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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30,877
추천수 :
2,769
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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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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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23쪽

확장(1)

DUMMY

" 이게 다야? "

어두운 지하철을 나서자 햇빛이 맞이 해준다. 그 햇빛에 익숙해지자 육차선 도로에 세워진 대형버스 몇대가 그들을 반긴다.

그 앞에는 도끼의 주장으로 돌 석(石)이 기하하적으로 새겨진 앰블럼을 단 제복형식의 특수부대원 복장을 한 대원들이 사방을 경계하며 막 지하철을 나서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들은 고압적인 자세로 사람들을 통제하다 막 지하철을 나서며 묻는 사스를 보고는 급히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 네! 일차적으로 몇대의 차량이 먼저 출발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지금 출발하는 차량과 다시 돌아오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바짝 언 부동자세로 보고하는 대원은 눈을 차마 마주치지 못한채로 빠르게 보고를 마쳤다.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한 바위가 뒤따라 나오는 포로가 된 사이퍼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네? "

아직까지 겁에 질려 있던 그들은 바위의 물음에 즉각적으로 대답을 한다.

" 네! 아까 갇혀있던··· 여자들까지.. 이들이 답니다. "

조장이라고 불리던 사내의 대답이다. 그 뒤로 메두사 머리카락의 여자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 소리에 막 밝은 햇빛에 적응하지 못하고 겁먹은 얼굴로 눈을 찌푸리고 있던 여자들을 둘러봤다. 대부분 젊은 여성, 많아도 삼십대를 넘지 않고 가장 적은 여성이 중학생정도였다.

그녀들은 역무실 안에 있던 한방에 갇혀 있었다. 그 조장에게 들은 바로는 일종의 안전때문이라는 것이었지만 그녀들의 상태를 봐서는 그런 이유때문이 아닌듯 했다. 속옷을 입지 않은 채 거적대기라 불릴정도로 허름한 옷만 입고 있는 그녀들.. 뻔했다.

당장이라도 조장과 메두사를 갈갈이 찢어죽일것만 같은 다희를 말리며 바위가 이야기 했다.

" 참아, 지금은.. 아니야. 단순히 죽이는 것만으로 쉽게 끝날일이 아냐. 나에게 맡겨둬. "

이미 제비와 사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바위는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후속대책도 이미 마련해놓은 상태였기에 다희나 다른이들이 성급히 나서는 것을 말린 것이다.

소미나 아직도 절뚝거리며 따라오는 일우도 분노했지만 바위의 말에 속으로 삼켰다. 오직 사스만 무덤덤하게 그런 광경을 지켜봤다.

" 수고했어. "

바위가 아직도 고개를 숙이며 눈치를 보고 있던 대원의 어깨를 두드리자 그제야 긴장을 푼 대원은 다시 사람들을 통제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했던 힘든 작업을 보상을 받는 기분인듯 얼굴이 활짝 펴졌다.

대원들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 고생을 한 것은 당연했다. 공장에 있던 포크레인과 중장비를 가지고 도로를 메우고 있던 자동차를 한쪽으로 치우는 작업과 도로를 정비하기 위해 많은 손길이 필요했다.

당장 좀비떼가 주변에 없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그 공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고 어디서 길 잃은 좀비가 들이닥칠지 모랐기에 그 환경에서 작업을 한 이들은 몇배나 더 긴장을 했고 힘이 들었다. 물론 지키는 대원들이 경계하고 있지만 어쩔수 없는 본능이었다.

하지만 이짓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었다. 바위는 서브웨이 조직 소속의 쌍둥이들에게 여러가지 정보를 얻었다. 그중 하나는 지하철이 다니는 길로 다른 역까지 쉽게 이동할 수단이 있다는 것이다.

그제야 다른 역에 있던 사이퍼들이 여기까지 빠르게 온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각 역에는 비상연락망이 있어 통신이 끊긴 지금이라도 연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 여덟명의 사이퍼를 만난 바위는 그들이 이 부근 6호선을 지키는 모든 사이퍼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다른 역은 별다른 사이퍼 전력이 없다는 말이었다.

