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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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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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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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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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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하압! 차앗!

대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육사 전체를 울렸다. 언제 준비를 한건지 나무로 만든 길다란 봉을 든 사람들이 맨 앞에 시범을 보이는 조교를 따라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맨 앞줄의 사람들은 두눈에 힘을 주고 시범을 보이는 조교를 따라 온힘을 다해 따라하고 있는 반면, 뒤쪽에 대충 줄을 선 사람들은 하는둥 마는둥 하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대비를 보였다. 그런 모습을 뻔히 보고도 조교들은 별다른 제지나 지적을 하지 않았다. 위에서 내려온 지시사항 중 하나였다.

쉬운 동작으로 이뤄진 봉술은 바위가 여러가지 무술과 효율적인 움직임을 종합해서 만든 기본 움직임을 무기술과 결합해 만든 것이었다. 주 대상은 좀비에게 맞춰 있어 흘리기 동작과 일격필살의 공격법이 주를 이루는 무기술이었다. 여러가지 무기들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범용성을 높인 것으로 맨 주먹으로도 그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 무기술을 처음으로 익힌 사람은 다희였다. 그것만으로 소환계열임에도 사스와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물론 바위의 직접적인 가르침이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이것을 확실히 몸에 익힌 대원들은 좀비 두세마리 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을 역량을 지니게 되었고 그런 사실들은 이 무기술은 모임의 가장 중요시 하는 자산이 되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체조같은 동작으로 이뤄진 봉술을 무시하면서 언제 제대로 된 기술을 배울지 자기들끼리 모여 쑥덕거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멋있는 특수부대 복장에 재질을 알수 없는 단봉과 방패을 휴대한 대원들의 모습은 이런 시시한 봉술따위가 아닌 진짜 무예를 배운 모습이었기에 그런 오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대원들도 매일 자신들과 같은 무술을 굳은 살이 박히도록 수련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수련장과 대원들의 수련장이 다른 곳이기 때문이다.

아직 가을에 접어드는 계절이라 낮의 햇빛은 뜨거웠다. 거기에 지하에서 별다른 운동없이 지내던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격렬한 운동을 접하니 여기저기서 신음이 세어나왔다. 다행히 끓인 물과 소금이 항시 준비가 되어 있어 탈진으로 쓰러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또한 강제가 아니라 자율적인 수련이라 이 운동장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크게 제지하지 않았기에 어느정도 동작을 따라하다 슬그머니 그늘로 숨어드는 사람들도 많았다.

" 휴우, 덥다. "

운동장 한쪽에 비치되어 있는 미지근한 물통을 들고 들이키며 흐르는 땀을 훔치는 사람들이 한숨을 쉬었다. 그 자리에 서너명의 사내들이 모여서 운동장을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도대체 언제까지 저 동작을 시킬 생각인거야? 저래가지고 좀비 한마리를 잡을 수 있겠어? "

" 그러게 말야. 크크큭, 그래도 병신새끼들은 열심히 하고 있네. "

" 차라리 나한테 훈련을 맡기면 단숨에 실력을 늘일 수 있을텐데 말야. "

" 뭐? 그 해동검도? 아서라, 너 칼들고 지랄하다가 저 세상갈 뻔 했잖아. 새끼야. 크크크. "

한 남자가 봉을 짧게 잡고 칼처럼 이리저리 휘두르자 다른 남성이 비웃으며 말린다.

" 근데 저년들은 무슨 생각이야? "

다시 물병을 들어 꿀꺽 물을 삼킨 한 남성이 운동장 한쪽 구석을 쳐다보며 낮게 중얼거린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에 몇명의 여자들이 깔깔거리며 한 남성, 주변을 경계하던 대원의 주위에서 수다를 떠는 모습이 보인다.

