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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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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05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01 06:00
조회
854
추천
16
글자
19쪽

서브웨이(4)

DUMMY

" 훈아. 여기가 맞아? "

6호선 화랑대역 5번 출입구 앞. 겨우 두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넓이를 지닌 통로 아래로 계단이 지하로 이어져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온갖 잡동사니들로 막혀 도저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모습이다.

" 혹시 눈치챈거 아냐? 우리가 올 줄 알고 미리 막아.. "

" 쓸데없는 소리. 이들은 우리의 존재조차 몰라. 단순히 좀비가 못들어오도록 막아놓으거 뿐이야. "

엉성하게 물건들이 쌓여있는 입구를 가리키며 바위가 일우의 말을 끊는다. 주변을 둘러본 바위가 다시 말을 잇는다.

" 일단 다른 출입구 상태도 확인해보자. "

바위의 말에 모두가 끄덕였다. 여기서는 아무도 바위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는 모습이었다.

" 야! 니들은 마냥 바위 말을 따를게 아니라 이견도 말하고 반론도 해서 좀 더 나은 결정을.. "

" 지랄하지말고 따라와. 병신아. 뚝배기 쪼개기 전에. "

이미 저만치 걸어가고 있는 바위를 급히 따라가며 사스가 뒤돌아 눈을 번뜩인다. 어느새 오른손에 쥔 마체테가 살벌하게 보인다.

그녀의 위협에 찍소리도 못한 일우가 고개를 숙인채 따라간다. 여전히 입은 뭐라 중얼거렸지만 그 자신만 알 수 있는 목소리였다.

이 지하철역은 출입구가 7개나 되었다. 일일이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제법 걸린다. 하지만 그다지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이미 한차례 좀비무리가 훑고 지나갔다는 정보와 이후 몇시간동안 여길 지나가는 좀비무리가 없다는 사실때문이다.

그들과 함께하고 있는 서훈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은 제법 오랫동안 생활한 그곳의 지리와 적들의 위치, 상황을 묻기 위해 데려온 것이다. 서훈은 제법 눈치가 빨랐다. 자신들이 있는 곳은 예전의 그곳과 다르다는 것과 언제 나서서 도움을 줘야 할지 빠르게 캐치할 줄 알았다.

그래서 동행을 부탁하자마자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인 그 아이는 지금도 앞장 서서 자신들을 안내하고 있다.

" 보통 5번과 3번을 주출입구로 사용했어요. 저기 보이는 건물 옥상에서 망을 보다 저쪽에서 이쪽으로 좀비가 접근을 하면 5번 출입구를 막고, 반대로 접근하면 3번을 막는 식으로요. "

서훈이 가리키는 건물은 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제법 높은 건물로 옥상에서 보면 도로 양쪽 끝이 훤히 보이는 위치에 서 있었다. 그곳에 시선을 집중해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 제법이네. 좀비의 이동경로에 따라서 출입구를 막아놓아서 못들어오게 하다니 말야. "

" 그 정도는 기본아냐?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만 봐도 그 정도 잔머리는 있어야지. "

소미와 사스가 짧게 소감을 말한다.

" 네, 누나들. 그리고 이곳은 총 지하 두개층으로 이뤄져 있어요. 지하1층은 대합실과 화장실, 역무실, 이동통로가 있고 지하2층은 지하철이 들어오는 선로와 승강장이 있죠. "

대로를 건너 반대편 3번출입구로 향하던 바위일행은 서훈이 주는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런 낌새를 눈치 챈 서훈은 좀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 역무실은 화랑대조. 그곳 조직원들이 자신을 부르는 말이에요. 화랑대조에 속하는 조원들이 역무실을 점거해 생활하고 있고, 대합실은 두곳으로 나눠 남자, 여자들이 별도로 생활하고 있어요. 우리같은 쓸모없는 아이들과 노인들은 지하2층 승강장에 모여있죠. 그리고 가끔 선로 안으로 들어가는 조원들이 있는데··· "

거기까지 말했을때 3번 출입구에 일행들이 도착했다. 이제부터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서훈이 말문을 닫는다.

