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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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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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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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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22쪽

38선(6)

DUMMY

전투, 아니 전쟁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장내는 난장판이었고 어느 누구도 통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 그 가운데서 눈에 띄는 한 사람, 사이퍼. 바위는 말그대로 군계일학이었다.

" 야.. 저게 말이되냐? "

스코프에서 눈을 뗀 이글이 자신의 곁에서 돌격소총을 갈기고 있는 팀원에게 혼잣말처럼 물었다. 그 팀원은 단발로 좀비들 대가리에 구멍을 뚫어주며 크게 대답했다.

" 뭐요? 아.. 저 괴, 아니 남자말이죠? 그냥 아군이라고 생각해요. 그 뭐냐? 그래, 그냥 탱크랑 같이 싸운다고 생각하면 편하겠네. "

주변의 소음때문인지 흥분을 한 것인지 가까이에 붙어 있음에도 크게 소리친 그 팀원은 다시 소총을 들어올렸다. 그만큼 사방에서 울리는 총소리와 포탄소리, 좀비 괴성이 뒤섞인 가운데 소름끼치는 소리가 전장을 관통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쉬앙! 훙! 가가각! 눈에 보이지 않지만 쇠사슬이 대기를 찢으며 가르는 소리가 선명했다. 거기에 걸린 좀비들이 육편이 되어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모습은 괴랄했지만 한편으로는 아군에게 듬직함을 주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어느새 전장에 끼어든 한무리의 사이퍼들의 활약 역시 돋보였지만 바위에게 시선을 빼앗긴 모든이들은 그런 사실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눈에 바위가 망치를 들어올리며 훌쩍 뛰어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왁! 또 온다. 중심 잡아! "

누군가 소리쳤지만 이미 모든이들이 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은 이미 한두번 보인 광경이 아닌듯 했다.

콰아앙! 처음 바위가 모습을 나타낼때 보인 것과 유사한 울림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진도 7이상의 지진이 난 것처럼 좀비를 포함해 반경 몇백미터 이내에 있는 모든 이들의 몸이 흔들리며 중심을 잃었다. 실제로 지진이 난 것이 아닌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나간것이지만 결과는 다름이 없었다.

그 사이에 빠르게 중심을 잡은 사이퍼들은 널부러져 있는 좀비들의 대가리를 따기 시작했다. 그런 이들 중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다희였다. 불과 몇분전에 합류를 한 그녀와 팀원들은 미친듯이 좀비들을 잡아대고 있었다.

마치 철천지원수처럼 달려드는 그들의 모습은 누가 좀비인지 모를 정도로 처절했다.

파파팍! 촤르륵! 다희의 주변으로 수많은 가시 줄기들이 생겨나고 그 위로 꽃망울이 맺히고 있었다. 그 꽃망울은 괴물처럼 입을 벌려 좀비들을 씹어대고 가시에 걸린 좀비들은 조각조각나고 있다.

그 짧은 사이에 바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좀비들을 죽인 인물은 다희였다. 그녀의 팀원들은 말그대로 미친듯이 좀비들을 썰어대고 있는 중이었다.

다희팀원들은 그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만월회의 연락을 받고 짧은 시간에 준비를 마치고 무소음바이크로 달려 여기까지 와야 했다. 그 와중에 자신들 쪽이 아닌 사스팀쪽으로 목표물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은 그들에게 있어 비보였다.

" 우린··· 여기 있는 좀비들··· 모두 잡아야.. "

다희의 말은 부탁이 아닌 명령이었다. 그 말은 무슨 수를 쓰던지 좀비들을 모두 사냥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후에 대련을 핑계로 사지가 잘려 바닥을 지렁이처럼 기어다닐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우아악! 뒈져라! 한쪽에서 아직 살아있는 좀비 다리를 양손에 들고 풍차처럼 돌리는 팀원은 은월이었다. 근력강화계인 그는 도끼가 만들어준 말그대로 거대한 양날도끼를 땅에 박은 채 충격파에 쓰저린 좀비들을 잡아 휘둘러 주변에 달려드는 좀비들과 함께 날려버렸다. 무식한 힘과 행동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아니라도 그 주변의 동료들 역시 그에 준하는 행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방에 충격파를 뿌린 바위는 일어서며 주변을 돌아봤다. 아직 엄청난 숫자의 좀비들이 살아 날뛰고 있었지만 전장에 영향을 주기에는 무리였다. 더군다나 그것들을 통솔해 명령을 내리던 머리가 사라지자 말그대로 오합지졸로 변해 좀비들은 이젠 본성만 남아 있었다.

