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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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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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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25쪽

확장(4)

DUMMY

쉭! 팍! 촤악! 퍼억!

안그래도 허름한 옷을 입고 있던 둘은 날카롭게 갈려있는 도끼날에 걸려 찢어져 나갔다. 그 사이로 살이 갈라져 피가 점점이 뿌려지는 것은 덤이었다. 기본적인 움직임은 바위가 만든 무기술이었고 거기에 더해 사스가 추가한 움직임이 들어 있었다.

가령 저렇게 공격을 흘리는 동시에 손도끼로 내려찍는 동작을 연계한 것이다. 사스의 원칙은 간단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온통 공격만 하고 있었다. 방어는 공격을 하다 상대의 공격이 막히면 그것이 방어였다.

실력이나 경험면에서는 메르스가 월등했다. 이제 겨우 몇일 훈련을 받았다고 오랫동안 사스와 같이 생활한 메르스를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수진의 경우는 독기가 있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깍는다는 식의 공격은 노련한 메르스의 공격을 몇번이나 무위로 돌렸다. 메르스는 여기서 다치면 자신만 손해라는 생각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메르스의 생각을 읽은 사스가 소리쳤다.

" 메르스. 고작 그 실력으로 아무것도 잃지 않고 승리를 할 수 있을까? "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메르스는 눈빛이 바뀌었다. 이제부터는 팔한짝 날라가도 목가지를 따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런 메르스의 상태를 눈치 챈 수진도 독기어린 눈빛으로 메르스와 마주쳐 나갔다. 최소한 팔한짝이 아니라 반병신은 만들고 죽겠다는 마음인 듯 했다.

그런 살벌한 전투를 넋을 놓고 쳐다보던 네 남자는 순간 부르르 떨었다. 저런 수진에게 인대를 자른다고 협박하던 일이 생각난 것이다. 왜 그가 저항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후환이 두려웠다.

그 순간에도 몇번의 공격 교환이 있었다. 손도끼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와 번쩍이는 불똥까지 눈으로 따라가기 쉽지 않은 공방이었다.

그러던 와중 두 사람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멈춰섰다.

메르스가 수진의 도끼를 왼쪽 팔을 내주며 막아내고 그대로 수진의 목에 손도끼를 박아넣은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손도끼를 휘두르는 메르스의 중심이 팔에 박힌 손도끼 때문에 무너져 많은 힘이 실리지 않아 목을 자르고 지나가지 않고 목에 그대로 박혀버린것이다.

그르륵.. 뭔가 말하려는 수진의 목에서 가래가 끓는 소리만 세어나왔다. 아직까지 숨이 끊기지 않았지만 손도끼를 뽑아내면 몇초뒤에 사망할 각이었다. 물론 그대로 둬도 얼마 버티지 못할 상태였다.

" 그만! "

사스가 소리치자 서로 손도끼를 놓고 물러섰다. 죽어가면서도 사스에 대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는 수진이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피식 입꼬리를 올린 사스가 말했다.

" 좋아, 이것을 용서해주지. 메르스는 지금 소미에게 가서 치료받고 대기해. 난 얘하고 볼일이 있어. "

잠시 멈칫한 메르스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명령은 절대적이라는 것을 뼛속 깊이 새긴 그였다. 메르스가 사라지고 사스가 기절한건지 죽은건지 모를 수진을 한손에 들고 어디론가 빠르게 돌아가자 남겨진 네남자는 어쩔줄 모르고 한참을 엎어져 있었다.

관리원과 체육관 인원들이 그들을 찾을때까지 말이다. 관리원은 넋이 나간채 엎드려 있는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고는 금세 수긍했다.

" 그래? 너희는 운이 좋구나. 그분을 만나고 사지 멀쩡히 돌아온건 너희가 최초일껄? 아닌가? 여튼 오늘일은 불문에 붙여. 괜히 나불대다 어딘가에서 거름이 되지 말고. "

그말을 듣은 네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또한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하며 평생 이 사실을 숨기고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관리원의 말대로 거름이 되기 싫었던 것이다.


" 얜 뭐야? "

생도회관 3층에서 거주하고 있는 모든 사이퍼들 저녁 늦은 시간에 시체를 들고 온 사스를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목에 박혀 있는 손도끼가 그녀의 것이라는 것을 당연하다는 것처럼 보며 지나쳤다.

