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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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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23 06:00
조회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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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22쪽

38선(4)

DUMMY

" 부탁드려요. "

하얀 벽과 전면에 나있는 통유리. 검은색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소파와 리클라이너. 심플한 원목탁자와 카펫이 깔려 있는 있는 이곳은 만월회 강북거점 중 하나였다.

정확한 위치는 서울시립대가 위치한 배봉산근린공원에 위치한 연구소 겸 창고기지였다. 드러난 곳보다 감춰진 장소가 훨씬 많은 이곳에 네 사람이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잇었다.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바깥세상은 여전히 어두웠고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건물들은 서울시립대 및 래미안브랜드의 아파트들이었다.

가만히 차를 음미하던 그들 중 긴 생머리의 하얀얼굴을 가지고 휠체어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소녀, 만월회의 실질적인 주인이자 보스인 회주 임나연이 붉은 입술을 열었다. 그 간단한 한마디가 모두의 귓가를 간질거렸지만 무뚝뚝한 바위는 별다른 표정변화가 없었다.

" 내가 왜 그래야 하지? "

" 후우, 이유는··· 없어요. 당신에게 이 나라가 국민이 어떠한지, 애국심과 애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겠어요. 단지 이전에 얘기한 그들은 결국 바위씨 주변사람과 지키고자 하는 것들을 빼앗으려 들것이 분명해요. "

몇시간전에 도착한 바위와 일우의 소식을 들은 회주는 이곳에 금방 도착을 했다. 그리고 제법 많은 이야기와 정보를 건냈다.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지, 인류의 위기가 어디까지 왔는지, 왜 38선을 사수해야 하는지등을 이야기 했고 그가 궁금해 하는 좀비의 이상행동과 진화된 좀비들에 대한 정보도 건냈다.

그리고 마지막말로 부탁했다. 38선을 지켜달라고. 하지만 바위의 대답은 거절이었다.

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가 만든 모임은 온전히 바위라는 이름에 의존해 유지되고 있었고 자신이 떠난 후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안되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물론 지금 바위모임은 바위가 없다고 해서 갑자기 무너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지켜오던, 삶의 목적이 되었던 이들은 대부분 힘이 없는 약자들. 그들이 이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어떤 취급을 당할지 보지 않아도 뻔했기에 바위는 단호한 태도를 고수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회주는 다시 조용히 말을 했다.

" 하지만 지금 상황이 바위씨랑 마냥 어떤 댓가를 주면서 협상하기에 너무 급박해요. 아까 말했다시피 38선이 뚫리면 우리나라는 끝이에요. 수백, 수천만 좀비들이 남하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요. 그것들을 조종하고 있는 조직들에게 이 나라의 운명을 넘겨줄 수는 없어요. 또··· "

" 그만! 웃기는 소리군.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고 급박한 전황이라면 너희들이 참전하면 될거 아닌가? "

보통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누구라도 이렇게 간절하게 설득하는 미인의 앞에서는 으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바위는 과신도 방심도 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적아를 나누고 실리를 따져 행동하는 그는 평소에는 모임의 결정에 크게 관여하지 않는 이유는 주변사람을 믿기 때문이지 몰라서가 아니었다.

어쩌면 당연한 소리였기에 회주는 일순 아무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진실을 알려줄 수 없었다. 아직 준비가 안돼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 하아. 그렇다면 혹시 원하시는 것이 있나요? "

" 글쎄. 네가 줄 수 있는 것을 말하는게 먼저 아닌가? 아, 그건 제비와 사장에게 물어봐야겠군. "

" 네? 하지만 지금 상황이.. "

회주는 실미도 상황실에서 여기까지 날아오면서 들은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설마 구루까지 그곳에 나갈것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그녀는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이곳을 온 것이었다. 그 대책도 임시방편일뿐, 지금 모종의 임무를 띠고 다른 곳에 가 있는 사이퍼 대원들의 공백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서울의 거점을 지키고 있는 사이퍼들을 빼내기에는 너무 위험했기에 대안이 바위뿐이었다.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설마 바위가 이렇게 대놓고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치 못한 회주는 고심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길지 않았다.

" 네 말이 틀리지 않아. 분명히 그것들이 내려오면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평화는 깨어지겠지. 그렇다면 네 말대로 그곳에 가주지. 단.. "

바위는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고 그 댓가로 제비와 사장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기로 한 것이다. 그 둘이라면 충분히 최대한의 것들을 이들에게서 얻어낼 수 있으리라.

그 말을 들은 회주는 찰랑거리는 머리결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기장에 대해 생각했다.