무자작정 살아있는 생명체를 향해 사방으로 달려드는 좀비들은 사이퍼들에게 쉬운 먹잇감에 불과했다. 그동안 그런 좀비들만 상대해온 그들은 착실하게 숫자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장내를 살펴본 바위가 고개를 들어 먼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곳에서 막 발생한 익숙한 에너지 충돌파가 터져 나오는 것을 느낀 바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쇠사슬과 망치를 잡았다.


" 부관, 저들의 정체는 확인이 되었나? "

부대장의 물음에 머뭇거리는 부관이 모습에 나직히 혀를 찬 그는 다시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 쯧, 그 동안 우리얘들이 최고인줄 알았는데 말야. 저기 사이퍼부대뿐 아니라 정체 모를 사이퍼들까지 모두 괴물들이군. 특히.. "

말을 흐르는 부대장의 눈동자에 풍차처럼 쇠사슬을 돌리는 사내, 바위의 모습이 맺혔다.

" 위험해··· 위험하단 말이지. 상황을 봐서는 아군이 맞는거 같긴 한데.. 휴우, 나도 이제 나이가 먹었군. 걱정이 많아지는 걸 보니 말야. "

부대장은 오늘 이후로 많은 변화가 찾아오리라는 사실과 이 나라, 대한민국의 세력구도 또한 많은 것이 변할 것이라는 것을 두눈으로 확인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건 단순히 지금 엄청난 모습을 보이며 싸우는 저들만이 아니라 마차에서 내렸던 적들, 인간의 모습으로 수많은 좀비들을 조종하는 그들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 혹시.. 저 38선 너머에··· "

그런 상황을 종합해 보니 그동안 조직적으로 38선을 침공하던 좀비무리들의 행동들이 떠올랐다. 본능만 남은 좀비들이 아닌 이성을 가진 존재들의 지시를 받는 좀비들. 앞날에 먹구름이 낀듯한 느낌이었다.

" 부대장님! 후방지원 사단이 이 부근까지 도착을 했다는 소식입니다. "

부대장은 그 소식에 어두웠던 안색이 조금이나마 풀렸다.

현재 대한민국의 군은 38선에 대부분 몰려있었다. 향토사단뿐 아니라 각 지역방위군까지 모조리 끌어모아 사수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다만, 주요 요충지, 보급부대, 기반시설등을 사수하기 위한 후방부대들은 아직 전방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였고 그들 중 몇개 사단을 이번 임무에 긴급히 투입시킨 것이다.

그 숫자만 삼만여명. 이 정도의 숫자면 이제 지방에 남은 군인들의 숫자는 겨우 그 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할 정도로 줄어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 중앙사령부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실질적으로 앞서 투입한 특임대, 특수부대원들과 포병들은 발을 묶어두는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물론 전투기와 최신식 미사일까지 동원된 이유는 할 수 있다면 섬멸을 목표로 한 것이었지만 실패시 후방에서 밀고들어오는 병사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이었다.

문제는 수십만에 달하는 좀비들의 숫자를 계획대로 줄이지 못한 것이었다. 삼만여명의 보병부대라 하더라도 열배이상 그 차이가 난다면 그 피해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제때 도착한 바위와 다른 사이퍼들의 활약으로 인해 최소한의 피해로 이 전쟁을 마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 평지를 둘러싼 산들에서 총소리와 포격소리가 들려왔다. 사방으로 흩어진 좀비들을 포위해 격멸하는 소음들이었다. 지금은 초기와 달리 좀비들을 상대하는 전략들이 자세히 수립되어 있었다. 물론 병사들의 경험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쌓여 있는 상태였기에 저렇게 본능만 남은 좀비들은 별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 밑에 대원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긴장을 풀지 않도록 해. 어디서 좀비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니 말야. "

" 예! 근데 우리측 사이퍼부대원들과 저기 중심에 서 있는 사이퍼들은 어떻게.. "

" 그냥, 나둬. 지들이 힘 빠지면 물러서겠지. 포위망을 짠 각 사단병력들에게 그 자리를 사수하고 한마리도 놓치지 말라고만 해. "

부대장의 눈에 비친 그들 중 정부측 사이퍼 부대원들은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에 반해 늦게 투입된 이름 모를 사이퍼들은 아직도 쌩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엄청난 신위를 보여주는 사내, 바위가 나머지 사이퍼들이 죽이는 좀비들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를 몰살시키고 있었기에 그의 도움이 아직까지 필요했다.