" 쯧, 뭐긴 뭐야. 힘이 어디에 있는지 가장 민감한게 여자들이잖아. "

" 어휴, 씨발. 예전같으면 매일 밤 찾아와 가랑이 벌리던 년들이.. 퉷! "

" 참아. 지금은 우리가 약자야. 빨리 이 조직의 상부로 올라가야 해. "

" 어느새? 저 막대기 휘두르는 것 배워서 좀비 두마리를 잡고 사이퍼랑 대결을 해? "

" 흐흐, 병신아. 그러니까 니가 맨날 남들 뒤만 따라오는 거야. "

" 뭐, 이 새꺄? "

" 워, 워. 진정하고.. 무슨 말이야? "

발끈하며 나서는 사내를 막아서며 다른 남자들이 궁금한 표정으로 처음 말을 꺼낸 남자를 쳐다본다. 그는 그런 시선을 느꼈지만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딴청을 피우며 동료들의 속을 태웠다. 결국에는 자랑하듯이 입을 열었다.

" 내가 예전에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따놨거든. 크크큭. 지금 이곳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해? "

" 으음··· 그래? "

" 그래서 그걸로 기숙사로 들어가겠다고? "

" 그렇지. 일단은 그곳으로 들어가야 이 조직의 간부들과 친해질 수 있고, 나중에는 한자리 하지 않겠어? 크크크.. "

그런 사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모두가 생각에 잠겼다. 자신들도 이곳에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을 써 먹을 수 있는게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다.

" 난 영어 잘 할 수 있는데.. 중국어도.. "

" 그래서? 중국어로 싸울래? 아님 미국좀비랑 영어로 대화하려고? 젤 쓸데없는 능력이네. 크크크. "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지금 상황에서 그런 능력은 동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자신의 장기를 늘어놓았지만 용접만큼 의미있는 기술을 가진 이는 없었다.

그렇게 떠드는 사이 오전 수련이 끝이 났다. 잠시 배급을 통해 점심 겸 저녁식사 시간이 주어졌다. 하루에 두번 식사를 하도록 정해져 있는 시간은 이 쉘터의 모든 인원들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식사는 군용 전투식량이 각자에게 주어져 이 운동장을 벗어나지 못한채 이루어졌다.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지만 곳곳에 무리가 만들어져 뭉쳐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었다.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은 한시간동안 이어졌다.

어제 저녁 이야기를 나누던 두 여자. 진희와 희숙이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나지막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 희숙아. 어제 내가 한 말 정확히 이해했지? "

" 어.. 어. 걱정마. "

" 흠, 화장이 좀 지워졌네. 먼저 화장실에 가서 화장 수정하고 기다려. 아, 그리고 거기에 물이 나오니까 대충 씻어. 냄새가 나지 않도록, 의외로 그런것에 민감한 남자들이 많아. 알았지? "

이런저런 지시를 하듯이 말을 건낸 친구 진희를 쳐다보며 굳은 표정으로 눈빛을 굳힌 희숙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귓속말로 속삭이는 진희였다.

" 희숙아. 이번 한번으로 끝이 아니야. 남자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해줘. 아니 니가 스스로 해. 무슨 말인지 알지? "

" 아,알았다고.. 어제 밤에 가르쳐 준 스킬을 쓰라는 거지. "

살짝 얼굴을 붉히며 더듬거리는 희숙의 얼굴을 바라보다 손을 놓아주며 다시 다짐하듯 말했다.

" 이제부터 넌, 너와 아기만 신경써. 긴장풀고 항상 웃어. 그래, 그렇게.. 좋아. 이제 출발해. "

화장실 방향으로 걸어가는 친구, 희숙을 잠시 쳐다보다 길게 숨을 들이킨 진희가 눈을 빛내며 오전내내 여기저기 살펴보며 찍어놓은 사내, 대원을 향해 다가섰다.

반질반질한 대머리. 우락부락하게 생긴 얼굴. 누구도 쉽게 다가가기 힘든 포스를 풍기며 오전내내 신입들을 지켜보던 대원은 문어였다. 본래 사장을 따라 이곳까지 온 그는 예전 조직에서 중간 간부노릇을 하며 얘들을 관리하던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무력부 십인장이었다.