' 이자가 드레드노트가 맞다면, 미래의 나는 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게 틀림없어. 단순히 인류를 멸종위기까지 몰아넣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성적이고 계획적이야. '

회주는 바위에 대한 평가를 수정했다. 이 정도로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내가 그런 무력을 가졌다면 그건 다른 의미로 재앙이었다. 그녀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 뭐? 씨발, 내 의견은 안중에도 없냐? 그 전쟁터에 나까지 데려간다고? 그냥 이 여자랑 같이 쉘터로 가서.. 응, 그 댓가도 받아내고 의견도 내고.. 또.. 하여튼 난 못가! "

그 동안 얌전히 앉아 있던 일우가 바위의 결정을 듣고는 난리를 쳤다. 일우의 입장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셈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이런저런 많은 일들을 겪은 그는 이제 이곳에서 목적을 이룬 뒤 쉘터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오손도손 평화로운 일상을 즐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새더니 결국은 전쟁터로 끌려가게 생긴 것이다.

" 네가 쉘터에 간다고 달라질껀 없어. 그리고 너의 도움이 필요해. "

"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나 정도는 없어도 상관없잖아. 응? "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어필하는 일우를 잠시 응시하던 바위가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 네 스스로 누군가를 지키려면 너 자신이 먼저 강해져야 해. 지금의 넌.. 너무 약해. "

최근들어 사스팀과 다희팀이 나뉘면서 그들과 대련이 줄어들고 꽤 편한 생활을 해온 일우였다. 지금에 와서는 무력 순위로 보자면 모임내 사이퍼들 중 하위권으로 떨어진 일우도 그런 사실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고 매일같이 삼도천을 건널랑 말랑하는 훈련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미친년들의 수련법을 몸서리치게 잘 알고 있는 일우였기에 더욱더 피했는지 몰랐다. 그것을 정확하게 바위가 꿰뚫고 있었다.

" 나도··· 알아. 그게 뭐? 지금도 충분히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어. "

" 아니, 너도 알잖아. 지금 세상은 변하고 있어. 미래가 마냥 지금과 같지 않을 것라는 건 분명해. "

바위와 일우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회주도 한마디 거들었다.

" 바위씨 말이 맞아요. 지금 다가오는 미래, 아니 당장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급격한 진화에 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그 만큼 위험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죠. "

" 하아.. 그래서, 왜 내가 그런것까지 걱정해야하는 거지? 지금 세상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당장 오늘을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하고 있어.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일뿐이라고! 젠장.. "

" 아니, 넌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사이퍼다. "

그 마지막 말은 일우의 가슴속 깊이 꽂혔다. 그동안 쉘터내 일반인들이 자신을 보며 느꼈던 감정들. 부러움, 질시, 선망, 호의. 그것들은 자신을 향한것이 아니라 사이퍼라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자들에게 향한 시선들이었다. 그 차이를 지금에서야 분명하게 구분되었다.

" 그래. 휴우, 내가 얻고 싶어 얻은 능력은 아니지만 분명히 일반인에게는 축복받은 능력이지. 뭐, 그런건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왕관을 쓴자 그 무게를 견뎌라? 크크크.. 씨발. "

그냥 평범한 청년들 중 한명이었을 따름인 자신이 특별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마냥 축복받을 일은 아니었다. 소설, 영화처럼 깽판을 치고 멋대로 살아가는 그런 그림까지는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 꺼라는 희망은 놓지 않았다. 단지 그 바램대로 살려면 그만큼의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상식을 잠시 잊은것뿐.

반쯤 포기한 일우는 될대로 되라는 듯이 중얼거리며 눈을 감아버리자 회주가 말을 이었다.

" 위치는 철원과 포천의 경계지역. 그곳에서 군대와 정부측 사이퍼부대원들이 막기위해 진을 칠 예정이에요. "

" 그들만으로도 부족한건가? 군대라면 그 화기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아? "

" 휴우, 구루가 없다면 그럴수도 있지만.. 그가 그 무리를 이끌고 있다는 정보에요. 그의 결계능력은··· "

회주는 구루라는 변절자에 대한 정보를 풀어냈다.

" 흠. 그 천둥이라는 사이퍼의 공격에도 멀쩡한 결계라.. 확실히 대단하군. 그렇다면 폭격지원도 무의미하다는 말인건가? "

" 무의미하지는 않지만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을꺼에요. 당장 당신만 하더라도 헬기정도는 격추시킬 수 있지 않나요? 다른 사이퍼들도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어떤 방법을 쓰든 말이죠. "

" 그렇군. 언제 출발이지? "

" 그게..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해요. 지금도 급박하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어요. 당장 오늘 격전이 벌어질 예정이라.. "

지금 당장 가야한다는 그녀의 말에 일우가 눈을 번쩍 뜨며 따졌다.

