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869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9.04 06:00
조회
793
추천
18
글자
19쪽

국내 상황(6)

DUMMY

" 저곳이 우리의 목표다. "

땅거미가 지고 있는 저녁. 붉은 노을도 이젠 완전히 서쪽으로 넘어간 해를 따라 그 색채가 바랜 하늘 아래로 원통에 커다란 콘크리트 공을 얹어 놓은 모습의 건물들이 어슴푸레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특유의 건물모형이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검은색 복장으로 중무장한 대원들에게 가리키며 브리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검은색 표범의 모형이 박힌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그들은 일반인에게도 유명한 흑표부대, 제13특수임무여단 소속 특전사들이었다.

그들의 주 임무는 잠입, 암살, 폭파, 특작에 동원되는 훈련을 받은 대원들로 한명한명이 최정예요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부대로 모종의 임무를 받고 이곳 부산과 울산의 중간쯤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부근에 나와 있었다.

우리나라 초기에 지어진 원자로부터 최근에 완공되어 가동되기 시작한 원자로까지 전기 생산량의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이 곳은 좀비 사태가 터지고 얼마후 수많은 좀비들의 침공으로 완전히 가동이 멈춘 상태였다. 모든 원자로 출입구를 폐쇄하는 극단적인 조치와 함께 냉각기만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 우린 이곳을 점령하고 있는 적 사이퍼, 싸이클롭스를 제거하고 원자로내에 갖혀 있는 김박사외 10여명의 연구원을 구해내야 한다. 작전은 이전에 브리핑 한대로 침투, 암살, 구조로 이루어지며 작전시작은 안쪽에서 조명탄이 터지면 시작이다. 모두 알겠지만 화기는 소총외 세열수류탄등 폭탄 사용은 금지다. 어려운 작전이지만 난 너희들을 믿는다. 알겠나!? "

착! 열댓명의 특전사들이 위장크림에 고글까지 쓴 상태로 자신들의 총기 옆면을 가볍게 때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 모습에 헤더인 김대위는 믿음직한 눈빛을 대원들 각각에게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번이나 같이 작전에 참여한 전우들을 둘러본 그는 한결같은 신뢰를 보내며 각오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마지막 브리핑을 들은 대원들은 각자 개인적인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하늘에는 보름달이 정중앙을 차지하며 빛나고 있는 시간이 왔다.

쉬아아앙! 번쩍! 조명탄이 터지고 원자로를 둘러싼 철조망 근처에서 총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일반병사들이 그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던 좀비들을 죽이려고 하는 소리였다.

그들이 파악한 원자력 발전소 내에서 돌아다니는 좀비들의 숫자는 네자리가 훨씬 넘었다. 그것들을 헤치고 그 사이퍼를 암살, 박사들을 구조까지 하기에는 아무리 흑표부대원들이 뛰어나다고 해도 무리였다.

그렇기에 부산을 지키고 있는 제53 보병사단에서 병력을 지원받아 기습을 통해 난전을 유도한 것이다. 이후에 흑표부대원들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잡입해서 적 사이퍼를 암살한 후 원자로 내부와 연락을 통해 출입구를 개폐하는 것이 이 작전의 핵심이었다.

이미 그런 사실이 53사단의 지휘관에게 전달되었고 충실히 작전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총소리에 반응한 좀비떼들이 일제히 철조망을 통해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게 눈에 보였다.

" 좀비새끼들.. 기운도 좋다. 썪은 생선을 향해 달려드는 고양이같네. "

53사단 병력들은 굳이 진입하지 않은채 부근에서 높고 단단한 진지를 순식간에 구축한 채 쏟아져 나오는 좀비들을 착실하게 상대하고 있었다. 이때 세열수류탄이나 클레이모어 같은 대량 살상무기를 사용하면 좋겠지만 발전소가 지척에 있기에 금지된 상태로 맞서고 있었다.

그만큼 불리하지만 미리 위치를 선점한 병력들은 오직 앞방향에서만 달려오는 좀비들만 상대하면 되도록 잘 진영을 꾸린 상태였다.

타타탕! 투투투투! 이미 좀비들 상대하는 전술이 지휘관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상태. 효율적으로 총알을 쏟아붓는 병사들을 독려하면서 고함을 치고 있었다. 그런 장면들을 잠시 동안 지켜보던 흑표부대 김대위가 손짓을 했다.

