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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바이오 바코드(Bio BarCode)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18.06.18 12:11
최근연재일 :
2018.11.10 10:00
연재수 :
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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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07,372

작성
18.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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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국내 상황(4)

DUMMY

쏴아아.. 우르릉!

유난히 검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가끔 번쩍이는 번개만이 시계를 밝혀주고 있었다. 바다는 무언이 그리 화가 났는지 파도가 몇미터 높이로 들이치고 있었다.

그런 바다위에 연근해에서 그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안강망 어선이 통통거리며 바다를 가르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보통은 이런 날에는 어선 출입이 통제되지만 지금 시기에서는 그런 것들이 의미가 없었다.

" 엄마.. 무서워.. "

" 얘야. 조금만 참아. 조금만 더 가면 안전한 곳에 도착할 수 있을꺼야. "

이 어선은 중국 장쑤성 남쪽에 위치한 난퉁시의 한 어촌에서 출발해 안전하다는 한국의 한 도시를 향해 가고 있는 밀입국 어선이었다. 그곳에서는 난민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었다. 본래 물고기가 있어야 할 자리까지 차지한 그들은 모두 숨을 죽이며 하루빨리 내륙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중이었다.

이 어선의 선장 융은 벌써 몇번째 같은 곳을 왕래하면서 제법 많은 이득을 챙긴 인물이었다.

" 융 선장님. 생각보다 파도가 거셉니다. "

조타를 잡고 있는 선장에게 누군가 소리친다. 융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채 물고 있던 담배를 들고 신경질적으로 대꾸한다.

" 그래서? 새끼들아. 지금 돌아가자고?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중심이나 잡아! "

이미 절반 이상 건너온 상황. 아무리 파도가 거세고 태풍이 몰아쳐도 가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융 선장은 이런 경험이 한두번이 아닌지 능숙하게 방향을 잡으며 검게 물든 바다를 노려봤다.

" 퉷! 드럽게 몰아치네. 시벌, 이정도 쯤이야. "

다시 담배를 꼬나문 선장은 장대비를 삼키고 있는 사나운 검푸른 바다와 사투를 시작했다.

그렇게 몇시간이 지나 날이 서서이 밝아오고 있었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바람은 조금 약해져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밖에서 악을 쓰며 고함을 치던 선원들 중 하나가 조타실로 들어오더니 선장에게 보고를 했다.

" 휴우.. 융 선장님. 일단 위기는 지난것 같습니다. "

" 그래, 이런일이 한두번도 아니고.. 일단 쉴 얘들은 쉬고 대충 마무리해. "

" 흐흐흐, 넵. 여자를 부를까요? "

그렇게 밤새 힘을 쓰고도 아직 여유가 있는지 음탕한 얼굴로 뭔가를 바라는 선원의 얼굴을 바라본 선장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 적당히 해. 또 한바탕 불어닥치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 "

선장의 승작에 희희낙낙하며 알겠다고 대답한 선원이 어디론가 달려가자 조금 씁쓸하게 변한 선장이 중얼거렸다.

" 젠장. 어쩌겠냐. 다 그런거지. 휴우.. "

길게 담배를 내뿜는 그의 시선은 과거로 향해 있었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융은 이 어선하나만으로도 그 지역에서 제법 잘나가는 선장이었다. 연근해에서 수확하는 생선들로 꽤 많은 돈을 만진 그는 가정에서도 제법 훌륭한 아버지였고 남편이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지고 가족들이 좀비가 되어 길거리에서 돌아다는 것을 어선에 서서 지켜보던 그는 절망했다.

그 이후 이 어선을 이끌며 온갖 일들을 다 경험하고 각양각색의 사건을 접하면서 오늘 이 자리까지 온것이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이젠 예전같은 세상은 없다라는 것이었다.

아마 선원들의 대부분이 오늘 목포에 밀입국하려는 여자들에게 접근해 협박 겸 거래를 할 것이다. 선원들은 자신들의 욕정을 풀고 여자들은 약소하지만 몇일동안 먹을 거리를 얻는 그런 공정한 거래. 이것도 융 선장이 마련한 하나의 지침이었다. 강제로 강간을 금하면서 서로 합의하에 풀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신의 아들과 겨우겨우 살아남아 여기까지 왔다. 밍밍은 그 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했고 어떤 댓가를 치뤄야 하는지 배웠다.

밍밍은 자기에게 눈짓을 하는 선원, 리쉬치엔이란 사내를 힐끔 봤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는 밍밍은 칭얼대다 이제서야 겨우 잠이든 자신의 아들을 내려다봤다.

그래, 이 아이를 위해서 무엇을 못하랴. 밍밍은 다시 다짐을 하며 살며시 아이를 배낭사이에 내려다 놓고 몸을 일으켰다.