" 다희, 두미, 일우. 너희들은 지금 복귀하지 말고 대원들을 데리고 각 역에 방문해서 이곳으로 데려오도록 해. "

" 뭐? 나 환자야! 아까 못봤어? 진짜 깨졌다고! "

그런 바위의 지시에 일우가 발끈하며 나섰다. 소미의 치료까지 받았고 사이퍼의 치유력을 알고 있는 바위에게는 핑계일 뿐이었다. 바위는 그런 일우의 반발에도 일언의 대꾸도 없이 바위같은 얼굴로 그들을 돌아봤다.

그런 바위를 보며 어쩔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다희와 사스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일우는 휙 고개를 돌려버린다. 나름 시위였다. 하지만 이미 결정난 사항은 그의 마음과 별개로 진행되었다.

" 저,저기요.. 봉화산역은 우리가 가면 안될..까요? "

그동안 한 구석에서 쭈삣거리며 바위 일행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쌍둥이가 나서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간절한 눈빛이었다. 분명 무슨 사정이 느껴진다. 그런 고민을 느꼈는지 다급히 말을 잇는다.

" 절대, 절대 배신은 하지 않습니다. 어짜피 더 이상 서브웨이에 몸을 맡길 수 없으니··· 죽으나 사나 당신들을 따라갈 수 밖에 없어요. 제발.. "

쌍둥이는 서브웨이 조직의 사이퍼가 넷이나 죽어나간 상황에서 자신들만 살아남은 현실에서 절대로 그들이 자신들의 역에 있는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 꺼라는 사실에 조급함을 느낀 것이다. 그곳에 있는 자신의 가족까지.

그런 그들의 절박함을 느낀 것일까. 바위는 그들을 잠시 쳐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아. 도망가도 상관없어. 그땐··· "

그런 바위의 눈빛을 받은 쌍둥이는 오금이 저리는지 부르르 떨며 시선을 떨구었다. 아까의 공포가 몸에 세겨진 모습이었다.

금세 수색대가 꾸려졌다. 그리고 다시 지하철로 들어갔다. 일우가 계속 뭐라 투덜거렸지만 바위의 말을 어길 자신은 없는지 구시렁거리며 발길을 돌렸다.

그들이 완전히 지하철 안으로 사라지자 바깥에 대기중이던 대원들의 수송준비도 끝이 났다. 대원의 보고를 들은 바위가 이동을 지시하자 뚫린 도로를 통해 정해진 목적지, 육사 쉘터를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이후에 도착할 후속 차량과 다른 지하철역의 상황을 기다리며 석상처럼 자리를 지켰다.


육사 쉘터. 여러 군상들이 모여들면서 죽은듯이 조용하던 이곳에 활기가 퍼지고 있었다. 그들은 지하철의 어둠을 벗어나 햇빛을 받으며 바깥세상에 나와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보이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 창백한 낯빛이었고 허름한 차림의 노숙자를 연상시켰다.

희망, 기대, 기쁨, 설레임부터 두려움, 좌절등을 느끼는 사람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기분을 마음껏 표현하며 사방을 둘러보며 주변인들과 속닥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곳곳에 보인다.

그들 중 가장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제복을 입은 대원들에게 다가가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보려고 기웃거리고 있고 누군가는 수도가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 이야! 여기 수도가 나와. "

" 혹시 좀비가 다 퇴치된거 아냐? 좀비가 한마리도 안보이네.. "

" 그럼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거야? "

어쩔수 없이 그런 그들의 행위에 점점 더 소란을 더해가고 장내가 시끌벅적해지는 것은 수순이었다. 더 이상 소란을 방조할 수 없는지 제복을 입은 모임의 대원들이 나섰다.

" 모두 조용! 모두 질서를 유지한다. 너, 너, 너, 너, 너. 앞으로 나와. "

군대 조교처럼 붉은색 모자를 깊이 눌러쓴 제복을 입은 대원이 무질서하게 서 있던 몇 사람들을 지명하자 쭈뼛거리는 모습으로 앞으로 나선 그들에게 명령을 하듯 말했다.

