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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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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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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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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9쪽

서브웨이(2)

DUMMY

" 뭐 생각해? "

만월회 일행이 돌아간 자리에서 그들이 남기고 간 향기와 숙제를 곰곰이 생각하던 제비가 옆에서 자신과 비슷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는 바위를 발견하고 물었다.

" 어, 별거 아냐. 그녀, 회주가 해준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

" 아, 그 사이퍼에 대한 거..? "

" 응, 근데 말야. 그녀는 분명히 숨기는게 있어. 그 이야기가 전부는 아닐꺼야. 그게 뭘까하고.. "

회주일행과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나눈 대화에는 사이퍼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평소에 궁금해 하던 바위등은 집중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동안 긴가민가했던 사실들이 그녀의 입을 통해 진실과 거짓으로 나뉘고 어느정도 사이퍼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먼저 바코드 숫자의 의미는 가장 앞자리 숫자부터 능력속성, 레벨, 에너지 잔량, 경험치로 단순화 시켜 설명했고 그동안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사실과 유사했다.

그리고 레벨의 경우 10단위마다 전혀 새로운 방식의 능력, 진화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바위의 경우 1번대 강화속성 중 육체강화였고 육체재구성으로 시작해서 내구력, 저항력, 속력등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건 그동안 바위가 스스로 여러가지 실험을 해오면서 정립한 것이었다.

아마 다른 능력자들도 비슷한 시스템이 적용될 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주변의 사이퍼, 다희나 사스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속성 1번대부터 3번대까지 묶어 하위속성이라 칭하고 있고 그들 사이에 상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즉 1번 강화계열는 2번 사물계열에 약하고 사물계열은 3번 정신계열에 약하다고 정신계열은 강화계열에 약점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중위속성인 4번부터 6번, 원소 < 변형 < 소환 < 원소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내용이었으나 고위속성은 별개였다. 고위 속성은 하나하나가 특이하고 특별한 속성들로 7번부터 9번까지 치유, 시공간, 물질계열로 각각 상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보통은 높은 속성일수록 희귀하고 강력하다는 첨언이었지만 바위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자신의 속성은 1번대, 물론 주변 사람들은 미뤄 짐작하고 있었지만 아직 만난 사이퍼들 중 자신보다 강하다는 느낌을 받은 사이퍼는 없었기에 조금 의아한 심정이었다.

방금전의 대련도 양측이 모든 힘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바위는 느낄 수 있었다. 상대가 가진 힘의 정도를 말이다. 그건 묘한 느낌이었는데 다희와 사스와 대련을 하면서 어느순간 여기까지가 한계구나라고 느끼는 순간이 오면 여지없이 맞아 떨어져 대련을 중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자신이 가진 힘의 한계는 정확히 측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자신이 모든 힘을 쏟아부어 상대한 적이 없었기에 측정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허공에다 방출해서 알아내기에는 비교 상대도 기준도 없기에 여지껏 그냥 추측만 했었다.

바위가 생각하는 힘은 단순히 바코드에서 보이는 수치들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자신만의 경험, 수련, 결단력들이 모여 힘이 된다는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바위였다.

그래서 다희와 사스, 일우에게 능력을 최대한 죽이고 직접적으로 움직여 상대하도록 하고 있는 이유였다. 그런 와중에 일우는 도망을 쳤지만 다희와 사스는 제법 잘 따라와 주고 있었다.

결국 결론은 자신과 주변이들의 힘이 커져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바위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제비가 대꾸했다.

" 나는 좀 어려운 얘기네. 별로 공감도 안가고 말야. 여튼 우리가 강해지면 안전해진다는 말은 동감. 그리고 그녀가 내준 숙제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듯 해. "

제비는 제비대로 어려운 고민이 있었다. 그녀가 전해준 서울의 동북부 세력도는 너무 지저분했다. 딱 그랬다.