평소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이곳에 나타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아무도 놀라지 않았고 이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시체를 들고와도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체는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기도가 조금 잘렸는지 아직도 그륵,그륵 되는 숨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온다. 손도끼가 잘린 경동맥을 막고 있어서 인지 큰 출혈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뿐 확실히 죽음에서 그리 멀지 않은 듯 보였다.

사스는 그런 수진을 들고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바위의 방을 두드렸다. 유일하게 그녀가 노크하는 방이었다.

" 들어와. " 이미 그녀의 기척을 느낀 바위는 자연스럽게 말을 전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선 사스가 수진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시체나 다름없는 수진에게 눈길을 가져갔다.

그리곤 이마에 박혀 있는 하얀색 바코드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군. 네가 그동안 수련을 핑계로 나간 이유가 이 녀석 때문인건가? "

" 맞아, 내가 발견했고 내가 키웠으니 우리팀에 넣어줘. "

" 녀석.. 알았다. 네 맘대로 해라. 일단 먼저각성부터 시켜야 겠군. "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던 바위가 거구의 몸을 일으켜 기식이 엄엄한 수진을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 잘봐둬, 이제부터 네가 직접 각성을 시켜. 먼저··· 정확한 테스트를 해보진 않았지만 머리를 부수거나 익사, 화장, 매장등 방법으로 죽을 경우는 각성이 안될 가능성이 커. 다시 말하면 단숨에 심장을 멈추게 해야해. "

가볍게 주먹을 쥔 바위가 문을 두드리듯 수진의 가슴을 쳤다. 그 후에 손도끼를 목에서 뽑아냈다.

촤악! 목에서 핏줄기가 솟구쳐 올랐지만 금세 가라앉았다. 그와 동시에 하얀색의 바코드가 서서히 푸른색으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반쯤 잘린 목과 전신에 난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바위는 가만히 그런 수진을 지켜보다 완연히 푸른색으로 빛나는 바코드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말했다.

" 5번 변형계열이네. 잘 키워봐. "

" 응, 고마워. 자고 갈까? "

마치 밥먹으러 갈까라고 묻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스를 쳐다본 바위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 아마 지금쯤 이 근처에 다희가 지켜보고 있을껄. 살기가 느껴지지 않아? "

그런 바위에게 눈웃음을 지으며 찰싹 달라붙은 사스가 귓가로 소근거렸다.

" 알고 그러는 거야. 조금만 기다려. 우리가 한몸이 될 날이 멀지 않았으니까. "

이젠 그런말도 익숙한듯 어깨를 으쓱이는 바위에게 떨어진 사스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기절한 수진을 들어올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잠깐이지만 솟구친 핏줄기로 방이 엉망이 되었다.

" 이건.. "

" 됐어. 내가 치우면 돼. 그만 가봐. 바쁠꺼야, 한동안.. "

그런 배려가 나쁘지 않았는지 활짝 웃음지은 사스가 들어올린 수진을 내팽개치고 다시 바위의 품속으로 앉겨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 사이로 가시줄기가 만들어져 솓구친다. 이미 예상한듯 금방 물러선 사스가 혀를 내밀고 깔깔 웃으며 문을 나섰다. 한손에 수진을 들고서.

그날 생도회관 3층에 비어있는 방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섰다. 공식적으로 사스팀에 소속된 그는 수진이란 이름을 버리고 나이프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변형계인 그의 능력을 보고 즉석에서 사스가 정한 이름이었다. 손과 발을 칼로 변형시키는 그의 능력에 빗대서 아무렇게나 지은 것이다.

이후에 쌍둥이가 말했다. 그래도 넌 능력에 따라 이름이 불려서 다행이라고.. 자신들은 점이 있는 쌍둥이 형을 점쌍, 없는 동생 쌍둥이를 무쌍으로 부른다는 말에 안도를 한 수진이었다.

하지만 그런 불만이나 이유는 이후에는 아무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동안 익혔던 무기술은 얘들 장난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소미라는 만능 치료케릭의 존재는 팔다리가 잘리는 훈련도 금방 붙여놨기에 그 훈련 강도는 엄청났다. 그리고 웬만큼 잘리고 찢겨서는 훈련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이를 악물고 훈련에 참여했다.