그 손짓에 따라 십여명의 부대원들이 낮은 자세로 빠르게 발전소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접근하는 곳은 지하주차장 방향. 그곳을 통해 내부로 숨어든다. 그리고 빠르게 적 사이퍼, 싸이클롭스의 위치를 찾아 암살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미 하늘 높이 군사용 무인드론이 적외선 카메라를 달고 발전소 내를 훑어보고 있었다. 만약 싸이클롭스가 바깥으로 나오기만 한다면 금세 그의 위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지하주차장 클리어! 칙.

앞서 주차장으로 들어간 대원에게서 짧은 무전이 날아왔다. 얕은 소음기 소리가 몇번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모든 대원들이 지하주차장에 진입을 했다. 달빛만 비추는 이곳의 지하주차장은 더욱 어두웠다. 각 대원들은 적외선 카메라가 부착된 고글을 낀채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조용했다. 바깥에 들리는 괴성과 총소리를 제한다면 이곳은 바늘하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 그자체였다. 앞선 부대원이 다가와 어딘가를 손짓한다. 윗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를 발견한 듯 했다.

김대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화로 진입을 알렸다. 일사분란하게 발걸음소리도 내지 않으며 비상구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들의 발밑에 좀비 몇구가 머리가 터진채 쓰러져 있었다. 아마 이곳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좀비들을 정리한 것이리라.

열댓명의 부대원이 움직이는 것에 비해 전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기도비닉을 유지한 그들은 곧 철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비상구 표시만 밝혀진 이 통로는 성인 두명이 나란히 서면 꽉 막힐 정도의 넓이를 가진 계단이었다. 일렬로 윗층을 경계하며 한계단씩 오르는 부대원들은 건물셀계도를 떠올리며 긴장을 유지했다.

작전대로 이곳 통제실이 있는 최상층 5층에 도착을 하자 조심스레 철문을 열고 건물안으로 진입했다.

끼이익. 철문이 마찰하면서 조용하던 통로와 건물을 울렸다. 타 대원들이 흠칫 놀라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경계했지만 별다른 조짐이 보이지는 않았다.

- 5층 진입. 통제실 확보 시작합니다.

흑표부대원들은 이미 여러 번 이곳을 방문한듯 신속하게 위치를 잡았다. 복도를 기준으로 좌측으로 이어지는 창문들은 훤히 내다 볼 수 있도록 유리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다. 굳이 불빛을 비추지 않아도 달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오층은 전체가 알 수 없는 기계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고리원자력 발전소 통제실이었다.

- 모두 경계. 변박사를 부르도록.

아마 후미에서 따라붙은 변박사가 이 통제실을 통해 발전소 내부에 남아있는 인원들과 통신을 할 것이다. 뭐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지만 발전소 안에 같힌 박사들의 생사여부를 확인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쪽에서 문을 열 수 없기에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통제실이라 적힌 곳 아래 위험표시와 관계자외 출입불가란 글씨를 무시하고 김대위는 대원들 몇명과 함께 통제실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쪽 벽면으로 꺼진 거대한 모니터들과 주변으로 들어서 있는 거대한 기기들이 붉은 LED불빛을 점멸하며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때 통제실 중앙에 위치한 가죽회전의자가 휙 돌아갔다.

그 광경에 놀라 통제실로 진입한 부대원들이 한발짝 물러서며 총기를 겨누었다.

" 늦..었군. "

사막의 모래처럼 건조하고 갈라진 목소리가 그 의자에 앉은 남자에게서 흘러나왔다. 김대위는 고글을 벗으며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자세히 보았다.

다 떨어진 군복. 계급장도 이름표도 떨어져 나간 상태의 그것을 걸치고 있는 사람, 사람이라고 부르기보다 시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리는 놈은 미라처럼 삐적말라 그대로 뼈가 드러난 채로 의자에 걸터 앉아 있었다.

" 누구냐? "

김대위는 조심스럽게 그 미라같은 사내의 전신을 훑어보다 경계를 풀었다. 왜인지 몰라도 이 사내의 두 발목이 끊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발목의 상처는 이미 말라비틀어져 섞어가고 있었지만 사내는 별다른 고통이 없는지 평온한 얼굴이었다.