심지어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쉘터까지 합치며 수십개의 세력이 존재했다. 얼마나 잘 숨어들었는지 만월회의 감시망으로도 다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엮여있는 세력들은 제비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 가장 큰 문제는 지하철을 차지하고 있는 조직이야. 각 지하철마다 거의 하나씩 세력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야. 도대체 좀비들은 왜 지하에 들어가지 않는거지? 아니면 못들어가는 건가? 회주는 알고 있는 사실일까? "

" 그러고 보니 좀비들은 대다수가 길거리를 돌아다니지 특정건물안에 상주하는 경우가 드물었어. 물론 못 빠져나와 맴돌고 있는 좀비들도 다수 있지만 대다수가 뭉쳐서 어디론가 끊임없이 걸어가는 모습이었지. "

" 뭐야? 지들이 무슨 식물도 아니고 광합성을 하는거야 뭐야. 왜 대낮에 그렇게 싸돌아다녀. 좀비면 좀비답게 어두운곳을 좋아하고 그래야 하지 않냐? "

실없는 제비의 농담에도 별다른 표정변화없는 바위가 돌아보며 물었다.

"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뭐야? "

" 칫. 돌땡이 같은 놈. 일단은 거점 확보. 그리고 세력들을 하나씩 흡수. 그리고 대통합! "

앞뒤 생략된 제비의 말에 고개를 흔들며 몸을 돌린 바위가 대꾸했다.

" 그래. 그건 니가 알아서 해라. 내 힘이 필요하면 이야기 하고. "

그 말을 끝으로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기는 바위를 따라가며 급하게 말문을 여는 제비였다.

" 야, 야! 계획은 끝까지 듣고 가! 야! "

니가 알아서 하라는 듯이 한손을 휘젓는 바위를 열심히 따라가며 손짓 발짓으로 계획을 설명하는 제비와 무관심한 바위가 자신들의 보금자리인 아파트로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었다.


" 여긴가? "

한 승합차에서 내리는 도끼가 사방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꽤 오랜만의 외출인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도끼는 온몸에 장비를 덕지덕지 바른 모습이었다.

" 도끼야. 넌 무슨 전쟁하러 나왔냐? 그냥 땅 보러 왔다니까.. 하. "

뒤이어 내린 제비가 그런 도끼를 보며 한숨을 쉬며 타박했다. 그리고 뒤이어 내린 인원들은 무력부 소속 대원들과 바위와 그와 붙어 떨어지지 않는 여자들이었다.

여전히 바위의 양옆에 딱 달라붙어 어디든 따라갈 기세를 보이는 그녀들을 그 누구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주변에 병균이 퍼지는듯 어느 누구도 주변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그런 모습에 제비는 또 다른 한숨을 쉬며 머리를 짚었다. 나름 무력부장인 바위의 지위가 지금은 기피대상 1호가 된것 같아 머리가 아픈 듯 했다. 그렇다고 그녀들을 떼어놓을 수도 없었기에 현실을 받아들 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에 별다른 감응이 없는지 바위 역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 넓네. 이곳 전체를 방위하려면 많이 힘들겠는데? "

마치 제3자를 걱정해주는 듯한 어투로 말하는 바위를 쏘아보며 제비가 날카롭게 말했다.

" 그게 니 일이거든. 제발 일좀 해라. "

" 으흠.. 그래? "

그동안 아파트 쉘터라는 제한적인 구역만 방어하면 되는 일은 몇명에게 맡겨두어도 크게 문제가 없는 일이라 그동안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있었던 바위가 신음을 흘렸다.

" 헤헤, 걱정하지마 오빠. 내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다 청소할께. "

" 미치년아, 그게 가능할거라고 생각해? 그런 건 내가 할 수 있어. "

이젠 제법 친해졌는지 아닌지 모를 두 여자가 바위의 옆에서 조잘대는 모습은 평화로웠지만 내용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제비는 그런 그녀들을 보면서 수긍했다. 그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한결 편하게 쉘터를 보호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저 사고만 일으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렇게 세대의 승합차에서 인원들이 내리는 모습을 소초에서 경계하던 만월회 대원인 듯한 사내가 얼굴을 내밀고 소리쳤다.