바위의 전투는 다른 이들의 눈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무작정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딱 필요한 만큼 내뻗고 거둬들이는 동작들에 따라 움직이는 쇠사슬은 마치 예술의 한 동작과 유사했다. 거기에 걸려드는 좀비들은 어김없이 대가리가 터져나가거나 목이 떨어지는 모습은 한편의 영화와 같았다.

그런 바위의 주변에는 다른 사이퍼들이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좀비들만 끊임없이 덮쳐들었고 그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시체들이 산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었다.

" 근데 저 좀비 시체들은 어떻게 처리하지? "

부대장은 이젠 땅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널려있는 좀비 시체들을 바라보며 문득 물었다. 답변을 바라고 말한 것이 아닌 무의식중에 터져나온 질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답변을 준 것은 망원경으로 그런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던 부관이었다.

" 보통은 모아서 태웁니다. 질병이나 이차 감염피해가 있을 수 있어서.. 근데 너무 많네요. "

부관도 망원경으로 보이는 곳은 온통 시체뿐이었기에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마지막말은 본인만 알아들을 정도로 작았다. 그들은 그동안 후방에서 도시탈환과 각종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도 이렇게 많은 좀비들과의 전투는 없었다.

전방에서 매일같이 달려드는 좀비들을 처리하는 방법은 소이탄이나 백린탄 종류의 폭약으로 처리했다. 그 방법외에는 매일같이 쌓이는 좀비들의 시체를 처리할 수 없었기에 38선 부근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광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그들의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 여기가 맞네. 크윽.. "

갑작스런 말소리에 놀란 부대장과 부관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 피투성이의 단발머리 여자가 한손에 무언가를 움켜쥔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어디를 다쳤는지 흐르는 피가 얼굴 반쪽을 뒤덮고 있었고 여기저기 찢겨진 옷과 부러진 팔로 봐서는 보통 중상이 아니었다.

놀랐지만 그 동안의 경험이 헛되지 않았는지 금세 정신을 차린 부대장은 권총을 움켜쥔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 누구냐? 어떻게 여기까지.. "

" 진정해. 여기가 지휘본부 맞지? 일직선으로 가려했는데.. 그쪽에 일반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말야. 자 받아라. "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부대장에게 던져줬다. 엉겁결에 그것을 받아든 부대장은 비명과 함께 그것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그것의 정체는 인간의 머리였다. 무엇이 원통한지 눈조차 감치 못한 남자의 머리와 눈이 마주친 부대장은 기겁을 하며 말했다.

" 으헉! 무,뭐냐? 이 대가리는..? "

" 뭐긴, 아까 저기 대장노릇 하던 새끼꺼지. 이름이 구루라고 했나? 여튼 내가 잡았으니 보관하고 있다가 바위가 오면 증언해줘. 퉷! "

그녀는 입에 머금은 피를 내뱉고는 몸을 돌려 전장으로 향했다. 멍하니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던 부대장과 부관은 다시 시선을 내려 흙더미에 나뒹굴고 있는 머리를 쳐다봤다.

" 아, 내 이름은 사스! 기억해! "

절뚝거리며 전장으로 향하던 그녀가 어느순간부터 달리기 시작하더니 금방 나무사이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 일련의 과정을 꿈꾸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둘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뒤이어 도착한 이들의 행색에 다시 아연실색했다.

" 아, 씨발.. 팀장.. 같이 좀 가! 헉.헉. "

어딜 그렇게 급하게 달려왔는지 거지 몰골의 남자 3명과 여자 1명, 그리고 시체나 다름없는 여자를 하나 들고 나타났다. 모두들 중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그들에게 끌려온 여자, 머리가 긴 것으로 봐서는, 의 상태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다. 일단 끌려온 여자는 두팔과 한쪽 다리가 끊어져 어디로 갔는지 없었고 의식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수가 없었다.