" 나? 크크크.. 그냥 아무개라고 불러라. 너희들의 목적은 이 발전소의 탈환과 좀비퇴치겠지? "

자조어린 목소리, 피곤함에 쩔어있는 해골같은 얼굴. 도저히 살아있다고 생각할 수 없는 몸상태까지 김대위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 어떻게 그런 몸으로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지? 넌.. 군인이었나? "

" 군인··· 그래, 나도 예전에는 군인이었지.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을 지키는 사명감에 가득찬··· 이젠 그런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해가 저물어 석양이 지고 칠흙같은 어두운 밤이 왔는데.. "

말이 길어질수록 힘이 빠지는지 집중해야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진 사내의 목소리에 여전히 의문을 가진 김대위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 사이에 도착한 변박사가 커다란 배낭을 맨챈 통제실로 들어섰다. 그는 장내 상황을 힐끔 보고는 별말없이 배낭에서 장비를 꺼내들고 서버와 전선을 연결하기 시작했고 그런 박사의 주변으로 부대원들이 호위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런 광경에도 미동도 없이, 아니 그럴 힘이 남아있는지 의문이었지만, 지켜보던 미라 몰골의 사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신세계는.. 아직.. 조심해야 해. 그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아. 크흐흑.. "

사내는 잠이 오는지, 힘이 빠지는지 아니면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인지 중간중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 이봐? 괜찮아? "

김대위는 그런 상태를 지켜보다 그 사내에게 다가서려 했지만 금세 물러서야 했다. 갑작스레 몸을 일으키며 좀비처럼 공격을 해온 것이다.

" 크아아악! 살아있는··· 인간!! "

이성을 잃은듯 눈을 붉게 물들이며 김대위를 덮치려 했지만 이미 발목이 잘린 채 뼈만 남아 있던 그 사내는 휘청거리며 바닥에 엎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내는 필사적으로 김대위를 향해 기어가려는 집념을 보였다.

" 이거.. 무슨 상황이지? 좀비는 아닌거 같은데. 제압해. "

김대위의 지시에 따라 바닥에 기고 있는 사내를 양옆에서 내리누리며 제압하기 위해 두명의 대원이 다가섰다. 그 순간 미라같은 사내의 몸에서 약한 푸른빛이 방전되기 시작했다.

비록 크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가까이 다가선 두 대원은 그 빛에 닿았고 순식간에 거품을 물며 뒤로 넘어갔다.

" 사이퍼다! 모두 경계 태세! "

그 모습에 무언가를 떠올린 김대위가 급히 소리치며 소총을 들어올려 총을 쏘았다.

퓨슉! 퓨슉! 짧게 울리는 소음기 소리에 따라 쓰러져 있던 그 사이퍼 사내의 몸이 덜썩였다. 김대위는 특수부대원답게 정확한 사격실력으로 머리와 가슴에 한방씩 총알 박아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주변으로 십여명의 부대원들이 둘러싸고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하지만 김대위의 총알을 맞은채 미동도 없이 엎어져 있던 그 사내를 잠시간 지켜보던 김대위가 지시를 내렸다.

" 쓰러진 대원 상태 보고하고 경계는 늦추지 않는다. "

기절한 대원들을 뒤로 물린 후 그 미라같은 사내에게 다가간 김대위는 군화발로 엎어진 사내를 뒤짚었다. 몇번 사이퍼들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는 김대위는 아무리 초능력자라고 해도 머리에 구멍이 난 상태로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한 행동들이었다.

김대위의 생각대로 머리를 뚫고 안면으로 빠져나온 총알은 치명상이었다. 이미 숨을 쉬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김대위는 천천히 사이퍼 사내의 군복을 뒤졌다. 그가 보여준 행동, 능력을 종합해 보면 그가 자신들이 암살 목표로 한 싸이클롭스가 맞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들은 싸이클롭스의 무력과 모습은 이런게 아니었다. 수많은 좀비들을 이끌고 나타난 그는 군복을 입은 채 수많은 병사들 뿐아니라 탱크, 장갑차등을 무력화 시키고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등 일인군단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진술을 들은 상태였다.