" 뭐? 바로 간다고? 나도 좀 쉬.. 아니다. 가자, 가. "

그 사이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는지 마냥 투덜대던 일우가 금방 말을 바꿨다. 그런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회주는 바위를 또렷이 바라봤다.

" 그래. 준비하도록 하지. "

" 그리고 이건 급하게 준비한 선물이에요. "

회주가 미리 준비한 철제 박스를 두드리며 바위를 쳐다봤다. 무심하게 그것을 바라본 바위는 몸을 일으켜 철제박스를 열었다. 그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없었기에 별다른 기대가 없는 표정이었다.

끼릭. 철제박스 안에는 의외의 것이 들어있었다. 촤르륵.. 그것을 꺼내든 바위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 이건··· 쇠사슬이군. "

바위의 손에서 흘러내리는 쇠조각들은 분명히 쇠사슬이었다. 하지만 그 모양부터 두께, 길이, 재질까지 예전에 바위가 들고 다니던 그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손가락 한마디보다 얇은 두께에 검은색 재질은 바위도 처음보는 것이었다. 거기에 길이도 몇배나 길어져 반경 수십여미터 이상을 커버할 정도는 되어 보였다. 무엇보다 놀란것은 무게였다.

그 정도의 강철로 만든 쇠사슬이면 대략적인 무게를 느낄수 있는 바위였지만 그의 예상보다 수십배는 더 무거웠기에 놀란 것이다. 심지어 알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쇠사슬은 두께도 엄청나게 얇았기에 상식적으로 이 정도의 무게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 후후, 어때요? 놀랐죠? 한번 끊기 위해 양쪽을 당겨보세요. "

마치 어버이날 선물을 주고 부모님의 반응을 기대하는 눈빛으로 바위를 보며 제안을 하는 회주였다. 그제야 그 나이또래로 보였지만 바위는 쇠사슬에 더 눈이 갔다.

그녀의 말대로 짧게 잡아 힘을 주자, 그그긍 소음이 울리며 마찰음을 내며 끊어지려 하자 급히 회주가 말렸다.

" 그,그만. 휴우. 마에스트로가 분명히 인간의 힘으로는 끊을 수 없다고 했는데.. 당신은 대체.. 여튼 그 쇠사슬은 당신에게 주는 제 선물이에요. 당신 에너지 확산단계는 넘었죠? 그 쇠사슬에 에너지를 담아보세요. "

바위가 잠깐 집중을 하자 검은색 쇠사슬이 더욱 어두워졌다. 마치 검은색 물감을 덧칠한듯 표면을 일렁이는 그것은 유형화된 에너지의 흐름이었다. 그제서야 놀란 눈을 뜬 바위를 흐뭇하게 쳐다본 회주가 말을 이었다.

" 아마 당신정도면 그 망치에도 비슷하게 발산할 수 있을꺼에요. 하지만 그 효율을 따지면 하늘과 땅정도의 차이죠. 느끼셨나요? "

" 그래. 확실히 효율이 좋군. 고맙다. "

짧지만 진심이 담긴 인사에 흐뭇한 표정을 지은 회주가 본론을 말했다. 그것으로 되었다. 더 이상의 생색은 반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에 이슈를 전환했다.

" 준비를 하고 삼십분뒤 헬기장으로 오시면 돼요. 바로 전장으로 가셔야 하니 휴식을 취하시길··· "

그녀가 손짓을 하자 그동안 그녀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서 있던 집사가 휠체어를 천천히 밀어 방을 나섰다. 그런 그녀에게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고 쇠사슬을 만지작 거리던 바위는 바닥에 가부좌를 한 상태로 나름 휴식을 했고 일우 역시 아예 눈을 감고 잠을 자려는 듯이 쇼파에 누워버렸다.

한편, 회주의 휠체어를 밀면서 통로를 걷고 있던 집사가 조용히 물었다.

" 그자를 왜 그토록 중히 생각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조금 뛰어난 사이퍼라는 것 외에는 큰 세력을 가진것도 아니고... "

" 집사님. 그동안 제가 한일에 지원을 한 이유가 뭐죠?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지원은 헛수고가 될 것인데 말이에요. "

" 그건··· 아가씨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아가씨의 불가사의한 능력을 직접 봐왔으니까요. "

그녀가 시한부 인생을 살때부터 그녀를 보필하며 가장 가까이서 지켜온 사람이 그였다. 그는 미성년자일때부터 후견인으로 그녀가 벌인 사업부터 각종 투자등을 통해 그녀가 어떤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미 세계가 이렇게 변하기 전에 그녀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억만장자라는 사실까지.