" 다,당신들은 누구요? "

불청객들의 모습에 조금 불안한 목소리로 말하는 경비원의 눈빛이 떨리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 우린 만월회에게 이 쉘터를 양도받기 위해 왔어요. "

" 아.. 당신들이.. 잠시만 기다리시오. "

정문에 굳게 닫혀있던 철문을 열쇠꾸러미로 맞춰보며 잠시간동안 풀어 연 대원은 철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외쳤다.

" 기다렸소. 빨리 들어오시길··· "

안도의 눈빛. 몇명이나 경비를 서고 있는지 모르지만 남겨진 이들은 아무래도 불안했던 모양이었다. 가끔 지나다니는 좀비무리들을 한동안 지켜봐온 그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하는 제비였다.

" 수고하셨어요. 인수인계 하시고 복귀하세요. "

제비는 제법 나이가 들어보이는 경비원들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내고는 인수인계를 받았다.

인수인계는 별게 없었다. 육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담장과 유일한 통로인 정문과 뒷문, 최근에 설치를 했는지 레이저빔으로 감싼 담장은 튼튼해 보였다. 몇일간의 수색으로 단 한마리의 좀비도 남아있지 않다는 말을 전하며 커다란 열쇠꾸러미를 넘긴 경비원들은 급히 각자 이동수단을 이용해 정문을 나서는 모습이었다.

몇일동안 이곳을 지키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떠난 육사는 휑한 바람만 불어왔다.

차로 다녀도 될 만큼 넓은 부지에 야트막한 산까지 끼고 있는 이곳은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가능한 건물들과 잘 닦인 연병장 겸 운동장, 체육시설인 체육관에 사용하지 못하는 수영장까지 쉘터로 사용하기 적합했다.

거기에 어떻게 했는지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는 이 쉘터는 말그대로 천혜의 요지였다. 이런 곳을 공짜로 양도한 만월회의 처사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는 제비였다.

" 우와, 넓다. 수만명은 넉넉히 수용할 수 있겠는데? "

" 수만이 뭐야? 수십만도 가능하겠다. 터만 좀 넓히면 말야. "

무력부 대원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감탄을 터트렸다. 함께 온 이십여명의 인원들은 각자가 맡은 구역을 이인일조로 돌아다니며 점검을 하고 있었다. 이미 육사 내부 지도를 구한 제비는 이 넓은 육사를 꼼꼼히 파악하기 위해 오기전부터 계획한 일이었다.

이미 좀비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장비를 착용한 대원들은 제비의 지시대로 여기저기 열어보거나 뒤집어보는등 천천히 하나하나 파악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 진짜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네? 우리 아파트 단지 사람들도 다 여기로 이전하는 건가? "

" 글쎄.. 아직 거기까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듯 한데··· 조만간 입장발표가 있지 않을까? "

곳곳에 비치된 수도를 틀어보며 두명의 대원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전투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서 일까? 긴장감없이 움직이는 그들의 눈에 이상한 것이 잡혔다.

" 어, 저거 사람인거 같은데? "

" 어디? 어디? "

" 저기 회관이라고 적힌 건물을 방금 돌아들어간 그림자 말야. "

" 난 못봤는데..? 보고해야 하나? "

" 글쎄.. 좀비라면 도망을 치지 않았겠지.. 일단 가보자. "

그렇게 모임의 공식 무기인 단봉을 빼든 두 대원은 긴장을 유지한 채 천천히 그림자를 얼핏 보았던 장소로 몸을 움직였다. 좀비 한두마리 정도는 제압할 정도의 실력은 있는 둘이었지만 초능력자들의 존재를 보고 체험한 대원들은 매사 신중하는 행동하는 것을 습관처럼 여겼다.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발목까지 자란 잡초를 살며시 밟으며 슬금슬금 그 인영이 사라진 뱡향으로 접근을 했다. 회관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대낮임에도 어두웠다.

조용히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새어나올 냄새를 맡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좀비는 아니다. 소리와 냄새를 통해 알아본 그들의 결론이었다.