무력부는 제비가 기획한 편제를 적용했다. 예전 고대 어느나라의 군대 편제를 가져와 열명단위로 묶어 십인대를 조직하고 그 십인대 열개를 묶어 백인대, 천인대. 이런 방식으로 편성시켰다.

쉽게 말해 문어는 십인대의 대장, 십인장으로 그가 맡은 역할은 수하 아홉명과 함께 이곳을 통제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와 비슷한 십인대 몇개가 더 동원되었지만 그런것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짜증이 치밀어 오른것이다.

" 하, 젠장.. 더워죽겠는데 이게 뭐하는 짓거리야. 저런 신삥들 하는 짓거리를 그냥 보고만 있으라니. "

문어가 내려다보는 대운동장에 모여 훈련을 하는 신입들의 모습에 분통이 터졌다. 눈치만 보다 성의없이 대충 움직이고 있었고 심지어 몇번 휘두르다 그늘로 가서 퍼져있는 모습까지. 멀리서 보니 개판 오분전이었다.

물론 개중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수련을 하는 인물들도 있었지만 손에 꼽을 만큼 적어 티가 나지 않았다. 여기 모인 인원만 대충 세어도 천명은 넘을것처럼 보이는데 수련에 집중하는 인원은 몇십명뿐이니 답답할 만도 했다.

그렇게 못마땅한 눈초리로 장내늘 쓸어보고 있는 그에게 한명의 수련생, 여자가 다가왔다. 펑퍼짐한 옷을 입은 그녀는 고양이 눈매를 가진 정확한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얼굴을 가진 여자였다.

눈웃음을 지으며 접근한 그녀, 진희는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 저.. 대장님. 제 친구가 화장실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발목을 삐긋했는데 도저히 혼자 데리고 올 수가 없어서.. 죄송한데 도와주시면 안될까요? "

진희는 오전 내내 대원들을 찾아가 말을 걸면서 이 조직의 위계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들 대부분 정보를 주지 않았지만 한가지 여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이 대머리 사내라는 것을 겨우 알아 낼 수 있었기에 그에게 접근을 한 것이었다.

희숙이도 그렇고 자신도 그렇지만 높은 지위를 가진 남자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무섭게 생기고 인기없을 것같은 남자인 문어를 점찍은 것이다. 물론 이 대머리 사내가 솔로라는 것은 당연히 파악한 사실이었다.

문어는 그런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지금 자신 주위에 수하가 때마침 한명도 없었고 이 타이밍에 저런 부탁을 한다는 것은 한가지 뿐이었다.

아파트 쉘터에 있을때도 가끔 부탁을 한다면서 다가오는 여자들이 있었다. 채집을 나갈때 필요한 것을 가져와 달라거나 배식권등을 부탁하는 등. 그 댓가로 원나잇을 해주는 여자들이 꽤 있었다.

물론 간부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크게 제지하지 않았다. 욕구불만이 쌓이면 어디로 튀어나올지 모르기에 원만한 합의에 의한 관계는 묵인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단, 강제적인 행위는 엄벌로 다스렸다.

' 흠. 조금 빠른데..? '

아직 어느것도 보여주지 않은 상태인 이 쉘터에서 이런식의 접근은 너무 일렀다. 그가 생각하기는 아무리 빨라도 일주일은 지나서야 행동에 나섰어야 할 일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접근한 것이 의아했다.

이런 경우는 두가지 중 하나였다. 예전에 업소관리를 하면서 느낀 것으로 저 여자의 뒤에 누군가가 있어 지시를 한 것이거나 그녀의 머리가 비상해 정보를 선점하기 위해 움직인 경우였다.

하지만 고민은 짧았다. 어자피 자신에게 불이익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진짜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일 수도 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갔다.