그 충격에 잠시 꿈틀거린 아들은 밤새 칭얼대는 것이 힘이 들었는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잠시 얼굴을 쓰다듬어준 밍밍은 눈짓을 준 사내를 따라 나섰다.

언제나 비슷한 장소, 기름통과 그물들이 여기저기 놓여있는 비품창고 겸 선원들의 비밀 휴식처였다. 어두운 이곳에 이미 몇몇이 자리를 잡고 있는지 얕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밍밍과 리쉬치엔도 익숙하게 그곳을 헤치고 비어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 밍밍. 정말로 그곳에 자리를 잡으려고? 그냥 이곳에서 같이 살자니까. "

" 아뇨, 이렇게 바다를 떠다니며 생활할 수 없어요. 특히 제 아이는··· "

이미 이런 대화를 여러 번 했는지 서두가 없는 그들 둘 사이에 은밀히 오가는 이야기가 그들의 귓가에 조용히 울렸다. 그런 단호한 밍밍의 말에 답답한지 가슴을 친 리쉬치엔이 다시 간곡하게 말했다.

" 제발.. 난 당신을 사랑해. 렌도 잘 보살필 수 있다고! 날 믿어줘! "

마지막 말이 제법 크게 울렸는지 사방에서 들려오던 신음소리가 갑작스레 멎었다. 그런 기척을 느꼈는지 다시 고개를 숙이며 소근거리는 리쉬치엔이었다.

" 한국이라도 다를거 같아? 그곳도 온통 좀비천지야. 넌 속은거라고! "

그렇게 속삭이는 리쉬치엔을 슬프게 바라본 밍밍은 고개를 저었다.

" 그게 거짓이라도 마지막 희망은 그곳외에는 없어요. 더 이상 희망이 있는 곳이 없단 말이에요. 그냥 조용히 우릴 보내줘요. "

이젠 이십대 말정도의 나이의 밍밍은 세상을 다 살은 노인과 같은 눈빛으로 처연히 리쉬치엔을 바라보며 말을 전하자 한숨을 길게 내쉰 리쉬치엔은 그런 그녀를 말없이 끌어앉았다.

한참을 서로를 끌어앉고 서로의 체온을 느낀 밍밍이 조용히 속삭였다.

" 빨리 하고 보내줘요. 아들이 기다려요. "

그렇게 속삭이며 떨어져 나온 밍밍은 스스로 옷가지를 풀어헤쳤다. 옷이라고는 몇 개 입고 있지 않은 그녀는 순식간에 나신이 되었다. 어두운 이곳에 이미 익숙해진 리쉬치엔의 눈동자에 그녀의 몸이 눈에 들어왔다. 충분히 아름다운 몸이었다.

리쉬치엔은 몸이 달아오르고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자신도 옷을 벗고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렇게 들어오는 리쉬치엔을 느끼며 밍밍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에게 안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중국 국적의 어선은 그날 저녁무렵 목포신항에 다다를 수 있었다.


목포신항. 총 배후부지면적이 60만미터제곱에 달할 정도로 큰 항구였다. 최대 5만톤급 화물선도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 접안 허가를 받지 못하고 공해상에 떠 있는 선박의 숫자는 눈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모두 난민을 실은 선박으로 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적의 선박이 대다수였다.

" 이거 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는데..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기어들어오는 건지. 쯔쯧.. "

그 모습을 어선 조타실에서 바라보며 선장이 중얼거렸다. 거의 이주일만에 오는 이곳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수많은 선박들이 뒤엉켜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목포 앞바다에 둥둥 떠 있는 풍경은 그도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 흥! 빵즈놈들.. 무슨 편법을 썼길래 아직까지 멀쩡한거지? 그래도 얼마 남지 않았을껄. 크크크.. "

선장의 옆에서 키를 잡고 있던 눈이 째진 선원이 씹듯이 중얼거렸다. 선장도 그말에 동의하면서도 의아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선장은 그동안 중국 연안을 돌면서 보고 느낀점은 물량 앞에 장사가 없다는 것이었다. 수십,수백만의 좀비들이 도시 가득히 훑고지나다니는 모습은 공포 그자체였다. 인력으로 막을수 없는 자연재해와 비슷했다.

' 삼면이 바다인 이유때문인가? 생각보다 오랫동안 체제를 유지하고 있군. 과연 이것이 얼마나 갈까? 한달? 두달? 자원이 떨어지고 생필품을 생산할 수 없을때가 되면 그때가 마지막이겠군. '

선장의 생각은 당연했다. 지금 세계는 기본적인 공산품을 하나 만들어도 메인드 인 차이나가 들어가는 재료를 사용한다. 괜히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게 아니다.