3번 출입구는 뻥 뚫려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어둠에 잠겨 있는 입구는 마치 빛을 먹어치우는 괴물의 아가리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 모두 준비해둬. 지금부터 진입한다. "

짧게 지시한 바위가 팔에 감긴 쇠사슬에 연결된 망치를 꽉 쥐며 선두로 나선다. 좁은 통로가 그 한명으로 꽉찬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바위를 필두로 다희와 사스, 일우가 차례로 내려가고 마지막으로 소미와 서훈이 발을 내디뎠다. 서훈의 망설이는 발걸음과 벌벌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이끌고 따르는 모습에 소미가 손을 뻗어 잡아준다.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는지 조심스럽게 소미를 따라 내려가는 서훈이었다. 그렇게 발소리를 죽이며 내려간 일행은 계단이 끝날때 까지 개미새끼 한마리 마주치지 못했다.

" 뭐야. 아무도 없잖아? 혹시 다 철수 한거 아냐? "

" 시끄러. 너 때문에 다 들키겠다. "

일우와 사스의 나지막한 대화가 어둠속 지하철역 내부를 울린다. 어둠에 익숙해진 그들은 희미하게 보이는 전면에 나 있는 통로를 지켜봤다.

" 아직 여기는 입구에요. 좀더 깊이 들어가야··· "

서훈이 뒤쪽에서 나지막히 말을 꺼낸다. 그에 바위가 묻는다.

" 원래 여긴 경비를 안세워두나? "

" 그건.. 저도 잘 몰라요. 좀비떼가 출몰하면 그냥 각자의 구역에 처박혀 나오지 못하게 하니까··· "

" 으음. 알았다. 일단 전진해 봐야 알겠네. "

이젠 적응이 완료된건지 사이퍼의 신체능력덕분인지 주변파악이 가능할 정도로 시야가 확보된 그들의 눈에 역의 내부가 들어온다. 누구의 피인지 모를 피들이 사방에 칠해져 누렇게 변색된 채 방치 되어 있었고 떨어져 나간 살점들은 부폐되어 공기를 탁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청소를 하긴 했는지 신체 일부분이나 좀비사체는 보이지 않았다.

눅눅하면서 끈적한 지하철의 공기와 곰팡이 냄새인지 모를 묘한 냄새가 흘러나오는 이곳에 유일한 통로를 헤치며 앞으로 나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일이분? 통로의 양옆에 비치된 반쯤 부서진 광고판들을 지나 조금 넓은 구역이 나온다. 그때쯤 일행들의 귓가로 소음이 들려왔다.

" 씨.. 감히.. 크큭.. "

지하철을 웅웅 울리는 소리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다. 바위일행은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직후 소음이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모퉁이를 돌아나가자 어둠에 익숙했던 일행은 잠시 걸음을 멈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불빛이 있었던 것이다.

" 저거, 횃불 아냐? "

" 그러네. 근데 이런 곳에서 저렇게 불을 펴도 되는거야? 환기는? 불이 번지면 어쩌려고.. "

일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스스로에게 묻는다. 도끼와 함께 있으면서 건축, 기계등에 대해 공부를 꽤 한듯 보인다.

" 뭔가 해결책이 있으니 저런 짓을 하는거겠지. 근데 저기 무슨 싸움이 난거 같은데? "

소미가 불빛이 일렁거리는 한곳을 가리키며 말한다. 일행들의 시선도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으로 이동한다.

" 뭐하는 거지? "

일행의 눈에 비친 그 모습은 두패로 나뉜 사람들이 대치중으로 보인다. 이미 한차례 소동이 마무리 된듯 한쪽은 오연히 서서 정복자의 자세로 있고 다른 쪽은 무릎을 꿇고 죄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중 정복자들의 가장 앞에 선, 대장 흉내를 내는 남자가 큰소리로 호통치고 있다.

" 이럴줄 알았다. 니들 계획은 이미 알고 있었단 말이다. 크크큭, 병신들. 니들 중에 배신자가 없을꺼라고 생각한거냐? "

" 이익! 정수, 네가! 어떻게! "

무릎을 꿇은 자들 중 누군가 한 남자가를 가리키며 삿대질과 피 토하듯 고함을 쳤다.