" 그 동안 제가 한 일들 중에 이번 투자가 가장 크고 중요해요. 그 이전의 어떤것보다.. "

그녀는 집사에게 말을 전했다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중얼거렸다. 집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조용히 입을 닫고 휠체어를 밀었다.

정확하게 30분후 헬기장에 나타난 바위와 일우는 비교적 가벼운 차림이었다. 전장을 나가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차림에도 회주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바위도 그런 그녀에게 목례를 하고는 헬기에 올랐다.

스스스.. 헬기는 금세 떠올라 고도를 높인 후 북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금방 점으로 변해서 사라진 헬기를 끝까지 놓치지 않고 시선을 준 회주의 입에서 가벼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런..


직선거리로 오십키로가 넘는 거리를 돌파하는 시간은 불과 십여분도 걸리지 않았다. 중간에 합류한 헬기편대들과 같이 움직인 바위는 저 멀리서 터지는 폭음이 귓가에 들리자 창문을 통해 밖을 내려다봤다.

장대비는 아니지만 부슬비가 내리는 오후. 앞쪽 산너머 폭음과 총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헬기 편대에서 이탈한 바위가 탄 헬기는 무슨 이유인지 크게 오른쪽 방향으로 돌았다.

그렇게 돌아간 산등성이에는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군인들과 뒷편에 배열 거치되어 있는 박격포, 사이퍼들로 보이는 군인들이 냉병기를 들고 있는 모습까지. 아군 진형이 멀지 않은 곳이었다.

고지가 높은 지역에 존재하는 평탄한 곳을 찾아 내린 헬기를 향해 무궁화 두개가 박힌 모자를 쓴 지휘관차림의 남자가 다가왔다. 그의 곁에는 완전무장한 병사들 대여섯명을 대동하고 있어 헬기를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드르럭. 헬기의 문이 열리고 간편한 복장을 하고 오른손에 거대한 망치, 왼손에는 검은색 쇠사슬을 둘둘말아 감아 든 온몸이 강철같은 근육으로 뒤덮인 조금 이질적이지만 위협적인 모습의 사내, 바위가 내렸다. 누가봐도 사이퍼의 외형을 가진 그를 의심가득한 눈빛으로 훑어보는 부대장이 입을 열었다.

" 누구요? 본부에서 연락받은 사항이 없는데··· "

그런 부대장에게 답변을 준 것은 바위가 아니라 헬기에서 같이 내린 조종사였다.

" 수고많으십니다. 여기 명령서입니다. 이런 방식이 확실해서 무전보다 직접 가져왔습니다. "

그가 준 종이쪼가리를 힐끔 쳐다본 부대장이 맨 아래 찍힌 명령권자의 직인을 보고는 다시 처음부터 신중하게 읽어나갔다. 그리 많지 않은 글자가 적혀 있었는지 금세 다 읽은 부대장이 자세를 바로하며 경례를 올렸다.

" 충성! 신원확인 했습니다. 지금 상황이 그리 좋지않아··· "

도대체 회주는 누구의 직인을 사용해 자신의 신분을 확인했는지 궁금했지만 바위는 아까 내려다 본 전장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을 보고 느꼈기에 부대장의 짧은 브리핑을 듣는둥 마는둥 하면서 장비를 점검했다. 그 사이에 내려선 일우도 사방을 훑어보며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 그럼, 우린 바로 투입한다. 가자! "

그렇게 부대장과 지휘관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아가는 곳은 가장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알파팀과 브라보팀이 있는 곳이 아니라 저 멀리 멈춰서 있는 마차를 향했다. 그곳이 이 전투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곳이라는 것은 이미 파악해둔 바위였다.

" 저기, 신세계 사이퍼가 있을꺼야. 준비해둬. "

" 휴우, 알았다. 지원은 확실히 할테니 맘껏 싸워라. "

그 짧은 시간동안 전장의 무게추는 또 한번 기울었다. 팽팽하게 맞서던 양측은 변종좀비의 투입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자 신세계측 사이퍼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한 것이다.

스스스. 녹새의 연기가 마차에서 구름처럼 퍼져나갔다. 그 녹색 구름은 그 몸집을 서서히 불리면서 전방을 향해 가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그것을 본 특임대와 특수부대 지휘관들이 급히 지시를 내렸다.

