내도록. 대신 포병대대에서 지원이 나올꺼야. 화력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을꺼야. "

" 하지만.. 하아, 네. "

뭔가를 말하려던 다이아 세개를 견착한 군인이 부대대장의 눈치를 받고 말을 멈추었다. 당장 여기서 말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없이 감정만 상한다는 것을 깨닫고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후에 이후 처리할 과제들과 사소한 몇가지 문제들, 작업지시가 이어졌고 각자의 머리속에 오늘 회의를 담아둔채 흩어져갔다.

조상사 역시 그들과 섞여 지휘막사를 나와 자신이 관리하는 보급창고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후 철제와 판넬로 지은 창고 몇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임시 보급창고이자 자신의 관리하에 있는 곳이었다.

조상사가 모습을 보이자 급히 어디선가 병사 둘이 뛰어나오며 경례를 올렸다.

" 백골! 근무중 이상무! "

" 응, 쉬어. 보급차는 왔나? "

" 네! 물건을 검수했고 입고완료 했습니다. 근데.. "

두 병사중 선임으로 보이는 이가 보고를 하며 살짝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다시 보고를 이어갔다.

" 그.. 곳에서 온 사람이 지금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

조상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 선임의 어깨를 두드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창고 중 하나의 창고를 개조해 집무실로 사용중인 그곳에 멀쩡한 양복을 입은 삼십대중반의 사내가 발을 꼰 채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여러 번 이곳을 방문한 듯 거침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그는 막 들어서는 조상사를 보며 일어날 생각도 없이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 어이. 조상상님. 오랜만입니다. 아니지, 그저께 왔으니 오래되지는 않았지. 하하하.. "

조상사는 손짓으로 병사들을 물리곤 고개를 돌려 양복남자를 쏘아봤다.

" 이미 그저께 물건들을 실어갔잖아. 또 왜 왔어? 이렇게 들락날락하다가 꼬리라도 잡히면.. "

" 어허, 걱정도 팔자시네. 어짜피 윗선이랑 얘기가 다 되었어요. 저~ 윗선요. 쯔쯧··· 그렇게 담이 작아서 어떻게 거래를 트실 생각을 하셨데. "

" 휴우.. 그래. 알았으니까, 이유나 듣자. 왜? "

" 뭐 별건 아니고.. 우리 머천다이저에서 거래에 대한 댓가는 확실하잖아요. 이번에 개발된 K2-알파 몇정만 줘요. 댓가는 확실하게 줄테니까요. "

" 뭐? 미쳤어? 그건 아직 병사들에게 지급도 안된 물건이야. 그게 밖으로 세어나가면 내가 어떻게 될꺼 같아? "

" 에이, 이제까지 빼돌린 물건들도 만만치 않은데 그거 몇정 꿀꺽했다고 티가 나겠어요. 더군다나 그거 이미 특임대랑 해병대, 특수부대 얘들은 싹다 교체했더구만. 생각보다 행보관님 능력이 별로시네. "

후우, 담배연기를 내뿜은 양복남은 약간의 협박과 회유, 정보를 내뱉으며 조상사를 압박해 들어갔다. 전형적인 악덕 상인과 조폭의 말투가 혼합되어 있었다. 그가 과거 어떤 일을 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 그의 말에 이를 악문 조상사는 갈등어린 표정으로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당장 저들과 이제까지 한 거래가 자신의 발목 아니 목을 옥죄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은 가벼운 전투식량 몇박스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군복, 전투화, 방한복에 이르는 생필품들과 자신이 필요로하는 물품들이 교환되었다. 주로 지금은 찾을 수 없는 담배, 술, 심지어 여자까지.