" 전 소속이 어디였지? "

" 네..? 저,전 화랑대조, 아니 화랑대역에 있었습니다. "

" 난, 봉화산역에.. "

" 신내역.. "

" 석계역이요. " 대원이 정확히 찍은 그들은 무질서하게 서 있지만 서로를 경계하며 무리를 이루고 있는 이들 중 한명씩이었다. 그들 중 석계역 소속이라 밝힌 남자는 제법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 이유는 대원도 알고 있었다. 근처 6호선 역을 일일이 방문해서 생존자들을 데려온 대원들로 인해 그들사이에 소문이 퍼진 것이다.

다른 역과 달리 석계역은 환승역으로 다른 곳과 달리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었고 물자도 풍부한 상태로 마치 다른 역들의 대장과 비슷한 역할을 수행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 역을 지키던 사이퍼들이 다 죽어나갔고 마침 그 역으로 간 사스의 손에 저항하던 십여명의 목이 잘리자 무조건적인 항복을 받아 그들을 끌고 왔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그 역을 지배하던 자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하고 저렇게 목을 뻣뻣하게 들고 있는 중이었다. 한심한 짓이다.

대원은 그런 상념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흔들며 다시 고압적으로 지시를 이어갔다.

" 일단 저들을 중심으로 각 역의 인원들은 자신들의 역으로 가서 뭉친다. 실시! "

제법 넓은 메인 운동장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인원들이 대원의 고함에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이동을 시작한다. 그런 그들에게 여기저기서 그들을 통제하던 붉은 모자의 대원들이 재촉하며 소리친다. 그제야 빠르게 역별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외형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거나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었다. 제일 많은 나이를 가진 사람이 오십대였으니 노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았다.

대략 그 이유를 알고 있는 대원은 표정변화없이 한창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 봤다. 이제부터 저들에게 이곳의 화랑관, 기숙사를 배정하고 규칙을 설명해야 했다. 육사의 기숙사는 제법 컸지만 이 많은 인원들을 한꺼번에 수용하기에 모자랐다. 거기에 더해 이후에 추가될 사람들까지 생각한다면 한참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렇기에 운영부장인 사장이 지시한 사항은 이랬다. 가장 먼저 각 역사의 인원들을 모두 찢어 유독 이곳에서 많이 존재하는 체육시설과 종교시설에 분산시킨다. 그리고 말 잘듣고 협조적인 인원을 선별해 생활관, 기숙사에 들인다.

당연히 기숙사는 사람이 살기 위한 기본적인 시설이 잘되어 있는 편이었다. 체육관에서 생활하는것에 비하면 하늘과 땅차이였다. 당연히 여기에는 대원들의 숙소도 겸용되고 있기에 먹을 것등이 풍족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루의 일과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각자의 오전식사가 끝이나면 남녀노소 구분없이 이 넓은 운동장에 집합한다. 그리고 모두가 기본적인 전투방법을 배우고 수련한다. 수련시간은 오십분 수련에 십분휴식. 이 휴식시간동안 기숙사에 들어간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일들을 자랑하듯이 자연스레 소문을 낼 것이다.

여기서 계급이 생긴다. 기숙사에 사는 인간과 체육관에 사는 인간. 잘먹고 침대가 있는 방과 겨우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 음식을 먹고 딱딱한 마루바닥.

당연히 불만이 생기고 질투와 질시, 갈등이 발생한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구멍을 만들었다. 그것은 언제든지 기숙사로 옮겨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들보다 성실히 수련해 바위가 만든 테스트를 통과해 모임의 대원이 되는 방법, 자신의 필요성을 어필해 간부들의 허가를 받은 경우등. 몇가지 방법을 마련한 것이다. 물론 그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특히 가족단위일 경우는 그 가족들 중 한명이라도 기숙사로 옮겨 갈 수 있다면 가족들을 모두 데려갈 수 있다는 사실은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여기서 당연히 사이퍼는 기숙사로 배정되었고 수련도 바위가 직접 감독했다. 쌍둥이는 자신들의 말을 지켜 모든 인원들을 끌고 왔고 이미 완전히 마음이 꺽인 화랑대조의 두 남녀 사이퍼는 고분고분 말을 따랐다.

바위는 그런 사이퍼들을 전력을 만들기 위해 정신교육과 수련을 직접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 교육은 저들을 철저히 자신의 지시에 움직이는 전력으로 써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일우처럼.