사이퍼 대응 전술팀의 보고서에는 플라즈마를 일으키는 능력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것이 어떤 역할과 위력을 보여주는지 대략적으로 알려주었다. 그 보고서의 절반만 사실이라면 자신들의 병력으로는 기습외에는 답이 보이지 않았기에 오늘 필사의 각오를 하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싸이클롭스 일지도 모를 사내의 군복을 뒤지던 김대위는 가슴팍 주머니에서 만져지는 딱딱한 것을 꺼내들었다. 작은 국방 수첩이었다.

그 수첩을 꺼내든 김대위는 그것을 펼치자 사진이 하나 떨어져 나왔다.

가족사진. 군복을 입은 사내 한명과 그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 그리고 두세살정도 되었을까 싶은 아이까지 세명이 방긋 웃으며 정면을 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내의 이름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계급은 중위였다.

그런 모습이 박제되어 영원히 그 네모난 틀 안에 걸려있는 사진 속의 남자는 행복해 보였다. 그런 사진에서 눈을 떼고 수첩을 들여다 봤다. 그 수첩에는 주인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오상진.

초반에는 평범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마 중대장이었던 오중위는 그날의 병사들의 상태, 작전현황, 날씨등이 세세히 적혀 있었다. 자신의 중대원들과도 사이가 좋았는지 농담까지 곁들여 묘사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끊어졌다. 날짜를 보니 이 원자력 발전소를 좀비들이 급습하기 하루전이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끊어졌던 글이 다시 이어져 있었다.

그 이후로는 온통 절망, 분노, 허무, 상실감만 느껴지는 글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적혀 있는 글은..

" ··· 김병장, 이상병, 병아리 조이병. 모두 미안하다. 미안해, 내 사랑, 아들아. 부디 살아남아 밝은 세상을 만들 수 있기를. 이미 난 죽어가고 있어. 저주 받은 몸뚱아리는 오랫동안 아무것도 안먹어도 죽을 수 없어, 내 스스로 발목을 끊었어. 내 무너진 이성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부디 저 세상에서 만나 용서를 빌 수 있기를.. 아, 난 지옥으로 가겠구나. " 삐뚤삐뚤한 글씨가 적힌 마지막 장까지 읽은 김대위는 수첩을 닫고 눈을 감았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이 나라,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가족과 병사들을 지키지 못한 그의 감정이 올올이 느껴졌다.

" 당신은 비록 작전에 실패를 했지만 끝까지 군인으로 남아줬군. 고맙다. "

김대위는 이미 차디찬 시체로 변한 오중사를 내려다보며 군인으로써 예를 다해 조용히 거수경례를 올렸다.

그러는 사이 비상전력이 작동이 되었는지 통제실이 복구되면서 불이 들어왔다. 갑작스런 불빛에 당황한 부대원들이 고글을 벗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 일단 전력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군. 먼저 발전소 안에 남아있는 사람들과 통신을 시도하겠소. "

군복을 입고 위장크림을 발라 다른 대원들과 비슷한 행색인 변박사는 자판을 두드리며 무언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위험한 고비가 이젠 완전히 넘어간 상태였다.

바깥쪽 총소리는 여전히 들려왔지만 김대위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기습이 아닌 습격에서 준비를 마친 군인들이 좀비따위에게 당할리 없다는 자신감이었고 가장 걱정하고 우려했던 싸이클롭스를 쉽게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됐어! 아직 박사와 직원들이 살아남아 있어! "

예전 전화기 모양의 통신기를 붙들고 무언가를 시도하던 변박사가 두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다.


" 재미있네. 소동. "

마천루라 불릴 정도로 높은 건물이 밀집해 있는 이곳은 중국 청도의 상업지구였다.

소동이라 불린 덩치의 사내가 엎드려 연신 고개를 쪼아리고 있는 모습과 통유리밖으로 보이는 검은색으로 물든 뾰족한 빌딩숲은 이곳을 마치 마왕성처럼 보이게 했다.

마왕처럼 거대한 의자에 권태로운 표정으로 앉아 있던 사내, 천카이거는 오체투지한 소동을 지긋이 내려다 봤다. 어떤 감정도 들어있지 않은 무심한 눈빛이었다.