이런 거래는 늪과 같았다. 벗어나려 발버둥 칠수록 더욱더 깊게 빠져드는..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다는 말처럼 여러 번 후회를 했지만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는 이곳을 지키는 자신 직속 병사들까지 끌여들여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 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최근에는 총기와 탄약까지 불출되었다. 단순히 서류 몇개만 조작하면 되었기에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너무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지금 상황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은 지금 머천다이저들의 필요성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이런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상사는 굳은 머리를 굴렸다. 뭐지? 왜 이들은 자신을 버릴것처럼 과한 요구를 하는거지? 이번이 마지막 거래인처럼..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전선이 고착화되어 지속적으로 좀비들이 달려들고는 있지만 충분히 막아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대로만 자신과 거래를 한다면 분명히 저들은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그걸 버린다?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분명히 내가 모르는 정보가 있다. 그것이 조상사가 낸 마지막 결론이었다. 문득 방금 회의의 마지막에 지나친 상황이 생각이 났다. 알파팀과 브라보팀이 합동작전을 나간다. 그것도 몇일씩이나.. 그게 뭘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조상사는 양복남을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 좋아, 그럼 댓가는 내가 정한다. "

" 오, 역시 우리 행보관님. 그래 어떤 거로 줄까? 담배? 술? 아니면 여자? 그때 그 여자 좋았지? 가끔 예전에 티비에도 나온 여자야. 크크큭. 말만 해. "

" 아니, 정보. 이 곳과 철원 전체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

" ··· 무슨 소리야. 갑자기. 뜬금없이 정보라니. 우린 상인이지 정보단체가 아냐. "

" 개소리하지마. 난 분명히 말했어. 니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필요해. 알아 들었어? "

단호한 조상사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양복남이 고개를 들었다.

" 이거, 이거.. 조상사 생각보다 눈치가 빨라. 크흐흐. 뭐 좋아. 일단 물건을 준비해. 내일 다시 오지. 네가 원하는 정보와 함께 말야. 하하하. "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며 꽁초를 툭 던진 사내는 알듯 말듯 조상사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어 보냈다. 마치 부처님안에 잡힌 손오공을 쳐다보듯이, 자신의 손바닥에 올라선 개미를 보는 것과 같은 시선이었다. 언제든지 쳐낼 수 있는 그런 하찮은 미물과 같이..

하지만 조상사는 심란한 마음에 양복사내를 배웅하지 못했고 그런 시선조차 느낄 겨를이 없었다. 당장 내일 마련해야 할 신총부터 주변에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봐야 할 사항까지 그의 머리속은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 수고해. 아, 그리고 이건 니들 챙기고.. 이건 조상사님 드려. 알지? 크큭.. "

창고를 나서며 밖에 보초를 서고 있는 두병사에게 뭔가를 건내는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지껏 답례로 주던 담배한갑 정도일 것이다.

잠시 후 사내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고 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슬그머니 병사 둘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아직 막사로 돌아가지 않는 조상사의 눈치를 보며 뭔가 뒤적거리는 모습이었다. 그들 중 선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행보관님. 저기 이걸 드리라고.. "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픈 조상사는 손짓으로 대충 내려놓으라고 하자 꺼내든 것은 담배한갑이 아니었다. 무려 답배 한보루가 떡 하니 테이블에 올려졌다. 비록 품에 들어갈 정도밖에 안되지만 지금 담배 한보루의 가치는 엄청났기에 먼저 의심이 갔다.

잘 싸여진 그것을 든 조상사는 조심스럽게 흔들어봤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틱! 뭔가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담배소리가 아니었기에 조상사는 급히 포장을 뜯었다.

두 병사도 그런 조상사의 행동이 궁금했는지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막 포장이 뜯기는 담배에 집중을 했다.

툭. 데구르르.. 그런 조상사가 뜯긴 포장지 사이로 굴러떨어진 것은 손바닥만한 감자모양의 철제의 무언가였다. 행보관을 하면서 요즘들어 수없이 많이 보았던 그것, 수류탄이었다. 얼마전 머천다이저와 거래를 한 적이 있던 그것이었다. 그 댓가로 여자를 품에 안았고··· 그것이 이렇게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순간 시간이 멈춘 듯 했다. 두 병사는 떨어진 물품을 정확히 보지 못해 다가와 그것을 주우려고 했다.