" 잘못봤나? 분명히.. "

타다다.. 낮지만 확실한 소리가 회관에 울려퍼졌다. 가벼운 물체가 나무로 된 바닥을 밟고 뛰어가는 소리. 언듯 듣기에는 고양이나 쥐가 달리는 소리와 흡사했지만 둘은 분명히 알았다.

" 이거 불청객이 있는거 같은데? "

왼쪽 포켓에서 비상 휴대등을 꺼내든 둘은 회관의 이곳저곳을 비추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전진했다.

회관안에는 여기저기 먼지가 앉아 더러웠고 한쪽에 줄지어 놓인 접이식의자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는지 곳곳에 녹이 쓴 모습이다. 무대인듯 정면에 높은 곳과 그 뒤로 쳐진 커다란 커튼. 전형적인 회관의 모습이다.

" 거기 누구야? 모습을 드러내면 해치지 않겠다. "

대원의 목소리에 커다란 커튼뒤 뭔가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딸국. 딸국. 낮은 소리지만 조용한 회관에서 선명하게 들리는 딸국질 소리였다. 그 소리의 진원지를 눈치 챈 대원 둘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다가가 커튼을 확 거두었다.

그런 둘의 눈에 보인 것은 웅크리고 있는 두명의 아이,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법한 소녀와 그 보다 몇살정도 더 많아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두 명의 아이는 벌벌 떨리는 몸과 두려움에 찬 눈빛으로 자신들을 찾아 밝은 빛으로 비추고 있는 어른들을 쳐다보고 있다. 여자아이는 억지로 두손으로 입을 막으며 나오는 딸국질을 참으려 애쓰는 모습이 애처러웠다.

" 뭐야? 너희들···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거지? "

" 자,잘못 해,했어요.. 때리지 마,말아주세요. "

초등학교 고학년의 남자아이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쪼아리며 말한다. 그 모습에 어처구니 없는 눈빛을 교환한 둘은 뭔가를 말하려 얼굴을 숙이고 다가서자 번쩍 고개를 든 남자아이가 손에 든 무언가를 휘둘렀다.

쉭, 팟. 수많은 수련과 대련을 통해 무력부에 들어온 대원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디서 구했는지 녹이 쓴 식칼을 조그만 손에 쥔 소년은 아까와 전혀 다른 눈빛으로 두 대원들을 쏘아보고 있다.

" 큭, 젠장.. "

휘두른 식칼에 다행히 다가선 대원의 턱부터 광대까지 훑고 지나갔고 갈라진 피부사이로 피가 뚝뚝 떨어진다. 당황한 다른 대원이 급히 다가가 상처를 살피자 소년은 고양이처럼 몸을 움크리며 위협적으로 식칼을 내밀었다.

" 다행이네. 눈은 피해갔네. 너 애꾸될뻔 했어. 저 새끼는 뭐야? "

" 씨발.. 저 어린이한테 당했다고 하면 놀리겠지? "

" 크크, 당연하지. 좀비도 아니고 저런 애새끼한테 당하다니.. 쯔쯧. 그나저나 저 고양이같은 애새끼를 어쩌지? "

" 뭘 어째. 이거 안보여. 반쯤 죽여놓고 끌고가면 되지. "

단봉을 꺼내든 대원이 살벌하게 인상을 쓰며 턱을 따라 뚝뚝 흘리는 피를 훔치며 소년을 째려본다. 자신의 두배는 커보이는 어른을 상대로 전혀 기가 죽지 않은 소년은 연신 눈치를 살피며 뒤에 있는 소녀를 지키려는 듯 식칼을 사방으로 휘저었다.

일반인이었다면 제법 위협적이었겠지만 사선을 넘나드는 대원들의 눈에는 장난처럼 보이는 움직임이다. 짧게 단봉을 휘둘러 식칼을 튕겨낸 대원이 성큼성큼 다가가자 여자아이를 감싸며 몸을 웅크린 소년의 모습에 잠시 할말을 잃고 바라본 대원들은 이내 한숨을 쉬며 입을 연다.