사이퍼들의 훈련강도는 그만큼 엄청났다. 특히 다희를 찢어죽이려는 일념은 사스팀을 악몽으로 끌고 갔다. 그렇게 준비를 끝낸 사스는 결전을 날이 다가오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미소지으며 팀원들을 갈아넣는 그녀를 본 모임의 사람들은 그녀를 최악의 마녀라고 부르며 슬슬 피해 다녔다.

그렇게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그동안 모습을 잘 보이지 않던 다희팀이 나타나자 구경온 간부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밖 어딘가에서 실전을 통해 훈련을 한듯 입은 제복은 너덜너덜 했고 무기는 아직도 흐르고 있는 체액들로 더렵혀져 있었다. 무엇보다 세명뿐이 팀이 다섯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두명이나 추가해서 돌아온 다희팀은 환호를 받으며 결전지에 들어섰다. 그런 다희를 쏘아보며 이를 뿌드득 간 사스가 살기를 담아 소리쳤다.

" 유다희, 나가서 한 짓이 팀원 늘리기였냐? "

" ··· 왜? 겁나? 그럼.. 항복해. 살려.. 줄께. "

특유의 더듬거리는 말투로 항복을 종용하는 다희를 보며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은 사스가 막 덮쳐들려고 하는 순간 바위가 나섰다.

" 인원이 맞지 않네. 일우, 네가 사스팀에 합류해. "

" 필요없어! 우리 네명이면 충분해. 저깟 오합지졸쯤은.. "

하지만 엄한 눈빛의 바위를 본 사스가 성질을 누그러뜨리며 수긍했다. 난데없이 전장에 들어게 된 일우는 똥씹은 얼굴로 구원의 눈빛으로 도끼를 쳐다봤지만 시선을 회피하는 친구를 보며 피눈물을 흘렸다.

" 자 그럼, 팀별 대항전을 시작하자. 이번에 이긴 팀은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물론 가능한 범위내에서.. "

그렇게 외친 바위가 대항전 시작을 알리자 양쪽에 나눠선 양팀이 서로에게 짖쳐들었다. 그렇게 육사 야산 공터에서 벌어진 제1회 팀별 대항전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쉘터내 모두가 휴식을 주었기 때문에 모두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모임의 대원들은 대항전 구경을 위해 멀찍이 떨어져 구경하고 있었지만. 정식 대원이 아닌 이들은 구경조차 못하고 각자의 거처에서 오늘 무슨 날인지 궁금해 하며 쉬고 있는 중이었다.

쾅! 쾅! 쾅! 쌍둥이의 합격이 신호탄처럼 터지며 사방 몇미터를 휩쓸고 지나가자 본격적으로 양팀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팀장의 성향대로 다희팀은 신중하게 혹은 은밀하게 공격과 방어를 겸하는 스타일이었고 사스팀은 오직 공격일변도의 공세였다. 아무래도 이전부터 합을 맞춰온 다희팀이 조금 우세했지만 상처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사스팀의 매서운 공격은 좀처럼 다희팀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팀장끼리의 대결은 나머지 네명의 팀끼리 부딪히는 공간보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했다. 그냥 대련이 아니라 생사의 결투였다.

사이퍼 대결을 처음보는 대원들은 침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입을 벌리고 집중하고 있었다. 물론 사이퍼들의 대결을 본 경험이 있는 대원들도 이런 다대다 전투는 처음보는 듯 주변을 살필 여력도 없이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 이게.. 인간의 대결이라고? 아무리 초능력이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

누군가 멍하니 힘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직도 사방을 울리는 폭음과 대기를 찢는 소음이 가득했지만 그 조그만 목소리는 넓게 울려퍼졌다. 그만큼 많은 대원들이 공감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넋을 놓고 구경하는 대원들 사이로 파편이 날아들었다. 눈으로 쫒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날아드는 파편은 어디선가 날아든 돌맹이가 쳐내 경로를 바꾸었다. 대원들은 단순히 눈앞에서 뭔가 번쩍하더니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불똥이 튀는 것만 목격을 했고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 모두 주변을 커버하며 살핀 바위가 날린 작은 돌맹이가 행한 일이었다.