개새끼들··· 그것이 조상사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콰앙! 멀리 떨어진 병사들의 주둔막사까지 울리는 굉음은 곧 전 대대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그들이 출동해서 본 광경은 창고 하나가 완전히 초토화 되어 뜯겨져 나간 상태로 흉물스럽게 변한 창고뿐이었다.

곧 대대장의 지시로 조사에 착수했고 원인은 일반병사의 스트레스로 인한 수류탄 자살로 마무리되었다.

흔하지 않지만 하루에도 몇명씩 죽어나가는 전장은 그런 소란과 이슈를 단숨에 집어삼키고도 남았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조그만한 사건중 하나로 보고가 되었고 사람들의 뇌리속에 잊혀져 갔다.


투투투.. 이젠 치누크의 모터음이 자장가처럼 들렸다. 이짓도 하루이틀을 넘어 일상처럼 해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막 눈을 붙이는 그는 자칭 타이거, 애칭 고양이라는 이름의 김대위였다. 예전 일병시절 각성을 해 대위로 급상승한 신분을 가진 그는 정부 알파팀의 팀장을 맡고 있었다.

그 이후 전방에 배치된 그는 정부 능력자부대의 최선봉에서 매일같이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섭고 힘들고 도망치고 싶고 그랬지만 지금은 그냥 출퇴근하는 기분으로 좀비의 대가리를 부수고 있는 중이었다. 당연히 능력은 수직상승했고 이후에 편입된 사이퍼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보여줘 팀장을 맡고 있는 이유였다.

눈을 감고 헬기의 진동을 느끼고 있는 타이거의 종아리를 건드는 발길질이 느껴졌다. 누군지 뻔했기에 눈을 뜨지 않고 몸을 돌려 세웠다. 귀찮았다.

하지만 집요한 발길은 허벅지를 지나 허리까지 이르자 도저히 참기 힘든듯 번쩍 눈을 뜨며 맞은편에 앉은 여인을 쏘아봤다.

" 왜! 또! 내가 귀찮게 하지 말랬지? "

숏컷에 고양이상의 귀엽게 생긴 또래의 여자애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놀란 눈으로 대꾸했다.

" 흑, 흑. 내,내가 귀찮아? 응? "

" 휴우, 선화야 그 설정은 어제도 했잖아. 좀 참신한 연기좀 해봐라. 한번만 더 건들면 뒤진다. 오케이? "

" 흥! 넌 나같이 이쁜 여자한테 왜 그렇게 틱틱거려? 혹시 츤데레? 표현을 잘 못하는 건가? "

눈물을 흘릴것 같은 표정에서 악동같은 미소를 머금는 얼굴로 변하기까지 불과 일초도 걸리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익숙한듯 나머지 다섯명은 아예 눈길조차 돌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 오케이, 내가 졌다. 내가 큰 잘못을 했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빨랑 말해. "

" 뭐야? 지금. 내가 똥이야? 왜 자꾸 피해? 난 지금 칙칙한 이 남탕에서 유일한 꽃으로 너희들을 위로해주고자··· "

" 아악! 씨발.. 니 평상시 모습을 영상을 찍어서 군대 전체에 돌려야해. 이런 년을 무슨 알파팀의 꽃이라고 어떤 새끼가 시부렸냐? 그 새끼부터··· "

분위기가 싸해진 것을 타이거가 느꼈는지 마지막말은 기어들어가고 있었다. 모두가 이후에 벌어질 일들을 알고 있는듯 눈을 감고 모른척 했지만 그들이 우려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선화, 공식적인 명칭은 바람이 진짜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타이거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 야,야. 농담이야. 농담. 네가 아니면 누가.. 휴우, 꽃이겠냐. "

하지만 눈물을 그칠 생각이 없는지 아예 대놓고 대성통곡을 했다. 그런 바람을 달려는 역할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여전히 팀원들은 아예 눈을 감고 있는 중이었다.