특히 이렇게 중국에 대해 기초자원의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라면 그 현상이 더욱더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일본 같이 의존도가 낮은 나라의 경우는 그래도 오래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일본은 이미 망해버렸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 커졌다. 그 대단한 일본이 망하는 시간동안 한국은 잘 버텨내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본래라면 반대로 되었어야 할 상황전개가 뒤바뀐 듯 보였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랴.

" 이미 정해져 있는 앞날에.. 그런 생각쯤이야. 큭. "

" 네? 선장님 뭐라고 하셨죠? "

" 아냐. 잠시 딴 생각했다. 언제쯤 허가가 떨어진다고 하더나? "

" 크음.. 그게 한국 관리들이 이번에 대거 바뀌었는지 예전에 침 발라놓은 놈들이 코빼기도 안보입니다. 이거 생가보다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겠는데요. "

" 칫! 도대체 저 조그만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밀입국 시도를 해봐. "

기본적으로 난민으로 인정받으려면 신고를 하고 도시에 거주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난민자격을 받을 수 없었기에 몰래 밀입국을 하는 조직들이 존재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그 루트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것도 안된다면 그냥 아무곳이나 접안해서 타고 있는 인원들을 내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다. 그렇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소식을 전할 수도 없기에 종종 시도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나마 이 배의 선장, 융은 양심적이었다.

융선장의 말에 키를 잡고 있던 선원이 무전기를 잡고 급히 어딘가로 연락을 넣는다. 기본적으로 어선에 부착된 무전기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러저리 돌리던 연락선원이 고개를 꺄웃거리며 선장에게 보고를 했다.

" 융선장님. 그들 중 한곳과 접촉을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

" 뭐? 여기 인원들 빨리 내리고 우린 돌아가봐야 하는거 몰라? 무슨 조건인데? "

" 네, 접선 지역은 이곳이 아닌 진도라는 섬으로 잡았습니다. "

" 그게 왜? "

" 그게.. 목포에서 좀 많이 내려가야 있는 곳인데, 그곳은 안전지역으로 분류하지 않아서.. 어떻할까요? "

진도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내륙과 연결되어 있어 섬이라고 하기에 조금 어폐가 있었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중국선원들은 갑작스런 접선지역 변경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보통은 저녁이나 새벽에 목포신항 근처 해역에 정박을 해 인원을 다른 배에 태워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아예 다른 지역으로 오라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 선원의 보고에 잠시 고민을 한 융선장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어쩔 수 없지. 마냥 여기서 기다릴 수 없는 노릇. 그곳으로 간다. "

그렇게 선장의 결정으로 항로를 튼 어선은 이곳보다 좀 더 내려간 진도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진도에는 해군 3함대가 주둔중이라 수시로 해군함정들이 지나다니고 있었고 융 선장의 어선은 그런 함대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내륙과 붙어서 슬금슬금 이동을 했다. 그렇게 저녁내내 이동을 한 끝에 새벽시간에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번쩍,번쩍.

배머리에서 어딘가로 불빛을 신호에 맞게 비추자 얼마후 내륙쪽에서도 같은 불빛이 비춰들었다.

" 선장님. 저기 접선자들이 도착을 한 모양입니다. "

" 그래? 배를 접안시키고 경계를 강화해. "

선장은 용의주도하게 준비를 시켰다. 갑작스런 접선지 변경도 그렇고 안전지역이 아닌 이곳까지 내려오게 한 이들이 어떤 마음을 먹고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구한 소총들을 선원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지켜보던 선장은 서서히 배를 몰아 뭍으로 접근시켰다. 새벽의 어둠이었지만 배에 달린 전등은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인원들을 확실하게 비춰주었다.

언듯보이는 인원만 십여명. 그리 많지 않은 인원이었다. 그 뒤로 시커먼 차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아마도 이동을 위한 차들로 보였다.

" 대단하군. 차를 몰고 여기까지 올 생각을 다하고.. 저들은 좀비들이 무섭지 않은건가? "

전등불빛으로 보인 인원들 중 화기로 무장한 인물들은 몇 명 없었다. 총이 아닌 다른 요상하게 생긴 무기들은 언뜻 보였지만 총이 아닌 이상 무슨 소용이랴. 라는 생각에 조금은 경계가 풀린 선장이었다.

천천히 배를 몰아 접근하자 저쪽에서도 누군가 움직이는 기척들이 느껴졌다. 다행히는 이곳은 배가 접안하기 좋은 지형으로 되어있어 꽤 땅과 가깝게 배를 댈수 있었다.