그렇게 대원들은 상부의 지시대로 이미 아까 작성한 명부를 들고 한명씩 호명하며 각자 머물 체육관으로 이동시킴과 동시에 반발하는 사람들을 억제시켰다. 물론 그 사이에 몸싸움도 있었지만 장비를 갖추고 훈련된 대원들을 이길 힘은 저들에게 없었다.

그렇게 반나절에 걸친 대이동을 마무리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여성들을 한 체육관으로 몰아넣은 것으로 모든 일이 끝이 났다. 그 사이에 두번의 식사와 십여번의 작은 소란, 가끔씩 터져나오는 울음소리의 기억은 심신이 지친 대원들의 뇌리속에는 없었다. 그만큼 고된 하루였다.


" 씨발. 말이 돼. 내가.. 왜 기숙사에 들어갈 자격이 안된다는 거야!? "

예전 서브웨이 석계조의 전투요원이자 행동대장이었던 희철이 분통을 터트렸다. 그 주변으로 모여든 몇몇의 남자들 역시 이맛살을 구기며 덩달아 분노의 표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희철은 자신의 역에서 쭈구리로 생활하던 한 남성이 기숙사로 배정받는 모습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별볼일없어 보이는 그 남성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런 먼지같은 놈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중장비 면허와 대형면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숙사로 배정을 받은 것이었다.

자신은 이런 체육관에서 저런 거지같은 놈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더욱더 열이 받는 모양이었다.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 역시 뿔뿔이 흩어져 여기에 모인 대여섯명이 다였다. 인원이 모여야 힘을 쓰던 대화를 하던 할텐데, 그럴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세력을 모으자니 체육관 이층 곳곳에 포진된 제복을 입은 대원들이 신경쓰였다. 희철이 생각하는 세력을 모으는 방법은 폭력과 협박 밖에 없었으니까.

" 형님. 그 뭐냐. 싸움해서 올라가는 방법을··· "

똘마니 중 누군가 체육관 입구에 붙어있던 공보문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끼어든 다른 똘마니가 성질을 낸다.

" 뭐? 그 저 새끼들처럼 살라고? "

" 그게 어때서? 저 옷부터 장비까지 간지나지 않냐? 뭔가 전문적이잖아. "

"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지. 형님이면 금방 저들의 대장 위치로 올라갈 수··· "

" 헛소리 하지마! 등신들아! 니들 그 공보문 제대로 보기는 했냐? "

똘마니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희철이 버럭 화를 낸다. 희철 역시 그것을 보면서 희망을 가졌지만 그 아래 적힌 방법을 보면서 절망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사회에 있을때 전문적인 일이나 특수직업에 종사해 지금 당장 저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고 그 다음 방법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서 저 대원처럼 되는 것이었다.

문제는 실력을 입증하는 방법이었다. 좀비 두마리를 상대해 죽이고 사이퍼 중 한명과 대련해서 1분간 쓰러지지 않고 남아 실력을 입증하라는 것이었다.

희철 역시 지하철에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좀비들을 상대했었다. 하지만 그가 상대한 좀비들은 햇빛을 받지 못해 골골대는 좀비들로 밖에서 생생하게 돌아다니는 좀비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가끔 밖에서 들어오는 좀비들의 위협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 씨발, 뭐? 좀비 두마리랑 싸워서 이기라고? 차라리 그냥 죽으라 하는게 빠르겠다. 하, 거기에 그 초능력자들이랑 싸워서 버티라니.. "

서브웨이 각 조직들은 많게는 두세명, 적게는 한명정도의 사이퍼가 있었다. 그 역의 왕처럼 군림하며 온갖 혜택을 다 누리지만 그들을 가까이에서 본 희철은 그 사이퍼들의 힘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서브웨이든 각 건물을 점거한 조직이든 사이퍼가 없는 곳과 있는 곳은 그 차이가 하늘과 땅차이였다.