" 그래 뭘 원해. 말해. 내가 졌다. 그만 쳐 울어. 연기인거 알아. "

그도 알고 팀원들도 알지만 여자의 눈물에 내성이 없는 참군인인 그들은 바람의 투정을 받아줄 인물로 팀장을 선택했다. 그게 팀장의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여튼 그의 말에 고개를 든 바람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 뭐든지? 오케이? "

" 그래. 니 맘대로 해라. "

뭐 맨날 비슷한 패턴으로 당해왔던 그였기에 그냥 반쯤 포기한 얼굴이었다.

" 근데 지금 어디가는 거야? 팀장이 브리핑 해줄때가 된거 같은데? "

문득 헬기밖을 내려다보던 바람이 의문을 표했다. 그에 치누크 헬기에 달린 LCD 패널을 통해 GPS를 확인한 타이거 팀장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어 크게 말했다.

" 잘들어! 우리가 가는 곳은 여기, Z-1지역이다. 그리고 그 옆 Z-2지역은 브라보팀이 맡는다. 우리의 적은 여지껏 그래왔지만 좀비들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들 중 사이퍼가 있다는 사실이야! 모두 이해했나? "

아까와 다르게 두눈을 부릎뜨고 집중하는 팀원들은 일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 정확한 적 사이퍼들의 인원수는 모른다! 밑에는 707특임대와 특전사대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여지껏 연습해 왔던 대로 그대로만 하면 모두가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꺼다! 알겠나!? "

" 넷! "

" 우리는! "

" 조국의 미래다! "

" 우리가! "

" 조국을 지킨다! "

" 좋아, 모두 강하준비! "

모두 일사분란하게 각 장비를 체크하고 무기 상태를 일일이 확인한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 체크포인트에 도달하자 여지껏 훈련하고 작전을 수행한것 처럼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렇게 38선 후방에서 비밀리에 작전이 시행되고 있다.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그런 작전일수도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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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Personacon 서비스
    작성일
    18.08.24 11:48
    No. 1

    고작.총기로.방어하고.있나요?
    물리적인.차단이.있어야.할텐데요...
    도로정돈.이미.다.준비되어있고.산지나.강.같이.지형지물로.막다가.건설장비라도.동원해서.차단해야.할텐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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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The Gear(1) +1 18.09.05 774 18 22쪽
82 국내 상황(6) +1 18.09.04 794 18 19쪽
81 국내 상황(5) +1 18.09.03 755 16 19쪽
80 국내 상황(4) +2 18.08.31 798 16 18쪽
79 국내 상황(3) 18.08.30 791 18 19쪽
78 국내 상황(2) 18.08.29 800 20 19쪽
77 국내 상황(1) 18.08.28 791 17 19쪽
76 38선(6) 18.08.27 777 20 22쪽
75 38선(5) +2 18.08.24 778 19 21쪽
74 38선(4) +1 18.08.23 790 20 22쪽
73 38선(3) 18.08.22 791 14 20쪽
72 38선(2) 18.08.21 826 19 21쪽
» 38선(1) +1 18.08.20 818 19 23쪽
70 태풍 속 서울(7) 18.08.18 856 19 22쪽
69 태풍 속 서울(6) +2 18.08.17 799 21 21쪽
68 태풍 속 서울(5) +1 18.08.16 802 16 21쪽
67 태풍 속 서울(4) 18.08.15 803 15 21쪽
66 태풍 속 서울(3) 18.08.14 831 17 22쪽
65 태풍 속 서울(2) 18.08.13 809 16 23쪽
64 태풍 속 서울(1) 18.08.10 852 17 21쪽
63 확장(6) +1 18.08.09 848 18 22쪽
62 확장(5) 18.08.08 812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4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4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6 15 19쪽
58 확장(1) 18.08.03 883 17 23쪽
57 서브웨이(5) +1 18.08.02 884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5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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