" 뭐가? 난 처음부터 반대했다고. 생각해봐. 니들 힘으로 감히 이분에게 대적할 수 있을꺼라고 생각한거야? 병신들아. 그게 너희들의 한계야. 낄낄.. "

정수라 불린 남자는 조롱하듯 낄낄대며 무릎꿇은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 말에 몇몇이 일어나 달려들려 했지만 그들을 포위하고 있던 남자들이 휘두른 몽둥이에 다시 엎어질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그런 촌극을 보며 피식 웃은 대장격인 남자가 말한다.

" 정수. 그 효린이란 여자는 오늘부터 네꺼야. 수고했다. "

" 네, 조장님. 감사드립니다. 흐흐흐.. "

" 아,안돼. 효린이는··· 이 개새끼들아! 니들이 인간이야? 어린아이들까지 건들고 힘없는 여자들을 겁탈하는게 인간이 할 짓이냐고! "

입에서 피를 토할듯 외치는 남자를 힐끗 내려다본 조장이 대꾸한다.

" 그래서? 지금은 힘이 있는 자가 모든것을 가지는 세상이야. 그럼 니가 사이퍼로 태어나지 그랬어? "

그렇게 자신의 이마를 쓸어넘기는 조장의 그곳에는 선명하게 푸른색 바코드가 찍혀 있다. 그런 조장의 말에 대다수가 맞장구치며 낄낄대면서 몽둥이를 이리저리 휘둘렀지만 뒤편 한걸음 물러선 채 관망하고 있는 한무리들은 그저 눈쌀을 살며시 찌푸리며 그들이 하는 행동과 말을 지켜만 보고 있다.

언뜻보면 조장을 위시한 패거리들과 한 묶음처럼 보였지만 다른면으로는 제 3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 자들 중에 한 여자가 애달픈 시선으로 무릎꿇고 앉은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또 그런 여자를 힐끔거리며 음흉한 웃음을 짓는 정수라는 남자의 비열한 얼굴도 보였다.

" 크큭, 모두 묶어라. 내일 인력시장에 데려가서 팔겠다. "

판사처럼 최후의 선고를 내리듯 말한 조장이 무릎꿇고 앉은 남자들을 훑어보고는 이내 시선을 돌린다. 그곳에는 이곳저곳에도 섞이지 못한 어린아이들과 노인들이 뭉쳐있었다.

" 큭, 저 쓰레기들 중 밥버러지들도 같이 묶어서 데려가지. "

" 네, 조장! "

그의 말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까지 추려내기 시작한다. 반항이 의미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순순이 끌려나오는 노인들의 눈에는 시커먼 절망만이 존재한다. 그렇게 수십명의 인간이 굴비에 엮이듯 줄줄 묶어 어디론가 데려가려는 찰나 입구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 어이, 거기까지! "

어둠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인물은 일우였다. 가만히 그들이 하는 짓을 지켜보며 정보를 모으던 바위일행 중 노인에게 손을 대자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선것이다.

" 뭐야? 저새낀? 첨보는 얼굴인데..? "

" 외부인인가? 너 뭐야? "

조원들 중 누군가 과격하게 외치며 서슬 퍼렇게 앞으로 나서며 욕지거리를 내뱉자 고개를 돌린 조장이 놀란 눈으로 제지를 한다.

" 잠깐! 넌 신세계 사이퍼 아닌가? 왜 우리 일에 끼어드는 거지? "

일우의 이마에 박힌 적색 바코드를 뚫어질듯 쳐다본 조장이 의문을 표한다. 마치 예전부터 신세계에 대해 알고 있다는 목소리였다.

" 뭔 개소리야. 신세계진 구세계지 모르겠지만 니들은 오늘 다 뒈졌어! 오늘 미친년 둘이··· "

" 헛소리는 그만. 너희들에게 물어볼께 있다. "

굵고 나지막한 목소리. 저절로 몸을 움츠리게 하는 힘을 가진 목소리의 주인공 바위가 어둠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다. 그 뒤로 자연히 따라오는 여자들과 한명의 아이가 보였다.