" 모두 뒤로 물러서.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가스 대비! "

비록 다가오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누가봐도 저 연기를 들이키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 누구라도 쉬이 짐작가능케 했다. 그렇게 물러섬과 동시에 방독면을 꺼내쓴 대원들은 달려드는 좀비들에게 착실히 총알을 박아넣으면서 침착하게 행동했다. 괜히 최고의 부대라고 불리는 군인들이 아니었다.

그런 혼란은 알파팀과 브라보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유리한 고지에서 어쩔 수 없이 물러선 군인들의 화력지원이 잠시간이지만 끊어지자 최전방에서 좀비들을 처리하고 있는 그들은 순식간에 좀비들에게 포위되었다.

" 젠장! 저쪽 사이퍼가 나섰다. 모두 침착하게 행동해. "

" 먼저 내가 확인해볼께. 모두 구름 밖에서 좀비를 막아라. "

알파팀장이 솔선수범을 해 연기를 향해 나아갔다. 그것을 보는 다른 팀원들은 그다지 큰 걱정은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훈련과정에 여러가지 생화학무기를 대비한 훈련을 받으면서 알파팀장, 타이거가 얼마나 해독능력이 뛰어난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 후읍. 음, 그다지 강하지 않은 종류의 신경가스 같아. 일반인이 직접적으로 흡입해도 몇일만 고생하면 될 정도? " 가장 먼저 녹색 연기를 흡입해 본 타이거가 크게 소리쳤다. 그 말에 대부분이 안심한 얼굴이었지만 브라보팀장, 이글이 이맛살을 구기며 소리쳤다.

" 우리야 그렇다고 하지만 군인들의 경우는 하루라도 제대로 힘을 못 쓴다면··· 38선이 위험해져! "

" 뭐? 씨발.. 그렇다면 저 새끼들이 노린게 이 좀비떼만이 아니라는 거잖아. "

막 달려드는 좀비의 대가리를 참마도로 날려버린 사내가 거칠게 대꾸했다. 그 말에 모두가 심각한 얼굴로 돌아봤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지만 어떻게라도 저들을 막아야 할 이유가 더 생긴것이다.

" 하아, 저것들을 잡기 위해서는 저 빌어먹을 결계부터 뚫어야 하는데··· "

" 아니 씨벌, 저 새끼들은 에너지가 무한인가? 왜 미사일, 폭탄, 총알까지 들이부었는데도 멀쩡한거야? 도대체··· "

" 어짜피 우리가 막아야 해. 아님 우리 조국은 끝이야. 까득. "

결심어린 표정으로 이를 악물은 타이거가 단단한 눈빛으로 팀원들과 눈을 마주쳤다. 이미 그는 죽을 각오를 마친 상태라는 것을 깨달은 팀원들도 어느새 그의 감정에 전염이 되었다.

" 그래, 젠장할! 한번죽지 두번죽냐? 가자! "

꽈앙! 우르릉.. 막 뛰쳐나가려는 그들의 귀로 여지껏 떨어져 울리던 포탄의 굉음과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고개를 든 그들의 눈에 결계가 쳐져 있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거구의 사내, 바위의 땅에 박힌 망치를 뽑아들며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들어왔다.

그가 착지한 주변의 땅이 미사일을 맞은 것처럼 뒤짚혀 있었고 주변의 좀비들은 튕겨져 나가 바닥을 기고 있었다. 도저히 인간의 몸으로 벌인 일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신위였다.

" 무,뭐야..? 저 사람··· "

누군가 중얼거린 물음에 대답은 전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 어이, 니들 하던 일 계속해. 좀비들이 다시 몰려들잖아! "

그렇게 말은 던지고 그들을 빠르게 지나치는 인물이 있었다. 평범한 복장에 거다란 배낭을 맨 평범한 체격과 얼굴, 일우였다. 그의 말과 다름없이 더 이상 멍하니 있을 여지가 없었다. 아직도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좀비들이 그들을 향해 밀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늘에서 떨어진 사내, 바위는 단번에 뛰어올라 몇십미터를 날아 떨어져 내리는 운동에너지와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한 결과물에 만족을 했다. 그동안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던 기술들을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자신에 대한 만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화려하게 자신의 등장을 알리며 전장에 뛰어든 바위는 곧바로 마차를 향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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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태풍 속 서울(2) 18.08.13 809 16 23쪽
64 태풍 속 서울(1) 18.08.10 853 17 21쪽
63 확장(6) +1 18.08.09 849 18 22쪽
62 확장(5) 18.08.08 812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4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4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6 15 19쪽
58 확장(1) 18.08.03 883 17 23쪽
57 서브웨이(5) +1 18.08.02 884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5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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