" 하아.. 씨발. 도대체 니들 뭐야? 어디로 여기에 들어온거야? "

" 일단 나가자, 저 식칼 녹쓴거 보니 파상풍이나 다른 감염도 예방해야 할듯 하니까. 천사님에게 부탁해야지, 아니면 흉터 남겠는데? "

얼굴 전체가 쓰린듯 인상을 구긴 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맘에 들지 않지만 어쩔수 없다는 어조다.

" 칫, 그래. 나머지는 나중에 알아보자. 어린얘를 때리는 것도 그렇고.. 바위대장이 알면. 크.. "

바위는 고아원에 자란 아이들과 쉘터 주민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했고 차별을 하지 않았다. 그런 영향인지 다희와 사스 역시 아이들에게는 해코지를 하지 않고 그냥 무시하거나 잘 놀아주는 편이었다. 모임의 다른 이들도 영향을 받아 아이들에게는 관대한 편이었고 그런 것이 지금 상황을 만든것이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둘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

" 야, 우린 나쁜 사람아니야. 그냥 조용히 따라올래, 강제로 데리고 갈까? "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든 소년이 대원들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 살쾡이 같던 눈빛이 아닌 체념을 한 듯한 눈이었다.

" 왜 우리한테 그래요. 우아앙! 아프게 하지 말아줘요. 제발요. 딸국! "

그 동안 최대한 몸을 말아 몸을 숨기듯 숨소리까지 죽인 소녀가 아직 딸국질을 멈추지 못한 목소리로 대원들에게 소리친다.

그런 아이들이 모습에 난감한 표정을 지은 대원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비상식량 겸 간식으로 남겨놓은 초코바였다.

그런 초코바를 까서 내밀며 아까와 다른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달래듯이 말한다.

" 얘야. 우린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자, 이거 먹을래? "

갈색 빛깔의 달콤한 향을 풍기며 어서 자신을 먹어달라는 듯이 몸을 내민 그것, 초코바에 시선을 빼긴 두 아이는 침을 꿀꺽 삼킨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은 대원이 다시 입을 연다.

" 이런 건 밖에 나가면 많이 있어. 어때? 우리를 따라올래? "

그런 대원이 내민 초코바를 보던 소년은 뭔가를 떠올렸는지 몸을 떨며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거부반응이다.

그런 소년의 모습에 한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린 대원이 아직까지 초코바에서 눈을 못때고 있는 여자아이에게 초코바를 쥐어주며 말했다.

" 어짜피 너희는 여기에 계속 있을 수 없어. 꼬마야. 너도 지금 바깥 상황이 어떻다는 것은 알고 있지? "

이젠 회유는 포기했는지 직설적으로 묻는 대원이다. 아직 사회에 대해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지만 그 아이의 옷차림과 행동으로 봐서는 충분히 알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옷은 오랫동안 한벌의 옷으로 생활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갈비뼈가 드러난 배와 홀쭉한 얼굴에 낀 땟국물은 그 동안 어떤 생활을 하면서 지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아마 여기저기 도망치다 안전한 이곳으로 정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여긴 수도물까지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는지 알아야 그 곳을 막아 좀비의 갑작스런 유입을 막을 수 있기에 이 소년과 소녀의 말을 전해 들어야 했다.

따라오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선 대원들의 뒤로 조그만 소음과 함께 두 아이의 걸음소리가 들려온다. 힐긋 뒤돌아본 대원의 눈에 언제 주워들었는지 떨어져 있던 식칼을 다시 주운 소년과 그 소년의 한쪽팔을 꽉 쥐고 따라오는 소녀의 앙상하게 마른 팔다리가 들어왔다.

그래, 이런 세상이지. 남은 이들은 생존을 위해 움직이고 힘없는 이들은 그런 이들을 따라가는 세상.

어쩌면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손수건으로 한쪽 얼굴을 감싸듯이 누른채 움직이는 대원과 아이들을 지켜보며 따르는 대원과 아이들은 왔던 길을 돌아 복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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