바위의 기감은 이 작은 동산을 커버할 정도였다. 그 기감에 걸리는 다람쥐, 벌레들까지 포착되었고 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 역시 한눈에 보였기에 가능한 기예였다. 그런 사실을 알리 없는 대원들은 자신들 주변에서 연신 번쩍이는 빛과 소음에 신경을 끄고 장내에 벌어지는 충격적인 대결에 집중하고 있었다.

팀별 대항전은 이십여분이 지난 지금 중반부에 접어들고 있었다. 초반 쏟아붇던 능력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육탄전으로 직접적인 부딪힘이 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긴장감은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났다.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 능력들의 부딪힘보다는 칼, 도끼가 휘둘러지는 전장의 움직임이 구경하고 있는 대원들의 공감을 더 많이 받았기 때문이었다. 더욱더 유심히 전장을 바라보는 대원들은 눈빛을 빛냈다.

" 아, 저런 움직임도 가능하구나.. "

" 그래. 내가 고민하던 부분이야. 저렇게 움직이고.. "

" 이거 단순히 능력자들 싸움이라고 해서 초반처럼 싸우다 끝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배울게 더 많네. "

이것이 바위가 팀별 대항전을 준비한 이유였다. 팀별로 경쟁심을 잃으켜 실력을 상승시키고 일반인 대원들로 하여금 식견을 넓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 그것이 바위가 목표한 이 대결의 목적이었다.

그때 누군가의 도끼가 정수리를 지나쳐 어깨에 박혀들었다. 쌍둥이 중 형인 점쌍이었다.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그를 따라가는 인물은 나이프였다. 왜인지 모르지만 손도끼를 자신의 주무기로 선택한 그는 손발을 칼로 변형시키는 능력뿐 아니라 손도끼 격투술에 공을 들였고 지금 그 노력이 빛을 발했다.

하지만 성급히 따라붙었을까, 그의 옆구리를 파고드는 식칼이 있었다. 동생 무쌍의 무기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살을 가르고 지나간 식칼에 터진 옆구리를 붙잡으며 뒤로 물러서자 무쌍은 그를 쫒지 않고 다친 점쌍을 돌봤다. 이미 점쌍은 어깨에서 손도끼를 빼내 바닥에 던지고 다시 자세를 잡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정도 상처는 그냥 긁힌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전장에 뛰어들려는 찰나 바위의 묵직한 음성이 장내를 울렸다.

" 1차전 종료한다. 조금 쉬고 2차전 준비를 하도록. "

삽심분이 훌쩍 지나자 바위가 선언했다. 이후 삼십분간 휴식을 취하고 2차전을 준비하도록 했다. 그 사이에 구경하던 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방금 본 대결을 떠올리며 토론을 했다. 좋은 징조이자 자세였다.

" 근데 2차전은 뭐야? "

" 글쎄. 나도 처음듣는 소리인데.. 오늘 대결이 있다고만 공지했지. 자세한 내용은 몰라. "

대부분의 대원들은 각자 토론을 하면서 의문을 떠올렸다. 이런 상태로 다시 2차전을 한다는 말인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몰랐다. 어짜피 같은 양상의 대결은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의문은 금방 해소되었다. 전장의 중심에 바위가 걸어나간 것이었다. 이 2차전은 바위의 생각이 아니었다. 제비가 의견을 낸 것으로 그 목적은 바위의 신위를 보여 결속을 다지고 중심을 잡기 위해서였다. 지금 쉘터내에서 다희와 사스의 위상이 너무 커졌다. 비록 악명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그 본질은 무력때문이었다.

그런 무력을 바위는 대원들에게 보여줄 기회가 없었기에 쉘터의 대표라는 직함이 있지만 불신은 아니지만 약간의 의심들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여러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고자 제비가 제안한 것으로 바위가 받아들였다. 그도 열명에 가까운 사이퍼의 공세를 받아본 기억이 없기에 어디까지 통할지 궁금한 것이었다.

그렇게 기획된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바위였다. 그 사실을 양팀에게 전해주자 다희와 사스가 이맛살을 구기며 어울리지 않게 투덜거렸다.

" 둘이든 열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지금 나혼자서도 우리 팀원들 다 갈아버릴수 있는데··· 의미없어. "

" 불..가능해.. 방법이··· 없어. "

그들의 팀장의 약한 모습에 충격을 받은 팀원들은 도대체 바위가 얼마나 강하길래 저런 모습을 보이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 반, 두려움 반이었다. 그중 쌍둥이는 식은땀까지 흘리며 몸을 떨었다. 거기에 더해 일우까지 덜덜 떨며 진저리를 치자 남은 이들까지 거기에 전염되었다.