갑작스런 등장에 대다수의 시선이 소년, 서훈에게로 향했지만 단 두명은 그 일행들의 이마에 시선이 꽂힌다.

" 너.. 훈이 아니냐? "

" 하, 그 꼬마새끼네. 놓쳐서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제발로 기어오다니, 넌 죽었다고 복창해라. "

서훈을 보는 상반된 반응. 그리고 다른 일행을 보는 두명의 경악한 눈빛.

" 다,당신들은··· 어떻게? 왜? "

많은 질문들이 함축된 말이지만 그 뜻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조장의 뒷편에서 이제까지 개입하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던 한 여자가 나선다.

" 여긴 왜 오신거죠? 이 많은 사이퍼들이··· 훈이 네가 데려온거냐? "

책망의 눈빛으로 서훈을 바라본 여자가 부드럽게 질책한다.

" 아냐! 너희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이분들이 오신거야! 이 마녀야! "

마녀라는 소리에 눈꼬리가 올라간 여자가 비웃으며 대꾸했다.

" 고작 다섯명으로? 호호호, 꿈이 야무지구나. "

바위는 그 동안 주변을 살폈다. 횃불이 밝힌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끝이 어둠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저 어딘가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으리라. 사스와 다희는 심드렁한 눈빛이었다.

그녀들이 보기에는 저 두명은 같은 사이퍼라고 하기에도 미안할 정도로 약해빠진 이들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위와 대련하면서 눈이 높아진 그녀들로써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바위는 서훈의 이야기를 종합해 이곳에 있는 사이퍼는 두명이라고 짐작했지만 혹시 모를 다른 사이퍼가 있는지 모여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모두 횃불의 불빛과 어둠이 굽이치고 있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나서는 폼과 그 인원들이 긴장한 모습은 저 두명이 이곳에 상주하는 사이퍼들의 전부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까득! 니들이 어디 소속인지 모르지만, 우리 서브웨이연합에 속한 사이퍼만 백명이 넘어. 지금이라도 돌아간다면 모두 잊어주지. "

상대 조장인 남자가 이를 갈며 협상을 한다. 그가 보기에 바위일행이 하고 온 무장은 평화로운 목적을 가졌다고 보기에 어려운 것으로 보였기에 상대적인 열세를 극복하고자 협상을 시도한 것이다.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은 사스가 대꾸한다.

" 지랄. 니들이나 빨리 무기 내려놓고 대가리 박아. "

사스의 목소리가 지하를 울리자 성미 급한 이들이 한발짝 나서려 했다. 하지만 조장이 손을 들어 막아서며 제지한다.

" 꼭 피를 봐야겠어? "

바위는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꼈다. 이미 자신들의 목적을 대강 눈치 챘을것이 뻔한 그가 자꾸 시간을 끌려는 모습에 뭔가를 느낀것이다.

" 시간을 끄는군. 다른 역들과 연락할 방법이 있는건가? "

움찔한 조장의 얼굴을 보며 확신한 바위가 다시 말한다.

" 무기를 버리고 항복해라. 그럼.. "

" 좆까! 하압! "

갑작스런 기습. 조장이 기합을 지르며 가장 앞서 있던 일우를 덮쳐간다. 가까이에서 본 그의 주먹에는 쇠로 만든 권갑이 채워져 있었다.

순식간에 다가서며 휘둘러진 조장의 권갑은 금방이라도 일우의 대갈통을 부셔버릴듯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익숙한 일우는 가볍게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외쳤다.

" 내가.. 만만해 보여! 뒈져라! "

일우가 울분에 찬 고함을 지르며 바닥을 짚자 그 전면에 뾰족한 콘크리트 기둥이 일어나며 조장의 몸에 구멍을 내려한다. 하지만 그 속도가 다희의 가시줄기처럼 빠르지 않아서 인지 가볍게 기둥을 발로 차며 물러나자 그 뒤로 여자가 뛰어든다.