" 메두사, 어쩔 수 없다. 네가 여기 남아서 이거 좀 지켜. "

" 뭐? 새꺄? 나중에 나 혼자 덤탱이 쓰라고? 니가 지켜. "

" 하아, 말싸움하기에는 너무 늦었어. 빨리 따라붙지 않으면 줄초상이다. 우리 모두 네편을 들어줄테니 좀 니가 희생해라. "

" 그래, 넌 여자라서 그래도 좀 낫잖아. 씨발년아. 쫌! "

" 뭐가? 여자라고 봐줄꺼 같아? 니들도 봤잖아! 꺼구로 매달아서··· "

뭔가 이상한 다툼이 있었지만 한명의 여자를 다른 초조한 표정의 남자들이 몰아붙이자 어쩔수 없는지 몇번 다짐을 받고 그 시체와 다름없는 여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쥔채 다른 이들이 내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 다,당신들은 도대체 누굽니까? 왜 여기서.. "

메두사라 불린 여인이 부대장과 부관을 힐끔 보고 땅에 떨어져 있던 남자의 머리까지 쳐다본 후 입을 열었다.

" 저기 지랄발광하는 남자의 꼬봉들. 왜? 뭐? "

여전히 좀비 시체의 산을 만들고 있는 바위를 가리키며 시크하게 대답한 메두사가 두명의 장교를 째려봤다. 귀찮으니까 더 이상 질문은 안받겠다는 메세지였다. 더 이상 질문했다가는 본전도 못찾겠다는 생각에 부대장과 부관은 다시 고개를 돌려 전장을 내려다봤다.

여전히 메두사가 신경쓰였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은 아군이 맞다는 생각과 마지막까지 전장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그들의 입장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소란을 듣고 모습을 보인 무장한 병사들에 안심을 한 것도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몰랐지만.


" 아가씨. 정부측에서 고맙다는 인사가 있었습니다. "

몇일째 이곳 서울시립대 배봉산 거점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임나연, 만월회 회주에게 집사가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몇일전 기습적인 대규모 좀비들의 후방습격을 막아낸 공로를 치하하는 내용이었다.

그와 동시에 정부에 그녀의 입김이 더욱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했다. 하지만 전혀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서서이 비가 개고 햇빛이 들고 있는 서울시립대를 내려다 보는 그녀였다.

그녀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사가 말을 이었다.

" 그리고 파견 나간 대원들에게서 희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주도를 80%이상 수복했다고 합니다. 생존자들은 제주대학교에 쉘터를 만들어 모으고 있고 좀비들 역시 대부분 소탕이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

제주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섬으로 가치로 따지면 엄청났다. 무엇보다 향후 제주도를 대한민국의 중심 거점뿐 아니라 세계 정부의 중심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는 회주의 구상에 큰 역할을 할 곳이었다.

아마 지금쯤 세계 정부에 대한 대략적인 지도는 나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좀비사태를 제법 잘 막아내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뭉치자는 계획이지만 회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진정한 자신의 적인 그들이 암약하고 있는 미국에게 끌려다니는 것은 결국 그들에게 모든 것을 내주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일기장에 적혀 있었고 그녀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 ··· 제주국제공항 시설 중 일부분만 정비를 한다면 언제라도 사용가능한 수준이며 항만과 부두는 지금 당장이라도 사용가능합니다. 제주화력발전소 및 복합화력발전소, 조력발전소, 풍력발전소까지 운용한다면 당장 쓸 수 있는 전력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파악됩니다. "

" 예전에 말한 정부들과 연락이 되었어요? "

조용히 보고를 듣고 있던 회주가 문득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약간 당황했지만 노련하게 보고를 이어가는 집사였다.

" 네, 솔직히 말하면 회주께서 말하신 극동, 동남아 국가들의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입니다. 그나마 필리핀 일부 섬과 인도네시아 일부만이 정상적인 국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뿐··· 대다수는 좀비들에게 점령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입니다. 더욱이 아시아 강대국 중 하나인 일본은 규슈섬에서 최후의 방어선만 유지한채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전세가 기울어 있습니다. "

집사의 말은 다른 지역과 떨어져 고립된 몇몇 섬지역 이외에는 거의 모든 지역들이 좀비들로 가득차 있다는 말이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섬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한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도망칠 수 없는 섬이기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 휴우, 그래도 계속적으로 접근시도를 해보세요. 분명히 어디엔가 살아남은 이들이 지도자가 되어 사람들을 이끌고 있을꺼에요. 그런 이들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주도를 정화하고 있는 거에요. "

비록 좀비 면역제가 완성직전이라 하더라도 감염만 안될 뿐이지 좀비들의 공격에는 무방비였다. 최대한 인원을 모아 하나씩 정화를 해나가야 한다. 그 와중에 가장 중요한 전력은 누가 뭐래도 사이퍼들이었다.