" 팀장님. 저 사람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

이번에 새로이 합류한 다희팀의 적월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물어온다. 그런 그를 하룻강아지가 범에게 왱왱 짓는것 같아 우스웠지만 다희는 살짝 미소지으며 그냥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평상시 감정표현이 거의 없는 다희만 보았던 적월은 살짝 그녀의 감정표현에 놀랐다. 남몰래 그녀를 사모하고 있었기에 이 기회에 점수를 따고 싶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친구인 은월은 조심스런 표정으로 적월에게 말했다.

" 적월, 몸 조심해야 겠어. 팀장님 실력으로도 안된다면.. "

친구 적월의 마음을 알고 있지만 팀장의 실력을 직접 겪은 은월은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자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도저히 방법이 없다는 저 사내를 상대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쌍둥이도 이미 제정신이 아닌듯 보였고 말이다.

하지만 오직 그녀의 마음에 들겠다는 일념은 적월의 눈을 멀게 했다.

" 걱정마, 팀장이랑 비슷한 실력의 저쪽 팀장도 같이 합공하는데.. 설마.. 아무리 대단한 실력자라도 버틸 수 없어. "

이미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친구의 얼굴을 보며 더 이상 설득은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물러서는 은월이 걱정스럽게 다시 친구를 돌아봤다. 역시 상황판단 안되는 얼굴이었다.

한숨을 쉰 은월은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상황을 둘러봤다. 주변 간부들 외 수많은 대원들은 호기심을 보이고 있었고 예전부터 이곳에 있던 사이퍼들은 절망어린 얼굴이었다. 뭔가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 표정들이었다. 두려움은 사이퍼의 얼굴에, 호기심은 일반인들의 얼굴에.. 이상한 조직이었다. 보통은 정반대였다. 그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말이다.

그런 은월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바위가 나지막히 말을 한 것이다.

" 모두 위치로, 2차전을 시작한다. "

몇몇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힘없이 자리를 잡았고 누군가는 의욕이 넘치는 표정으로 자리를 잡는다. 참 상반된 표정이었다. 이상한 조직에 이상한 사이퍼들.. 은월이 처음느낀 감상평이었다.

그렇게 자세를 잡자 장내가 일시에 조용해 졌다. 자신이 내쉬는 숨소리가 천둥처럼 들릴정도 적막이 감돌았다. 바위가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다희와 사스가 습관적으로 폭발하듯이 뛰쳐들어갔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그동안 바위와 대련을 하면서 시작을 그런식으로 해온것이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미 저기 바닥에 누워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쉬는 동안 정신집중을 해서 에너지를 어느정도 채웠는지 초반부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붇는 그녀들이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엄청난 공세가 시작될 줄 몰랐던 다른 사이퍼들은 멍하니 그들의 공방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 그나마 일우가 이를 악물며 그녀들을 보조해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멍하니 있던 사이퍼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 뭐해? 새끼들아. 빨랑 들어가! "

어디를 들어가란 말인가? 저 폭풍속으로? 들어서면 갈가리 찢겨져 나갈것같은 저 곳으로? 저 세사람이 흘리는 에너지의 폭풍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저건 허리케인보다 더한 공간이었다.

사이퍼들 중 누군가 침을 꿀떡 삼킨다. 잠시지간 에너지 폭풍이 줄어들었다. 그것을 보며 눈을 빛낸 적월이 뛰어들며 자신의 능력인 중력을 발동시켰다. 단일대상 최대 10배까지 중력으로 내려누를 수 있는 그는 온힘을 다해 바위의 움직임을 잡아채려 했다.

" 멍청한 새끼, 고작 그 능력으로 끼어들어? 차라리 주변을 돌며 움직임을 방해하지. "

사스가 바위가 가볍게 휘두르며 주먹을 혼신의 힘을 다해 피하며 소리친다. 그 이유는 금방 드러났다. 중력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듯 가벼운 발길질을 한 바위에게 직격당한 적월이 튕겨지듯 쏘아져 전장을 벗어나버렸다. 직선상에 있던 나무에 처박혀 나무와 함께 쓰러지고서야 멈춘 그는 기식이 엄엄했다. 쉽게 말해 죽기 일보직전이었다.