그렇게 닻이 내려지고 발판까지 내려지자 선원들의 통제에 따라 숨어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냈다. 그들은 시커멓게 어두운 시야와 출렁이는 파도소리,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틈에서 아직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얼굴들이었다.

" 자! 모두 들으시오. 여긴 당신들이 원하던 그곳이니 어서 내려 저자들을 따라가시면 되오. "

융선장이 제법 큰 목소리로 이러저리 불안한 시선을 옮기고 있는 이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들 모두 융선장에 대해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불이 밝혀져 있는 내륙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각양각색의 옷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뒤로 승합차 몇대가 서 있었다.

" 저들을 따라가면 안전한 도시로 갈 수 있는 건가요? "

누군가의 물음에 선장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소리쳤고 이어 선원들이 내리라는 말과 함께 인원들을 한명씩 내리도록 했다. 긴 항해는 아니었지만 땅에 발을 디딘 이들은 꽤 감격스런 얼굴이었다.

다행히도 별다른 사고 없이 모든 인원들이 하선했다. 그들사이에 끼인 밍밍과 그의 아들 렌이 모습도 있었다. 밍밍은 선원들 중 누군가를 잠시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려 자신들을 마중나온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입은 옷 자체는 깨끗했다. 뭐랄까, 신입사원이 처음 회사에 출근한 모양이랄까, 조금 어설프지만 신경을 쓴 태가 나보였다.

그들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요란스럽게 피어싱을 한 젊은 남자였는데, 그 옆에 비슷한 남자와 귓속말로 무언가를 소근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문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유창한 중국어가 튀어나왔다.

" 모두 반갑다. 너희들을 신세계로 인도할 사람들이야. 모두 저기 차에 나눠서 타도록. "

그러자 그의 주위에 있던 남자들이 앞으로 나서며 인원을 통제해 승합차에 태웠다. 그러는 사이에 융선장이 다가와 인사를 했다.

" 반잡소. 선장 융이라고 하오. "

그런 선장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린 피어싱남자는 고개를 까닥거렸다.

" 그래, 좋은 거래였다. 다음에도 부탁하지. "

약간 미묘한 어투에 잠시 미간을 찌푸린 선장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댓가는 저기 내려다 놨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연락드리지. 큼. "

박스 몇개를 한쪽에 내려다놓는 선원들을 보면서 웃음지은 피어싱사내는 붉은 눈가를 번뜩이며 대꾸했다.

" 그래. 조심히 돌아가도록.. 크크큭.. "

의외로 깔끔하게 거래가 끝나자 융선장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수긍해버렸다. 지금같은 시기에 저렇게 확실한 거래를 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기에 좋게 생각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 기분 나쁜 인상의 그 사내는 사람의 심기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맡아온 비린내와 비슷한 냄새와 감정이었다.

한편 승합차의 안란한 의자에 앉은 모자 중 아들 렌은 신가한듯 이곳저곳을 두드려보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아이를 인자하게 바라보고 있는 밍밍의 얼굴에는 안도와 희망이 보였다.

" 근데, 엄마. 아까 저기 아저씨가 말하는 신세계가 우리가 갈 곳이야? 좋은 곳이야? "

" ··· 그래, 그렇단다. 우린 신세계로 갈것이야. "

잠시 머뭇거린 밍밍이 아까 들은 그 말을 인용해 대답을 해줬다.

" 우와! 그럼 먹을것도 예전처럼 많이 먹을 수 있겠네? 장난감도 많이 있고? "

" 그래, 그래. 녀석. 그동안 심심했구나. "

" 모두 조용! "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운전석으로 들어서며 소리친다. 비록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였지만 그 말에 담긴 의미는 눈치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순식간에 중국어로 서로 대화하던 이들의 입이 닫혔다. 그런 모습에 그 남자가 피식 웃음지으며 중얼거렸다.

" 그래도 눈치는 있네. 크크큭, 자신들의 운명이 어떤지도 모르고.. 큭. "

" 야, 저것들 중에 한국어 알아들을 수 있는 놈들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 "

그때 보조석 문을 열고 자리한 그들의 대표인 피어싱 사내가 운전석 사내를 노려보며 나직히 말했다. 그러자 꼬랑지를 만 개처럼 고개를 숙인 사내가 이내 시동을 걸었다.

"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요즘들어 인간 구하기가 점점더 힘들어졌는데.. 이렇게 쉽게 활로가 생길줄이야. "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피어싱 사내의 이마에 붉은 바코드가 넘실거리듯 박혀 있었다. 그렇게 승합차들은 어둠을 헤치고 줄을 지어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다.

이러한 밀입국 시도가 각 항구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크롸앗! 저 멀리 어디선가 좀비의 괴성이 아련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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