" 제주도의 사이퍼들을 최대한 회유를 하고 있지만 그다지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아, 그들은 지금 제주도라는 좁은 곳에서 왕처럼 살고 있으니.. 예전의 지방영주와 다름이 없는 권력을 가진 상태로 말입니다. "

" ··· 회유가 안된다면 마지막 방법을 쓰세요. 내부의 분란은 외부의 적보다 위험해요. "

집사의 고민을 들은 회주가 한마디로 잘랐다. 지금같은 시기에 회유를 통해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보다 쳐내서 분란의 소지를 없애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으로 간 선샤인의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

" 무슨 말이죠? 소민이랑 같이 간 인원들이.. "

" 선샤인과 2팀 전체 10명, 항공 우주 관련 기술자 5명, 해킹관련자 3명, 그외 참수리급 고속정 함장 및 선원 10명. 총 29명의 인원이 움직였습니다. 어제 마지막 통신을 끝으로 지금까지 어떠한 신호도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해군이 운용중인 고속정, 함정들 중 퇴역함 몇개를 매입한 뒤 개조를 한 것들 중 참수리급 고속정으로 중국까지 간 그들의 목적은 더 기어라는 항공우주기업의 인공위성을 탈취하기 위해서였다. 그 중국 국영기업은 이전까지 백여개가 넘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그것을 이용해 GPS, 통신, 자료전송등의 분야에 사용할 수 있기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렇기에 무리해서 작전을 입안해 실행했지만 그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었다.

" 하아, 위치 파악이 불가능한가요? "

" 그게.. 그들이 가진 위치전송기로는 반경 2-3키로이내에 들어가야 확인이 가능하기에··· "

" 대처 방안은 어떻게 되죠? "

집사는 보고중 처음으로 머뭇거렸다. 그런 집사를 본 회주는 한숨과 함게 머리를 짚었다. 무엇보다 소중한 전력들이 그곳에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뚜렷한 대책도 보이지 않기에 보인 모습이었다.

" 무슨 수를 쓰던 그녀와 우리측 사람들을 구해내야 해요. 작전이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

회주는 인공위성 탈취를 실패하더라도 자신측 인원들을 살리길 원했다. 인공위성이 없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으면 되지만 그 없어진 전력들은 메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시간 그녀와 집사의 고민이 깊어졌다. 시간이 지남에도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한 그들의 얼굴은 수심으로 깊어져 갔다.

' 너무 급했어. 제한된 인원으로 이것저것 다 실행하려고 하니··· 내 실수야. '

하지만 당장 닥쳐올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작은 기회조차 생길 여지가 없었기에 그녀를 더욱 조급하게 만든 것이었다.

" 저.. 그들에게 또 한번 부탁을 하는것이.. "

집사가 오랜 시간을 고심한 끝에 입을 열었다. 그건 바위에게 이일을 부탁하자는 말이었지만 회주는 고개를 저었다.

" 매번 위기때 마다 그에게 부탁할 수 없어요. 그는··· "

진짜 위기때, 진정한 적인 그들이 전면에 나설때 바위도 나서야 할 포지션이었다. 단순히 자신들의 위기때문에 그를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외에는 답이 없었다. 고민이 깊어졌다.

" 하아, 정말 어쩔 수가 없네요. 이전에 그 제비라는 사람이 요구하는 조건이 뭐였죠? "

" ··· 네. 일단 지속적인 식량수급과 안전지대 내 전력수급입니다. 그리고 무기지원인데 이것은 거절한 내용입니다. "

" 무기지원.. 어디까지 말이죠? "

" 수트, 화기, 사이퍼 무기, 그리고 이동용 헬기를 원했습니다. "

엄청난 배짱이었다. 아니 바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한 것인가? 그런 의문이 잠시 들었지만 회주가 입을 열어 말했다.

" 그 무기지원을 허가 해주는 조건으로 이번 건에 대해 거래를 해보세요. "

" 네? 하지만.. "

" 아뇨. 제 생각은 변함없어요. 진행하세요. 그리고 좀비 백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슬쩍 흘리세요. "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집사가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지금 그 결정이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모르지만 그들, 바위모임이 강해지는 것이 자신이 진행하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을것이란 판단이 든 것이었다.

어짜피 결국에 그 적들과 맞서 싸워야 하는 입장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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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확장(6) +1 18.08.09 848 18 22쪽
62 확장(5) 18.08.08 811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4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4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5 15 19쪽
58 확장(1) 18.08.03 883 17 23쪽
57 서브웨이(5) +1 18.08.02 883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5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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