누가봐도 내장이 터져 입으로 역류하고 있었고 가슴의 보호하던 갈비뼈는 다 부러져 옷을 뚫고 나온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에게 다급히 다가온 소미가 급히 그를 잡고 힘을 불어넣었다. 재빠른 응급조치였다.

순식간에 뼈가 붙고 산산조각난 내장들이 치료가 되자 겨우 숨을 쿨럭 쉰 적월이 피를 토하는 입으로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그 말을 들을 수 없었다. 마지막에 무슨 괴물이니 뭐니 하는 말이 들렸지만 모두의 눈은 다시 전장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전장은 이미 육탄전으로 돌변하고 있었다. 마체테와 손도끼를 양손에 든 사스와 바늘같은 레이피어를 뽑아든다희, 그리고 각종 무기들을 들고 주변을 돌고 있는 이들까지.. 오직 바위만 빈손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이미 적월이 어떤 상태로 전장을 이탈했는지 동체시력이 좋은 사이퍼들은 눈으로 봤기에 손에 땀을 쥐며 들고 있는 무기가 이렇게 무거운 것이었던가하고 다시금 생각하고 있었다.

여전히 사방으로 움직이며 다희와 사스가 공격을 하고 있었지만 가볍게 피하는 바위는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일우는 이미 에너지를 다 썼는지 헐떡대며 한걸음 물러났다. 어짜피 한대 쳐맞고 기절할꺼 만사가 귀찮은 표정이었다. 아예 손을 놓고 있었다.

그가 빠지자 빈틈이 생겼는지 사스가 바위의 주먹을 완벽하게 피하지 못하고 스쳤다.

팟! 빠각! 분명히 스쳤는지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따라 가니 덜렁거리는 왼쪽팔을 붙잡은 사스가 보였다. 하지만 사스는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마체테를 다시 휘두르며 전장에 참여한다. 오히려 부러진 팔을 이용해 바위에게 유효타를 주려고 부러진 팔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 바위는 쉽게 피하며 택견의 곁차기와 비슷한 동작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사스를 찼다. 순간적으로 얼굴 방향으로 날라온 곁차기를 막아낸 사스는 바닥에 박힐 정도로 충격을 받으며 나가떨어졌다. 나머지 팔도 부러졌는지 이상한 각도로 돌아간 팔과 땅에 떨어진 충격으로 잠시 정신을 놓은 사스는 다시 금세 정신을 차리며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이미 장내 결투는 끝이 나 있었다. 잠시 정신을 잃은 몇초간 다희는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머리가 땅바닥을 반쯤 파고들어 있었고 나머지 사이퍼들은 자리에 주저앉은채 부들대며 전의를 상실하고 넋을 놓고 있었다.

그나마 가장 멀쩡한 일우는 자 빨리 끝내라는 듯이 눈을 감고 무방비로 서 있었다. 그런 장내를 쓸어보던 바위가 손을 들어올렸다. 종료를 알리는 손짓이었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소미가 급하게 달려와 다희의 머리를 땅바닥에서 빼어들더니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적절히 힘을 준 덕분인지 두개골 파열은 없었고 단순히 기절한 상태였다. 그렇게 한참을 치료하고 사스에게 다가가는 소미였다.

사스는 두 다리로 간신히 서 있었지만 상태는 다희보다 더 나빴다. 특유의 악바리 근성덕에 이렇게 서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도 치료를 해주자 나머지는 치료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 뿐이었다.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일우에게 다가가 툭치는 소미의 손길에 놀라 번쩍 눈을 뜬 그는 전투가 끝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 크하하하. 오늘은 멀쩡하네. 난 살아남은 거야. "

그런 얼빠진 소리에 장내에서 구경하던 간부들과 대원들도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없이 각자 어디론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충격적인 광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들이었다. 아마 몇일동안 저 상태를 빠져나오지 못할 듯 보였다.

그런 그들을 보며 제비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무력시위정도라고만 생각했지. 이정도 충격적인 광경을 만들어낼지 몰랐던 그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목적을 이뤘으니 상관없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조금, 아니 많이 과했다.

도대체 얼마나 강해지려고..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제비의 뇌리를 스쳤다. 또 돌아가서 수련에 집중할 바위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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