이 생각은 비단 그 한사람만의 결론이 아닌 정부, 만월회등 거대 조직들 역시 인정하는 것들이었다. 본래라면 인구의 99%가 죽거나 좀비로 변해 어딘가 헤매고 다녀야 했지만 사이퍼의 존재 덕분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비공식 통계 기록이 존재했고 그런 사실은 공공연하게 비밀취급당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희철이 그런 절망적인 난이도의 대원 구직에 비난과 불평, 욕을 하고 있을 무렵 체육관 다른 무리들 역시 비슷한 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대부분 지하철에서 대장노릇을 하며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던 인물들은 희철과 비슷한 반응이었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조금만 희망을 보며 쑥덕거리고 있었다.

" 그러니까, 이제부터 저 새끼들 눈치 안봐도 된다는 말이잖아. 툭하면 두들겨패고 여자들 겁탈하던 개새끼들 말야. 그리고 저 대원이 되면 저 새끼들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고···? "

" 씨벌, 대박이네. 내일부터 훈련도 시켜준다고 하니까.. 열심히 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잖아. "

" 그래. 무엇보다 안전과 굶주림에 대한 걱정은 없으니까 말야. "

" 나 정말 열심히 할꺼야. 우리가족들 데리고 올라가야지. 덤으로 저 새끼들 족치는 재미도 느껴보고.. "

" 나도··· "

그렇게 누군가는 절망을 누군가는 희망을 그리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광경은 여자들이 모인 교회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사스와 다희가 데려온 역의 여자들은 더욱더 활기를 띄고 있었다. 평소 무기력하게 당하는 약자의 입장에서 자신과 겉모습이 다르지 않은 그녀들의 당당한 모습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몇몇은 당장 내일부터 있을 훈련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고 다른 이들은 걱정 많은 눈빛으로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 그러니까, 이미 요리, 청소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의 티오가 꽉 찼다는 말이잖아. "

" 응, 아까 확실히 물어봤어. 내가 요리전공이라 혹시 그쪽으로 갈 수 있을까 해서 말야. 이미 예전에 그 자리는 꽉 찼데.. 휴우. 이젠 우리도 그 힘든 훈련을 통할 수 밖에 없어. "

헐렁한 옷을 입고 있는 한 삼십대 여인이 한숨을 쉬자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말을 잇는다.

" 흠, 과연 그럴까? "

" 응?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

잠시 생각을 한 여인이 비밀이라는 듯이 고개를 숙여 귓가에 속삭인다.

" 잘들어. 너만 알고 있어야 해. "

그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있었다.

" 이 제도에는 허점이 있어. "

" 뭔 허점? 남자와 여자를 똑같이 취급하는거? 뭔데? "

" 좀 침착하게 들어, 이년아. 끝까지 말좀 하자. "

타박하는 그녀의 목소리에 입을 닫자 그제야 다시 말을 시작했다.

" 가족! 이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무슨 말이냐면··· 만약에 우리가 여기 누군가와 눈이 맞아 결혼을 했다고 주장하자 그럼 그 우리는 가족일까 아닐까? "

" 흐음.. 가.. 족 아닐까? "

" 맞아. 가족이야. 뭐 아니라고 하기에도 뭐하지. 자 그럼 만약에 내가 기존에 기숙사에 지내는 남자와 결혼을 했다고 한다면? 저 대원과 말야. "

교회의 정문을 지키고 있는 세명의 대원을 힐끔 본 그녀가 묻자 다른 이가 곰곰이 생각에 잠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는다.

" 맞네. 이 기지배야. 넌 정말 천재야. 호호호. "

단순한 논리였지만 틀리지 않은 말이다. 가족이란 개념을 이용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편법이 존재했던 것이다. 남자는 많고 여자는 적다. 이런 상황이면 여자가 공주대접을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여자가 걱정스레 묻는다.

" 하지만.. 우리 나이가.. 딴 년들은 나이도 어리고 이쁜 얘들이 많은데 기회가 올까? "

그런 걱정을 하는 여자를 한심스레 쳐다본 다른 여자가 입을 열었다.

" 어휴. 그러니까 니가 맨날 그 딴 새끼들에게 끌려 다닌거야. 머리를 써, 머리를.. "

예전 역에 있을때 남자들의 노리개 취급을 당한 기억을 떠올렸는지 인상을 쓴 그녀가 뭐라고 쏘아붙이려는 찰나에 다시 말을 이었다.