" 멍청한 일본열도도, 타이완도, 필리핀도.. 섬으로 이뤄진 국가들도 버티지 못하고 우리가 점령을 했는데. 고작 반도국, 그것도 우리 대륙과 연결되어 있는 조그만 나라를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니 말야. 크크.. "

" 조,죄송.. 조금만 더 시간을.. "

" 예전부터 이상하게 질기단 말야. 그 반도국이.. 그네들 민족근성인가? 러시아쪽을 공략하고 있는 부대들을 조금 빼서 그쪽을 돌려. 그리고 반도내에 있는 떨거지들을 최대한 이용하라고. 소동. "

"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확실한 성과를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

" 물론 그래야지. 아니면 네 가족, 지인, 부하들의 목숨이 달려있는데. 크크큭. "

천카이거의 섬뜩한 목소리에 더욱 몸을 움츠리며 고개를 박은 소동의 전신으로 땀이 흥건하게 젖어들었다. 그가 하는 말이 단순히 협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축객령을 내린 천카이거는 이내 흥미로운 웃음을 지었다.

" 한국이라.. 결국 시간 문제야. 마라. 그건 알아봤나? "

천카이거는 아무도 없는 이 넓은 공간에서 누군가를 불렀다. 그러자 어두운 안개가 전면에 어리면서 비키니 수영복차림의 늘씬한 여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그런 모습을 당연하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천카이거의 눈빛은 여전히 무심했다.

" 호호호, 만악이자 원악이신 카이거님. 무슨 걱정이 그리 많으십니까. 모든 일들은 미천한 저희가 처리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마시지요. "

경극할때 하는 화장을 한채로 경극대사처럼 말하는 마라는 교태롭게 몸을 꼬며 말을 이었다.

" 우리에게 접근한 그 조직은 확실히 접근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실체에 접근할 수 있었지요. 그들은··· "

마라가 무슨 수를 썼는지 그녀의 목소리가 더 이상 주변으로 세어나가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꽤나 오랫동안 마라의 입술이 달싹거렸고 권태롭던 천카이거의 표정도 점점 흥미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말을 전하고 천카이거의 지시를 들은 마라는 곧 연기와 함께 사라졌고 이내 장막이 걷히듯 그의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 재미있어. 정말로 말야. 크하하하! "

여지껏 어떠한 일에도 흥미를 보이지 않던 그가 파안대소를 하며 크게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이 넓은 공간을 굽이굽이 메아리치며 울려퍼졌다.

어두운 밤하늘에 오직 푸른빛의 눈썹과 닮은 초승달만이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3 The Gear(1) +1 18.09.05 774 18 22쪽
» 국내 상황(6) +1 18.09.04 794 18 19쪽
81 국내 상황(5) +1 18.09.03 754 16 19쪽
80 국내 상황(4) +2 18.08.31 797 16 18쪽
79 국내 상황(3) 18.08.30 791 18 19쪽
78 국내 상황(2) 18.08.29 800 20 19쪽
77 국내 상황(1) 18.08.28 791 17 19쪽
76 38선(6) 18.08.27 776 20 22쪽
75 38선(5) +2 18.08.24 778 19 21쪽
74 38선(4) +1 18.08.23 790 20 22쪽
73 38선(3) 18.08.22 790 14 20쪽
72 38선(2) 18.08.21 826 19 21쪽
71 38선(1) +1 18.08.20 817 19 23쪽
70 태풍 속 서울(7) 18.08.18 856 19 22쪽
69 태풍 속 서울(6) +2 18.08.17 798 21 21쪽
68 태풍 속 서울(5) +1 18.08.16 802 16 21쪽
67 태풍 속 서울(4) 18.08.15 802 15 21쪽
66 태풍 속 서울(3) 18.08.14 830 17 22쪽
65 태풍 속 서울(2) 18.08.13 808 16 23쪽
64 태풍 속 서울(1) 18.08.10 851 17 21쪽
63 확장(6) +1 18.08.09 848 18 22쪽
62 확장(5) 18.08.08 811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4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3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5 15 19쪽
58 확장(1) 18.08.03 882 17 23쪽
57 서브웨이(5) +1 18.08.02 883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4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3 19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