꺄악! 비명과 비슷한 기합을 지른 여자는 긴 머리카락을 사방으로 휘날리며 일우를 공격한다. 그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뱀으로 변한 모습은 전설이 메두사를 보는 듯 했다.

" 으악! 씨발, 하필 뱀이야! "

이번에는 위아래, 좌우 할것 없이 뿔기둥이 여자를 뚫어버리기 위해 솟구친다.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는 그 모습에 어느새 끼어든 조장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돌기둥을 주먹으로 부수며 연수합격을 시도한다. 손발을 오랫동안 맞춘 느낌이 났다.

그런게 사방 몇미터를 제공권으로 두고 치열하게 치고받는 세사람을 멍하니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은 바위의 목소리였다.

" 모두 밖으로 나간다. 그곳에 기다리고 있는 대원이 있다. 그들을 따라 안전한 쉘터로 이동을 한다. "

" ··· 어떻게 당신을 믿습니까? 또 저들은··· "

가까이에서 본 패배자들, 무릎을 꿇은 사람들의 얼굴은 만신창이였다. 심지어 어디가 부러졌는지 힘없이 덜렁거리는 팔다리를 움켜쥔 사람들의 신음소리도 들린다. 그들의 대표격인 남자가 비틀거리며 일어서 묻는다.

" 저자들은 지금까지 많은 범죄와 반인륜적인 행위를 한 자들입니다. 결코 같은 곳에서 지낼 수··· "

" 야! 어이가 없네. 같은 쓰레기들끼리 뭐가 더 더럽다고 자랑하는거야? 모든 결정은 우리가 해. 니들은 지시대로 움직여. 아님 여기서 뒈지던가. "

사스가 싸늘하게 말한다. 그녀의 상식에서는 똑같은 인간들일 뿐. 스스로 정의를 외칠려면 그만한 노력과 힘을 가져 뒤집어 엎어야 하는 거다. 패배자들이 아무리 정의를 외쳐도 그건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애초 잘못되었다면 다른 이들과 함게 이곳을 떠났어야 했다. 저들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그런 행동도 실행에 옮길수 있음에도 두려워 이곳을 떠나지 못하면서 반란을 획책하다 실패한 패배자일뿐인 것이다.

설사 반란에 성공했다고 할지라도 그가 말한 정의로 이 지하철내 쉘터를 운영할 수 있을까? 사스는 비웃음을 지은 채 생각을 정리한다. 인간은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쾅! 바위의 망치가 벽을 때린다. 지하철 전체가 무너질듯 부르르 떨리는 것을 모두가 느낀듯 창백한 안색으로 변했다.

후드득.. 돌가루가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자 겁에 질린 사람들이 하나둘 바위가 말한대로 출구쪽으로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일부 사람들, 본래 화랑대조의 조원들 몇은 반대로 어둠속으로 숨어드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저쪽 방향이 지하2층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입구일 것이다. 역무실에 나온 몇명도 그쪽으로 합류를 했다.

그런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던 바위가 시선을 돌려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일우쪽을 바라봤다. 그들은 서로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채 온신경을 집중하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눈치채지 못하는 듯 했다.

일우는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그건 그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채 그들을 가둬두고 상대하는 모습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그렇지 못했다면 이 곳 전체가 난장판으로 변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랬다면 바위가 개입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요즘들어 제대로 된 수련을 하지 않은 일우에게 이번 전투가 경험적으로 수련이 된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바위는 뇌속에는 오직 수련, 수련뿐이었다. 움직이는 순간, 잠자는 순간까지 모든 일상생활이 그에게는 하나의 수련이었다.

상대측도 그런 기색을 느꼈는지 얼굴을 구기며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려 했지만 일우의 방어를 뚫기에는 조금 모자랐다.

얼마나 지났을까? 팔짱을 낀 채 무언가를 기다리며 타오르는 횃불을 쳐다보던 바위가 어둠속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바위의 기감에 빠르게 이곳을 향해 오는 기척들이 느껴졌다. 이 정도의 속력이면 사이퍼가 분명했다.

" 드디어 오네, 적이 온다. 준비해. "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둠속에서 무언가 빠르게 날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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