" 저기에요. "

진희가 가리키는 방향은 화장실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었다. 평소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곳으로 나무들과 야외화장실의 담이 가리고 있는 곳이었다. 아마 저곳을 돌아들어가면 희숙이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런 진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가자 문어의 귓가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와그작. 질겅질겅.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소리에 급하게 무기를 뽑아들고 뛰쳐들어간 공터에는 처참한 현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 헐벗은 여자의 내장을 뜯어먹고 있던 좀비가 엎드린채 고개를 돌려 막 들어선 문어를 회백색 눈깔로 쏘아본다. 그 좀비의 이빨사이에 낀 내장조각들과 온 사방에 튄 시뻘건 피들이 흥건한 장내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 하, 씨발. 이건 또 어디서 온거야. 다 정리됐다며! "

분명히 장내를 샅샅이 다시 수색하며 좀비가 없다는 사실을 공표한 수뇌부를 욕하며 자세를 잡았다. 대머리가 땀으로 인해 반짝이고 그동안 수련을 열심히 해온 문어의 근육들이 긴장을 한듯 경직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좀비는 두손을 땅에 짚으며 맹수처럼 몸을 웅크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앞으로 뛰쳐나갈 자세라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문어였다. 그는 배운대로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흘리기 위해 다리를 슬금슬금 움직이며 흘리기 위해 준비를 마쳤다.

꺄아아악!! 그 순간 난데없이 비명소리가 울렸다. 진희였다.

뒤에서 울린 비명소리를 듣는 순간 문어는 고민했다. 여기서 좀비의 공격을 흘려버리면 뒤쪽의 여자가 위험해진다. 미처 고민을 마치기도 전에 좀비가 자신을 향해 뛰어드는 것이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순간 문어는 결정했다. 꺼내든 방패를 한손으로 잡으면서 마주 달려들었다. 이것 역시 바위가 만든 움직임이었다. 흘리기가 불가능할때 정확한 타점을 주지 마라. 그렇기에 마주 달려가 중간에서 부딪히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쾅! 좀비의 몸통박치기는 위력적이었다. 애초에 고통이 없고 괴력을 발하는 좀비의 전심전력의 박치기는 콘크리트 벽돌을 깨부술만큼 위력적이었다. 이미 예상하고 최대한 중심을 잡은채 버틴 문어는 충격이 가시자 몸상태부터 체크했다.

크게 다치거나 부러진 곳은 없었다. 그의 예상과 바위의 가르침이 맞았다. 시큰거리는 손목을 풀며 다시 자세를 잡는 좀비를 보며 호기롭게 외쳤다.

" 와라. 이 새끼야. 대갈통을 부숴주마. "

본래라면 두세마리정도는 식후 간식거리라고 외치겠지만 실제로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상대였다. 거기에 뒤쪽에 일반인이 있는 상태라 물러서지도 못한채 맞서야 하는 문어는 분명히 불리한 싸움이었다. 거기에 평소처럼 뒤를 받치는 동료도 없는 상태였다.

크르르.. 목울대를 울리는 소리를 내며 좀비가 다시 달려들기 위해 땅을 박찼다. 빠르게 다가오는 좀비의 두손을 방패로 쳐내며 앞차기를 내질렀다. 순간 중심을 잃은 좀비가 벌렁 뒤로 나자빠지자 단봉을 들어 내리 찍으려 했지만 옆에서 들려오는 괴성에 황급히 방패를 돌렸다.

까드득! 특수재질의 투명한 방패위로 붉게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이 마찰하면서 듣기 싫은 소음을 냈다. 그 방패 위로 보이는 화장을 곱게 한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입을 크게 벌리며 방패를 물어뜯으며 회백색 눈깔을 번뜩이는 그녀는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살짝 힘을 주어 반동으로 쳐낸 문어가 욕을 내뱉었다.

" 하, 씨발. 하필 여기를 장소로 잡아서.. "

눈을 돌려 자신을 데려온 여자를 보니 주저앉아 소변을 지린듯 엉덩이 부근이 흥건했다. 이제 두마리로 늘어난 좀비들을 보며 문어는 빠르게 생각을 했다.