" 예전에 내가 어떻게 하고 다녔냐? "

" 뭐? 흠.. 그냥 허름한 옷에 지저분한 얼굴? 씻지도 않고 완전히 더럽게 다녔잖아. "

마치 아까 한말에 복수라도 하듯이 예전 그녀의 행태에 대해 늘어놓는다. 그런 그녀의 말에 피식 웃은 다른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맞아. 왜 그러고 다녔을까? 오물을 온몸에 쳐바르고 씻지도 않았을까? "

당당한 그녀의 말에 뭔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들자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 그 새끼들을 피하려고 위장한거야. 처음 몇번 빼고는 거의 불려나가지 않았거든. 기억안나? "

그제야 확실히 기억이 났다. 그때는 계속되는 시달림과 절망에 빠져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런 주변상황을 잘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말에 기억이 난 것이다.

뭔가 복잡미묘한 얼굴을 하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친구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한다.

" 그땐 희망이 없어 말을 못했어.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희망이 있잖아. 그리고··· "

자신의 아랫배를 스다듬으며 차분히 바로보는 친구의 눈빛에 힘없이 고개를 숙인 그녀가 물었다.

" 어떻게··· 알았어. "

" 그동안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만데. 사소한 변화를 모를까. 왜 약을 안먹은거야? "

지하철에서 지낼때 여자들은 자신의 몸을 알아서 챙겨야 했다. 무책임하게 자신들을 범하는 사내들에게 뭐라 할 수 없었기에 가끔 들어오는 피임약을 챙겨먹는 것은 일상이었다.

" 휴우.. 그냥 모든 걸 포기했었어. 그래서··· 이렇게 될지 몰랐지. "

아직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없었지만 얼마전 주운 테스트기를 통해 임신 사실을 안 그녀는 고민을 했다. 그냥 자포자기한 삶속에서 들어선 아기의 존재는 더욱 그녀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얼마전 자살을 시도했지만 미수에 그친것도 그런 이유였다. 아니 정확히 그럴 용기가 없는 그녀였다. 그런 평범한 여자일 뿐인 것이다.

그런 눈물이 비치는 얼굴의 친구를 쓰다듬으며 여자가 다시 말을 했다.

" 잘들어. 지금부터 화장품을 최대한 끌어모아올테니까. 내일부터 화장을 하고 옷도 깔끔하게 입고 다녀. 내가 정보를 모아서 괜찮은 사내를 물어오면 그때.. 자빠뜨려서 알지? "

그녀는 친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과 아기를 위한 일이었다. 다짐하듯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를 돌아보며 살며시 미소짓는 여자였다.

이제 테스트를 위한 준비가 끝이 난 것이다. 실행만 남아 있다. 성공 이후 친구는 자신의 열렬한 지지자가 될 것이고 자신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실패는 그걸로 끝이지만. 그것이 그녀가 이제껏 세상을 살아온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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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38선(5) +2 18.08.24 778 19 21쪽
74 38선(4) +1 18.08.23 790 20 22쪽
73 38선(3) 18.08.22 790 14 20쪽
72 38선(2) 18.08.21 826 19 21쪽
71 38선(1) +1 18.08.20 817 19 23쪽
70 태풍 속 서울(7) 18.08.18 856 19 22쪽
69 태풍 속 서울(6) +2 18.08.17 799 21 21쪽
68 태풍 속 서울(5) +1 18.08.16 802 16 21쪽
67 태풍 속 서울(4) 18.08.15 802 15 21쪽
66 태풍 속 서울(3) 18.08.14 830 17 22쪽
65 태풍 속 서울(2) 18.08.13 808 16 23쪽
64 태풍 속 서울(1) 18.08.10 851 17 21쪽
63 확장(6) +1 18.08.09 848 18 22쪽
62 확장(5) 18.08.08 811 19 22쪽
61 확장(4) +1 18.08.07 834 23 25쪽
60 확장(3) 18.08.06 823 17 21쪽
59 확장(2) 18.08.04 805 15 19쪽
» 확장(1) 18.08.03 883 17 23쪽
57 서브웨이(5) +1 18.08.02 883 18 20쪽
56 서브웨이(4) 18.08.01 854 16 19쪽
55 서브웨이(3) 18.07.31 873 18 22쪽
54 서브웨이(2) 18.07.30 933 19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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