' 일단 저 여자 좀비부터 처리해야해. 어짜피 여기까지 도움을 주러 올 사람은 없어. 이것들이 나가면 큰일이야. '

문어는 결심어린 얼굴로 비장한 눈빛을 빛내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미 넘어진 좀비가 자신을 덮쳐오고 있었다. 인간의 두개골은 단단하다. 당연했다. 가장 중요한 뇌를 보관하기 위해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남자에 비해 여자 좀비의 두개골이 약하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기 위해 수련을 한 문어는 단 한번에 집중을 해서 온몸의 힘을 실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덮쳐오는 좀비를 흘리는 동시에 다시 발로 차서 중심을 무너뜨리고 옆에서 자신을 씹어먹으려는 여자좀비를 향해 단봉을 휘둘렀다.

생사의 간극에서 엄청난 집중을 보여주고 있는 문어였다. 바위가 그를 봤다면 완벽한 자세라고 칭찬을 했을 동작으로 여자 좀비의 대가리를 단숨에 박살내 버렸다.

퍼억! 순식간에 두개골을 깨고 지나간 단봉의 자리에 회색의 뇌수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눈빛이 꺼져버린 여자좀비, 희숙은 그대로 엎어져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사이에 다시 문어의 지척으로 다가선 좀비 한마리가 엄청난 악력으로 문어의 어깨를 잡아챘다.

거구의 문어가 휘청거릴 정도의 힘에 이를 악문 그는 숙지한 규범대로 몸을 낮추며 방패를 들어올렸다. 동시에 느껴지는 둔탁한 충격에 휘청거리며 문어가 뒤로 물러선다. 다행히 적절한 타이밍에 좀비의 이빨을 막아낸 것이다.

살짝 찢겨진 제복의 어깨부분을 보며 혀를 찬 문어가 전의를 다졌다.

" 이 새끼. 이게 얼마짜린데.. 넌 곱게 뒤질 생각마라. "

나름 여유가 생긴듯 말장난을 쳤지만 그 눈빛은 신중했다. 단 한번의 유효타만 허용해도 자신은 끝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좀비는 그런 문어의 어떤 행동에도 신경쓰지 않고 무작정 다시 달려들었다. 애초에 그런 존재인 것이다. 오로지 살아있는 인간의 살과 피를 취하겠다는 일념하나로 직선적인 공격을 퍼붇는 시체. 이젠 제법 여유로운 모습으로 회피를 하며 수련한 대로 상대해 나가는 문어는 점점 능숙해졌다.

마지막으로 달려드는 좀비의 공격을 흘리며 발을 걸어 앞으로 넘어뜨린 문어가 그대로 단봉을 휘둘러 좀비의 뒤통수를 깨면서 전투가 마무리 되었다. 제법 시간이 지난듯 보였지만 불과 전투가 시작되고 오분도 흐르지 않은 시간이었다.

문어가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를 힐끔보고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진희를 불렀다.

" 이봐. 복귀시간이다. 일어나서 복귀해. "

문어는 자신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는 진희를 내버려두고 되돌아 나갔다. 그 모습에 서둘러 따라가려고 했지만 아직 다리에 힘이 안들어가는지 엉금엉금 기다시피 네발로 황급히 따라붙는 진희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갑작스런 좀비의 습격사건은 쉘터내의 모든이에게 조심스럽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두마리의 좀비를 상대하고도 살짝 옷이 찢어진것 외에는 어떤 상처도 입지 않은 대원의 위용도 덩달아 알려졌다.

그런 대원들이 자신과 같은 훈련을 매일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려지자 시큰둥하게 수련하던 신입들의 자세가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은 여담이었다.

마지막으로 좀비의 이동경로를 탐색하던 사스가 넓은 육사쉘터의 뒷산에서 낙오한 좀비들이 들어올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보강작업을 했지만 쉘터가 안전하지 않다는 공포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통제를 위해 더 낫다는 이유로 설득을 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공포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육사쉘터는 기본적인 모습을 서서히 구축하고 있었고 이틀 혹은 사흘에 한번씩 신입인원들이 보충되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지하철 조직과 고층건물을 점거하고 있던 조직들을 하나씩 정리하면서 사람들을 모으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점점 인원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른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는 육사쉘터였다. 그런 소문들이 서울 북동부지역에 퍼지자 자진해서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바위모임의 몸집이 커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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